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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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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 | 백은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현대문학 (240818~240824)


❝ 별점: ★★★★

❝ 한줄평: 기억하지 못할 장면들이 펼쳐지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 키워드: 천사 | 죽음 | 노래 | 시간 | 공포 | 어둠 | 아픔 | 사랑 | 슬픔 | 밤 | 상자 | 울음 | 영혼 | 나무 | 불 | 빛 | 눈 | 편지 | 숲 | 비밀 | 꿈 | 모자 | 구름 | 잠 | 시 | 미움 | 하늘 | 영원 | 외로움 | 위로 | 대칭 | 소리 | 이해 | 눈물 | 침묵 | 소란 | 기다림 | 기분 | 망각 |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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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속의 한 구절 한 구절은 정말 좋았는데 시 한 편 한 편은 생각보다 읽어내기 어렵고 갈피가 잘 잡히지 않았던 시집이었어요. 시집의 제목처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같은, 읽고 난 후엔 어떤 점이 참 좋았다고 선명히 기억하지 못하는 구절들이 흩어지는 그런 첫인상을 남긴 시집이었네요. 


✦ 빛과 어둠, 슬픔과 아픔, 기다림과 외로움 등이 가득한 그런 시들이 시인의 에세이 ‘月皮’로 이어지는 듯했어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었고,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했다’(에세이, p.187)는 시인의 마음을 온전히 다 알 순없었지만, 그런 시인의 시를 더 읽어보고 싶고, 더 잘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24/08/27]


(*현대문학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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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는 날면 안 돼요?

 그날 너의 마지막 질문이 아주 오래 마음속에 남았단다. 그 말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단다.

/ 「조롱」 부분 (p.31)


✴︎

 슬픔은 늘 채 말해지지 않은 상태로

 각자의 심장 속에서

 홀로 얼어붙고 있다


 하늘, 봄, 사랑


 세 개의 이름이 있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 「조롱」 부분 (p.38)


✴︎

 아버지, 삶이 너무 길어요 

 인생은 형벌 같기만 하고 

 하루하루 불 속에서 불을 기다리는 기분

/ 「불가사의, 여름, 기도」 부분 (p.53)


✴︎

 나는 네가 아니다 너도 내가 아니지 그걸 몰랐어 응 몰랐다 나는 열심히 네가 되려고 애를 쓰고 또 썼어 네가 나처럼 애쓰지 않는 게 너무 미웠다

/ 「비좁은 원」 부분 (p.73)


✴︎

 대비되는 말들이 아니라 한통속인 말들

 순간과 영원 빛과 어둠 그런 거 있잖아

 어깨를 마구 흔들어 깨워 밤새도록 네게 늘어놓고 싶어

/ 「프랙탈」 부분 (p.128)


✴︎

 쓰고 싶다. 좋은 시를. 그것이 유일한 소망이었어. 그것만 생각했어. 잘 때도 걸을 때도 씻을 때도 노래할 때도 기차에서도 버스에서도 울면서도 생각했다. 웃음 속에서도. 무엇이 좋은 건지도 모르면서. 그 열망에 사로잡혀서. 미쳐서.

/ 에세이: 月皮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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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조롱」 ⛤

✎ 「네온사인」

✎ 「불가사의, 여름, 기도」 ⛤

✎ 「빛 속에서」

✎ 「비좁은 원」

✎ 「실비아에게서 온 편지」

✎ 「Järpen」 ⛤

✎ 「여의도」

✎ 「엔트로피」 ⛤

✎ 「침묵과 소란」

✎ 「프랙탈」 (p.126) ⛤

✎ 「여름과 해와 가장 긴 그림자와 파괴에 대하여」

✎ 「나는요」 ⛤

✎ 「바구니 속의 토끼」

✎ 「Scream with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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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24-079 | 김은지, 여름 외투

문학동네시인선 193 (240818~240821)


❝ 별점: ★★★★★

❝ 한줄평: 평범한 단어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랑스러운 시인

❝ 키워드: 단어 | 언어 | 생각 | 밤 | 시 | 존재 | 슬픔 | 말 | 소리 | 꿈 | 동화 | 사랑 | 상상 | 자연 | 감정 | 이름 | 종이 | 이유 | 취향 | 빛 | 행복 | 책 | 편지 | 기분 | 우주 | 숙제 |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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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어 공부를 하며 싫다는 뜻의 글자에 들어간 여자 부수에 대해 생각’(「1월의 트리」 부분, p.12)해보고, ‘단어들의 자리를 고민’(「여름 외투」 부분, p.22)하고, ‘단어들의 이름을 풀어 생각’(「여름 외투」 부분, p.23)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소리 줌인」 부분, p.34),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고’(「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부분, p.59), ‘뒤척이다 일어나 아무렇게나 꿈 묻은 말들을 써보고’(「종이 열쇠」 부분, p.74), ‘편지를 쓰고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에 기뻐하고’(「초여름」 부분, p.96), ‘제목에 끌린 시를 몇 편 읽다가 시를 써야 한다는 걸 깨닫는’(「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부분, p.78) 사람. 시인은 일상에서 내내 말과 단어, 언어에 대해 생각하며 시와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 시는 너무도 다정하고 온화하고 따스해서 ‘여름 외투’처럼 살포시 우리를 감싸주는 듯해요. 또 김은지 시인의 친구 이소연 시인이 쓴 발문이 이 시집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요. ‘김은지는 단어에 누군가의 마음이 깃들 수 있다는 걸아는 사람처럼 단어를 대한다. 은지가 어떤 단어에 대해서 말하면 그 단어가 만져진다.’(p.120)라고 말하거나, ‘김은지는 단어로 시의 손잡이를 만들고 평범한 단어도 특별하게 만든다.’(p.124)고 말하는 이소연 시인의 애정 어린 따뜻한 시선이 시를 다시 차근히 살펴보게 하더라고요.


✦ 추위를 많이 타서 여름엔 여름 외투를 꼭 챙겨 다니곤 하는데요. 이 시집도 여름 외투처럼, 마음을 감싸주는 포근함이 필요할 때 가방 한구석에 꼭 챙겨 다니고 싶은 그런 사랑스럽고 싱그러운 시집이었어요 💚[📝 24/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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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밤은

 차가운 밤은 참

 깊이 내려앉는 것만 같고


 오늘 내 기분은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은데


 차가운 밤은 참

/ 「차가운 밤은 참」 부분 (p.20)


✴︎

 내가 쓰고 싶은 건 

 여름 외투

 겨울보다 추운 실내에서

 어깨를 감싸주는 

 그런

 시

 / 「여름 외투」 부분 (p.23)


✴︎

 감정은 외면한다고 해서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름을 붙여주면 도움이 됩니다

/ 「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부분 (p.59)


✴︎

 이름을 봐도 떠오르지 않는 사람의 시를 

 이제 상자에 넣으려고 하는데


 밝은 교실

 어두운 창밖

 사람들의 진지한 등


 그 시를 읽었던 계절과 공간이

 종이 한 장에 다

 불려온다

/ 「종이 열쇠」 부분 (p.7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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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시의 제목을 오독한 후 그 시가 더 좋아지고

✎ 「1월의 트리」 ⛤

✎ 「여권」

✎ 「어제 새를 봤어」

✎ 「차가운 밤은 참」 ⛤

✎ 「여름 외투」 ⛤

✎ 「만일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 「등 축제」 ⛤

✎ 「털모자의 보풀을 떼어내는 20분」

✎ 「슬픔과 기쁨의 개 인사」 ⛤

✎ 「소리 줌인」 ⛤


2부 | 제가 준비한 건 평범한 거예요

✎ 「정미」 ⛤

✎ 「개별 토끼」 ⛤

✎ 「한두 개」

✎ 「위생 장갑—김을 좋아하고 몇 주째 김을 생각합니다」 ⛤

✎ 「굴」

✎ 「앨범」 ⛤

✎ 「반깁스」

✎ 「작년 신상 티브이」

✎ 「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

✎ 「두 개의 달이 있고 세번째 달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물다」

✎ 「포도」 ⛤


3부 |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열매를 줍고 자리를 맡고

✎ 「종이 열쇠」 ⛤⛤

✎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 「고궁의 타임랩스」

✎ 「친구의 취향」

✎ 「타이레놀에 대한 어떤 연구」

✎ 「증폭」 ⛤

✎ 「어제보다 7도 높아요」


4부 | 너무 쉽게는 말고 좀 어렵게 찾아졌으면 해

✎ 「초여름」 ⛤⛤

✎ 「거대하고 같은 시계」

✎ 「그 영화는 좋았다」 ⛤

✎ 「비타민D」

✎ 「가게 보기」 ⛤

✎ 「매일 마침내」

✎ 「과학 독서 모임」

✎ 「중간고사」 ⛤

✎ 「새로운 그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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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외투
여름 외투
24-078 | 사이하테 타히,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마음산책 (240801~240818)


❝ 별점: ★★★★☆

❝ 한줄평: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도 아름다움과 사랑을 찾아

❝ 키워드: 도시 | 밤 | 블루 | 사랑 | 세상 | 외로움 | 죽음 | 고독 | 우주 | 달 | 별 | 삶 | 사람 | 영원 | 평화 | 불행 | 꽃 | 끝 |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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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블루의 시」 부분, p.13)지만, 끝없는 어둠으로 침잠하기보다는 빛을 향해 나아가며 ‘어디에선가 희망과 사랑이 숨 쉬고 있음’(「조각칼의 시」 부분, p.27)을 믿는 시들.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당신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시인의 말 부분, p.101)는 시인. ‘밤은 그 크기를 알 수 없고, 어둠은 무한대이며, 우리는 밤의 크기만큼 무한한 재능을, 어둠만큼 측정 불가능한 가능성을 가졌다’(옮긴이의 말 부분, p.115)는 번역가. 모든 것이 짙은 블루빛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조화된 그런 시집이었어요. 정수윤 번역가님이 번역하신 시집들이 다 좋았어서 사이하테 타히 시집도 기대됐는데 역시나 최고! 마음산책에서 나온 다른 두 권의 시집도 읽어보려고요 ㅎㅎ [📝 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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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를 좋아하게 된 순간, 자살한 것이나 마찬가지야.

 손톱에 칠한 색을, 너의 몸속에서 찾아보려 한들 헛일이겠지.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다.

 네가 가여워하는 너 자신을,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한,

 너는 분명 세상을 싫어해도 좋다.

 그리고 그러하기에, 이 행성에, 연애 따위는 없다.

/ 「블루의 시」 (p.13)


✴︎

 널 만나지 않아도 어딘가에 있을 테니, 그걸로 됐어.

 다들 그렇게 안심해버린다.

 물처럼, 봄처럼, 너의 눈동자가 어딘가에 있다.

 만나지 않아도 어디에선가, 

 숨 쉬고 있다, 희망과 사랑과, 심장이 뛰고 있다,

/ 「조각칼의 시」 부분 (p.27)


✴︎

 사랑해 그걸로 충분한 고독 따위 내게 없다.

 나를 가엾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이곳은 아직 상냥한 세계.

 전 인류, 나를 위해 태어난 걸 축하해.

/ 「대나무」 부분 (p.51)


✴︎

 꽃은 지더라도 죽지 않고, 잊을 만하면 다시 피어 이쪽을 본다. 우리는 외로워서 사라지고 싶어도, 한 번 사라지면 영영 못 돌아와.

/ 「4월의 시」 부분 (p.76)


✴︎

 타인의 언어는 결코, 나의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홀로, 밤을 읽지 않기로 한다.

/ 「공백의 시」 부분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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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블루의 시」 ⛤

✎ 「아침」

✎ 「행성의 시」 ⛤

✎ 「달 표면의 시」

✎ 「미즈노 시즈의 시」

✎ 「조각칼의 시」 ⛤

✎ 「될 대로 되라」

✎ 「별」 ⛤

✎ 「신주쿠 동쪽 출구」 ⛤

✎ 「귀여운 평범」 ⛤

✎ 「아름다워서 좋아」

✎ 「프리즘의 시」 ⛤

✎ 「차가운 경사」 ⛤

✎ 「대나무」 ⛤

✎ 「눈雪」

✎ 「책갈피의 시」

✎ 「일본어」 ⛤

✎ 「봄 내음」 ⛤

✎ 「공기의 시」

✎ 「조가비의 시」 ⛤

✎ 「어느 CUTE」

✎ 「4월의 시」 ⛤

✎ 「헤드폰의 시」 ⛤

✎ 「공백의 시」 ⛤

✎ 「꽃밭」

✎ 「자각」 ⛤

✎ 「사람의 시」

✎ 「이제 끝이야」

✎ 「블랙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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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밤하늘은 언제나 가장 짙은 블루
24-077 | 앨릭스 E. 해로우, 재뉴어리의 푸른 문

밝은세상 (240807~240815)


❝ 별점: ★★★★☆

❝ 한줄평: 문이 열리는 순간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

❝ 키워드: 문 | 세상 | 경계 | 이야기 | 모험 | 도피 | 보물 상자 | 책 | 포털 | 상상 | 이방인 | 변화 | 갈망 | 방랑자 | 약속 | 희망 | 꿈 | 사랑 | 운명 | 비밀 | 진실 | 규칙 | 믿음 | 질서 | 균열 | 일탈 | 무질서 | 자유 | 지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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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와 『끝없는 이야기』  등의 책을 읽으며 주인공이 문 안 혹은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된 후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에 감탄하고 또 환상의 모험을 떠나는 주인공을 동경했었던 즐거운 기억이 있어요.


✦ 앨릭스 E. 해로우의 데뷔작 『재뉴어리의 푸른 문』은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과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 속의 책,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두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도서 협찬 제안을 주셨을 때 망설임 없이 읽기로 했습니다.


✦ 엄마가 없는 유색인 여자 아이. 로크 씨와 함께 지내며 ‘비주류로 주류의 세계에 편입되고자 애쓰는’ 재뉴어리 스칼러. 로크 씨는 규칙과 질서의 세계에 재뉴어리를 가둬두고자 하지만 재뉴어리는 모험, 일탈, 무질서, 변화, 그리고 자유를 갈망하죠.


✦ 《일만 개의 문》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재뉴어리의 이런 갈망은 점차 더 커지게 되고 재뉴어리는 우연히 글로 현실을 바꾸고 문을 열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로크 씨와 협회는 재뉴어리를 가둬두려 하고요.  


✦ 가두고, 탈출하고, 쫓고, 쫓기는, 숨 막히는 도망과 추격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어요. 내적 비명을 지르기도 하며 제발 붙잡히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재뉴어리의 여정을 따라가게 되었답니다.


✦ 이 책에서 문이라는 포털은 주류와 비주류, 질서와 무질서, 억압과 자유, 규칙과 일탈의 경계가 되는 분기점이기도 하면서 한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 진실된 믿음과 사랑의 힘으로 문을 열고, 통과하고, 또 닫기도 하며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멋진 사람 재뉴어리의 모험을 더 많은 사람이 읽어주면 좋겠단 마음이 들어요.


✦ 원제는 ‘The Ten Thousand Doors of January’인데 저는 ‘재뉴어리의 푸른 문’이라고 번역한 게 더 신비로운 느낌을 주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거 같아서 좋았어요 ㅎㅎ 표지 그림의 푸른 문과도 잘 어울리고요!


✦ 책날개에 ‘어린 시절 우리를 매혹시킨 동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느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데, 정말 공감이 됐어요. 이 책을 읽으며 환상적인 세상과 이야기로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잠깐이나마 다시 돌아간 기분을 느꼈거든요. 


✦ 판타지, 모험 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잔잔하게 로맨스 요소도 깔려 있고 사랑에 관해서도 많이 이야기한다는 점 때문에 더 좋았어요! 긴장감을 조금 완화해 주고 숨 돌릴 틈이 생겨 좋았습니다 ㅎㅎ


✦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한 이야기에 기승전결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찾아보니 작가님이 꾸준히 책 집필하고 계시고 곧 새 책도 출간하시는 것 같은데 다른 작품도 번역돼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ㅎㅎ [📝 24/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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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이야기를 고고학 현장처럼 접근하고, 층층이 쌓인 먼지를 꼼꼼하게 털어낸다면 그 안에 늘 문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 문은 여기와 저기, 우리와 그들, 평범과 마법이 나뉘는 분기점이다. 문이 열리고 두 세계 간에 교류가 일어날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p.8)


✴︎ 

네 엄마는 네가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위험할 정도로 자유롭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모든 문이 네 앞에 열려 있는 삶. (p.342)


✴︎ 

 “당신네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영원을 믿는다는 거야. 질서 있는 세상이 영원히 계속되고, 닫힌 문은 영원히 닫혀 있을 거라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너무 편협한 사고방식 아니야?” (p.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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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뉴어리의 푸른 문
재뉴어리의 푸른 문
24-076 | 허연, 밤에 생긴 상처

민음사 (240711~240809)


❝ 별점: ★★★★★

❝ 한줄평: ‘허연의 시가 남긴 여운은 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 키워드: 밤 | 여름 | 비 | 체념 | 눈물 | 절망 | 불행 | 사랑 | 삶 | 죽음 | 이야기 | 침묵 | 욕망 | 세월 | 외로움 | 푸른색 | 소년 | 세상 | 심장 | 가시 | 파도 | 상처 | 기억 | 운명 | 몰락 | 이별 | 열차 | 원망 |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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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 허연 시인의 『밤에 생긴 상처』는 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부터 13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와 출간한 두 번째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단 30주년 시선집 『천국은 있다』 까지 여섯 권의 시집 중에서 허연 시인의 핵심 시 47편을 시의 색깔, 색채별로 3부로 나눠 담아낸 선집입니다.


✦ 저는 시인의 첫 시집 『불온한 검은 피』와 다섯 번째 시집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를 읽어보았는데, 좋았던 시들이 이 시집에도 대부분 실려 있어 반가웠어요. 그리고 새로 읽게 된 시들도 다 정말 정말 좋아서 허연 시인이 더욱 좋아졌어요… 이 시집이 왜 좋은지 말로 설명하려면 하루도 모자랄 것 같아요 ㅋㅋ 그냥 제발 모두가 읽어줬으면… 🥹🥹 한 권으로 허연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니 완전 행운이잖아요 🍀


✦ 위트앤시니컬에서 진행한 낭독회에서 시 「거진」의 제목을 「밤에 생긴 상처」로 바꾸고, 이것을 시집의 제목으로도 정하신 이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거진」이라는 시가 자신의 파동, 리듬, 음계와 맞단 생각을 해서 표제작으로 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숱한 밤이 자신을 만들었고, 숱한 밤들에 사건과 상처가 생겼고, 그다음 밤들을 만나며 숱한 밤들이 준 상처에 다시 먹이를 주며 살아온 것 같다, 시를 쓰는 일이 밤마다 지나간 상처에 먹이를 주고 새로운 상처를 입으며 살아온 세월들 같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집 한 권의 연대기 제목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다 해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단 생각이 듭니다.


✦ 허연 시인에게 ‘노래’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관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세상은 리듬으로 되어 있기에 우리는 노래가 되기 위해 살고, 노래가 되어 있고, 또 노래가 되어야만 하는 존재들이고, 우리 하나하나가 모두 노래다.’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에서 좋았던 시들에도 ‘노래’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이 이야기를 더 귀담아들었어요. ‘노래가 되지 않은 시는 실패한 시다’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이 말을 들으니 정말 ‘노래’라는 단어가 허연 시인에게 큰 의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노래. 우리 존재도 노래. 어쩌면 우리의 삶도 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2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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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은 때로는 시간을 앞서 간다

 앞서 간 슬픔이 무신경하게 누군가의 얼굴에 드러날 때

 난 무릎 꿇고 싶다

/ 「추운 나라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부분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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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부분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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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시 앞에 가지 못했다. 예전만큼 사랑은 아프지 않았고, 배도 고프지 않았다. 비굴할 만큼 비굴해졌고, 오만할만큼 오만해졌다.

/ 「휴면기」 부분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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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하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은 시월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 시월엔 이별이 전부다. 시월은 이별밖에 할 줄 모른다. 시월에 무릎을 꿇는 이유다. 세상엔 만남의 몫이 있는 만큼 헤어짐의 몫도 있어서 이토록 서늘하다.

/ 「시월의 시」 부분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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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찬 빗줄기가 무엇 하나 비켜 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남겨 놓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그 비가 나에게 말 한마디 건넨 적이 있었던가. 나를 용서한 적이 있었던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세상엔 늘 나만 있어서 이토록 아찔하다.

/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부분 (p.8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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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은 그런 것이다

 모든 이별은

 자신만의 무덤을 하나씩 갖는다

/ 「이별의 재해석」 부분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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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들뜬 혈통

✎ 「날짜변경선」 ⛤

✎ 「추운 나라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 ⛤

✎ 「들뜬 혈통」

✎ 「Cold Case 2」

✎ 「나의 마다가스카르 3」 ⛤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 「내가 원하는 천사」 ⛤


2부 | 가시의 시간

✎ 「휴면기」 ⛤

✎ 「가시의 시간 1」

✎ 「밤에 생긴 상처」 ⛤

✎ 「word 시월」

✎ 「태평성대」 ⛤

✎ 「경첩」 ⛤

✎ 「간밤에 추하다는 말을 들었다」

✎ 「후회에 대해 적다」

✎ 「시월의 시」 ⛤

✎ 「슬픈 버릇」 ⛤

✎ 「이별의 서」 ⛤


3부 | 신성과 세속

✎ 「십일월」

✎ 「구내식당」

✎ 「슬픈 빙하시대 1」 ⛤

✎ 「슬픈 빙하시대 2」 ⛤

✎ 「슬픈 빙하시대 4」

✎ 「아나키스트」

✎ 「신성한 모든 것은 세속적으로 된다」

✎ 「안에 있는 자는 이미 밖에 있던 자다」 ⛤

✎ 「좌표평면의 사랑」 ⛤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

✎ 「우리의 생애가 발각되지 않기를」 ⛤

✎ 「이별의 재해석」 ⛤

✎ 「점토판」


(최근 읽은 『불온한 검은 피』 수록 시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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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생긴 상처
밤에 생긴 상처
24-075 | 장자크 상페, 여름의 빛

열린책들 (240801~240806)


❝ 별점: ★★★★★

❝ 한줄평: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름의 빛을 담은 그림들

❝ 키워드: 여름 | 빛 | 색채 | 초록 | 파랑 | 빨강 | 바다 | 모래사장 | 나무 | 하늘 | 수영 | 들판 | 노을 | 거리 | 해수욕 | 휴식 |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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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하늘의 파랑 빛과 풀과 나무의 초록 빛, 노을의 다홍 빛이 참 인상적이라 생각했는데 출판사 북카드를 보니 장자크 상페의 눈으로 바라본 여름의 빛을 ‘싱그러운 초록, 마음이 들뜨는 파랑, 어지러운 빨강’이라고 소개하고 있더라고요. 


✦ 찬란하고 선명하게 빛나는 여름을 담은 그림들이 정말 좋았어요.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름휴가를 떠난 기분이 되어 즐겁더라고요. 한낮의 빛, 노을의 빛, 푸른 달이 빛나는 밤의 빛까지 다양한 색채의 여름 풍경을 볼 수 있어서 그림들을보며 참 행복했어요.


✦ 책의 원제는 ‘Vacances’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여름의 빛’이라고 번역되어 출간된 게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ㅎㅎ장자크 상페의 삽화들을 좋아하는데 상페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으려고 합니다! [📝 24/08/07]


💡 자크 레다 시인의 소개글을 제외하고는 정말 그림만 있는 책입니다! 이런 책은 정말 오랜만이라 즐겁게 읽었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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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페의 인물은 그가 지닌 천진함 덕분에 우스꽝스러움에서 벗어난다. 인물은 이러한 천진함 속에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용기, 심지어 무모함이라고 할 수 있을 어떤 것까지도 길어 낸다. 그 때문에 우리는 폭풍을 예고하는 무시무시한 구름이몰려오는 텅 빈 벌판 한가운데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상페의 인물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인물은 물론 멀리 가지 못한다. 그러나 중도에서 되돌아오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믿음을 가지고 그를 <친구들의 카페>에서 기다린다. 그는 그곳에반드시 도착할 것이다. 그는 결국 우리와 같은 부류니까. (여러분은 상페의 데생 속에서 안쪽 구석 테이블에 앉아, 책에 코를 박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자크 레다(시인), ‘상페의 인물’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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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빛
여름의 빛
24-074 | 조예은, 적산가옥의 유령

현대문학 (240801~~240803)


❝ 별점: ★★★★

❝ 한줄평: 잔인하고 끔찍하지만 가엾고 슬프고 애틋한 존재를 기리며

❝ 키워드: 적산가옥 | 별채 | 죽음 | 역사 | 삶 | 비밀 | 비극 | 유령 | 광증 | 꿈 | 악몽 | 비명 | 저주 | 목소리 | 환상 | 연민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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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운주는 자신의 외증조모 박준영이 서른 살이 되는 해 자신 앞으로 남긴 적산가옥에서 1년을 지내라는 유언을 지키기 위해 외증조모가 기이한 자세로 숨을 거둔 적산가옥에 살게 되는데요. 이곳에서 적산가옥의 유령, 가네모토 유타카라는 ‘가엾고 끔찍한 망령’과 마주하게 되고 끊임없이 악몽에 시달리며 꿈속에서 외증조모가 되어 오랜 시간 이 집의 별채에 숨겨져 왔던 비밀을 마주하게 됩니다. 상상 이상의 진실 또한 마주하게 되지요.


✦ ‘안에 살던 사람은 죽어도 집은 남는다.’는 다소 섬뜩한 문장과 시작되는 소설 초반부 장면에서 떠오르는 의문은 소설의 후반부에서 모두 풀리게 되는데요.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니 읽는 내내 온몸을 감싸던 서늘함과 공포감은 사라지고 어느새 희미한 온기가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살짝 눈물이 날 뻔했어요 🥺


✦ 기이하고 무섭고 때론 잔인하지만 슬프고 애틋한 이 소설. 제가 읽은 조예은 작가님 작품 중 최고로 뽑고 싶네요. [📝 24/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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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은 우리의 것이 아니야. 안에 누군가 살고 있는데 건물을 부술 수는 없지 않니?”

 이 정도면 내가 별채에 가지는 공포심에 어느 정도의 설명이 됐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곳은 나에게 늘 두려움의 공간이었다. 가장 안락해야 할 곳에 뚫린 거대한 구멍. 한번 빠져버리면 사로잡히고 마는 심연. (p.17)


✴︎ 

 가네모토 유타카. 꿈속의 소년이자 현실의 망령이었다.

 두렵지는 않았다. 죽은 자는 가여울 뿐이지,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불쌍하기는커녕 짜증스럽기만 했다. 나는 낯선 존재를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알고 싶었다. 왜 계속 내 앞에 나타나 잠을 방해하고 괴롭히는지. 이 짓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뭔지. (p.130)


✴︎ 

 조예은의 소설에는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공포심과 기이함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섬세한 아름다움과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마음이 그 힘의 근원인 것 같다. 이게 바로 조예은 소설가의 색채라고 생각한다. (발문 | 김청귤, 손님에서 유령으로, p.203)


✴︎ 

오직 호러만이 죽은 자가 죽은 입으로 자신의 소리를 낸다. 그 장르 안에서 상식은 쓸모없다. 실체 없는 유령들에게 경계란 무의미하니까. 그들은 육체가 사라졌어도 집요하게 남아 말을 건다.

 나는 그 지독함과 애달픔이 좋다. (작가의 말,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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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의 유령
적산가옥의 유령
24-073 | 박은지, 여름 상설 공연

민음의 시 288 (240717~240731)


❝ 별점: ★★★★★

❝ 한줄평: 엉망진창이어도 꼭 살아 있자 우리(‘시인의 말’ 중)

❝ 키워드: 물 | 잠 | 꿈 | 비밀 | 빛 | 짝꿍 | 사랑 | 이름 | 미래 | 모래 | 낭떠러지 | 물결 | 눈 | 의자 | 계단 | 끝 | 수영 | 숨 | 재 | 호수 | 숲 | 절벽 | 상상 | 돌 | 비 | 어둠 | 죽음 |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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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민음북클럽 잡동산이에서 읽은 글 중 박은지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여름 상설 공연』에 실린 시 「짝꿍의 모래」가 정말 좋았어서 꼭 읽어보고 싶었던 시집인데요. 추천도 받아서 바로 읽었습니다 ㅎㅎ 💙


✦ 그냥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어요. 밝고 청량하기만 한 여름이 아니라 서늘하고 조금은 차분하기도 한 여름이 가득 담긴 시집이라 더 마음에 들었네요. 제목처럼 여름에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시들이 많았어요.


✦ 좋아하는 시집들을 쭉 떠올려봤을 때 저는 ‘엉망진창이어도 살자고, 그래도 잘 살아 가자’고 말하는 시집이 취향인가봐요. ‘죽지 않았으니까 천국이나 지옥을 말할 수 있잖아’(「( )에게」 부분, p.105)라는 구절이나 ‘부서진 미래가 전부 바다로 쓸려 가 버리면 자신의 미래를 나눠 준다는 짝꿍’(「짝꿍의 모래」 부분, p.31), ‘날 붙잡는 것들이 좋아서 덕분에 사랑할 수 있다’(「옥탑에게」 부분, p.61)는 화자, ‘정말 먼 곳을 상상하며 정말 가까운 곳에 서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정말  먼 곳」 부분, p.82) 이들을 생각하니 약간 뭉클해졌습니다.


✦ 여름 하면 생각나는 시집을 많이 찾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는데 올여름은 그런 시집을 많이 만나게 되어 정말 행복하네요 💙 이 시집도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꼭 꺼내 읽게 될 것 같아요. [📝 2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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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계절을 한 번에 살아 내는 건 어떤 기분일까

성실한 것일까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건 봄에도 겨울을 사는 사람만 알 수 있어

한 계절에 마음이 묶이면 모든 계절이 뒤섞여 들어오니까

/ 「몽타주」 부분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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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꿍의 손을 잡고 영영

국경 너머로 달아나고 싶었다

그래도 될 것 같은 사랑이었다

/ 「짝꿍의 자랑」 부분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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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꿈이 아닌 순간을 구분하지 못했다

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중얼거리다가

밖으로 나갔다

/ 「뜸하게, 오늘」 부분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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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 좋아요 다 잘 먹어요 다 맘에 들어요

흐린 기준을 가지면 쉽게 미소 지을 수 있다

나의 좋음이 누군가의 순위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흐려졌다

/ 「선명한 기준」 부분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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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너무 아름답다

우리 꼭 다시 오자


겨울 별자리가 가고 여름 별자리가 올 때까지

녹지 않는 것이 있었다

/ 「못다 한 말」 부분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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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창밖엔 꽃눈

✎ 「내가 꾸고 싶었던 꿈」

✎ 「횡단열차」

✎ 「몽타주」 ⛤

✎ 「밤을 건너는 손바닥」

✎ 「짝꿍의 자랑」 ⛤

✎ 「눈을 뜰 수 있다면」

✎ 「짝꿍의 모래」 ⛤⛤

✎ 「아끼는 비밀」 ⛤

✎ 「작은 물결」 ⛤

✎ 「하염없이 긴 계단」


2부 | 두 손은 한 줌의 재

✎ 「녹지 않는 눈」

✎ 「의자들」

✎ 「계단과 물」 ⛤

✎ 「생존수영」

✎ 「구름 위에서 달을 볼 때」 ⛤

✎ 「옥탑에게」

✎ 「텐트 앞에서」

✎ 「새로 산 공책」 ⛤

✎ 「뜸하게, 오늘」 ⛤


3부 | 봄의 끝에서 펄럭이는

✎ 「정말 먼 곳」 ⛤

✎ 「언제나처럼 작고 텅 빈」

✎ 「예고편」 ⛤

✎ 「죽은 나무들」

✎ 「점, 선, 면」

✎ 「비를 쏟아 낸 얼굴」

✎ 「선명한 기준」 ⛤

✎ 「녹음의 기원」

✎ 「( )에게」 ⛤⛤

✎ 「보리 감자 토마토」

✎ 「못다 한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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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상설 공연
여름 상설 공연
24-072 | 장수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문학동네시인선 152 (240718~240728)


❝ 별점: ★★★★☆

❝ 한줄평: 손을 잡으면 눈이 녹지만 손을 잡으며 사랑을 해

❝ 키워드: 마음 | 눈 | 숨소리 | 빛 | 어둠 | 시간 | 물 | 사람 | 사랑 | 영화 | 별 | 고요 | 잠 | 파편 | 슬픔 | 기쁨 | 빗금 | 비밀 | 밤 | 꿈 | 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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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수양 시인의 첫 시집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를 읽었어요. 문학동네 시 레터 ‘우리는 시를 사랑해’에 시 「연말상영」이 소개되어 알게 된 시집인데요. 밤새 소복소복 조용히 내려 쌓인 흰 눈에 첫 발자국을 내는 듯한 설렘을 느끼며 시집을읽어 내려갔어요.


✦ 제가 읽어 본 문학동네시인선 중엔 처음으로 해설이나 발문이 없었던 시집이었네요. 온전히 시인의 언어로 가득 채워진 시집이라 그게 또 좋았어요. 손을 잡으면 눈이 녹지만, 손을 잡으며 우리는 사랑을 하죠.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커다란 혼자’라는 시인의 말에서 이어지듯 이 시집은 사랑으로 가득차 있어요. 사랑을 선물하고 싶을 때 저는 이 시집이 생각날 것 같아요. [📝 24/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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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커다란 혼자

 / 시인의 말


✴︎

 사라지는 눈사람처럼

 시간은 처음의 모습으로 반짝이기 시작한다.

/ 「연말상영」 부분 (p.21)


✴︎

 순간이 빛난다면 우리가 다 잊을 때쯤 우주에선 한 개의 조명이 켜질 테니까

 / 「휴일」 부분 (p.64)


✴︎

 흐름은 관측되며 속도를 잃고 페이지에서 멎어갔어. 여전히 너는 스위치가 없으면 밝아지지 않는 방에서 살고 사람들은 모두 발신지를 찾는 여행을 그만두었지. 불빛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온정溫情을 믿기 위해. 이제 안으로 난 문을열면 너와 숨을 나눴던 사람의 몸을 만날 수 있어. 그곳에서 너는 너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과거가 되고, 세계는 온 곳에서부터 똑같이 뒤집히네. 차츰 반짝임을 읽는 일을 멈추며. 빛의 중간에서 끝을 발굴하며. 흐려지는 원을 모두 밤의 안주머니에 넣으며. 천천히.

/ 「사람행」 부분 (p.112)


✴︎

 나는 도로의 빛에 신호를 혼동한다

 파란불 다시

 나를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던 사람

 언제든지

 처음의 미소를 짓고

 처음을 사라지게 한다

 하지만 내 신발로 놓여 있고 내 양탄자로 누워 있던 사람

 유일하여 이곳까지 자라난 머리카락을 그림자의 점이 누르고 지나간다

/ 「lesson」 부분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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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안전제일

✎ 「유리체」

✎ 「플루트」

✎ 「신년 인사」

✎ 「연말상영」 ⛤

✎ 「사랑의 조예」

✎ 「수요일」

✎ 「나란한 시」

✎ 「여는 시」 ⛤

✎ 「정원」

✎ 「Pi-하고 있는」

✎ 「유저 인터페이스」

✎ 「중학생의 별」

✎ 「미소」

✎ 「휴일」 ⛤

✎ 「빛의 운」


2부 | 진짜 밤

✎ 「연강—땅」 ⛤

✎ 「여읜 시」 ⛤

✎ 「선물」

✎ 「이어year」

✎ 「사랑의 뉘앙스」

✎ 「편지화」

✎ 「우산이 있는 소품」

✎ 「소다수의 삶」

✎ 「사람행」 ⛤

✎ 「언니의 밤」


3부 | 작고 불 켜졌고 사라지지 않는

✎ 「섬광의 시」

✎ 「소라」

✎ 「물 룸」

✎ 「lesson」 ⛤

✎ 「네이처」 ⛤

✎ 「실루엣의 시」

✎ 「캐치!」

✎ 「모자키스」

✎ 「티라와 오브, 그리고 티라와 오브의 아름다운 세계」 ⛤

✎ 「선의」


———······———······———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손을 잡으면 눈이 녹아
24-071 | 이혜미, 흉터 쿠키

현대문학 (240717~240723)


❝ 별점: ★★★★☆

❝ 한줄평: 시간과 인간, 그 사이를 연결하는 시들

❝ 키워드: 영혼 | 마음 | 영원 | 음악 | 슬픔 | 상처 | 흉터 | 꿈 | 기분 | 사랑 | 꽃 | 우주 | 밤 | 달 | 빛 | 말 | 노래 | 목소리 | 죽음 | 연결


———······———······———


✦ 시도 정말 좋았지만 특히나 에세이가 좋았던 시집이었어요. 급박함, 위태로움, 고통스러움, 두려움. 그럼에도 ‘잊혀지고 싶지 않기에, 존재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에, 견디고 지속하고 나아가는 일’(에세이, p.106). 시인의 일은 ‘사이들을 기억하고 연결하는 일’(에세이, p.109). 그래서 ‘시라는 글자가 환하게 비추는 조명으로부터 조금 빗겨 서 있는 사람으로도 보인다’(에세이, p.112)는, 빛에서 조금 빗겨 서 있는 시인의 곁 가까이에 함께 있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이혜미 시인의 시는 음악 같아요. 구절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생생히 만져질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이 시집에 실린 시인의 에세이가 정말 좋아서 시인의 에세이 『식탁 위의 고백들』을 꼭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 24/07/24]


———······———······———


✴︎

 버려진 영수증을 주워 펼치면 음용 시 주의사항이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지 ; 오늘의 감정에는 오늘의 책임이 필요합니다

/ 「원테이크」 부분 (p.15)


✴︎

 우리는 통증으로부터 흘러나와

 점차 흉터가 되어가는 중이지


 부푸는 것을 설렘이라 믿으며

 구워지는 쿠키들처럼

/ 「흉터 쿠키」 부분 (p.21)


✴︎

 기억해요 만약 어젯밤 꿈에 두고 온 영혼이 있다면 수상하고 달콤한 도넛 속에 웅크려 당신을 기다린다는 거

/ 「도넛 구멍 속의 잠」 부분 (p.98)


✴︎

 시


 라는 글자는 환하게 비추는 조명으로부터 조금 빗겨 서 있는 사람으로도 보인다.


 빛 곁에서.

 빛 없이도.

/ 에세이: 흰 페이지를 열고 무대 위로 나아가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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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원테이크」 ⛤

✎ 「음」 ⛤

✎ 「흉터 쿠키」 ⛤

✎ 「여름 자두 깨물면서」 ⛤

✎ 「하필이면 여름」

✎ 「전생기념관」


2부

✎ 「ㅇㅇ」

✎ 「고양이를 기다리며」

✎ 「스파클 다이브」 ⛤

✎ 「움」

✎ 「달사람」


3부

✎ 「비가 물의 결심이라면」

✎ 「비문 사이로」 ⛤

✎ 「숨은 새」 ⛤

✎ 「우리에겐 아직 약간의 날개가 있으니까요」

✎ 「달 속으로 무지개 회오리 깃들 때」 ⛤

✎ 「도넛 구멍 속의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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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쿠키
흉터 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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