책 이야기
평화주의자의 전쟁 소설
2024-01-13 00:07:18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작중 배경이 러시아인데 왜인지 등장인물들은 전혀 러시아스럽게 말하지 않고 행동하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20세기 후반 일본인같다. (물론 나는 노문학도 일문학도 거의 읽지 않긴했다.)
작중 고증이 엉망이다. 우크라이나인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인간이 cossack를 코자키(우크라이나어)가 아니라 카자크(러시아어)라고 읽는다.
초중반 등장인물들이 갑자기 풀악셀을 잡는다. 사건 전개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것인가.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다. 아무리 저격소대라고는 하지만 등장인물을 조금 더 결단력있게 줄였어야했다.
독소전쟁에 대한 설명이 쓸데없이 장황하다. 내레이션 식으로 설명하는건 이해하지만 평범한 인간들인 작중 등장인물들이 술술술술 상황, 적군 고급장교의 명칭, 나라가 돌아가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의 죽음를 통해서 각성하는 스토리는 전쟁의 참혹함을 지적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옹호하는 기분이다. 아닌 말로 주인공을 포함해서 모든 인물들이 작가의 메세지를 위해 움직이는 인형에 가깝다.
추천사에는 작가가 풍부한 상상력과 어휘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글쎄. "전쟁은 여성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풍부하게 옮겼다가 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신인 작가라고는 하나, 외국에까지 번역될만한 책인지는 모르겠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이 말이 정확하다. "평화주의자는 자신을 대신하여 다른 사람이 총을 들 수 있을 때 될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