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18. 좋은 사람 도감
2025-03-07 01:22:44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못됐어?” 요즘들어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데 그 사이 나는 또 얼마나 못돼지고 있는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좋은 사람 도감>을 읽었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식당이나 지하철에서 만날 수 있는 좋은 사람의 100가지 유형을 정리한 작고 귀여운 책이다. 대충 그린 듯 리얼한 일러스트와 옆에 붙은 짤막한 주석이 호감도를 높인다. ‘저자 당신들도 분명 좋은 사람일 거야.’
가벼운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다가 46쪽에서 놀라 멈췄다. 거기 적힌 좋은 사람 유형은 ‘모두가 1차의 흥겨움 속에서 담소를 나눌 때 2차 장소를 물색해주는 사람’이었다. 돌이켜보면 “2차는 OO로 옮기겠습니다”라고 말해주던 사람은 늘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는 항상 아니었고. 1차의 흥겨움에 취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 살짝 부끄러워졌다.
다행히 그다음 페이지를 읽으며 죄책감을 조금 덜었다. 47쪽에 소개된 유형은 ‘영화관에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팝콘을 먹는 사람’이었다. 저요! 이거 나예요!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날까봐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팝콘을 하나씩 집고, 입에 놓은 팝콘은 절반 이상 녹여먹는다. 중요한 순간에 영화 사운드가 작아지면 잠시 팝콘 먹기를 중단했다가 시끄러운 BGM이 나오면 이때다 하고 털어 넣는다. 나의 소심함이 극대화되는 순간이라 딱히 자랑스러웠던 적은 없는데, ‘좋은 사람’이라 불러주니 어깨가 조금 올라갔다.
이번 독서도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었다. 주변에서 만난 좋은 사람을 떠올리는 흐뭇한 시간. 내가 좋은 사람이었던 순간을 떠올리는 뿌듯한 시간. 난 언제 좋은 사람이었고 언제 그러지 못했나를 돌이켜보며 새삼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유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