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돈 키호테에 대한 기하학적 스케치

by 그책2026-02-27 08:51:43
돈 끼호떼 1 -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돈 끼호떼 1 - 기발한 시골 양반 라 만차의

돈 끼호테에서 나타나는 세르반테스의 서술상의 특징을 아키라키드와 오일러의 예시를 들어 생각해보고 떠오르는 점을 거칠게 적어둔다.


돈 끼호테에 관해선 수없이 많은 분석을 통해 작품의 시대적 사회적 의의, 캐릭터의 상징성 등이 연구되었겠지만, 나는 '소설 속의 소설', '메타픽션'이라는 서술방식이 특히 흥미로웠다. 이는 소설(문학)이라는 장르에서 또 하나의 차원(축)을 제시하는 시도였으며 여러 예시와 함께 이야기해볼 때 그 맥락이 더 뚜렷해지리라 생각한다.


내게 누군가 돈 끼호테에서 인상적인 점이 무엇이었냐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아키라키드, 세르반테스, 오일러 : 보이지 않는 '축'을 세운 천재들


1. 아키라키드: 평면의 한계를 깨뜨린 'Z축'의 발견

90년대 3D격투 게임 "버추어 파이터"의 레전드 플레이어 아키라키드는 모두가 좌우(X축)로만 움직이는 2차원 평면의 제약 속에 갇혀 있을 때, 그 시스템을 뚫고 나오는 깊이(Z축)를 찾아냈다. 그는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어진 평면 레이어를 쪼개어 '새로운 공간적 축'을 설계한 선구자였다. 그가 보여준 플레이 무빙은 코리안 스텝이라 불리기도 했다.


  • 참고 : SBS 다큐멘터리 “1997, 아키라키드“


2. 세르반테스: 문학적 '메타 레이어'의 창시자

400년 전 세르반테스는 문학(혹은 소설)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소설을 쓴다는 것' 또는 '이야기를 말한다는 것'을 생각했다. 세르반테스는 돈 끼호테에서 시도된 새로운 서술법으로 말미암아 후대로 올수록 더더욱 불후의 명성을 얻는다. (유감스럽게도 생전에는 그다지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새로운 축에 대해서는 다음부터 설명을 이어갈텐데, 이는 마치 아키라키드가 새로운 축을 찾아낸 후로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된 게임플레이 방식을 떠올리게 한다.


2-1. 《돈키호테》가 고전인 이유 (전통적 평가)

흔히 《돈키호테》를 근대적 인간의 탄생이나 비극적 희극의 효시로 평가한다. 주인공이 경험을 통해 변해가는 입체적 인물이라는 점, 웃음 뒤에 짠한 페이소스가 담겨 있다는 점은 이미 문학계에서 공인된 정설이다.


2-2. 본질적 혁명: 서사 레이어의 분화

하지만 내가 더 흥미를 갖는 세르반테스의 천재성은 그가 소설에 '메타(Meta)라는 새로운 축'을 세웠다는 데 있다.


점과 선의 그리고 면 서사:

소설 캐릭터가 갖는 성격을 , 캐릭터의 성격에 따른 관계를 , 그리고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내는 스토리를 이라 생각해보자. 세르반테스 이전의 기존 소설이 단면적인 캐릭터와 단순한 대립 관계에 머물렀다면 그의 소설은 앞서 전통적 평가를 통해 문학적 성취가 뛰어난 것으로 인정받는다.


테서렉트적 확장:

그러나 더 놀랍게 생각되는 것은 세르반테스는 '메타픽션'을 통해 저자-(이야기)-독자라는 층위(레이어)를 쪼갰다는 점이다. 소설 속 인물이 텍스트 밖의 현실을 인식하게 만드는 이 장치는, 평면적인 종이 위의 이야기를 입체적인 초입방체(Tesseract) 구조로 진화시켰다.


1권 8장에서 이야기가 중단되었다가 9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랍인 역사학자의 원고를 번역한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거나, 2부에서는 1권의 책 자체를 소재로 삼아서 저자-제3의 화자(아랍인 역사학자)-(이야기 캐릭터)-독자라는 구조를 설정한다.


3. 오일러: 숫자의 세계를 '선'에서 '면'으로 해방시키다

*관련 지식 부족(주워들은이야기)

이런 '축의 추가'라는 아이디어는 수학자 오일러가 창시(?)한 복소수 개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인류가 수천 년간 갇혀 있던 숫자의 정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3-1. 기차 철로에서 광활한 운동장으로

과거의 숫자는 왼쪽과 오른쪽으로만 흐르는 기차 철로(수직선)와 같았다. 1차원의 직선 위에 갇혀 앞뒤로만 움직이던 숫자의 세계에 오일러는 '허수(i)'라는 새로운 축을 수직으로 세웠다.


3-2. 복소평면이라는 혁명

이 수직 축이 세워지는 순간, 기차 철로(선)뿐이었던 숫자의 세계는 비로소 넓은 '운동장(면)'으로 확장되었다. 이것이 바로 복소평면이다. 오일러는 숫자에 '회전'과 '방향'이라는 새로운 축을 부여함으로써, 수학적 사고의 레이어를 평면 전체로 분화시켰다.


4. 세 사람의 공통점: 축(Axis)의 혁명

이 세 명의 공통점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꾼 '축'을 새로 세웠다는 것이다.


1. 아키라키드: 3D 격투에 Z축(깊이)을 추가해 공간을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을 파괴했다.. 그의 코리안 스텝 이후 모든 플레이어가 z축을 이용하여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다.

2. 세르반테스: 평면 서사에 메타 축(이야기의 다층화)을 추가해 소설(또는 문학)에서 작가와 독자가 다른 레이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3. 오일러: 실수 수직선에 허수 축(회전)을 추가해 수 체계를 확장하였다.(복소평면)


5. 결론: 고정된 관점을 부수고 새로 바라보는 시도

이들은 모두 주어진 환경의 제약을 고정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그 한계를 쪼개고 새로운 축을 세워, 세상을 한 차원 높게 조망했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우리가 세상을(너무 거창하다, 일상적인 고정관념을) 다른 각도로, 혹은 더 입체적으로 바라볼 순 없을지 다시 생각하게끔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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