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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의 기록검은숲 (e-book, 240624~240626)
❝ 별점: ★★★★
❝ 한줄평: 재미있는데 범인 혼자만 알지 말고 빨리 알려줘요..
❝ 키워드: 드루리 레인 | 배우 | 셰익스피어 | 탐정 | 독순술 | 연역 추리 | 추리 | 미스터리 | 스릴러 | 살인 |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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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루리 레인이 활약하는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어요. 『X의 비극』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 비가 쏟아지는 오후, 42번 스트리트의 붐비는 전차 안에서 갑자기 죽은 주식 중개 회사 사장인 할리 롱스트리트를 시작으로 줄줄이 이어지는 살인 사건들에서 중심을 잡고 진상을 파악해 나가는 사람은 드루리 레인 단 한 명이었는데요. 추리한 범인을 자기만 알고 알려주지를 않아서 답답하면서도 또 범인을 알아내는 과정을 따라가는 게 소름 끼치고 재미있었어요 ㅋㅋ 비극 시리즈는 쭉 읽어볼 예정! [📝 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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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겠습니다. 모든 것을 잊으십시오. 적어도 내일 아침까지는 말입니다.”
“언제나 내일 아침이란 있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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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씨, 당신의 머릿속에선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경감님, 당신의 머릿속에서도 죽었을 테죠. 하지만 제 머릿속에서는 멀쩡하게 살아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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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240625~240625)
❝ 별점: ★★★★
❝ 한줄평: 두려움과 환상이 적절히 어우러진 단편들
❝ 키워드: 결혼 | 악마 | 도둑질 | 사랑 | 탑 | 유령 | 불멸 | 마법 | 묘약 | 꿈 | 환상 |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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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리 셸리의 고딕 소설 네 편을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는 책입니다. 공포와 두려움, 신비로운 마법과 환상, 소망과 사랑을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뚝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 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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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변에 다시 가 보지도, 악마의 보물 상자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그것은 악마가 아니라 수호천사가 나에게 자만심이라는 어리석음과 불행을 깨우쳐 주려고 보내 준 선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변신」,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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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 사람에게 그토록 기묘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죽음 앞에서는 모든 영혼의 계급이 평등해지듯 고통은 귀족이건 평민이건, 현명한 자건 아둔한 자건 하나로 속박할 수 있는 것일까? (「꿈」,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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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446 (240602~240624)
❝ 별점: ★★★★★
❝ 한줄평: 슬픔을 헤아리고 어루만져주는 강한 사람의 시들
❝ 키워드: 여름 | 돌 | 호수 | 언덕 | 열매 | 영혼 | 질문 | 시간 | 슬픔 | 그리움 | 헤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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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집 『당근밭 걷기』를 읽기 전 꼭 여름에 읽고 싶었던 시집을 꺼내 읽었어요. 시인께서 사인을 해주시며 ‘여름 언덕에 오르면 그게 뭐든, 다 괜찮을 거예요’라고 적어주셨던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오래오래 아껴가며 읽은 시집입니다.
✦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하고,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열과(裂果)」 부분, p.135)고 말하는 화자처럼 시인은 슬픔을 계속해서 헤아리는 사람인 것 같았어요. 하지만 울면서도 ‘계속 가보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구르는 돌」 부분, p.128) 계속해서 씩씩하게 나아갈 수 있고, ‘펑펑울고 난 뒤엔 빵을 잘라 먹으면 된다’(「슈톨렌」 부분, p.131)고 말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 시인의 말에서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고 말하셨는데, 저는 평생 이런 노래를 부를 시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여름 언덕을 오르는 일은 고통스럽고, 힘들고, 때로는너무 슬플지도 몰라요. 하지만 언덕을 다 오르고 난 후에는, 조금이나마 가벼운 마음으로 또 언덕을 잘 내려올 힘을 얻기도 하는 거니까요. ‘여름 언덕’을 마음에 품고 잘 살아가고 싶어 졌어요. [📝 2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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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음,
나는 최선을 다해 산 척을 하는 것 같다
실패하지 않은 내가 남아 있다고 믿는 것 같다
/ 「업힌」 부분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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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쪼그려 앉아 호수를 보았다 묘사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아름다웠고 처음 보는 빛으로 가득했다 호수를 곁에 두고 우리는 전에 없던 대화를 나누었다 반딧불이의 숲은 어땠어? 어떤 반짝임에 대해,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해 생각할수 있는 길이었어 그런데 너는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어? 네 최초의 기억은 뭐야? 같은,
/ 「알라메다」 부분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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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환상 속에 두지 마세요
어린 시인은 단호히 말한다
쓰러진 물컵 속에는 물 외엔 아무것도 없다
슬픔이나 절망 같은 건 더더욱 없다
/ 「영혼 없이」 부분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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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폭을 맞추며 씩씩하게 나아갔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온갖 종류의 그리움 같아 내가 말하면
구름이 아름다운 건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겠지
핑퐁을 치듯
/ 「실감」 부분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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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울고 난 뒤엔 빵을 잘라 먹으면 되는 것
슬픔의 양에 비하면 빵은 아직 충분하다는 것
너의 입가엔 언제나 설탕이 묻어 있다
아닌 척 시치미를 떼도 내게는 눈물 자국이 보인다
물크러진 시간은 잼으로 만들면 된다
약한 불에서 오래오래 기억을 졸이면 얼마든 달콤해질 수 있다
/ 「슈톨렌」 부분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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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제1부
✎ 「불이 있었다」 ⛤
✎ 「소동」
✎ 「업힌」 ⛤
✎ 「면벽의 유령」
✎ 「선잠」
✎ 「미동」
✎ 「알라메다」 ⛤
✎ 「사랑의 형태」
제2부
✎ 「자이언트」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
✎ 「빛의 산」
✎ 「역광의 세계」
✎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p.54)
✎ 「불씨」 ⛤
✎ 「표적」
✎ 「단란」
✎ 「폭풍우 치는 밤에」
✎ 「에프트」
✎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거야」
✎ 「영혼 없이」 ⛤
✎ 「내가 달의 아이였을 때」 (p.86)
✎ 「실감」 ⛤
✎ 「아침은 이곳을 정차하지 않고 지나갔다」
제3부
✎ 「반려조(伴侶鳥)」
✎ 「덧칠」
✎ 「태풍의 눈」
✎ 「스페어」
✎ 「호두에게」 ⛤
✎ 「알혼에서 만나」 ⛤
✎ 「나의 규모」
✎ 「구르는 돌」 ⛤
✎ 「슈톨렌」 ⛤
✎ 「열과(裂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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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미디어 (240623~240624)
❝ 별점: ★★★★☆
❝ 한줄평: 마을의 평화를 지켜내는 일의 어려움이란
❝ 키워드: 추리 | 시골 | 자연 | 미스터리 작가 | 소방단 | 방화 | 화재 | 죽음 | 태양광 발전 | 슈퍼 내추럴 | 유령 | 형태 | 실체 | 종교 |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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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딩님 필사 챌린지 완주 후 선물 받은 도서인 이케이도 준의 장편소설 『하야부사 소방단』을 읽게 되었어요. 이케이도 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 드라마 원작 작가라고 해서 놀랐네요 ㅎㅎ
✦ 등장인물이 많으면 이름 정리가 꼭 필요한데 책 시작 부분에 주요 등장인물 소개가 있어서 좋았어요. (주요 등장인물에 겐사쿠가 없었던 건 조금 의외) 또 시골을 배경으로 해서 그런지 계절, 풍경이나 하늘, 꽃 등 아름다운 자연 묘사가 자주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주인공인 미마 다로의 집이 벚꽃 저택이어서 그런지 다채로운 꽃 묘사가 많아서 읽는 내내 즐거웠어요.
✦ 책을 다 읽고 나니 692쪽이나 되는 엄청난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결말까지 끌어가는 능력이 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어요. 재미있어서 물 흐르는 듯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나름대로 계속해서 범인과 상황을 추리하면서 읽었는데 1/3 정도만 맞춘 것 같네요 ㅋㅋ 주인공 미마 다로가 연재하고 있는 『도시에서 우는 뻐꾸기』의 내용도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ㅎㅎ
✦ ‘우리’ 하야부사 마을을 지켜내고 말겠다는 다로의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 24/06/24]
(*최초딩님 필사 챌린지 참여 후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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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눈에 보이는 형태를 지닌 것에 실체는 없고, 실체가 없는 것이 눈에 보이는 형태를 지닌 것이라면, 과연 그날 다로가 경험한 것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나카야마다가 읊고 있는 반야심경 세계가 ‘깨달음’의 경지라면, 형태가 있는 것에 휘둘리고, 실체가 없는 것에 실체를 추구하는 다로는 완전히 정반대 방향에서 헤매고 있는 것 아닐까.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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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240622~240623)
❝ 별점: ★★★★☆
❝ 한줄평: 마지막 장면이 남기는 묵직한 애틋함과 여운
❝ 키워드: 미스터리 | 스릴러 | 서스펜스 | 유령 | 공포 | 추리 | 기자 | 취재 | 죽음 | 진상 |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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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계단』과 『제노사이드』로 유명한 작가 다카노 다즈아키가 11년 만에 냈다는 장편소설 『건널목의 유령』을 황금가지 이벤트로 도서를 증정받아 읽게 되었어요. (도서는 작년에 받았는데 넘나 뒷북 😅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전작만큼이나 화자에 몰입해서 속도감 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어요.
✦ 배경이 30여 년 전이어서 인터넷이나 휴대폰이 아닌 전화와 신문, 전화번호부, 발로 뛰는 취재 등에 의존해 심령 특집기획을 위해 유령의 신원을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어요. 처음에는 유령이 찍힌 사진을 믿지 않던 화자가 취재를 해나가며 점점 진짜일지 모른다는 믿음으로 필사적으로 유령의 신원을 밝히려 애쓰는 모습이 자신의 죽은 아내와 닿고 싶다는 마음과도 얽혀있다는 느낌에 슬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습니다.
✦ 에필로그를 다 읽고 나서 이 책은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건널목의 유령’의 실체와 진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화자의 감정선과 취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취재 현장에 녹아들어 간 자신을 발견하실 수 있을 거예요. [📝 24/06/23]
(*황금가지 이벤트 당첨으로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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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건널목에서 주점으로 발견됐던 여성 신원미상자도 날붙이에 한 번 찔렸을 뿐인데 썩기 시작하는 무른 물체가 아니라 불멸의 혼을 갖춘 지고한 존재이길 바랐다. 이 세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이 사고나 병, 전쟁이나 재해, 그 어떤 재앙에도 상처입지 않는 영원한 영혼을 저마다 숨기고 있길 마쓰다는 바랐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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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느껴 주면 되는 겁니다. 그게 돌아가신 분과 대화를 나누는 거지요. 그들의 기쁨이나 슬픔을 마음으로 나눌 수 있다면 반드시 모습을 보여 줍니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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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달 시집 30 (240602~240616)
❝ 별점: ★★★★★
❝ 한줄평: 달콤한 과일과 디저트와 함께 아름다운 여름 나기
❝ 키워드: 다정 | 사랑 | 아름다움 | 온기 | 만남 | 이별 | 안부 | 편지 | 기억 |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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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여름 시집 한 권 더 찾았다 🍑💘 [📝 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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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도무지 어렵기만 해요 아름다움도 삶도 사랑도 마무리도, 웬일인지 그런 단어들을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뾰족해집니다
/ 「밤의 물체 주머니」 부분 (p.13)
✴︎
어쩌면 우리의 슬픔은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마음만 계속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 「명랑한 달리기」 부분 (p.32)
✴︎
물 속의 문장들이 하나둘씩 일렁이는데, 한 번역가가 사랑한다는 고백을 오늘 밤 달이 참 밝다라고 번역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
워터프루프, 여름밤
/ 「워터프루프, 여름밤」 부분 (p.79)
✴︎
무언가 갑자기 떠오른 사람처럼 한 사람이 자리를 떠났다 같은 생각을 떠올리지 않은 나는 자리를 지켰다 열두 번째 나무 아래 오래 서서 복숭아 열매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차오르는 생각 혹은 열매, 펜을 들고 있지 않았지만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은 계속되었다 드로잉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다 무해한 복숭아를 응원하기 위해 무럭무럭 차오르는, 물큰
/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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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1부
✎ 「밤의 물체 주머니」 ⛤
✎ 「수박향, 은어」 ⛤
✎ 「살구」
✎ 「수국과 바람구두」
✎ 「카스텔라의 건축」
✎ 「밤의 하얀」
✎ 「당인리 발전소」
✎ 「명랑한 달리기」 ⛤
2부
✎ 「흰」
✎ 「천칭자리 스티커북」
✎ 「납작복숭아」 ⛤
✎ 「목화 씨앗 속삭임」 ⛤
✎ 「자몽망고튤립」
✎ 「밤의 포춘 쿠키」 ⛤
✎ 「수플레 팬케이크」
3부
✎ 「자작나무 모빌」
✎ 「청귤」
✎ 「춘분」 ⛤
✎ 「펠롱 에일」 ⛤
✎ 「밤의 크루아상과 토끼」 ⛤
✎ 「대신 쓰는 일기」
✎ 「워터프루프, 여름밤」 ⛤
4부
✎ 「봄편지」 ⛤
✎ 「찰리의 초콜릿 공장」
✎ 「알로하 알로하」
✎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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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창비 (240530~240603)
❝ 별점: ★★★★☆
❝ 한줄평: 시도 좋았지만 시인의 산문들이 오래 남을 책
❝ 키워드: 시인 | 시산문집 | 아버지 | 추억 | 이해 | 존재 | 부재 |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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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목, 안희연 시인이 고른 시들과 ‘아버지를 깊이 들여다보며’ 쓴 산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산문집입니다.
✦ 시 한 편과 그에 관한 산문으로 엮인 시산문집을 몇 권 읽었는데 이렇게 가족, 특히 아버지에 관한 책은 흔하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시보다도 두 시인이 쓴 산문들이 더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 24/06/10]
(*시요일 7주년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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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그럴 것이다. 마음의 둑이 무너져 겨우 다스려 온 눈물이 쏟아지는 때는 그저 쇠약해져가는 부모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가 아니다.
/ 세상 저 끝으로 간다고 말해주었다 (p.47)
✴︎
모든 일들은 지난 일이 된다. 시간은 세상의 전부였던 일들을 기억의 일부로 돌려놓는 재주가 있다.
/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다 (p.85)
✴︎
죽음을 받아들이기 좋은 나이는 몇살일까 생각한다. 물론 그런 나이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 아홉 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p.129)
✴︎
그래도 아빠 딸이 어느덧 이만큼 자라 시인으로 살게 되었다고, 아빠 딸도 ‘시를 쓰면서 사랑을 배워’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어. 아빠를 잃고 캄캄했던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세상 모든 죽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주변을 오래도록 맴돌며 머뭇거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말이야.
/ 고요한 시(詩), 고요한 사랑을 받아라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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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와 산문
신용목_아버지를 처음 본 것은 기억나지 않는다
✎ 세상 저 끝으로 간다고 말해주었다
✎ 안미옥, 「여름의 발원」
✎ 날개는 녹슨 물의 금고에 맡겨두고
✎ 박형권, 「아빠의 내간체―실연의 힘」 ⛤
✎ 아빠도 엄마 만나기 전에 실연 한번 당했어
✎ 엑스레이 필름처럼 검은 유리창 속에 ⛤
✎ 나희덕, 「그의 사진」
✎ 강성은, 「이상한 방문자」
✎ 그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 삐아졸라를 들으며 나는 내가 다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 ⛤
✎ 어데서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 아버지는 석 달치 사글세가 밀린 지하 셋방이다 ⛤
✎ 그러나 아버지는 죽지 않으리
✎ 사라진 이야기가 궁금해지면 나를 만진다
안희연_아버지의 스물일곱과 만났다
✎ 마지막으로 내가 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
✎ 아버지의 스물일곱과 만났다 ⛤
✎ 아홉 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
✎ 팥죽색 얼굴 위에서 하염없이 ⛤
✎ 김언희, 「당신의 얼굴」 ⛤
✎ 눈에 붙은 이 불이 다 타는 순간까지가 사랑이라고
✎ 얘야, 이것이 그냥 늙어 쓰러진 기차겠니
✎ 쓰다 만 초 같은 ⛤
✎ 강성은, 「여름 한때」
✎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고 싶었지만 눈치만 보았다 ⛤
✎ 안희연, 「돌의 정원」
✎ 어느 겨울날 연락도 없이 그 집을 찾아가면
✎ 고요한 시(詩), 고요한 사랑을 받아라 ⛤
✎ 깨지 않을 긴 꿈을 얼마나 꾸고 싶었는지
✎ 다니카와 순타로, 「산다」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기억과 공존하기엔 힘겨운 삶」 ⛤
✎ 아버지 죽어서도 나를 키우시네
✎ 내 생애의 한여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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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창비 (240520~240528)
❝ 별점: ★★★★★
❝ 한줄평: ‘다정한 고요 쪽으로, 찬란한 내일 쪽으로’ 이끄는 시들
❝ 키워드: 시인 | 시선집 | 시작 | 다짐 | 위로 | 응원 |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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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 기획위원인 신미나, 안희연 시인이 ‘졸업과 입학, 취업 등 새로운 시작을 앞둔 모든 이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꽃다발처럼 엮은 70편의 시’를 만나볼 수 있는 시선집입니다!
✦ 이번 시선집에서도 새로 만나게 된 시인들이 정말 많았는데, 저는 주민현, 신해욱, 성동혁, 김은지 시인 시집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마음에 드는 새로운 시들을 많이 만나 정말 좋아요. 새로 만나게 된 시인들의 다양한 시들을 읽어볼 수 있다는 게 시선집의 장점인 것 같아요! [📝 24/05/31]
(*시요일 7주년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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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기도 하고 영화 같은 꿈을 꾸기도 하는,
나의 침대는 침대라기보다는
누군가 내리쳐 반음 내려간 녹슨 피아노 같아
/ 주민현, 「흐린 날에 나의 침대는」 부분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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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냐는 안부는 안 듣고 싶어요
안부가 슬픔을 깨울 테니까요
슬픔은 또다시 나를 살아 있게 할 테니까요
/ 김소연, 「그래서」 부분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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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헛되고 헛되었으나
세상은 언제나 완전했네
/ 정한아, 「수국(水菊)」 부분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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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찾아오고 몰래 초원의 들판이 아득하게 덮여 구름과 구별되지 아니할 때 자박자박 발자국을 내는 것은 달빛이 아닐 거예요
/ 유희경, 「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 부분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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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1부 | 밤의 수영장에 혼자 있었다
✎ 오은, 「나는 오늘」
✎ 안희연, 「소동」
✎ 주민현, 「흐린 날에 나의 침대는」 ⛤
✎ 임경섭, 「비행운」
✎ 신해욱, 「이렇게 추운 날에」
✎ 김소연, 「그래서」 ⛤
✎ 성동혁, 「리시안셔스」
2부 | 나는 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이원하, 「풀밭에 서면 마치 내게 밑줄이 그어진 것 같죠」
✎ 황인숙, 「알 수 없어요」
✎ 정한아, 「수국(水菊)」 ⛤
✎ 이제니, 「공원의 두이」 ⛤
3부 | 반복이 우리를 자라게 할 수 있을까
✎ 유희경, 「어떤 날들이 찾아왔나요」 ⛤
✎ 임지은, 「간단합니다」
✎ 이혜미, 「물의 방」
✎ 안미옥, 「한 사람이 있는 정오」
4부 |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 허연, 「트램펄린」 ⛤
✎ 정현우, 「사랑의 뒷면」
✎ 김경인,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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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창비 (240517~240525)
❝ 별점: ★★★★
❝ 한줄평: 100명의 시인의 빛나는 시작(始作), 그리고 시작(詩作)
❝ 키워드: 시인 | 시작 | 처음 | 등단작 |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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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요일 7주년 이벤트에 당첨되어 시선집 일곱 권을 선물 받았어요. 감사합니다!
✦ 성다영 시인부터 김소월 시인까지 등단 연도의 역순으로 수록된 100명의 시인의 등단작을 만나볼 수 있는 시선집이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시인들도 있었고, 처음 만나 본 시인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책 한 권으로 현대시 100년의 흐름을 100명의 시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 저는 이수명과 최승자 시인이 궁금해져서 시집을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100편의 시 중 마음에 드는 시를 찾으며 읽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 [📝 24/05/25]
(*시요일 7주년 이벤트 당첨자로 선정되어 도서를 증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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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제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부분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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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도 없고, 울림도 없는
방에서 나는 단 하나의 여름을 발견한다
사라지면서
점층적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믿을 수 없는 일은
여전히 백자로 남아 있는 그
마음
/ 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부분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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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잠드는 우리는 제각기 다른 별의 중력을 한 자루 가득 꿈속에 담아온다
/ 최정진, 「기울어진 아이 1」 부분 (p.64)
✴︎
적과 내가 한데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 수 없듯이 좋은 사람을 만나 한 시절을 바라보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눈발을 지켜보는 일
/ 이병률, 「좋은 사람들」 부분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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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시
✎ 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
✎ 안희연, 「고트호브에서 온 편지」
✎ 안미옥, 「식탁에서」
✎ 황인찬, 「단 하나의 백자가 있는 방」 ⛤
✎ 이제니, 「페루」 ⛤
✎ 유희경, 「티셔츠에 목을 넣을 때 생각한다」
✎ 최정진, 「기울어진 아이 1」 ⛤
✎ 강성은, 「12월」
✎ 이병률, 「좋은 사람들」 ⛤
✎ 이수명, 「우리는 이제 충분히」 ⛤
✎ 허연, 「권진규의 장례식」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
✎ 황동규, 「즐거운 편지」
✎ 신경림, 「갈대」 ⛤
✎ 박재삼, 「강물에서」
✎ 김영랑, 「동백잎에 빛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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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e-book, 240516~240516)
❝ 별점: ★★★★
❝ 한줄평: 마지막 문장이 남기는 엄청난 여운
❝ 키워드: 아이 | 가족 | 여름 | 비밀 | 불안 | 편안함 | 죽음 | 생명 | 만남 | 헤어짐 | 애정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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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전해지는 말이 있다는 것. [📝 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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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 예전과 비슷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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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비추는 커다란 달이 진입로를 지나 저 멀리 거리까지 우리가 갈 길을 분필처럼 표시해 준다.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를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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