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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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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7 | 이유리 외 4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자이언트북스 (e-book, 231031~231118)


❝ 별점: ★★★★☆

❝ 한줄평: 사랑의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다섯 편

❝ 키워드: 사랑, 감정 전이 | 죄책감, 멸망 | 인간, 기계 | 생존, 종말 | 죽음, 마음

❝ 추천: 자이언트북스가 고른 ‘마음을 사로잡는’ 다섯 편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손닿고 싶은 모든 마음의 이름, 사랑 ❞

/ 출판사 서평


📝 (23/11/20) 자이언트북스에서 출간된 앤솔러지 시리즈 ‘자이언트 픽’은 일 년에 한 번, 매해 첫 달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이언트 픽의 첫 책,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는 이유리, 김서해, 김초엽, 설재인, 천선란 다섯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들로 ‘자이언트북스가 Pick한 이야기들’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이 책은 꼭 소장해서 두고두고 읽고 싶어졌다. 이유리, 김초엽,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들은 역시 좋았고,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김서해, 설재인 작가님의 작품 또한 각자의 매력으로 통통 튀는 느낌이었다. 김겨울 작가의 발문에서 ‘다섯 작가의 작품이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남은 사랑을 볼 수 있다면」, p.281)라는 설명이 딱 들어맞는 앤솔러지였다.


  이번 독서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여운이 남았던 작품은 천선란 작가님의 「뼈의 기록」이었다. 인간의 죽음을 바라보는 안드로이드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랑과 나의 사막』이 떠오르기도 했고, 인간의 몸이 아닌, ‘한 인간이 생을 다할 때까지’ 성장과 변형의 흔적이 고스란히 뼈에 남는다는 점을 오래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모미와 나눴던 대화처럼 ‘마음이 시키는 대로’ 지금껏 한 번도 나가본 적 없는 건물을 나서는 로비스의 마음 또한 오래 헤아려보았다. 인간을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장의사 안드로이드. 폐기가 확정되어 전원이 꺼지기 직전, 로비스는 죽음에 관해 깨닫는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마음을 담은 이 글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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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

: 감정 또한 나의 것이니 결국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


| 그건 아직도 이렇게 예쁜 색깔이구나. 이토록 고통스러운데도 이토록 아름답구나. 컵 속의 분홍색을 골똘히 들여다보며, 나는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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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해, 「폴터가이스트」

: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기꺼이 함께 그 사이로 뛰어들 수 있다면


| 우리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암호 같은 소리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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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수브다니의 여름휴가」

: 내가 갈망하는 것을 정확히 안다는 것


|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갈망, 혹은 진짜 내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란 대체 뭘까요? 그것은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서 한 사람의 뼈를 이루게 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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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미림 한 스푼」

: 종말이 다가온다 해도 누군가를 구하러 가는 마음


| 그러나 하늘에서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는 주인공은 그런 고민을 해서는 안 됐다.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마지막 순간 상대의 시야 안에 온전히 자신만을 위하는 어느 다른 세상의 가능성이 담길 수 있도록 초현실적인 힘을 불러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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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뼈의 기록」 ⛤⛤

: 망자를 염하며 인간의 죽음을 헤아리는 장의사 안드로이드의 마음이 행한 일


| 죽음이란 모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모두에게 다르며, 볼 수 없는 존재의 삶을 끊임없이 보고 있는 뼈의 아름다움과 같은 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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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우정도 환대도 헤아림도 이들의 마음을 가리키는 데에는 부족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어떤 단어가 좋을까. ‘사랑’ 말고는, 대체할 단어가 없을 것이다.

/ 발문 | 김겨울, 남은 사랑을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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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23-056 | 이마리아, 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샘터 (231115~231116)


❝ 별점: ★★★★

❝ 한줄평: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퐁당 발 담그기

❝ 키워드: 와인 | 내추럴와인 | 컨벤셔널 와인 | 라벨 | 와인바 | 바틀샵 | 자연 효모 | 시음회 | 내추럴 와인 페어

❝ 추천: 와인초심자,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고 싶은 애주가


❝ 저는 앞으로도 즐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시는 좋은 날들을 보내며 계속해서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


📝 (23/11/16) 벌써 샘터 물방울서평단 다섯 번째 서평 도서! 이번 책으로 『내추럴 와인은 귀여워』를 골랐다. 나는 원래 술을 아예 안 마시다가 맥주를 마신 후에 술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고 지금은 막걸리를 제일 좋아하는데, 와인은 마시면서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조금만 마셔도 두통이 심해서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주변에 와인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어서 친구들과 와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첫 번째 잔 🍷 참생의 꼴꼴 와인 일기]에서는 작가님의 내추럴 와인 입문부터 라벨, 내추럴 와인을 구매하거나 마실 수있는 곳, 색으로 분류하는 와인 종류, 내추럴 와인과 컨벤셔널 와인의 차이점, 시음회와 내추럴 와인 페어, 와인 숙성 방식, 직접 기획한 와인바 팝업 전시 등 작가님의 다양한 내추럴 와인 경험을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따라가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정보와 꿀팁들이 담겨 있어 내추럴 와인 입문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잔 🍷 와인 시음 노트]에는 작가님이 와인 취향을 찾는 모험을 하면서 미각/후각/시각적으로 기억에 남는 와인을 셀렉해서 그린 23병의 와인 그림들과 와이너리/생산자, 와인색, 와인이름/빈티지(포도 수확 연도), 지역, 와인 종류, 품종, 시음노트 등의 와인 정보가 담겨 있다. 내추럴 와인을 어느 정도 접한 경험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장일것 같다.


  [세 번째 잔 🍷 와인과 예술이 만났을 때]에는 와인잔 드로잉, 와인 관련 도자기 만들기, 와인바에서 한 전시 등 와인 관련한 작가님의 활동을 감상할 수 있었다. 와인잔에 이런 멋진 드로잉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지인과 함께 하는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해내셨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다.


  프롤로그 다음에 [참생의 와인 키트 언박싱] 장이 있는데 와인 마실 때 필요한 도구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라서 놀랐다. 와인초심자라면 꼭 참고해야 할 장!


🖋️ 와인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은 전혀 생각지 못한 일들도 벌이게 했다. 좋아하는 마음과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만나 또 어떤 기획과 삶의 모양으로 뻗어나갈지 모르니, 마음이 다할 그날까지 쭈욱 좋아해 볼 거다. (p.146)


  와인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신 작가님을 보고 나니 이쯤 되면 내추럴 와인을 안 마셔볼 수 없지! 이번 연말 파티에는 지인들과 함께 내추럴 와인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출판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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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안 먹고 사는 게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하나만 마셔야 한다면 저는 내추럴 와인을 택하겠습니다. 자연을 존중하고 밭을 사랑하는 생산자들에게서 나온 건강한 포도로 만든 술이고, 게다가 너무나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p.6)


|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내추럴 와인은 저에게 새로운 장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 저는 앞으로도 즐기는 마음으로, 그리고 마시는 좋은 날들을 보내며 계속해서 그리는 사람으로 살아가 보려고 합니다.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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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 그림 작가 마리아의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와인 이야기
내추럴 와인은 귀여워 - 그림 작가 마리아의 좋아하다 보니 빠져든 와인 이야기
23-055 | 윤고은, 불타는 작품

은행나무 (231104~231113)


❝ 별점: ★★★★

❝ 한줄평: ‘불타는 작품’보다 커다란 불타는 마음

❝ 키워드: 예술 | 작품 | 소각 | 기후재난 | 당혹 | 변수 | 불안 | 소통 | 압박 | 원본과 위작 | 진짜와 가짜 | 그림자 | 이야기와 진실 | 프레임

❝ 추천: 예술, 예술가, 예술 작품의 가치에 관해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


❝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


🔥 첫 문장: <캐니언의 프러포즈>는 9년 전 여름 빌 모리의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다. (p.7)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 (23/11/14) 예술가라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을 로버트 재단의 창작 프로그램 참여 제안. 그러나 전시가 끝나면 재단에서 선택한 작품 하나는 반드시 소각된다. 만약 당신이라면 로버트 재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책을 읽기 전에는 부와 명예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이 완벽한 기회를 ‘작품 하나의 소각’과 맞바꿀 수 있다면 매우 저렴한 값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안이지’라는 인물에 이입해 글을 읽어가다 보니 나 또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미국 도착의 순간부터 예정대로 이루어지는 일 하나 없이 온갖 변수들로 혼란스럽고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안이지는 로버트 재단의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목적지로 직접 향하며 이름처럼 ‘Not Easy’한 창작의 여정을 시작한다. 산불과 폭염, 폭우 등 각종 기상이변에서 멀찍이 떨어져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한 로버트 재단의 고요함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고, 개 로버트와 안이지의 대화가 둘 사이에 블랙박스, 대니, 두 명의 통역사까지 무려 네 개의 게이트를 거쳐야 이루어진다는 것도 기괴했다. 둘의 대화를 정말 ‘소통’이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


  작품 창작의 압박과 불안감은 작품의 소각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소각용 작품’, ‘원본과 위작’, ‘진짜와 가짜’로까지 뻗어나간다. 그리고 1장에서 <캐니언의 프러포즈>와 <캐니언의 로버트> 사진 이야기가 왜 등장하나 했는데 ‘이야기와 진실’, ‘프레임’이라는 키워드로 로버트 재단과 연결될 때는 전율이 일었다.


  해고된 통역사가 이야기해 주겠다던 ‘원본’, 즉 ‘편집 전의 로버트의 말’이 무엇일지 궁금했는데 이 부분 이야기는 풀리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고,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꽤나 열린 결말이라 조금 갑작스럽게 끝나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어쩌면 ‘전혀 다른 스토리를 살아내고 싶었다’(p.309)는 안이지의 마음처럼 앞으로 그가 써나갈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도 독자의 즐거움일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서 아래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 그러므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원본을 찾고 싶다면 독자의 책상으로 건너가야 한다. 우리가 읽던 책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살짝 접을 때,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하거나, 굳이 흔적을 남기지 않더라도 책 속의 말이 그걸 바라보는 이를 흔들 때, 책은 비로소 원본이 된다. 하나뿐인 진짜가 된다. (p.344)


  밍크선인장의 꽃말인 '불타는 마음’. 안이지는 그 꽃말이 ‘사랑에 대한 말인가 했는데 이젠 상실에 대한 말로 들렸다’(p.264)고 했지만, 결국에 안이지의 ‘불타는 마음’은 상실보다는 사랑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결국은 대니의 예언처럼 작품과 사랑에 빠져 소각 대신 구출을 택한 그 ‘불타는 마음’. 그 마음은 작품보다 더 커다랗지 않았을까.


(*그믐에서 진행하는 은행나무 북클럽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윤고은 작가님의 『밤의 여행자들』과 『도서관 런웨이』를 읽을 책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작가님의 최신작인 이 책을 먼저읽게 되다니 ㅎㅎ 북클럽으로 도서 제공해 주신 은행나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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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사랑하는 작품을 로버트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로버트가 선택한 작품을 작가가 사랑하게 되는 구조겠죠. 어떤 경우에든 작가는 사랑하는 걸 불태울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당신은 결국 그것과 사랑에 빠질 겁니다.” (p.186)


| 어떻게 트리밍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빌의 경우에도 그랬다. 소각식을 의심한 적은 없었으나 유령 같은 작품으로 인해 그는 상하좌우, 프레임 밖의 세상을 더듬어보게 된 것이다. 빌의 말은 결국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로버트가 소각한 작품들이 어디로 가는가? 소각식 이후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닌가. (p.294-295)


| “진실이요? 잘 보관하지 못해 부패해버린다면 다 의미 없는 이야기죠. 때로는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가 중요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재단의 액자 틀이 있으면 그 안에 있는 건 모두 믿고 싶은 얘기가 되지요. 그게 썩지 않는 진실입니다.” (p.312)


| 나도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내가 찾는 건 아마도 <R의 똥>의 흔적이었을 것이다. 이미 진짜를 선택해 갖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곳에 남겨둔, 어쩌면 진짜일지도 모를 다른 하나를, 내가 선택하지 않은 하나를 신경 쓰고 있었다. (p.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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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작품
불타는 작품
23-054 | 임솔아,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문학동네 (231109~231109)


❝ 별점: ★★★★

❝ 한줄평: 나는, 당신은, 그리고 우리는 지금도 거기 있어

❝ 키워드: 다름 | 사랑 | 이별 | 포기 | 곁 | 고백 | 이야기

❝ 추천: 네 명의 이야기가 하나로 모이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 (23/11/10) 문학동네 북클럽 티저북으로 소설의 일부분을 미리 읽은 후에 임솔아라는 작가와 이 소설이 궁금해져서 정식 출간되면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고, 이번에 읽게 되었다.


  티저북을 읽으면서 소설 전체에서 전시를 통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이어 나갈 ‘느슨하고 다정한 관계’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이들의 만남의 계기가 된 전시는 소설에서 엄청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4부의 중심인물 정수를 통해 화영, 우주, 보라의 이야기가 정리되며 가장 흐릿했던 인물 정수가 이야기를 듣고 조각 맞추기처럼 ‘맞는 자리를 찾아 배열’하는 역할을 하며 소설에 흥미로움을 더했다. 특히 마지막에 정수가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한 대목에서는 짜릿함이 느껴졌다. ‘나는, 당신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지금도 거기 있어.’


  화영, 우주, 보라, 그리고 정수의 이별 중 가장 마음이 갔던 이별은 ‘보라의 이별’이었다. 언니처럼 엄마와 함께 아빠에게 맞서 싸우는 대신 아빠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던 아이. 그래서 엄마와 언니와 이별해야 했던 아이. 패밀리 레스토랑, 담배 회사의 불법 홍보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서른둘, 타투이스트가 된 보라에게 이제 싸움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지 같은 것이 아니라 일상 자체가 된다. 이별을 하고서야, 곁에 아무도 남지 않고서야 안도감을 느낄 것이라는 보라. 그럼에도사실은 조금은 쓸쓸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자꾸 보라에게 마음이 갔다.


  남들과는 조금 달라 진심을 숨기고 연기를 하기도 하고, 감정을 흉내내기도 하고, 관찰을 하기도 하고, 떼쓰지 않고 그저 끌어안기만 하기도 하고, 감정을 삭제하며 자기 자신을 지우려 했던 네 명의 인물들. 그러나 그 방식은 결코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들 모두는 아픈 이별을 경험하며 자기 자신을 지키며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곁에 머무는 방법을 찾아간다. 이별은 늘 아프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며 언제든 마주할 수밖에 없기에, 우리는 잘 헤어지는 방법 또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워가야만 한다. 이 소설은 이별을 어떻게 하면 잘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조근조근 이야기해 주는 것 같은 소설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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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 어째서 석현은 다르다고 여겨왔을까. 어째서 자신은 다를 수 있다고 여겨왔을까. 손 하나가 없는 사람과 귀 한쪽이 안 들리는 사람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거라고, 마땅히 그럴 거라고 여겼던 걸까. 석현을 사랑하게 된 것도 귀 때문일까. 한쪽 귀가 잘 들렸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석현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이 잔상과 살아가게 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헤어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미 헤어졌으니까. 이별은 우주와 선미가 함께 만들어낸 축복이었다. 실패가 아닌 결실이었다. 기어이 같이, 해냈다. 우주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보라는 여전히 싸움을 했다. 이제 보라에게 싸움이란 두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상대로 꼭 이겨야겠다고, 승리를 쟁취해야겠다고 투지를 불태우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것 같은 일상 자체였다. 매대를 둘러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리고 감자 한 알이나 당근 한 개를 집어드는 일과 비슷했다.


| 상상과 현실에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던 때처럼, 정수는 과거나 현재나 미래도 그 경계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어느 한 지점에 멈춰 선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고, 도착하지 않는 미래에서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 두 사람이 동일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가 정말로 있었다고 믿을 수 있다면, 기억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없던 것을 존재하게 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정수에게 없는 기억을 만들어내는일과 비슷했다. 이야기가 귀를 타고 들어와 또렷해질수록 타인과 자신 사이에 있던 경계도 허물어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그 사람이 된 것만 같았지만, 알고 있었다. 진눈깨비를 맞고 있었다던 여자. 가슴팍을 잡힌 채 경찰에게 질질 끌려갔다던 여자. 책에서 읽었지만 현실에도 분명 존재했을 그 여자. 그 여자가 정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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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나는 지금도 거기 있어
23-053 | 이유리×정아리, 달리는 무릎

열림원 (231108~231108)


❝ 별점: ★★★★☆

❝ 한줄평: 오랜 기다림의 끝, 우주를 향해 떠난 이를 바라보며

❝ 키워드: 달리기 | 무릎 | 고통 | 외계인 | 기다림 | 싸움 | 우주 | 에너지 | 추진력

❝ 추천: 우주 어딘가에 있을 존재와 불안감을 나누고 싶은 사람


❝ 새벽하늘에 별이 한두 개 빛나고 있었다. 언젠가 저 별을 올려다보며 달리다 넘어졌던 일을 생각했다. 저 별보다 훨씬 먼 어딘가로 가는 거겠지. 그곳은 지금 어떨까. 외계인의 꿈에서 보았던 것처럼 아름다울까. ❞


📝 (23/11/09) 최근 이유리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한 후 이유리라는 이름으로 나온 책이란 책은 모두 찾아 읽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작가님의 글을 별처럼 반짝이는 듯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낸 책 『ILLUST LIM: 달리는 무릎』이 나왔다는소식에 빠르게 서평단을 신청했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글과 일러스트의 황홀한 조합이라니! 글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 아름다운 글과 함께 페이지를 가득 채우며 반짝반짝 빛나는 일러스트 덕분에 눈이 즐거운 독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자신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을 줄 인간을 찾아 인간의 시간으로 사십억 년이 넘도록 기다려 온 외계인. 예기치 않은 사고로 자신의 무릎으로 들어온 외계인을 위해 잠 못 드는 새벽이면 불안감을 떨쳐내려 내달리던 길을 목적의식을 갖고 달리게 된 희수.


  어쩌면 다시 돌아간 외계인의 고향은 과거에 내린 올바른 결정으로 바꿀 것 하나 없이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외계인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리며 바라왔던 것을 향해 떠나며 희수도 ‘무언가를 찾아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다시 달릴 준비가 된 듯하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맞든 아니든 일단 가보는 것. 


  외계인을 돕기 위해 달리던 것은 결국 희수 자신이 힘을 내기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천천히 조금씩 가다가 조금씩 속도를 붙이며 어느 순간 정신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무릎 안의 외계인을 떠나보냈지만 희수의 몸에 여전히 남아 있는 운동 에너지는 희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에너지가 다 모인 후에도 외계인이 좀 더 희수의 곁에 머물렀음을 암시하는 대목이 뭉클했다.


  환한 빛을 내며 무릎을 빠져나가 새벽하늘을 가로질러 먼 우주의 어느 별로 가고 있을 외계인을 생각하는 희수. 그런 희수에게도 꿈에서 봤던 아름다운 우주 도시처럼 찾고 싶은 무언가가 꼭 찾아오기를. 빛나는 별 한 조각의 추억을 기쁘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열림원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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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너를 기다렸어

목소리가 우렁우렁 울렸다.

기다렸어. 너희의 시간으로 사십억 년이 넘도록 여기에서 단지 너만을 기다렸어. (p.14)


| 그런데 이제 네 얘기를 들으니 알겠다. 나는 돌아가서 내 눈으로 보겠어. 시스템이 옳았는지 아닌지를. 그리고 옳지 않았다면, 싸우겠다. (p.34)


| 잠을 자면 안 될 것 같은데, 뭔가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서. 침대에 누워 올려다보는 천장이 그대로 불안이 되어 내 얼굴로 쏟아져 내리는데 그걸 피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면 나는 집을 박차고 나가 길 끝에 해답이 놓여 있기라도 할 것처럼 내달리곤 했다. (p.38)


| 달린다는 것은 뭐랄까, 몇 초 전의 나를 끊임없이 뒤에 두고 오는 일 같았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걸 반복해나가면 결국 어느 순간 과거의 나와 전혀 다른 내가 되어 발 앞의 공간으로 내뻗어질 수 있는 거였다. (p.49)


| 선생이 되면 돌아와서 자랑하겠다고 했었지.

그때까지는 나도 찾아두고 싶다, 나는 땅에 발을 구르며 생각했다. 뭘 찾고 싶은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외계인이 돌아온다는 건 싸움에서 이겼다는 뜻일 것이다. 그걸 알리러 기나긴 길을 달려온 그에게 난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소리나 하고 있을 순 없으니까. 실패하든 성공하든 뭐가 됐든 좋으니 일단 가본 다음에, 그게 맞았는지 아니었는지 이야기해야지. 그땐 더 비싼 술을 마셔야지, 네 캔에 만 원짜리 말고.


나는 밤하늘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돌아섰다.


집 반대쪽으로 천천히, 곧이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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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일러스트림 #이유리 #정아리 #달리는무릎 

ILLUST LIM : 달리는 무릎
ILLUST LIM : 달리는 무릎
23-052 | 천선란, 이끼숲

자이언트북스 (e-book, 231027~231107)


❝ 별점: ★★★★★

❝ 한줄평: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를 구하는 모험의 시작

❝ 키워드: 사랑, 모험 | 자유, 비밀 | 구출, 시작

❝ 추천: ‘구하는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

/ 작가의 말


📝 (23/11/08)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도록 만드는 힘’(출판사 서평)을 이야기하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지하 도시라는 ‘닫힌 세계’에서도 친구들은 스페이스 스카이에 모여 함께 인공별을 구경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한 삶을 살자고 약속하기도 하는 등 소소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이들이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이 책임과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처럼 여섯 친구들은 많은 좌절과 절망을 마주하게 된다.


  슬프고 절망적인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오늘의 세상에서 『이끼숲』은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를 지키고 구하고자 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구하는 일이 살리는 일, 그리고 살아가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구한다’는 건 타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하 세계를 벗어나 지상을 향해 내디딘 한 걸음. 그리고 새로운 모험의 시작. 함께 있지 않아도, 모두가 잊어도 내가 기억하고 있다면 사랑하는 마음은 함께라는 것. 이끼처럼 마음의 틈새를 가득 채운 사랑의 온기가 너무나도 따스하다.


| 어떤 두려움도 없이 뻗어나가는 걸음마다 피어오르는 사랑이 마음의 틈새를 가득 채운다. 가장 낮은 곳에서, 이끼가 자라듯.

/ 해설 | 소유정, ‘닫힌 세계’ 너머를 그려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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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눈」 ⛤

: 너무 아프게 깨달아버린 첫사랑과 세상의 무서움


| “내가 여기를 나가는 건 도망이겠지? 모험은 될 수 없을 거야.”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아니라고 단번에 말해주지 못했다. 마르코는 그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근데 도망쳐봤자 지상에 닿기도 전에 몸이 터질지도 모르겠다. 이 땅 안에 너무 익숙해져서, 바깥에 나가자마자 펑, 터져버릴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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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늪」

: 추방된 곳에서조차 소외된 이가 자유를 찾아 떠나는 모험


| 의주야, 나는 비밀일까? 비밀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것을 숨기거나 감추는 거잖아. 까발려졌을 때 잃거나, 뒤틀리거나, 잘못되거나 나아가는 게 있어야 하는 거잖아. 근데 나를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비밀이 될수 없어. 나를 숨김으로써 지키고 있는 것이 없고, 내가 까발려진다고 해서 잃는 것이 없잖니. 나는 제로잖아. 카운트되지 않는 존재. 이미 죽었는데 또 죽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나는 비밀이라기보다 덜 지워진 자국인 거지. 안 지우고 감춘 게 아니라 지웠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려 초라하게 남아버린 찌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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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

: 슬픔을 멈추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 소마, 나는 우리가 이끼였으면 좋겠어.

  나는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바위틈에도 살고, 보도블록 사이에도 살고 멸망한 도시에서도 살 수 있으면 좋잖아. 고귀할 필요 없이, 특별하고 우아할 필요 없이 겨우 제 몸만한 영역만을 쓰면서 지상 어디에서든 살기만 했으면 좋겠어. 햇빛을 많이 보기 위해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물을 마시지 못해 메마를 일도 없게. 그렇게 가만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시시하겠지만 조금 시시해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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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이끼숲
23-051 | 강화길, 풀업

현대문학 (231027~231028)


❝ 별점: ★★★★

❝ 한줄평: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나를 찾아가는 과정

❝ 키워드: 운동 | 꿈 | 사기 | 마음 | 진심 | 가족 | 자극점

❝ 추천: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미워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


❝ 삶의 자극점을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작품해설, p.127) ❞


💪 첫 문장: 지수는 서른여섯 살이었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p.9)


📝 (23/11/06)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가장 사랑할 수도, 또 가장 미워할 수도 있는 게 가족 아닐까. 지수가 몸의 건강을 단련하며 ‘아주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p.69)는 감각을 깨우치며 마음의 건강까지 단련해 가는 과정에서 가족이라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마음을 내버려 두고 억지로 노력하려 하지 않으며, 독립까지 이뤄내는 걸 보니마음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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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을 배운지 겨우 한 달 반이었지만, 지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 그 과정이 지루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지수의 몸이 변화하고 있는 건 분명했다. 매일 새벽 지수를 집 밖으로 나가게 만드는 건 바로 그 감각이었다. 아주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기분.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뿌듯함.

  삶의 다른 것도 그렇게 변할 수 있을까? (p.69)


| 지수는 영애 씨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의미 없었다. 지수와 미수가 다투면, 영애 씨는 절대 끼어들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두었다. 마치 영애 씨는 지수가 제 풀에 지쳐 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어차피 영애 씨는 알고 있었을것이다. 지수가 먼저 포기할 거라는 걸. 그네를 쉽게 포기하는 아이. 높이 올라가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 누군가의 고집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간단히 접는 아이.) 이번에도 영애 씨는 말이 없었다. 지수가 쉽게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지수가 느끼는 이 모든 감정은 피해의식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런 감정을 느 낀다는 게 중요하지않을까? 아닌가?) 지수는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지수는 시들어가는 식물이 아니었다. 설사, 시들어간다고 해도, 베란다 한구석에 계속 처박혀 있고 싶지는 않았다. 지수는 빛이 필요했다. 빛을 원했다. (p.89)


| 미수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지수는 기대하지 않았다. 어쩌면 미수와는 평생 이런 관계로 살아갈 지도 몰랐다. 지수는 가족을 사랑했다. 진심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인정하건데) 그들을 진심으로 미워했다. 지수는 이 마음을 내버려두기로 했다. (p.114)


| 하지만 지수는 금세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 중요한 건 상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녀는 받침대에 무릎을 대고 섰다. 양팔을 기구에 걸었다. 힘을 줘서 손잡이를 꽉 잡았다. 그래, 이제 올라가면 된다. 올라갈 것이다. 지수는 등의 움직임과 느낌에 집중했다. 천천히,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별로 무섭지 않았다.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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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업
풀업
23-050 | 유희경, 겨울밤 토끼 걱정

현대문학 (231013~231027)


❝ 별점: ★★★★☆

❝ 한줄평: 끝이면서 시작이기도 한 이야기

❝ 키워드: 시작 | 끝 | 이야기 | 기억 | 밤 | 겨울 | 꿈

❝ 추천: ‘이야기’가 가득한 시집이 궁금한 사람


❝ 손을 씻는다 / 그렇게 시작한다 이야기는 / 사실의 끝이고 / 끝에서 시작하니까 ❞

/ 「이야기—水紋」 (p.29)


📝 (23/10/27) 주위에 아무도 없고, 기다리는 이는 오지 않고, 대답하지 않고, 할 말이 없고. 그럼에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고.


  하나의 삶이라는 이야기가 태어나는 동시에 어떤 이야기는 막을 내리고 새 페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화자는 ‘이야기는 사실의 끝이고,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p.29)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행 불행 기쁨 슬픔 기억 망각 삶 죽음 같은 모든 일의 순서’는 불현듯, 때로는 한꺼번에 찾아오는(p.46) 것이지 차례대로, 차근차근 찾아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마르지 않고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뒤의 이야기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끌어올리기에‘(p.116-117) 마침내 ‘남아 있는 이야기가 없을 때’ 우리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p.117) 안희연 시인의 시 「우리는모두 한 권의 죽음이 되어 간다」가 떠오른다. 사람의 삶이 한 권의 책이라고 하면, 우리는 앞에서 뒤로 이야기를 계속 끌어올리며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각자 한 권의 책을 써 내려가며 살고 있는 것.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또 이 이야기들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끌어올려질까. 나의 이야기의 끝은 어떤 시작이 될까.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시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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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을 소리 내어 닫은 그날 밤 나는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괴롭히는 것도 같은 느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것은 참으로 슬픈 소리 마침내 떠나갈 때 떠나가는 것이 내는 기척

/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p.31-32)


❝ 행 불행 기쁨 슬픔 기억 망각 삶 죽음 모든 일의 순서는 불현듯 찾아와 이어지지 않았다

/ 「이야기—떨어진 것은 동전이다 그것은 좁은 소리를 따라 굴러갔으며 동그랗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p.46)


 그러니 나는 귀를 보고만 있다. 슬플 만큼이나 어쩔 수 없이. 안락의자에 앉아 있는 귀는 평온해 보인다. 창문으로 비껴드는 사월 만월 빛에 젖어서. 귀는 소리 없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가만히 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으려 한다. 누가 나를 부른 것도 같지만, 귀는 아닐 것이다. 귀는 듣는다. 귀는 말하지 않는다.

/ 「이야기—사월 만월」 (p.52)


 늘 그렇듯 문제는 사랑 때문에 생긴다. 癡情의 결말. 운다고 해결될 리 없는데.

/ 「이야기—밤의 운동장」 (p.56)


 그러나 이야기는 마르지 않는다. 앞의 이야기가 뒤의 이야기를, 뒤의 이야기가 그다음의 이야기를 끌어올린다. 마침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나는 죽음에 이를 것이다. 죽음은 남아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뜻이다. 

/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 (p.116-117)


 그것은 한 이야기의 첫날이고 어떤 이야기의 종점이다. 당장은 지금, 지금의 일이지만.

/ 에세이: 「이야기, 나의 반려伴侶」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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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I

✎ 「이야기—원형」

✎ 「이야기—겨울밤 토끼 걱정」 ⛤

✎ 「이야기—겨울의 모자」

✎ 「이야기—너는 단지 네 불행만을 알 뿐이다」

✎ 「이야기—금」

✎ 「이야기—피를로에 대하여」

✎ 「이야기—우리 모두 우리가 가진 특별한 모습의 희생자다」

✎ 「이야기—차선 긋는 사람들」

✎ 「이야기—水紋」 ⛤

✎ 「이야기—조용히, 심지어 아름답게 무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 「이야기—손바닥만 한 사진 한 장」

✎ 「이야기—지독하게 추웠던 어느 밤」

✎ 「토끼와 고슴도치—이야기」

✎ 「이야기—떨어진 것은 동전이다 그것은 좁은 소리를 따라 굴러갔으며 동그랗고 부드럽게 흔들리다가 마침내 멈추었다」 ⛤


II

✎ 「이야기—사월 만월」 ⛤

✎ 「이야기—확장」

✎ 「이야기—밤의 운동장」 ⛤

✎ 「이야기—한밤의 택시」

✎ 「이야기—대가」

✎ 「이야기—그것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다」 ⛤

✎ 「이야기—겨울 숲의 이아기들」

✎ 「이야기—만단정회萬端情懷」 ⛤

✎ 「이야기—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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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토끼 걱정
겨울밤 토끼 걱정
23-049 | 이유리, 좋은 곳에서 만나요

안온북스 (231021~231023)


❝ 별점: ★★★★☆

❝ 한줄평: 좋은 곳에서 만날 때까지 계속 사랑하기

❝ 키워드: 기다림, 믿음 | 외로움, 고백 | 소원, 끝 | 환생, 사랑 | 영원, 증명 | 불행, 이유

❝ 추천: 오늘을, 이 세계를, 이 세계의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


❝ 사랑은 계속될 것을 믿는다. ❞

/ 작가의 말 | 사랑은 계속될 것을


📝 (23/10/25) 『모든 것들의 세계』가 ‘끝내 사랑을 멈추지 않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사람은 죽어서 무엇이 되며 어디로 가는지’에 관한 작가의 궁금증으로 시작해 결국 사랑이 계속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좋은 곳에서 만나요』 속 이야기들이 정말 좋았다. 이 세계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그리고 그 세계를 이루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유리의 이야기가 좋다.


  죽은 후에도 ‘옮겨지지’ 않고 세계를 떠도는 이들은 ‘좋은 곳’으로 가기 전 뭔가를 해내기 위해 때를 기다리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그 일을 깨닫거나 해내고 진심으로 만족감을 느낄 때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고, ‘좋은 곳’이라고 하는 곳에 가게 되는 듯하다. ‘좋은 곳’으로 간다는 점은 같지만, 그 과정은 매우 다양하다는 것, 언젠가 모든 것은 끝나게 되어 있지만 순간이 영원할 것처럼 지금,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말이, 그리고 인물들을 담아내는 시선이 너무 따스하고 또 사랑스럽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연결고리가 뚜렷하게 보이기도 하고, 살포시 언급되는 정도이기도 한 연작소설이다.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지만 그래도 「이 세계의 개발자」는 마지막 단편이어서 더욱 좋았다. 어서 『브로콜리 펀치』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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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배」 ⛤

: 언젠가 반드시 때가 올 것이라는 견고한 믿음


| 산 사람에게 있어 죽음이란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이지 온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므로, 시간이 오래 지나면 언젠가는 그것을 버릴 수도 있게 된다는 걸 나는 배워 알고 있다.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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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의 질주」

: 도망치고 외면하다 죽은 이가 아직 기회가 남은 이를 응원하는 일


| 어린애를 죽여놓고는 고작 말뿐일 사과도 하지 못해 이다지도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인간, 오직 싫고 곤란한 것을 피할 때에만 온 힘을 짜낼 수 있는 인간인 주제에 그런 멋진 것을 상상했구나.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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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

: 둘이라면 이대로 끝나도 좋을, 세상의 끝에서


| 그랬다. 나는 우리에게 한 달 뒤, 1년 뒤, 10년 뒤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어제가 있었고 그제가 있었던 것처럼 오늘도 내일도 당연하게 올 것이라고.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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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의 생」 ⛤

: 아홉 번째 생에서 얻게 된 사랑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수천만의 행운이 겹쳐 만들어낸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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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소녀」

: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존재할 영원


| 맞아, 언젠가는 모든 것이 끝나.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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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개발자」

: 유한한 삶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일


|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가고 싶던 곳에 가고, 하고 싶은 말을 끝내 하고. 아무튼 원하는 건 거의 비슷한데,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이 또 얼마나 다양한지 몰라. 결코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어쩜 그렇게들 끈질기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지. 맘대로 안 되는데도 어떻게든 저들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애쓰는 게 굉장하기도 하고."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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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에서 만나요
좋은 곳에서 만나요
23-048 | 김지연, 이주혜, 전하영, 소설 보다: 가을(2023)

문학과지성사 (231001~231023)


❝ 별점: ★★★★

❝ 한줄평: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가을과 어울리는 이야기들

❝ 키워드: 반려, 빚, 믿음 | 성장, 이소, 연대 | 단계, 물결, 사랑

❝ 추천: 인간의 다양한 생애 주기를 담은 이야기들이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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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반려빚」


📝 (23/10/05) 빚과 대출 상환금, 신용 점수 등으로 수치화된 믿음과, 그러한 수치로는 절대 헤아릴 수 없는 마음에 대한 믿음. 어느 것이 진짜 믿음이고 가짜 믿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저 다른 종류의 믿음일 뿐이다.


  반려라는 단어가 ‘반려伴侶’ 일 때는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 혹은 항상 가까이하거나 가지고 다니는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배반(반려反戾)과 거절(반려返戾)’(이 계절의 소설 선정의 말 중)의 뜻을 지닌 단어이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반려빚’이라는 단어가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정현은 셈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마음을 다 주어 ‘여생을 맡길 마음까지도 먹었기’ 때문에 ‘서일의 신용 점수를 만점’(p.20)으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셈하고 값을 따져 보’(p.41)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정현은 아직도 서일을 믿고 싶어 하고, 그렇기 때문에 도저히 믿을 수 없다’(p.27)고 한다. ‘반려’가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사랑을 믿는 사람. 결국 정현은 살기 위해 빚에 매달렸고, 또 살기 위해 사랑에 매달렸던 게아닐까. ‘0인 채로 오래 있고 싶다’(p.42)고 했지만, 사실은 희망하고 욕망하는 사람이지 않았을까.


  너무 희망적이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은 결말이 이 글에 딱 알맞은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정현은 다시 ‘0’이 되었지만, 욕망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다시 마이너스로 가기보단 플러스로 갈 수 있지 않을까. 설사 또다시 마이너스의 세계로 빠져버릴 수도 있더라도 욕망하는 삶에서 언제나 좌절과 희망, 그리고 슬픔과 기쁨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그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정현이 새로운 욕망의 대상을 찾을 수 있길, 혹은 새로운 사랑을 찾을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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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혜, 「이소 중입니다」


📝 (23/10/16) ‘이사’도 아니고 ‘이소’? 단어가 궁금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레 뜻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해 글을 읽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단어를 찾아보지 않은 건 좋은 선택이었다.


  번역가, 소설가, 시인(가나다 순)은 각각 상훈(노견), 소리(딸), 노인(이혼한 전남편의 아버지)이라는 ‘짐’을 잠시 내려두고 육지 끝에 사는 철학자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소설이 진행되는 내내 어딘가 불안하고 석연찮은 구석이 있고, 서로 알게 모르게 마음이 맞지 않고, 끝내 ‘그들이 탄 차 앞으로 검은 세단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끼어들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p.85) 사고가 난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보통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뭔가 진행될 듯, 뭔가 밝혀질 듯하면서 결국 아무것도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은 채 육지 끝 철학자의 집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며 ‘~할 것이다’라는 미래형으로 끝나는 이야기. 이들의 여정 자체가 ‘이소離巢’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떠날 이離 새집 소巢. ‘새의 새끼가 자라 둥지에서 떠나는 일’이라는 뜻으로, 어린 새는 살아남기 위해 떠나고, 떠나기 위해 추락하고, 그 과정에서 비상하는 법을 배워 나가는 듯하다. 이는 번역가가 ‘철학자는 왜 육지 끝에서 멈추었을까?’라고 혼잣말한 것에 시인과 소설가가 각각 ‘추락하지 않으려고.’, ‘다시 말해 살려고.’라고 대답하는 것과도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 


  성장은 ‘추락의 반의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성장하기 위해선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 ‘우회하지도 후퇴하지도 않고’ 내일을 향해 곧장 가야 한다는 것. 어쩌면 마지막의 ‘사고’ 또한 그들이 ‘내일’로 향하기 위한 ‘추락’이 아닐까?


  인터뷰에서 작가님이 ‘사람은 ‘다면체’이며 어디서 어떻게 조명을 쏘아주느냐에 따라 꽤 다른 피사체가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작가는 특히 공정한 조명을 쏘아야 하는 책무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 작가는 오히려 ‘주관적으로 자신의 인물에게 조명을 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말이 매우 새롭게 다가왔다.


  서로 아주 잘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같은 길을 함께 떠나며 내일을 기다리는 세 사람의 연대가 좋았다. ‘돌봄’과 ‘연대’, 그리고 ‘상승과 추락’이라는 단어로 살펴보는 ‘성장’의 개념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소설도 좋았지만 인터뷰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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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하영, 「숙희가 만든 실험영화」 ⛤


📝 (23/10/24) 비행공포증이 있는 인물이라니, 시작부터 나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는 인물에 빠져들었다.


  내년이면 앞자리 숫자가 바뀌고, 어떤 친구는 이미 ‘아줌마’에서 ‘할머니’가 되어 ‘삶이 제공하는 이 끝없는 개념적 공격’(p.118)에 억울함과 피곤함을 느끼는 여성 숙희. 숙희의 감정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정상성의 물결’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은 정도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존재하지 않을까. 


  그러나 숙희는 그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것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때론 힘겹고, 외롭고, 지루하고, 또 혼란스럽기도 한 듯하다. 혼자이고 싶지만, 동시에 혼자이고 싶지 않은 기분.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고 싶은 마음’(p.137). 온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숙희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마지막에 숙희가 윤미의 손녀 제인의 ‘조그맣고 따듯한 몸에서 발산되는 예측할 수 없는 활력을 전달받으며 예상치 못한 기쁨’(p.156)을 느끼는 게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숙희가 사랑했으나 잃어버린 온갖 것들’(p.156)은 꼭 숙희가 어떤 물결에 올라타지 않더라도 숙희에게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해서. 우리에겐 다양한 삶의 모양이 있을 수 있고, 각자는 각자의 결말로 향하는 ‘실험영화’를 촬영하며 살아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떤 흐름에 올라타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나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레 흘러가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


(*출판사 온라인 독서모임 후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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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가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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