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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의 기록문학과지성사 (240103~240118)
❝ 별점: ★★★★
❝ 한줄평: 여러 의미를 품은 밤
❝ 키워드: 시간 | 밤 | 잠 | 생각 | 슬픔 | 진실 | 꿈 | 두려움
❝ 추천: 밤의 여러 이미지와 의미를 품은 시들이 궁금한 사람
❝ 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아늑하게 내려앉고 있습니다 ❞
/ 「비좁은 밤」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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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연 시인의 시집은 처음 읽어본다. 문학동네의 시 뉴스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의 필진으로 참여하시게 되었다 해서 그의 시가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 쉽게 읽히는 것 같으면서도 여러 번 곱씹게 되는 문장들에 페이지가 잘 넘어가는 시집은 아니었다. 단어와 문장들을 꼭꼭 잘 씹어서 소화하고픈 시집이었다.
✦ 제목 ‘촉진하는 밤’에서 알 수 있듯 ‘밤’을 담은 시들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은 적막 속에서 잠들지 않은 한 사람을 상상’(「이 느린 물」, p.22)하게 하고, ‘나를 숨겨주고 더 많은 나를 깊이 은닉해주는’(「푸른얼음」, p.70) 밤. ‘너무 많은 말들이 밤으로 밀려가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헤아리다 만 생각들이 밤에게 도착하고, 후회가 낮을 배웅하며 밤을 기다리고, 다시 밤은 사방에서 모여들어 아늑하게 내려앉는’(「비좁은 밤」, p.116) 것. 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본 것 같아 좋았다. [📝 24/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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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아서 만날 때마다 방을 잡았다.
그 방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었고 파티를 했다.
자정을 훌쩍 넘기면 한 사람씩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누군가는 체크아웃 시간까지 혼자 남아 있었다.
가장 먼 곳에 사는 사람이었다.
건물 바깥으로 나오면
그 방 창문을 나는 한 번쯤 올려다보았다.
2023년 9월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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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커튼을 들추고
창문 앞에 서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창문 하나를 마주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은 적막 속에서
잠들지 않은 한 사람을 상상했다
저 사람은 불만 켜둔 채로 깊이 잠든 걸까
불이 꺼진 어떤 방에도 잠들지 못한
누군가가 있을까
/ 「이 느린 물」 (p.22)
❝
기다린다는 것은 거짓말
그건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야
견디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견디고 있는지를 더 이상 모르므로
/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일인칭시점」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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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며칠 후」 ⛤
✎ 「촉진하는 밤」
✎ 「이 느린 물」 ⛤
✎ 「2층 관객 라운지」
✎ 「문워크」
✎ 「푸른얼음」 ⛤
2부
✎ 「꽃을 두고 오기」
✎ 「2층 관객 라운지 같은 일인칭시점」 ⛤
✎ 「비좁은 밤」 ⛤
✎ 「디버깅」 ⛤
✎ 「내가 시인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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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231216~240117)
❝ 별점: ★★★★☆
❝ 한줄평: 서로 다른 혼란스러움을 겪는 세 편의 이야기
❝ 키워드: 교육, 보편성 | 믿음, 진짜와 가짜 | 은총, 열망
❝ 추천: 강렬하고도 아련한 소설들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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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했던 만큼이나 좋았던 이번 겨울 소설집. 새로운 작가님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읽어본 적 있는 작가님의 새 작품을 만나는 것도 늘 설렌다.
✦ 특히 성해나 작가님의 단편 「혼모노」의 강렬함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읻다의 『여름 기담: 매운맛』에 실린 작가님의 단편 「아미고」가 참 좋았기 때문에 이 단편도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마지막 결말부가 머릿속에 그려지며 소름이 돋았다. 꽤 작품을 많이 쓰셔서 앞으로 찾아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 겨울 눈송이를 닮은 표지 그림. 이 책을 끝으로 소설 보다 : 2023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한 해를 네 권의 단편집으로 추억할 수 있다는 것, 참 낭만적인 것 같다. 특히나 좋았던 여름과 겨울의 소설집은 올해 여름과 겨울에 다시 꺼내 읽고 싶다. [📝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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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보편 교양」
: 교육과 보편성, 파괴와 패배
| 곽은 상자 속에 있던 피낭시에, 혹은 다쿠아즈나 비스코티일 수도 있는,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이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 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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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혼모노」 ⛤
: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 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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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소연, 「우리는 계절마다」
: 누구나 혼란스러움을 겪었을 그 계절, 학창 시절
| 나는 지금도 인생이 적당한 시점에서 최악의 결말로 끝나버릴 거라는 염세적인 기분이 종종 들곤 한다. 하지만 최악의 결말은 존재하지 않고, 늘 최악의 순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건대, 그 감각은 세계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불가해한 상황으로 구성되고, 나는 속절없이 휘말릴 뿐이라는 것을 그 시절에 이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p.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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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언젠가부터 ‘가르치다’라는 말의 뉘앙스가 나빠졌지요. ‘왜 날 가르치려고 해?’ 같은 문장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게 그렇게 나쁜가요.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영향력을 주고받고 함께 변화하지 않고서 어떻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까요. (김기태 × 이희우, p.55-56)
| 그런 정보를 접하여 가짜나 거짓일지라도 다수 혹은 내가 믿으면 진실이 되어버리는 작금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단어가 ‘혼모노’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무속 역시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허위나 다름없지만, 그에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신앙이 되잖아요.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진짜도, 가짜도 될 수 있는 기현상을 소설을 통해 재현하고 싶었어요. (성해나 × 소유정, p.109)
| 누군가의 삶은 안온한 사랑으로 충만하고 누군가의 삶은 치덕치덕한 불행으로 가득해요. 그 속에서 아이들이 갈구하는 ‘은총’이란 조금이라도 자신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 정처 없는 삶 속에서 갑작스럽게 내려지기를 바라는 단 한 줄기 희망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소연 × 최선교,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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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e-book, 240116~240116)
❝ 별점: ★★★★
❝ 한줄평: 진실을 모르는 것과 아는 것, 어느 것이 더 최악일까
❝ 키워드: 미스터리 | 스릴러 | 실종 | 진실 | 비밀 | 애인 | 사랑 | 마트료시카 | 죄책감 | 의심
❝ 추천: 진실을 파헤쳐 가는 심리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사람
🪆첫 문장: 이게 내가 프랑스 A1 고속도로 부근 어딘가에 있는 경찰서에 앉아 경찰에 한 진술이었다. 진실이었다. 온전한 진실이 아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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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 A. 패리스의 『브링 미 백』을 읽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모든 사람을 의심하게 하는 책이 흥미진진하고 결말이 궁금해서 앉은자리에서 다 읽었다.
✦ 마트료시카라는 소품을 정말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소품! 🪆
✦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니 데뷔작이 강렬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 다음엔 데뷔작을 읽어봐야겠다.
✦ 사실 중간쯤부터 혹시 결말이 이렇지 않을까 예상했던 게 맞아떨어져서 소름 돋기도 했고 그 결말이 아니길 바라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진실을 아는 것과 진실을 영원히 모르는 것,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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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해, 핀.” 루비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계속 루비의 말이 귓속에서 울린다. 조심하라니, 누구를? 루비한테 묻고 싶다. 레일라를? 아니면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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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e-book, 231201~240114)
❝ 별점: ★★★☆
❝ 한줄평: 사람은 떠났지만 오래도록 남을 그의 음악과 철학
❝ 키워드: 음악 | 예술 | 인생 | 죽음 | 자유 | 우정 | 사랑 | 자연 | 철학 | 투병
❝ 추천: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마지막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Ars longa, vita brevis.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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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데, 들고 다니면서 읽기엔 너무 무거워서 전자책을 몇 번 대여해서 읽었다. 예술가이자 활동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과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전하는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 직전에 리뷰를 쓴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에서도 나왔듯, 자신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삶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실제로 그것을 행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니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병으로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삶을 정리하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자신의 장례식에서 틀기 위한 곡의 플레이리스트까지도 몇 번이나 심사숙고하며 골랐던 사람. 류이치 사카모토는 참 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 그의 음악 몇 곡 정도만 알아서 이 책을 좀 더 잘 읽어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명복과 평안을 빈다. [📝 23/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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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1 대지진 때에도 그랬지만,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충격을 쉽게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강하게 듭니다. 100년에 한 번 겪을 듯한 이런 팬데믹은 분명 대부분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 될 테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세계적 규모의 코로나 감염 폭발은 인간이 과도한 경제활동을 밀어붙이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지구 전체를 도시화한 것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성을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보내는 SOS에 의해 경제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이 광경을, 확실히 기억해둬야 할것입니다.
/ 기묘한 시간 감각
| 사카모토 씨는 헤매듯 들어선 도쿄의 병실에서 볼스의 이 말을 반추하고 있었던 것이다.
밤하늘을 비추는 보름달과 한낮에 눈부신 푸른 하늘을 그려내는 태양을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한겹의 얇은 껍질과 같은 ‘셸터링 스카이’, 그 너머에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며….
2021년 1월의 보름달은 29일에 떴다. 수술 후였다. 기록을 보니 그날의 하늘은 맑았다. 그때부터 2023년 3월 7일까지 보름달이 떴던 모든 날, 도쿄의 하늘이 맑았다면 이론적으로, 사카모토 씨는 스물일곱 번의 보름달을 볼 기회가 있었다. 실제로는 몇 번이나 보았을까….
/ 저자를 대신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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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240111~240113)
❝ 별점: ★★★★☆
❝ 한줄평: 우리가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 키워드: 죽음 | 법의학 | 법의학자 | 서울대 | 인문교양 | 명강의 | 서가명강 | 시리즈
❝ 추천: 죽음이라는 인생의 마지막 단계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은 사람
❝ 죽음과 친숙한 삶이야말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꼭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이 죽음으로 삶을 묻는 이유다. (p.2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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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교수진들의 다양한 주제의 강의들을 책으로 옮긴 21세기북스 서가명강 시리즈의 첫 번째 책,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었다.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둘러보다 서가명강 시리즈 책들이 눈에 띄어서 살펴보니 흥미로운 주제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평소 자주 보는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로 친숙한 유성호 교수님이 ‘죽음’을 법의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을 쓰셨다고 해서 궁금해서 읽어보게 됐다.
✦ 죽음에 관해 새로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 검시가 검안과 부검으로 나뉘고, 법의학적으로 죽음은 의학적 원인인 사망 원인과 법률적 원인인 사망 종류를 통해 정의된다는 것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또 죽음의 과학적 의미와 판정 기준, 다양한 원인과 형태, 죽음의 시점, 생명의 자기 결정권 관련 논쟁 등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들을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알 수있어서 좋았다.
✦ ‘삶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 죽음을 공부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참 인상적이었다. 책에서도 나온 것처럼 사실 우리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미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막상 죽음이 닥쳤을 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 확 와닿았다.
✦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미리미리 죽음이라는 것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서 ‘더욱 빛나고 아름다운 삶으로 새로워지기’ 위해 ‘죽음으로 삶을 물어보자’는 교수님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죽음을 직시하고 공부하기. 주변인들과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 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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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을 성찰하듯 죽음을 함께 성찰하는 것이 삶에 대한 정성스러운 자세인 것이다. (p.208)
|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앞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p.26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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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e-book, 240101~240112)
❝ 별점: ★★★★☆
❝ 한줄평: 한 사람의 마음으로 꽉 찬 1348편의 단상
❝ 키워드: 기록 | 글쓰기 | 강의 | 밤 | 사랑 | 이별 | 슬픔 | 구원 | 마음
❝ 추천: 한 사람의 삶이 가득 담긴 글이 궁금한 사람
❝ 헤어짐을, 사라짐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것들은 늘 거기에 있고 때로 우리를 부른다.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경청이고 환대뿐이다. (2016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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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의 피아노』, 『이별의 푸가』 등의 책을 남기신 김진영 선생님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암 선고를 받기 전 블로그, 페이스북, 개인 노트 등에 기록한 글 중 1348편을 모아 엮은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아침의 피아노』를 종종 펼쳐 읽곤 해서, 이 책도 좋은 구절이 많으면 종이책으로 구매해야겠다 생각하고 우선 전자책으로 읽었다.
✦ 『아침의 피아노』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솔직하게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삶과 죽음, 그 사이의 시간, 그리고 그 속의 마음에 관해 계속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든 건 사라지겠지. 하지만 사라진다고 없어지는건 아닐 거야.’(2016년 11월)라는 선생님의 글. 그래서 선생님은 ‘헤어짐을, 사라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2016년 3월)고 말씀하신 걸까?
✦ 『아침의 피아노』처럼 이 책도 곁에 두고 자주 펼쳐 읽고 싶어졌다. 아직은 잘 이해되지 않는 구절들이 언젠가 나의 마음에 와닿지 않을까 해서. [📝 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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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있다’라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Urdoxa). 그러나 우리는 ‘있다’라고 말할 수 없다. ‘있었다’라고만 말할 수 있다. ‘있다’와 ‘있었다’ 사이에 있는 것, 그것이 세월이다. 사물들과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이 세월을 보고 그래서 보이는 것 안에는 환영이 있다. 이것이 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 앞에서 필연적으로 꿈을 꾸는가의 이유이다.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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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240110~240110)
❝ 별점: ★★★★
❝ 한줄평: ‘잠이 오나요’라는 말에 담긴 여러 의미들
❝ 키워드: 잠 | 불면 | 밤 | 베개 | 목소리 | 미움 | 복수 | 망설임 | 후회
❝ 추천: 복수하고 싶은 마음을 품어본 적 있는 사람
❝ 눅눅한 냄새가 섞인 복숭아 향. 그래, 복수가 풍기는 냄새가 있다면 꼭 이럴 것 같았다. ❞ (p.38)
🛌 첫 문장: 베개를 사 온 건 오늘 가게를 닫은 후의 일이었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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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위즈덤하우스 홈페이지에 공개되었을 때 읽었던 이유리 작가님의 단편이 단행본으로 출간된 후 작가의 말이 궁금하기도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 위픽 시리즈는 단편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만드는 것이니 분량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님의 작품은 소장하고 싶을 만큼 책이 특색 있고 예쁘다고 생각한다.
✦ 처음에 읽을 땐 ‘잠이 오나요’라는 제목을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었는데, 이번에 읽을 때는 이 말을 여러 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그 베개를 베면 잠이 오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왕방울 당신은 그렇게 행동하고도 잠이 오나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양양미와 박세희 씨는 복수를 하고 나니 잠이 오나요?’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왕방울 당신은 자신이 했던 행동을 돌려받으니 잠이 오나요?’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 몇 번이고 샤워를 하고도 자신에게 미약한 페인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수시로 냄새를 맡고, 복수를 성공적으로 해내고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양양미의 모습에서 어쩐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가 떠올랐다. 후회와 불안으로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왕방울 씨에게 잠을 빼앗았음에도 그 복수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동네 사람들을 예쁘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양양미는 왕방울 한 사람으로 인해 그 기쁨을 박탈당하고 모두를 의심하게 된다. 사실 이건 양양미와 왕방울 개인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사회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소설 자체가 좀 씁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미움과 두려움 없는 포근하고 편안한 곳이 당신에게 있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 이유리 작가님이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좋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다. [📝2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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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면 지는 거라면 펑펑 울어본 우리는 이미 펑펑 진 거였으니까. 울다뿐인가, 이렇게 불면증까지 얻어 뒤척거리며 밤마다 타들어가는 속에다 소화기를 뿌려대고 있으니 이건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였다. (p.14)
| 그러고 보니 이런 신기한 물건을 두고서도 베개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못하고 그저 복수할 생각에만 눈이 뒤집혔구나, 우리. 나는 베개 밑에 팔을 집어넣고 웅크렸다. 차갑고 서늘한 감촉이 느껴졌다. 한을 품은 사람의 마음에 손이 닿은 것 같았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래도 복수는 해야만 한다고. (p.41-42)
| 하지만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마음 한복판에 뾰족 튀어나온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얇디얇은 잠의 천은 내 지친 몸을 쓸다 말고 거기에 걸려서 자꾸 찢어지고 이지러졌다. 비몽사몽, 잠에 빠져들락 말락 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금세 뭔가 잊은 사람처럼 나는 훅 하고 현실로 도로 불려오곤 했다. (p.6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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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190 (240107~240109)
❝ 별점: ★★★★☆
❝ 한줄평: 작은 나, 작은 신, 그리고 작은 희망
❝ 키워드: 천사 | 신 | 몬스터 | 고양이 | 죽음 | 유령 | 밤 | 사랑 | 희망 | 외로움
❝ 추천: ‘생의 동력이 되기도 하는 고통’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나의 태풍이
도망칠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와 있다 ❞
/ 「조용한 여름」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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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괴롭히는 건 칠할 벽이 아니라 칠한 벽’(「결국 수정액도 페인트 아니겠어?」, p.25)이고, ‘생각하지 않아도, 선택하지 않아도 되고, 모래가 아니어도 되는 모래를 부러워하고’(「모래의 형식」, p.41), ‘여기는 춥고 저기는 덥지 말고 온전히 춥고만 싶다’(「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밤」, p.55)는 화자. ‘희망이란 하늘에 떠가는 비행기 같은 것이라 나를 구할 모든 것을 갖췄지만 나를 보지 못한다’(「숲속엔 저녁이 없어요」, p.66)며 희망을 품지 않고, ‘외로움이 외로움인지 몰라 외로움을 너무 오래 방치’(「빌라라는 세계」, p.86)해두기도 하며, 어떤 날은 ‘내가 카프카의 소설에 나오는 그 유명한 벌레 같아서 밥을 먹지 못하기’(「파란 빈백이 있는 집」, p.106)도 하는 화자.
✦ 그럼에도 ‘죽고 싶지 않지만 죽음에 대한 농담은 통쾌하니까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기’(「수국이 창문을 들이받으므로」, p.22)도 하고, ‘죽고 싶은 날이 많아 살고 싶은 날도 많은’(「모래의 형식」, p.40) 화자. ‘오늘의 나를 데려가 달려가고 날아가고 달아나자’(「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p.44)고 말하기도 하며, ‘살아있는 것들은 밤에 자란다니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말」, p.54)고 소망하기도 하고, ‘외로움의 힘말고도 모르는 사람들의 힘으로도 사는’(「빌라라는 세계」, p.87) 화자. 이런 화자가 나는 좋았다. 원래 사람은 하나의 마음만 품지 않으니까. 죽고 싶다가도 살고 싶고, 외롭지만 또 그 외로움의 힘으로 살아가기도 하며, 나를 미워하다가도 사랑하곤 하니까.
✦ 해설에서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고통, 그것은 나를 괴롭게 만들지만 결코 죽이지는 못하는 생의 동력’(p.126)이라고 다르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묻고 있다. ‘무서운 곳에서도 나는 낙천적일 것’이고, ‘오늘의 나는 무엇이든 다 이룰 것 같고, 누구에게든 이해받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들뜰 것 같다’(「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p.44)는 화자. 그런 화자라면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태풍이 도망칠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와 있어도’(「조용한 여름」, p.51) 우울과 불안, 외로움과 괴로움, 공포와 고통과 혐오로 몸집을 키운 태풍에 잠식되지 않고 버텨낸 후 다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 24/01/10]
(*문학동네 우필사 특별반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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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매일 아침
절벽 아래 떨어진
참혹한 인간을 발견한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무것도 아닌 인간
제로의 인간
내 얼굴을 한 물거품의 인간
기다림은 그의 전문이 아니지만
그가 할 일은 그것뿐이다
2023년 3월
김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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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이 보이지 않아서
나는 아름다울 수 있었다
아름다울 수 있어서
착할 수도 있었다
/ 「몬스터 일기 1」 (p.32)
❝
무서운 곳에서도 나는 낙천적일 거예요
오늘의 나는 무엇이든 다 이룰 것 같고
누구에게든 이해받을 것 같고
언제까지나 들뜰 것 같아요
/ 「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p.44)
❝
나는 두 가지 때문에 놀란다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못할 것 같던 메마른 내게
이토록 진하고 무한한 사랑이 있다는 것과
결코 시간은 약이 아니라는 것
/ 「작은 동물의 방문」 (p.60)
❝
세상 어딘가에 머리통만한 장미꽃이 있다고 해도
죽기 전에는 이 꽃이 생각날 거야
/ 「찔레꽃」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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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화장실은 몰라도 해당화는 있어야지
✎ 「들판의 트레일러」
✎ 「파랑의 감각」 ⛤
✎ 「수국이 창문을 들이받으므로」
✎ 「결국 수정액도 페인트 아니겠어?」 ⛤
✎ 「몬스터 일기 1」 ⛤
2부 | 모래 옆에 모래 모래 옆에 모래
✎ 「모래의 형식」 ⛤
✎ 「버드나무 그림자가 떨리는 손으로 미친듯이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
✎ 「조용한 여름」
✎ 「이상한 사람의 이상한 밤」 ⛤
✎ 「아스팔트 위의 지렁이」
3부 | 사랑 고백이 그렇게 시시한 거였나
✎ 「작은 동물의 방문」
✎ 「틈새 일기」 ⛤
✎ 「숲속엔 저녁이 없어요」
✎ 「카카의 기차역」
✎ 「빌라라는 세계」 ⛤
4부 | 슬픔은 걱정보다 잔잔해서
✎ 「나는 여기 없어」
✎ 「금요일 밤의 정체」
✎ 「다리 밑의 눈」
✎ 「파란 빈백이 있는 집」 ⛤
✎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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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밍꿀 (231229~240106)
❝ 별점: ★★★★★
❝ 한줄평: 마음의 흐름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
❝ 키워드: 사랑, 슬픔 | 마음, 감정 | 이해, 감각 | 욕망, 궁금증 | 호기심, 움직임
❝ 추천: ‘마음들의 이동 경로’가 궁금한 사람
❝ 나는 언제나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의 관찰자를 원했다. 누군가가 너 지금 그렇구나, 하고 아주 정확하게 말해주길 바랐다. 소설을 쓰며,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 작가의 말 (p.22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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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으로 시작해 두려움과 불안, 슬픔이 찾아오지만, 결국 사랑의 마음으로 끝맺음한 완벽한 연작 소설. 보통 이런 소설집, 특히 연작 소설은 모든 단편이 고루 좋다고 느끼기 쉽지 않은데, 주희, 솔아, 지원, 현우, 그리고 피망이까지 모든 단편이 참 좋았다. 그래도 특히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읽은 첫 번째와 마지막 단편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들의 마음을 따라 나도 흘러 흘러 나의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다.
✦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해야’ 하므로, 마음들의 관찰자가 되어 마음들의 흐름과 이동 경로를 가만히 바라보는 소설을 쓴 사람. 앞으로 김화진이 그려 나갈 마음들이 기대된다. [📝 2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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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신」 ⛤
: 사랑과 슬픔은 한 몸인 걸까
| 소음 속에서 사락사락 사랑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슬픔 곁에는 왜 항상 사랑이 맴돌까. 우리는 왜 비슷하게 슬퍼야만 감춰둔 사랑을 꺼내게 될까. 나는 이 이야기를 어째서 현우나 솔아 언니에게는 하지 못하고 지원 언니에게는 하게 된걸까. 슬픔은 슬픔을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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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친구에게」
: 마음대로 왔다가 마음대로 가버리는 마음에 슬픈 사람
| 그러나 그것도, 그 마음이라는 것도 내가 움직여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마음은 언제나 혼자서 생겨서 혼자서 죽어버리고. 나는 그 감정이 나를 채우도록 내버려두고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다. 이겨본 적이 없다.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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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 있어」
: 나 여기 있어, 하고 말할 수 있는 마음
| 그 감각을 알았다. 나는 가고, 너는 여기 남겠구나. 누가 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가고 내가 남겨진 것이기도 하겠지. 그러나 그런 건 의미가 없고 그저 우리가 함께가 아닌 순간에 대한 예감만이 또렷했다. 나는 언제나 그 감각을 알았다. 그런 감각이 스미는 순간을 알았다. (p.11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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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기 애인」
: 누군가의 구슬이 되고 싶은 마음이란
| 나는 주희의 구슬이 되고 싶었다. 나는 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아주 오랜만에, 거의 최초로 정확한 욕망이 들었다. 어느 면으로 보자면 주희도 나의 구슬이 된 셈이다. 구슬을 갖는 일은 뿌듯하면서도 조바심이 나는 일이다. 언제라도 잃게 될까 전전긍긍하게 되니까.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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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이동 경로」 ⛤
: 솔아 곁에 언제나 머무르고 있던 공룡의 이동 경로는
| 솔아의 팔은 너그러웠고 그곳에서 고독하고 묵묵하게 살 수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나는 그곳을 떠나왔다. 그건 아주 힘들었지만. 나는 괜한 것이 궁금했고 그걸 참지 못했고 결국 솔아의 눈꺼풀 뒤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솔아의 시선이 궁금했다. 나는 너무 작았고 작은 채로 솔아의 팔목 안쪽에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주로 목소리들을 들었다. 솔아를 둘러싼 목소리들. 솔아는 가끔 어떤 목소리나 어떤 순간을 마주하면 슬퍼지는 것 같았다.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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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144 (240101~240105)
❝ 별점: ★★★★
❝ 한줄평: 2024년의 마지막에 꼭 남았으면 하는 두 단어, 희망과 사랑
❝ 키워드: 희망 | 사랑 | 운명 | 영원 | 인간 | 신
❝ 추천: ‘서성이며 일렁이며 만지는 마음’들이 궁금한 사람
✦ 시집 제목처럼 2024년에는 더 많은 희망을 품고, 더 많은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싶어 선택한 2024년의 첫 책. ‘바보가 되는 걸 두려워하면 바보가 된다면, 그러면 희망이 되는 걸 두려워하면 희망이 될까’(「희망의 집에는 샤워볼이 있다」, p.28)라는 물음. 겁이 없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나’에게 그런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
✦ ‘내가 사랑하는 만큼 저녁이 찾아온다면 / 매일 환하게 불타는 흰 밤’일 것이고, ‘내가 사랑을 배우려고 한다면 네가 있다는 것을 배우느라 / 사랑이 무엇인지 알 틈도 없’(「당신은 사랑을 하는군요」, p.72)을 거라는 화자. 대체 얼마나 엄청난 사랑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걸까?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강해지고 겁이 없어지는 걸까? ‘세상은 아름다워야지’(「여름을 보호하기」, p.41)라는 말처럼, 그런 사랑의 마음을 품으면 세상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궁금증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시집. [📝 24/01/05]
(*문학동네 우필사 특별반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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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나는 아주 투명하게 들여다보이고 싶다
2020년 여름
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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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은 매일이 없게 매일 타오르는 불
시간을 모를 것 같다
저렇게 먼데도 그늘 밖으로 손을 내밀면 이렇게 뜨겁다
영원을 사는 종족은 시간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영원도 모를 것이다
신은 아는 것이 없을 것이다
/ 「사랑하는 신」 (p.17)
❝
바보가 되는 걸 두려워하면 바보가 된다
그러면 말이다 희망아,
희망이 되는 걸 두려워하면 희망이 될까
/ 「희망의 집에는 샤워볼이 있다」 (p.28)
❝
신에게 물었다
인간은 무엇이냐고
신이 답했다
네가 무슨 꿈을 꾸느냐고
/ 「세라핀의 흰 물감—해변에서 잠들기」 (p.61)
❝
내가 사랑을 배우려고 한다면 네가 있다는 것을 배우느라
사랑이 무엇인지 알 틈도 없겠지
/ 「당신은 사랑을 하는군요」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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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기껏 인간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 「사랑하는 신」 ⛤
✎ 「엽서를 봉투에 담는 사람의 마음」
✎ 「세라핀의 꽃, 꽃의 세라핀」
✎ 「희망의 집에는 샤워볼이 있다」 ⛤
2부 | 우리는 밤에 싸우는지 밤과 싸우는지
✎ 「여름을 보호하기」 ⛤
✎ 「좋은 말 좋은 꿈」
✎ 「세라핀의 흰 물감—해변에서 잠들기」
3부 | 서성이며 일렁이며 만지는 마음
✎ 「귤 까기」 ⛤
✎ 「당신은 사랑을 하는군요」 ⛤
✎ 「신의 잠」
✎ 「불」
✎ 「피고용인 잭이 마침표로 읽을 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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