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맥주의 역사와 종류, 음미하는 법과 그 외 잡학지식들을 쉽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마시는 것만 좋아했지 맥주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었는데 재미있게 읽었다. 역시 인터넷보다 책이 훨씬 낫다.
수렵채집 시대, 농업 시대, 화석연료 시대마다 가치관이 달랐고, 그 가치관들은 큰 틀에서 1인당 에너지 획득 수준에 의해 결정됐다는 대담하고 도발적인 주장을 펼친다.
주로 ‘잊힐 권리’의 차원에서 소셜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미 칠 악영향을 우려한다.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망각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동생이 입양할 개를 정했다고 알려왔다. 지난번 경험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나에게 묻지 않고 전격적으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토이 푸들이었다. 너무 소형견 아닌가 싶었는데, 부모님이나 조카들이 좋다고 했을 테니 내 의견이야 뭐 중요할까 싶다. 언제 데려올지에 대해서는 동생은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밤에 멍하니 있다가 동생이 보내 준 강아지 사진은 다음날에야 봤다.
늦잠을 잤고, 몇 군데에 밀린 답장을 메일과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그런데도 보내야 할 메일을 다 보내지 못했다. 가끔은 메일 답장하다가 인생이 다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다. 기타를 조금 연습했고, 전화 영어 수업을 받고, 화장실을 청소했다. F 코드는 여전히 소리가 잘 안 났고, 처음에는 잘 되는 듯했던 D 마이너 7 코드도 이제 헤매고 있다. 점심에는 삶은 계란과 견과를 먹었고, 낮에는 빵집에 가서 고로케와 토스트를 사 왔다.
전에는 바닥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요일을 정해 놨었다. 그런데 HJ가 부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후로는 그렇게 요일을 정해놓고 청소를 할 수 없게 됐다. 바닥을 청소할 때에는 가구를 옮겨야 하니 HJ가 집에 있으면 청소하기 어렵다. 그녀도 옆에서 내가 청소하는 모습을 불편해 한다.
금요일에 HJ가 다음 주 재택근무 날짜를 알려주면 그 자리에서 ‘그러면 나는 무슨 요일에 바닥 청소를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청소를 자꾸 미루다 하지 않게 된다. 다음 주에는 수요일에 바닥 청소를 할 계획이다. 미리 적어둔다.
화장실 청소는 HJ가 집에 있을 때에도 할 수 있다. 내가 청소하는 모습이 그녀에게 잘 보이지도 않고, 화장실이 두 개니까 청소하는 중에 볼 일을 볼 수도 있다. 이 역시 청소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날이 있으면 그 계획을 전날이나 당일 아침에 입 밖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미루게 된다.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월말이라 칼럼과 단편소설 마감일들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단편소설을 청탁해 온 잡지사에서 ‘마감이 다가왔다, 시간이 부족하면 말해 달라’고 물어왔기에 며칠 말미를 달라고 요청했다. 편집자는 ‘마감이 다가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고, ‘시간이 부족하면 말해 달라’는 말은 그냥 예의상 덧붙인 게 아닐까 싶었지만. 대강 구상은 해 놨는데, 썩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아니어서 애정이 안 간다.
얼마 뒤에 나올 소설집에 들어갈 단편 원고도 우편으로 교정지를 받아 저자 교정을 봐야 하는데 며칠째 손 놓고 있다. 역시 막판까지 참신한 구상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 평범한 아이디어로 숙제하듯 쓴 소설이다. 그랬더니 원고를 다시 보는 일조차 내키지 않는다. 나 요즘 왜 이러나.
헬스장에서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서는 HJ와 맥주를 마셨다. 우리의 화제는 이번에도 한국 경제와 자산 투자였다. 낮에 사 온 빵과 집에 있던 가래떡을 안주 삼아 빅웨이브, 호가든,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셨다. 내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는 빅웨이브 캔 라벨에 그려진 시원한 하와이 바다 풍경과는 정반대였다.
빅웨이브는 하와이의 맥주 회사인 코나 브루잉 컴퍼니에서 만든 산뜻한 골든 에일이다. 나도 HJ도 좋아한다. 부드러운 질감에, 향이 곱고 깔끔하며 쓴 맛은 거의 없다. 이 회사는 맥주에 ‘하와이 정신’을 담으려 애쓴다고 한다. 이런 맥주는 화창한 하늘 아래서 하루 일과를 보람차게 마친 뒤에 꿀꺽꿀꺽 마셔야 하는 건데.
다음날에는 또 늦잠을 잤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맥주야말로 요일을 정해서 일주일에 두 번만 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화요일, 토요일, 그리고 여행 가는 날에만 마시자. 내 간이 남들보다 튼튼한 것 같긴 하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에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술을 마시건 마시지 않건 잠자리에도 지금보다 일찍 들리라 다짐했다.
맥주에 미안해지지 말자
태양을 밝히고 파도를 일으켜라
그리고, 꿀꺽꿀꺽!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볼 때의 조마조마한 기분. 끝내 그들이 제대로 걷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예감하는 파국.
사제가 주인공인 소설들은 어떤 면에서 가장 반종교적이다. 신 없이 신성이 가능함을 보게 되기에. 그런데 섭리는 왜 스스로 실현되지 않고 인간 따위의 희생을 요구하는 걸까.
요즘이 수면 연구의 황금기라고 한다. 꿈은 대부분 최근 경험의 반영이고, 매트리스는 숙 면과 별 상관이 없다고. 몽유병자들이 저지른 ‘범죄’가 상당히 많고 소름끼친다.
대중은 소외를 경험하며 ‘진정한 것’을 찾기 시작했고, 그러다 진정함을 과시하 며 마케팅 전략으로 삼게 됐다. 오늘날 진정성 추구는 거대한 기만극이며, 우리는 관광객들이다.
‘어둡고 무겁고 혼미한 느낌이 드는, 좀처럼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 한 단편의 화자인 소설가가 정신적 불륜 관계인 여성에게서 이런 작품 평가를 듣는다. 그 말을 그대로 이 소설집 전체에 대해 적용해도 될 것 같다. 「꿈은 사라지고의 역사」가 좋았다.
대체로 비참하게 살다 떠난 옛 문인들에 대해 읽다보니 글이고 삶이고 뭐고 다 허망해지는 기분. 송(宋)부터 청(淸)까지인 둘째 권은 나중에 읽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