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8 | 김병운,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2025-05-05 11:58:30
민음사 (구매 | 종이책)
❝ 별점: ★★★★☆
❝ 한줄평: ‘이렇게 끝난 어떤 소설의’ 다음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은 현실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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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시장 골목을 빠져나왔을 때 문득 오늘 밤은 술이 깰 때까지 발길이 가는 대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걸어 내야지만 조금 전 내 눈에 비친 두 사람의 모습이 취기로 인한 환영이 아니었음을 나 자신에게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뒤돌아 보지 않기 위해 애쓰는 어느 오래된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발끝에 힘을 주며 똑바로 걷기 시작했고, 벅차오르는 기분을 동행 삼아 내일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은 오늘이 되었다. (「한밤에 두고 온 것」,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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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지만 나는 정말이지 몰랐고, 어쩌면 계속 모를 수도 있었지.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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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운 작가님의 단편을 몇 편 읽어보고 구매한 소설집. 역시나 참 좋았어요. 숨고 싶고, 피하고 싶고, 참아야 할 것 같다는 이유로 도망치며 외면했던 것들에 대해 중요한 결심을 하고, 용기 내어 한 걸음을 내밀고, 질문을 하고, 글을 쓰는 화자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데요. 이들의 용기와 절박함에 나의 일이 아니라 모른다고 무관심했던, 그리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무심했던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어요.
✦ Love wins, 사랑이 항상 이긴다는 말. 누군가에게는 몹시도 간절한 외침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사랑이 인정받거나 응원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존중받는 것이 당연한 순간. 그런 날이 ‘언제나 그랬듯이 내일은 오늘이 되는’ 것처럼 반드시 올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런 순간이 오도록 현실의 우리 모두가 ‘이렇게 끝난 어떤 소설’의 그다음을 만들어가야겠죠. [📝 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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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단편
✎ 「한밤에 두고 온 것」 ⛤
✎ 「윤광호」
✎ 「알 것 같은 밤과 대부분의 끝」
✎ 「어떤 소설은 이렇게 끝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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