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일본의 물 요괴인 캇파는 한국의 도깨비와 비슷하게, 대체로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사악하지는 않고 장난기가 있으며, 간혹 사람들을 도와주거나 같이 놀기도 한다. 그 캇파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 와서 폐허가 경복궁 경회루에 터를 잡았다면? 패전의 책임과 콤플렉스 속에 혼자 괴로워하는 임금이 캇파를 만난다면? 암군 선조가 정감 있게 묘사되어 개인적으로는 약간 찜찜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흐뭇한 기분으로 잘 읽었다.
재미있다. 캐릭터는 만화적이고 소재는 사실적인데 안 어울릴 것 같은 그 두 가지가 위화감 없이 화학적으로 잘 결합한다. 캐릭터들은 애정이 가고 각자의 사연에도 관심이 생긴다. 사건들은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이라 더 몰입된다. 트릭은 억지 부리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주인공의 과거로 인한 서스펜스도 전체 이야기 속에서 조화롭게 역할을 해낸다. 시리즈로 이어지면 좋겠다.
‘키신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것을 반성할 정도로 좋았다. 신기술을 제대로 통제하기 위해 먼저 길잡이가 될 철학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 최근에 쓴 소설들과 쓰고 있는 논픽션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해할 수 없는 기계의 도움에 의존해 사는 미래를 원치 않는다. 그런데 AI의 도움을 받는 인간은 과연 자기들에게 필요한 철학을 수립할 수 있을까?
소설이 그리는 압둘하미드 2세는 생생하고 모순적 이다. 어리석지만 교활하고, 복잡하지만 얄팍하며, 예리하지만 망상에 사로잡혀 있고, 비겁하지만 대담하다. 진보적이지만 수구적이며, 눈치가 빠르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타인을 교묘히 조종하지만 그 역시 꼭두각시다. 그는 가엾지만 가엾지 않고, 억울하지만 억울하지 않다. 이 모든 모순은 호랑이 등에 올라탄 자의 운명일까? 역사란 무엇일까?
더스쿠프에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 서평이 실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단편집은 다양한 직업군의 먹고살기 위한 고충을 담고 있다. 비정규직, 돌봄노동, 정규직 전환의 꿈, 프랜차이즈와 조직생활, 위계서열, 20대 남자와 학벌주의, 그리고 비트코인, 프리랜서와 바이럴마케팅까지 다변화한 우리 사회의 먹고사니즘을 들여다본다. 단순히 노동자로 퉁치기에는 조금 복잡해진 우리의 노동현실이 이곳에 있다.》
#월급사실주의 #월급사실주의2024 #인성에비해잘풀린사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665/0000002986?sid=103
경제사상가들의 삶과 그를 통해 보는 경제사상사. 천재들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그런 건지, 아니면 천재들이라 자존심이 세서 그런 건지, 몇몇 인물들의 연애담이 정말 재미있다. 특히 비어트리스 포터 웨브와 조앤 로빈슨, 이 당당한 두 여성 학자의 삶은 여태까지 영화화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다른 역사가들이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피렌체의 내부 분열 문제는 대충 쓰거나 무시했다는 비판으로 책을 시작한다. 마키아벨리는 이 책에서 다급한 구직자가 아니라 냉철한 논평가다. 그가 고국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과 영향을 분석할 때, 행간의 숨은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군주론』보다 덜 기울여도 된다. 인간 마키아벨리도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노컷뉴스에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월급사실주의 2024』가 소개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월급사실주의는 우리 시대의 노동 현장을 담은 소설이 더 많이 발표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한국소설의 새로운 흐름이다. 올해 새롭게 월급사실주의 동인으로 새롭게 합류한 작가는 남궁인 손원평 이정연 임현석 정아은 천현우 최유안 한은형이다. 사회의 단면들을 예리하게 감지해온 작가들이 작심하고 직장을 무대로 써낸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월급사실주의 #월급사실주의2024 #인성에비해잘풀린사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892796?sid=103
일본 서브컬처 소비자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인 듯하고, 한국 서브컬처 소비자에게는 그 자신이 스노비즘의 사례가 되어 버린 아즈마 히로키. 『일반의지 2.0』을 읽고 히로키의 장점은 깊이가 아니라 순발력이구나, 했다. 하지만 한국 아이돌그룹이나 웹소설에 대해 이 정도로 깊이의 책을 읽지는 못했다.
‘데이터베이스 소비’ 같은 개념, 건담 팬은 가공으로나마 거대서사에 대한 정열이 있지만 에반게리온 팬은 그렇지 않다는 분석 등은 분명 흥미로웠다. 나는 일본에서 시작되어 한국으로 번진 몇 가지 서브컬처 소비 양태를 포스트모던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유아기적 퇴행, 혹은 어떤 종류의 중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