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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의 기록문학동네시인선 018 (241104~241117)
❝ 별점: ★★★★☆
❝ 한줄평: 시인이 자연으로 아름답게 빚어낸 이 빛나는 시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 키워드: 어둠 | 밝기 | 구름 | 별 | 바람 | 책 | 지문 | 생 | 무늬 | 어둠 | 나무 | 모래 | 사막 | 나비 |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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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무해한 복숭아』를 여름에 읽고 정말 정말 좋았어서 시인의 첫 시집도 기대했는데 이 시집은 또 다른 결로 좋아서 정말 정말 좋았어요. 『무해한 복숭아』가 조금은 슬프지만 다정한 마음과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면, 이 시집은 구름, 별, 바람, 사막 등 자연물이 가득해 흘러오고 흘러가는 것들을 생각하게 했어요.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니 더 좋았던 시집!
✦ 시인의 두 권의 시집이 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두 번째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도 기대되네요. 표지 색도 그렇고, 시 제목과 해설을 보니 봄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아 봄까지 아껴두려고요! 봄을 기다릴 이유가 하나 더 생겨 행복합니다 💖 [📝 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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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는 필라멘트 같은 희망으로 아침을 켤 수 있을지 귀 기울여요 고백하자면 세상을 글로 배웠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면, 오늘의 밝기는 몇 룩스입니까
/ 「점등(點燈)」 부분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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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일수록 별을 아끼는 이유
다가올 문장들이 기록된 문장들의 주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해석에의 동경보다 오독을 즐겨 할 것
언제일까 스스로 귀를 자를, 문장의 시간
/ 「차갑게 타오르는」 부분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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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았다
두 눈을 꼭 감으면 감을수록
떠도는 별들이
동공의 어두운 웅덩이를 찾아와 유성우(流星雨)로 내렸다
밤새 유성우로 내리는 별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면
차가운 호흡과
별들이 돌아가는 시간이 꼭 알맞았다
/ 「별이름 작명소」 부분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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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할 수 없다
꿈꿔야 할 문장은
잠언이 아닌, 모래바람을 향해 눈뜰 수 있는
한 줄 선언이어야 할 것
사막 쪽으로 비껴 부는 바람
/ 「소금사막에 뜨는 별」 부분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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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점등(點燈)」
✎ 「나를 발명해야 할까」
✎ 「바람의 지문」 ⛤
✎ 「구름을 집으로 데리고 가기」
✎ 「차갑게 타오르는」 ⛤
✎ 「누가 나비의 흰 잠을 까만 돌로 눌러놓았을까」
2부
✎ 「벚꽃의 점괘를 받아적다」
✎ 「청진(聽診)의 기억」 ⛤
✎ 「나무의 눈꺼풀」
✎ 「별이름 작명소」 ⛤
3부
✎ 「소금사막에 뜨는 별」 ⛤⛤
✎ 「달로와요」 ⛤
4부
✎ 「살별」 ⛤
✎ 「꽃그늘에 후둑, 빗방울」
✎ 「오래된 근황」
✎ 「꽃씨로 찍는 쉼표」
✎ 「별의 사운드 트랙」 ⛤
✎ 「구름의 프레임」
✎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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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북스 (e-book, 241109~241114)
❝ 별점: ★★★★☆
❝ 한줄평: 어떤 마음, 그리고 어떤 약속
❝ 키워드: 재난 | 식물 | 온실 | 사랑 | 약속 | 기억 | 마음 |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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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초엽 작가님의 첫 장편 소설 『지구 끝의 온실』은 더스트라는 재난으로 멸망한 세계와, 재건 후의 세계를 오가며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 서로를 구하고자 하는 그 마음들, 서로를 기억하며 지키고자 하는 작은 약속,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삶. 이야기가 남긴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 언제나 김초엽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서늘한 것 같으면서도 따스한 온기가 느껴져서 참 좋아요. 차근차근 다른 작품도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 [📝 2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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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모스바나가 무엇인지가 제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에요. 저는 그냥 그곳에서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거예요. 프림 빌리지를 다시 만들 수 없다는 것도, 그런 곳은 오직 프림 빌리지뿐이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식물들을 심었어요. 오직 그것만이 저를 살아가게 했으니까요.”
︎ ✴︎
문득 아영은 레이첼의 눈빛이 어릴 적 정원에서 보았던 지수의 눈빛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후회와 그리움이 섞인, 하지만 고통이라고만은 단언할 수 없는 어떤 복잡한 감정이 그 시선 속에 있었다. 생의 어떤 한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레이첼, 제가 아는 건 한 가지뿐이에요. 지수 씨도 당신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 지수 씨는 식물이 잘 짜인 기계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알려준 사람에 대해 제게 말해주곤 했어요. 정원에서 허공에 흩어지던 푸른빛을 지켜보던 지수 씨를 보면서, 저는 그렇게 한 사람의 평생을 사로잡는 기억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죠. 그때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당신의 마음이 실제로 전부 유도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무엇도 지수 씨의 잘못을 해명해줄 수는 없어요. 어쨌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마음도 감정도 물질적인 것이고, 시간의 물줄기를 맞다보면 그 표면이 점차 깎여나가지만, 그래도 마지막에는 어떤 핵심이 남잖아요. 그렇게 남은 건 정말로 당신이 가졌던 마음이라고요. 시간조차 그 마음을 지우지 못한 거예요.”
︎ ✴︎
무릎을 굽히자 덩굴들이 몸에 닿았다. 아영은 땅에 손을 뻗어 흙의 감촉을 느꼈다. 고개를 숙여 바닥에 귀를 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고, 풀들의 냄새를 맡았다. 언덕 위로 내려앉는 옅은 어둠 속에서, 아주 오래된 감각들이 아영을 끌어당겼다.
이제 아영은 이곳에 있었을 누군가의 안식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해 지는 저녁, 하나둘 불을 밝히는 노란 창문과 우산처럼 드리운 식물들. 허공을 채우는 푸른빛의 먼지. 지구의 끝도 우주의 끝도 아닌, 단지 어느 숲속의 유리 온실. 그리고 그곳에서 밤이 깊도록 유리벽 사이를 오갔을 어떤 온기 어린 이야기들을.
︎ ✴︎
식물의 세계에 어설프게 발을 들이고 보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정말로 식물은 뭐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지구는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말 외계 행성 같다는 것도.
온실의 모순성을 좋아한다. 자연이자 인공인 온실. 구획되고 통제된 자연. 멀리 갈 수 없는 식물들이 머나먼 지구 반대편의 풍경을 재현하는 공간. 이 소설을 쓰며 우리가 이미 깊이 개입해버린, 되돌릴 수 없는,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이곳 지구를 생각했다.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세계를 마주하면서도 마침내 그것을 재건하기로 결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아마도 나는, 그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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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41108~241108)
❝ 별점: ★★★★
❝ 한줄평: 사랑, 결혼, 그리고 보험이라는 키워드를 엮어내는 놀라운 상상력
❝ 키워드: 사랑 | 우정 | 결혼 | 보험 | 약관 | 안심 | 실종 | 미스터리 |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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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고은 작가님의 소설을 읽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데, 이번에도 작가님의 상상력과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을 엮어내는 필력에 감탄하게 되었어요.
✦ 결혼도 보험 대상이 된다고?! 책 속 책인 『안심결혼보험 약관집』을 둘러싸고 안나, 정우, 유리, 그리고 조의 이야기가 매우 빠르게 전개되는데요. 숨이 막힐 듯 아슬아슬한 전개에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릴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어요.
✦ 사랑, 결혼, 그리고 보험이라는 키워드들이 어떻게 엮이는지 궁금하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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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는 이게 막차라고 말해주던가? 지하철 말이야.” 안나가 지하철이 지나간 다리 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아닐걸. 그랬던가? 기억이 안 나. 그땐 시간을 아예 외우고 있었고 요즘엔 어플을 보니까.”
“친절한 기관사들은 말해주기도 했던 것 같아. 그런 적이 있어. 분명히.”
우리는 세상에 그렇게 신호를 보내오는 것이, 미리 보내오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 막차인지 뒤에 무엇이 또 있는지 알 수 없는 세계가 대부분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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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하고 안나는 말했다.
“나는 살아야겠네, 더 열심히.”
어느 밤의 도로에서 정우가 해준 말 위를 이제 안나는 흘러간다. 그 말은 겨우 한 문장 정도였지만 자꾸 불어나고 불어나 안나를 든든하게 채운다. 삶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님을 알아. 먹구름에 가려 일몰을 볼 수 없는 날도 생기고, 애써 준비한 마음이 오해되고 버려지는 경우도 생기겠고, 삶의 타이밍이 늘 한 발 늦을 수 있고, 내 경우엔 미련도 품을 수 없을 만큼 열 발쯤 늦을 때가 많고. 시간 낭비 같은 산책도 많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일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세계가 훼손되고 내 속도가 흔들릴 때도 울지 않을 거라고 말할 자신은 없는데. 그렇지만 무언가를 누군가를 아주 좋아한 힘이라는 건 당시에도 강렬하지만 모든 게 끝난 후에도 만만치 않아. 잔열이, 그 온기가 힘들 때도 분명히 지지대가 될 거야. (p.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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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그 황홀한 조우에 대해 말해주었다. 바닥을 보면 안나의 그림자와 거대한 나무의 그림자가 이미 꼭 붙어 있어서 서로의 실루엣을 무너뜨린 상태가 되어 있다고. 창밖에 바람이 불면 잎사귀의 그림자들은 더 요란하게 흔들리고 그 요동 속에서 그와 안나는 키스를 한다고. 그림자는 실체보다 더 빨리 닿는 거라고.
“성격이 급하구나. 그림자들이.”
“아니, 마음이 너무 넉넉해서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거야. 그래서 빨리 만나지. 내 이야기 속에서도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게 된다. 한 사람이 말하지, 우리 그럼 눈이 녹기 전에 끌어안읍시다. 눈이 있는 동안만 가능한 것처럼 서둘러 끌어안읍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그러는 거야. 그럽시다.”
그리고 둘은 세상에 오롯한 것이란 지금 이 순간뿐인 것처럼 뜨겁게 포옹하는 거라고, 안나가 말했다.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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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240913~241025)
❝ 별점: ★★★★☆
❝ 한줄평: 낮과 밤, 빛과 어둠, 그리고 그림자
❝ 키워드: 여름 | 밤 | 낮 | 그림자 | 장소 | 영화 | 날개 | 모래 | 우주 | 길 | 꿈 | 어둠 |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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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지금처럼 더워지기 전엔 여름 한낮에 걷는 것도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는데요. 이 시집의 제목인 ‘경의선 숲길’도 제가 좋아하던 걷기 코스 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이 시 곳곳에 나오는 이대 앞, 안국, 혜화 로터리 등의 장소들과 경의선 숲길을 걸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더 생생하게 시들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 빛과 어둠, 낮과 밤의 대비가 돋보이는 시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밤의 표면」, 「날개」, 「패티 스미스」처럼 밤을 다루고 있는 시들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 김이강 시인의 시집을 제대로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이 시집에 실린 「트램을 타고」라는 시와 동일한 제목의 시집을 올해 초에 내셨더라고요. 이 시집이 시인의 네 번째 시집으로 알고 있는데, 다음 시집으로 『트램을 타고』를 읽어볼까 해요. [📝 24/11/07]
(*현대문학 핀사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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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에 개를 데려온 사람들이 있다
한 사람이 개를 안고
다른 사람은 곁에 앉고
둘은 서로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랑하면서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개를 안고
비를 바라보는 것 같다
/ 「안국 너머, 공예 박물관, 비는 내리지만」 부분 (p.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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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층되지 않는 밤의 모래 속
우린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장면 속에서 영원히 부는 바람 같고
/ 「밤의 표면」 부분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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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죽점퍼
‘어디야?’ 그에게서 메시지가 온다. 이 세 글자와 물음표가 있으면 그다음엔 장소들로 이어진다. ‘어디야?’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 답을 하고 고개를 드는데 그가 내 앞에서, 내 쪽을 향하여 걷고 있다. 마치 멀리서부터 서로의 모습을 보며 걷던 중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애의 가죽점퍼가 부드러웠다. 오랜만이야 하고 손을 대어보니 그랬다. 반갑다고는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앤 아주 오랫동안 비슷한 얼굴빛이고 목소리나 걸음걸이도 그대로다. 몇 년에 걸쳐 조금씩 ‘어디’로 다가오던 중에 만난 것 같다. 어디야? 물으면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건 신기한 일이다.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고 우린 나란히 선다. 나란히 걸었던 적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늘 짧게 서 있다가 마주 보고 앉았기 때문일 것이다.
/ 에세이: 경의선 숲길을 걷고 있어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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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우리 어째서 한 번에 23초까지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그곳에 가져갔을까?」
✎ 「안국 너머, 공예 박물관, 비는 내리지만」 ⛤
✎ 「밤의 표면」 ⛤
✎ 「날개」 ⛤
✎ 「패티 스미스」 ⛤
✎ 「회합」 ⛤
✎ 「트램을 타고」 ⛤
✎ 「로터리에서 7시 방향」
✎ 「여름 한낮」 ⛤
✎ 「극장을 위한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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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96 (241012~241025)
❝ 별점: ★★★★☆
❝ 한줄평: 마음, 마음, 그리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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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들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하는 시들이 참 좋았던 시집 💚 특히나 양초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첫 번째 시가 정말 정말 좋았어요. 🥹 [📝 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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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아름다운 푸른 불이었다 친구들은 그 아름다움에 뛰어들면서 티셔츠를 입듯 불을 껴안게 되었다 우리는 바다라는 푸른 불을 몇겹이나 입을 수 있었다
/ 「어두워지는 푸른 불」 부분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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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받은 바다가 파도에 부서지는 장면을 가족과 오래도록 보았다. 파도가 거듭될수록 하얀 포말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비슷한 장면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가족들의 심장은 같은 속도로 뛰는 걸까, 생각하다가
나의 심장이 한번도 정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곳이 어두워질 때 한낮이 펼쳐지는 지구 반대편에서
함께 마라톤을 뛰는 사람들의 심장 박동이 비슷해진다는 것이
영화를 함께 보는 두 사람이 같은 호흡이 되어간다는 것이
/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부분 (p.48)
✴︎
내게 찾아온 것들이 가끔은 믿기지 않을 때가 있지.
내 방 책상 위를 올라가기를 즐기는 고양이가 우리 집 앞을 서성거렸던 오후와
서랍의 엽서를 꺼내면 이국의 바다에서 나에게 미소를 짓던 사람의 파란 눈동자를 떠올릴 수 있는 여름같이
그렇게 어떤 하루는
믿을 수 없는 마음으로 누군가 내게 남긴 선물 같지.
/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부분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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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제1부
✎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
✎ 「어두워지는 푸른 불」 ⛤
✎ 「파피루아」
✎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 「민무늬 탁자」
✎ 「물고기 숲」
✎ 「유성」
✎ 「소원」 ⛤
✎ 「나무들의 마을」 ⛤
✎ 「우리의 바보 같은 마음들」 ⛤
제2부
✎ 「단 하나의 영상에서 돌고 도는 기념일」
✎ 「모두 다른 눈송이에 갇혀서」
✎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
✎ 「엄마의 정원」
✎ 「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
✎ 「우산들」
✎ 「단순하지 않은 마음」 ⛤
제3부
✎ 「함박눈」
✎ 「어디선가 하얀 집이 지어지고 있다」
✎ 「말차의 숲」 ⛤
✎ 「우리가 모르는 수십억개의 계단들」
✎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괜찮지만, 그 마음만은 가지지 말아줘」
✎ 「빛은 나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기차」 ⛤
✎ 「희망」 ⛤
제4부
✎ 「우리는 1층에서 자유로워」
✎ 「투명한 원」
✎ 「그 돌을 함부로 주워 오지 말아줘」 ⛤
✎ 「공룡 같은 슬픔」
✎ 「유령들의 드럼」
✎ 「비행하는 구름들」
✎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것」 ⛤
✎ 「너의 신비, 그것은 세계의 신비」
✎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
✎ 「단 하나뿐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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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 시집 40 (240901~240924)
❝ 별점: ★★★★☆
❝ 한줄평: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이 되는 사람의 시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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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외투』 리뷰에서 시인은 일상에서 내내 말과 단어, 언어에 대해 생각하며 시와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다고 썼었는데, 이번 시집은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이 되는 그런 모습들이 특히나 더 눈에 들어왔어요.
✦ 특별히 더 마음에 들었던 1부와 4부의 시들. 생각날 때마다 들여다보고 싶은 시들이 참 많았어요. 김은지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특별함이라곤 도무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나의 일상도 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요.
✦ 임지은 시인의 발문도 정말 정말 좋았어요. 시인의 발문 속 문장을 가져와 김은지 시인에게 하고 싶은 말. ‘그래서 나는 당신이 아주 오래 시를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 24/09/24]
(*구리인창도서관 시인과 함께 걷는 길, 시시때때로 필사 챌린지 참여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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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을 쓰고
파란 타일을 보며 물장구를 치고 있으면
상관없어져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의 생각 같은 거
“비행의 경험이 낯설던 당시에 파리 하늘을 지나며 이중의 무지개와 비구름을 기록한 산문이 있다”
수영한 날 읽는 문장은
검은색이지만 투명하고
수면의 빛처럼 흔들린다
/ 「수영하고 나서 읽는 문장」 부분 (p.26)
✴︎
회의를 마치면
나는 창 속으로 걸어 들어가
투명한 파도가 쏟아지는 하얀 모래를 밟거나
푸른 오로라가 쏟아지니까
반팔 티셔츠를 입고
반바지를 입었지만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차피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면
우리는 어제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 「오로라를 보러 간 사람」 부분 (p.58-59)
✴︎
생강홍차에 대한 시는 잘 써지지 않았다
오래 다시 썼다
생강홍차에 대한 시가 잘 써지지 않아서
계속 계속 고치다가
그해 겨울을 달고 따스하게 보냈다
/ 「퇴고 못해도」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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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상자의 크기처럼 소원의 크기도 골고루
✎ 「네 번 환승해서 탄 전철에는 웹툰 읽는 할머니」
✎ 「눈 조금 내릴 수 있을까요」
✎ 「따뜻한 꿀물을 주머니에 넣으면 천천히 식는다」 ⛤
✎ 「빔포인터」
✎ 「수영하고 나서 읽는 문장」 ⛤
✎ 「심장처럼 생긴 과일」 ⛤
✎ 「기적이 일어났는데도 모르고」
✎ 「기억 경쟁」
✎ 「개화 시기」 ⛤
✎ 「굴뚝빵」
2부 연둣빛 소설을 꺼냈다
✎ 「곰에게도 안경을 씌워주었다」 ⛤
✎ 「언니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 「오로라를 보러 간 사람」 ⛤
✎ 「거대한 건물이 아이들을 위해 냉방을 가동하고 있지만」
✎ 「가방을 선물 준 친구」
✎ 「가까운 미래 공원」 ⛤
✎ 「우리」 ⛤
✎ 「가을 다음 여름」
3부 어떤 말은 잠깐만 비밀
✎ 「토마토 빙수」 ⛤
✎ 「굿즈 나눔」 ⛤
✎ 「게시물 보관」
✎ 「미움받을 용기 냈다가 진짜로 미움받을 때」
✎ 「저작권이 있는 패턴」
✎ 「고양이 등장시키기」 ⛤
4부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 「퇴고 못해도」 ⛤
✎ 「자꾸 쓰게 되는 우산」 ⛤
✎ 「며는」
✎ 「돌고래도 장미를 좋아할 것인가」 ⛤
✎ 「뒷모습을 천천히 용기 낼 시간」
✎ 「무릎 보호대」 ⛤
✎ 「쇼츠」
✎ 「접시」
✎ 「아주 커다란 잔에 맥주 마시기」
✎ 「입장권」 ⛤
✎ 「로봇 중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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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80 (240825~240914)
❝ 별점: ★★★★★
❝ 한줄평: 가만가만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시의 손길을 느끼며 꿈속으로
❝ 키워드: 여름 | 언덕 | 바다 | 꿈 | 잠 | 포근 | 쓰다듬기 | 파도 | 시간 | 사랑 | 마음 | 눈물 | 슬픔 | 열매 | 하늘 | 일렁임 |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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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처럼 밤새도록 가만가만 이마를 쓰다듬어주어서 꿈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듯한 시의 손길이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아껴가며 읽은 시집이에요. 안희연 시인이 추천사를 써주셨는데 몇몇 시어들에서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의 시들이 떠오르기도 해서 시 읽는 시간이 더욱 행복했어요.
✦ ‘물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자갈이 동그란 모양을 가지게 될 만큼 길고 지루한 시간의 나선을 따라서 모든 것이 우리를 지나가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파도의 법」 부분, p.26-27)라서, ‘잠이 온 것인지 꿈이 온 것인지 모른 채’(「고요의 바다」 부분, p.64) 그 사이 어딘가를 헤매는 화자는 ‘꿈을 꾸며 모든 길을 다 돌아 나온 뒤에야 꿈의 길을 지나 잠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꿈은 잠에서 나오는 문이라는 것을’(「Jazz Chill」 부분, p.82-83) 알게 되는데요. 몽롱하게 꿈인지 현실인지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가만가만 이마를 쓸어주는 손길에 잠인지 꿈인지 모르는 것으로 다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 진짜 진짜 엄청나게 사랑하게 된 시집. 시인의 다음 시집이 완전 기다려져요 💚 [📝 2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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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기쁨만을 알게 해줘요 당신은 언덕에 올라오고 싶지만 언젠가 도착하고 싶지는 않고 조금은 발을 멀리 뗀 채로 그래야만 바다에 떠밀려 젖지도 않고 그렇다고 발 딛고 살아갈 용기는 없는 그렇게 언덕에 닿지는 못한 채로
영원히 언덕을 올라가고만 싶은 사람으로
그렇게 남아주세요
/ 「춤」 부분 (p.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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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 밀려오는 것들을 보고 있을 때. 자갈이 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파도의 법이었다. 물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남해에서 아주 멀어진 뒤였다. 자갈이 동그란 모양을 가지게 될 때까지. 자갈이 물 위로 숨을 쉬는. 길고 지루한 시간의 나선을 따라서. 모든 것이 우리를 지나가고 난 뒤였다.
/ 「파도의 법」 부분 (p.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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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온 것인지 꿈이 온 것인지 나는 모른다
오랜 꿈의 말로는 바다를 보는 것이었지 푸른 바다가 밑으로 흐르며 햇빛에 빛나고 있는 장면 곧 세상이 바다에 잠긴다고 하던가 약속된 시간에 밀려오기로 한 바다를 바라보는 건 아름답고 다급하고도 평화로운 일이었는데
/ 「고요의 바다」 부분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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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 거야. 어디서 흐르는 거야. 어딜 가야 시간 위에 올라탈 수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은 시간과 같이 흐르고 있는 거야. 시간 위에 마음이 잘 앉아 있는 거야? 마음 위에 시간이 잘 앉아 있는 거야? 어딜 가야 시간 위에 올라탈 수 있니. 어딜 가야 마음 위에 시간을 올려주니.
/ 「우린 너보고 기다리라고 말한 적 없어」 부분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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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제1부
✎ 「한낮의 틈새」 ⛤
✎ 「춤」 ⛤
✎ 「BIRD FEEDING」
✎ 「믿음의 계보」 ⛤
✎ 「카프카의 집」
✎ 「성」
✎ 「파도의 법」 ⛤
✎ 「하루의 말」
✎ 「고양이가 있는 그림」
✎ 「그 여자의 마당」
✎ 「Melodramatic Epiphany」
✎ 「8월」 ⛤
제2부
✎ 「미주의 노래」 ⛤
✎ 「Morning Blue」 ⛤
✎ 「무게가 있는 영혼들의 소원」
✎ 「슬퍼하는 방」 ⛤
✎ 「도대체 언제」
✎ 「부유하는 날들」
✎ 「관성」 ⛤
✎ 「구름과 나」
✎ 「놀이가 끝나고 난 뒤」 ⛤
✎ 「。.゚: •^•:゚ 。」 ⛤
✎ 「고요의 바다」 ⛤
✎ 「낮게 부는 바람」 ⛤
제3부
✎ 「내일은 눈사람의 손을 만들어줘야지」
✎ 「우린 너보고 기다리라고 말한 적 없어」 ⛤
✎ 「서울에는 비가 내려」 ⛤
✎ 「응달」
✎ 「다른 길」 ⛤
✎ 「Jazz Chill」 ⛤
✎ 「Blue Room」 ⛤
✎ 「춘분」 ⛤
✎ 「마시멜로우 시리얼」 ⛤
✎ 「In your eyes」
✎ 「두고 온 사람」 ⛤
제4부
✎ 「레몬그라스」
✎ 「불의 꽃」
✎ 「플라밍고가 춤을 추는 더러운 호수」
✎ 「Over Bath Time」 ⛤
✎ 「무너지는 세상에 같이 있어요」
✎ 「자유가 있는 숲길 2」
✎ 「자유가 있는 숲길 3」 ⛤
✎ 「조각배」
✎ 「Psalms」 ⛤
✎ 「다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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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240825~240904)
❝ 별점: ★★★★
❝ 한줄평: 사랑과 이별은 왜 공존해야만 하는지
❝ 키워드: 매혹, 극복 | 사랑, 이별 | 관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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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예소연의 「그 개와 혁명」 한 편이 너무 압도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상대적으로 그 앞뒤의 단편 두 편은 좋았음에도 엄청 인상적으로 남진 않은 이번 소설 보다 여름. 소설 보다 시리즈와 다른 앤솔러지에서 읽은 예소연 작가님 단편이 거의 다 좋았어서 이번에 출간된 작가님의 단편집 『사랑과 결함』을 꼭 읽어보려고요! [📝 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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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은 어떻게든 아빠를 살리고 싶어서, 그 마음이 남아 있어서 아마 꿋꿋이 태수 씨라고 불렀을 거예요. 하지만 누구보다 태수 씨를 아빠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일 거고요. 「사랑과 결함」(『소설 보다: 봄 2023』) 속 고모도 어린 성혜에게 항상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죠. 그때도 저는 고모가 ‘순정’이라는 자기 이름을 아이로부터 직접 듣고 싶어서 그런다고 생각했어요. 이름 부르기.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다감한 의지의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 예소연×홍성희,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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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운명은 이별을 가혹하게 강요하고 세상은 절차라는 명목으로 자꾸 사랑을 궁지로 몰아버립니다. (...) 그런데 이렇게 궁지에 몰릴수록 사랑의 파장은 더욱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신기해요. 이 소설의 힘이 있다면 그런 데서 오는 것 같아요. (인터뷰 예소연×홍성희,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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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들은 계속하여 바닥에서 솟아난다. 휙 날아오른다. 물처럼 보이는 것, 물은 아닌 것, 그 안에서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모양들을 함께 지켜본다. 반구 형태로 부풀어 오르더니 반짝이다가 터진다. 서로 엉겨 붙는다. 나뉘어 떨어진다. 수면으로 올라가면 사라진다. 드물게 잔 밖으로 튀기도 한다. 밖으로 튄 방울은 손등에 스민다. 나는 반복한다.
“날아다니고 있어요.”
우리는 그것을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그 움직임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는다. 눈을 뗄 수가 없다. (「천사들(가제)」,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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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240831~240831)
❝ 별점: ★★★★★
❝ 한줄평: 한순간 전율하게 되는 제목의 의미
❝ 키워드: 정신적 병력 | 저주 | 운명 | 종말 | 최후 | 예지력 | 통찰 | 결함 | 불확실 | 생각 | 감정 | 욕망 | 질투 | 예외 | 환영 | 환상 | 희망 | 사랑 | 혐오 | 광채 | 두려움 | 비밀 | 그림자 | 베일 | 불행 | 증오 |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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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하며 읽어 내려갔는데, 그 의미가 밝혀지는 장면에서 짜릿한 전율을 느꼈어요! 80쪽도 안 되는 짧은 소설이라서 사전 정보 없이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지 엘리엇의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네요 ㅎㅎ 사랑하는 연인만 제외하고 모든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 오직 사랑하는 연인의 생각과 감정만을 읽을 수 있는 것, 이 책을 읽을 분들은 어떤 쪽을 택하실지 궁금하네요. [📝 24/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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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봐야 하는 데서 오는 피로감과 혐오감은 오직 버사에 대해서만큼은 무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어느 정도 상쇄가 되었다. 그러나 단지 그런 까닭에 호감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버사가 베일에 싸인 덕분에 나의 열정이 서서히 커진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버사는 예지력이라는 끔찍한 사막 한가운데에 위치한 신비한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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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사 그랜트가 내 앞에 처음 등장했을 당시 내가 보았던 환영이 현실로 이뤄졌음을 깨닫고 나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미래의 끔찍한 환영은 그저 병약한 마음이 만들어 낸 환상에 불과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실재와는 아무 상관도 없었으면 하고 허망한 희망을 품게 되었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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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달콤한 환상은 장식용 반짝이 조각, 깨진 유리잔, 넝마가 만들어 내는 색감처럼 그저 의식적인 환상에 불과하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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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시의적절 7월 (240801~240831)
❝ 별점: ★★★★☆
❝ 한줄평: 계속 사랑할 것, 계속 쓸 것을 작게 고백하는 사람의 이야기
❝ 키워드: 삶 | 마음 | 사람 | 여름 | 시 | 고백 | 비밀 | 감정 | 시선 | 구원 | 결심 | 이야기 | 생각 | 인생 | 문학 | 사랑 | 시인 | 실패 | 기회 | 꿈 | 시론 | 여백 | 축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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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하루 한 편 읽고 필사도 하며 아껴 읽은 난다의 시의적절 7월 황인찬 시인의 산문집. 대부분의 글이 다 좋아서 하루 한 편씩 아껴 읽기가 힘들었는데 시인이 친구의 결혼을 위해 쓴 축시 「미래의 책」(7월 30일 글)과 그 축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7월 31일 글) 이 두 글이 진짜 좋아서 만약 앞부분에 실려 있었다면 못 참고 책을 단번에 읽어버렸을 것 같아요 🥹
✦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이란 제목이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시를 사랑하고, 사랑으로 시를 쓰는 사람. ‘사랑이란 함께 꿈꾸는 일이고, 사랑과 더불어 시 또한 또 다른 미래를 그리며 함께 행복한 순간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p.244)는 사람. ‘나의 장래 희망은 계속 사랑하기, 그리하여 계속 써나가기’(미래를 상상할수 있도록, p.244)라는 사람. 이렇게 작게 고백하는 사람의 시와 글을 사랑할 수밖에 없네요. [📝 24/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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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멈춰 있다
파도는 움직이고 있다
우리 꼭 살아서 다시 만나요
파도치는 바다를 뒤로하고 그 사람이 말했는데
그때 하늘은 정말 어둡고 내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 7월 22일 시 | 「애프터 레코드」 부분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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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는 무엇일까. 시란 멀어지는 것이다. ‘너’가 선행하지 않으면 ‘나’가 불가능하듯이, 의미는 차이가 없으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시란 동일성의 세계로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불가능이 욕망을 낳는 것이다. 그 횡단 불가능한 간극이 운동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사랑 노래와 연애시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너와의 합일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이다. 사랑 노래가 꿈꾸는 것은 폐쇄된, 그러나 완전한 세계이지만 연애시가 그리는 것은 사랑의 불가능으로 인해 가능해지는 세계의 개방이고 개진이다.
/ 7월 25일 에세이 | #not_only_you_and_me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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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바라는 대로만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서, 가끔은 슬퍼하거나 괴로운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 그럼에도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꿈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그것이 사랑의 가장 멋진 점 아니겠는가.
/ 7월 31일 에세이 |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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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글
✎ 7월 1일 에세이 | 여름의 오리들아 하천의 오리들아
✎ 7월 3일 시 | 여름의 빛 ⛤
✎ 7월 4일 에세이 | 시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기 ⛤
✎ 7월 5일 시 | 고백 이야기 ⛤
✎ 7월 7일 시 | 이름 이야기 ⛤
✎ 7월 9일 에세이 | 이수명 시인께
✎ 7월 12일 시 | 생각 멈추기 ⛤
✎ 7월 14일 에세이 | 언제나 시에는 현관이 있고
✎ 7월 15일 시 | 어깨에 기대어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
✎ 7월 18일 시 | 인생 사진 ⛤
✎ 7월 19일 에세이 | 문학 공동체의 선 ⛤
✎ 7월 20일 시 | 괴물 이야기 ⛤
✎ 7월 22일 시 | 애프터 레코드 ⛤
✎ 7월 25일 에세이 | #not_only_you_and_me ⛤
✎ 7월 27일 에세이 | 말하지 않으면 슬프지도 않지만
✎ 7월 28일 에세이 | 시간을 달리지는 못하겠지만
✎ 7월 30일 시 | 미래의 책 ⛤⛤
✎ 7월 31일 에세이 |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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