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햄넷(클로이 자오, 2026)

by 그책2026-03-06 17:48:49
햄넷햄넷

1.


제시 버클리(아녜스)와 폴 메스칼(윌)의 연기를 극찬하는 리뷰를 많이 접하고 영화를 본 터라 나도 모르게 기대가 높이 올랐는데,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연기를 감상했다. 카메라 앞에서 어떻게 저렇게 감정을 담을 수 있을까.


또한 남자 아역배우의 연기도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2.


영화 마지막 약 10분부터는 정말 나도 생각지 못하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개인의 슬픔이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서 비롯된 집단의 슬픔과 공명하는 순간을 그 씬으로 표현했다고 보는데, 단순히 슬펐다는 감정 이상으로,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심전심의 뭉클함, 부부의 슬픔을 모두가 함께 자기 일처럼 애도하고 있구나하는 마음이 가슴을 울렸다.


부부가 비록 상실감을 애통해하고 회복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어 갈등을 겪었으나, 그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각기 다를 수 있으며, 예술가는 예술로써 개인의 슬픔을 승화시켜 공동체의 슬픔에 위로를 전하는 것이 가능함을 본 영화는 보여줬다.


부끄럽지만 고약한 마음으로, 눈물이 터졌다는 후기들이 있어, 팔짱을 끼고 ‘한번 보자’하고 임했다. 영화 중반부 이상까지 볼 때는 ‘극중 상황이 참 안타깝지만 사람들은 이 장면이 많이 슬펐나보구나. 내가 많이 감정이 무뎌졌구나.’ 하고 슬픔의 정도를 섣불리 속단하기도 했다. 그러다 문제의 장면에서 명치를 한대 맞은 것마냥 충격을 받아서 납작 엎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납작 엎드려 고개를 바닥에 처박고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올렸다. ‘제가 거만했습니다. 감히 제가..’




(어쨌든 나만 보는 메모지만.

혹시나, 스포일러 주의)




3.


어제 “오이디푸스 튀란노스”를 읽고 영화를 봐서 그런지 이야기의 구성(?)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디푸스”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고, “햄넷”에서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라는 신화를 제시

1) 아녜스에게 점지된 예언이 있음

2) 출산시에 그 예언이 실현될 것인가를 두고 아슬아슬했지만 다행히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음

3) 두번째 출산으로 함께 태어난 쌍둥이는 쌍둥이라는 점을 이용해 아버지 (또는 다른 이들)에게 장난을 치곤 했음 (남자아이가 먼저, 그리고 여자아이 주디스가 그 다음)

4) 아버지는 다시 런던으로 일하러 가며 아들에게 어머니와 누나,누이를 용감하게, 씩씩하게 지켜주라는 말로 다독임

5) 그런데 마을에 페스트 역병이 돌게 되었고

5-1) 용감하게 가족을, 그의 동생을 지켜주라는 그 말을 따라 누이의 코앞에서 호흡함으로써 건강한 기운을 주려함

5-2) 한편, 그들의 평소 쌍둥이 장난처럼 사신(死神)을 속이려는 시도도 있던 것

6) 결국 아이는 사망함 (예언이 실현됨)


위와 같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면이 있다. 물론 이것이 햄넷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예언 또는 운명을 사전에 알고도 그것을 피하고자 했지만 그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불행한 예언이 실현되고야 마는 점이 오이디푸스 튀란노스의 이야기 전개와 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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