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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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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마즈다 아들리)

영어 제목은 ‘Stress and the City’.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전문 분야인 정신과 의사 저자가 도시인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분석하고 흥미로운 질문도 제기한다. 홍콩 사람들은 높은 인구밀도를 당연히 여기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별로 받지 않는다고 한다. 도시마다 사람들이 걷는 속도가 다른데, 20년 전과 비교하면 평균 10퍼센트 빨라졌다고 한다.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도시에 산다는 것에 대하여
18. 수도 수와 미니어처 푸들

‘전기를 사용하는 기구와 탕, 샤워 이용시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건물 측의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회원님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헬스장에서 보내 온 문자메시지는 이렇게 끝났다. 건물 변압기를 교체하는 날이라 정전이 수시로 발생할 거라는 안내였다. 좀 당황스럽기는 했다. 샤워를 하다가 감전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런 위험이라면 주의한다고 예방할 수 있을까? HJ는 얼마 전 중국 온천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해 일곱 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있었다며 겁을 줬다.

변압기 교체 공사를 아침 일찍 시작한다고 하니 헬스장은 최대한 저녁 늦게 가야겠다 생각했다. 점심에는 집 근처 국숫집에 가서 닭고기볶음밥을 먹었다. 오후에는 바닥을 청소했다. 실수로 청소포를 평소보다 한 장 더 뽑은 김에 거실과 방의 책장 선반들까지 닦았다. 기타 F 코드를 연습했으나 여전히 잘 되지 않았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토지문화관의 창작실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서를 보냈다.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이용해 본 것은 2015년에 딱 한 번 있었다. 변산반도에 있는 조용한 펜션이었는데, 좋은 곳이었지만 거기서 작업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글은 아무 데서나 쓰면 된다고 믿는 터라 작업실을 두려고 마음먹은 적도 없고, 창작 여행도 부질없는 짓이라 여긴다.

그런데 내가 집에 없는 시간을 HJ가 무척 좋아했다. 그 마음이 약간 서운하면서도 이해가 갔다. 그녀나 나나 둘 다 지독한 개인주의자들이라, 집 전체를 혼자 즐기는 호젓한 시간을 즐긴다. 헌데 나는 HJ가 출근한 동안에 그 기분을 만끽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못한다.

게다가 집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 더위를 잘 견디는 HJ는 에어컨 없이도 여름을 보낼 수 있다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에어컨 수리비는 의외로 비쌌고, 그렇다면 그냥 그걸 고치지 않은 채 내가 매년 7, 8월에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생활에 지친 것도 사실이었고 장소를 바꾸면 뭔가(뭐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문인 모임은커녕, 이제 출판 관계자들조차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도 없는데 잠시라도 사람들 속에서 단체 생활을 하고 싶다는 충동도 들었다. 우울증에는 그런 게 도움이 된다고 하니까.

청소를 하는 중에 동생이 개 사진을 두 장 보내왔다. 강아지 세 마리가 한데 있는 사진 한 장, 그리고 그 어미인 미니어처 푸들 사진 한 장이었다. 그 새끼 강아지 중 한 마리를 입양할 수 있는데 부모님이나 조카들은 모두 마음에 들어 했단다. 유기견은 아니었다.

미니어처 푸들이라. 귀엽고 영리하고 병에 안 걸리는 견종이지. 동생이 찍어 보낸 사진 속 어미 개는 털이 누리끼리한 회색이었고 새끼들은 아주 까맸다. 자라면서 털 색이 바뀐다고 했다. HJ도 개들이 너무 귀엽다며 좋아했다.

동생은 그 강아지를 들이고 싶다면 분양비를 내면 된다고 했다. 처음 알았는데 유기견을 입양한다고 해도 분양비는 내야 한다고 했다. 병원비도 있고, 책임을 지우는 목적도 있다고 했다. 애견인들끼리는 그걸 ‘분양책임비’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 돈과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한 물품 비용은 그냥 내가 다 낼 생각이었다.

저녁때까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신을 보낸 뒤 소파에 누워 개를 키운다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그 미니어처 푸들 강아지가 이미 반쯤은 내 개처럼 느껴졌고, 부모님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직접 키울까 하는 욕심이 일었다. 동시에 부모님이 연로해져서 개를 키울 수 없게 됐을 때 늙은 개를 내가 떠맡을 자신은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한 가지는 확실해. 자기는 그 개를 분명히 사랑할 거야.”

누워서 생각에 잠긴 내게 HJ가 말했다.

“그건 나도 알아.”

내가 대답했다.

그런데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동생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그 사이에 강아지들이 다 분양됐다고 했다. 동생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HJ도 놀랐다. 개를 키우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가. 미니어처 푸들이 인기가 높은가.

운동하기 정말 싫은 날이었지만 운동화를 들고 헬스장에 가서 근력 운동을 했다. 변압기 공사는 잘 끝났는지, 정전은 한 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샤워하다가 감전을 당하지도 않았다. 면도기 헤드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손가락을 조금 베이기는 했다. 집에 돌아와서 신라면 블랙 컵라면과 가래떡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토플링 골리앗의 엄청나게 맛있는 페일에일인 ‘수도 수’를 마셨다. 이 맥주 캔에는 내가 개 다음으로 사랑하는 동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만화 스타일로 그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의 별명이 ‘수’다. 그 화석을 발견한 탐험가이자 수집가인 수 헨드릭스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수도 수는 한 종류 홉만 쓰는 싱글 홉 맥주다. 그럼에도 향이 대단히 풍성하고 싱그럽다. 출시됐을 때 싱글 홉 맥주는 단조롭다는 선입견을 깼다며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히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녹색과 보라색 피부

입을 벌리고 멋진 이빨을 드러낸

향기로운 맥주

 

맥주와 공룡은 나한테는 각별한 조합이다. 맥주는 스무 살 이후로, 개와 공룡은 어렸을 때부터 줄곧 사랑했다. 마흔이 될 때까지도 살아 있는 공룡을 보는 게 은밀한 소원이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전편을 다 봤고, 1편은 개봉한 해에 극장에서만 세 번을 봤다.

살아 있는 공룡을 보고 싶다는 소원은 이상한 방식으로 이루게 됐다. 분류학자들이 새를 공룡상목 조강(鳥綱)으로 분류하게 된 것이다. 즉 현대의 분류법에 따르면 새가 바로 공룡이며, 새가 살아 있으므로 공룡은 멸종한 것이 아니다. 내가 공룡을 매일 봐 왔고, 가끔은 튀겨 먹기도 했다는 얘기였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어찌나 허망하던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소원도 있고, 이루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소원도 있다. 그런 내용의 소설과 우화가 넘쳐난다. 개를 키우고 싶다는 소망은 아주 평범한 방식으로 성취되길 빌고 있다.

 

264.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최훈)

30년 넘게 아파트에 살면서 경비원의 삶을 몰랐다. 몰라서 실수한 게 많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겠다. 그런 면에서 인생을 바꾼 책이고, 이 책이 다른 사람들의 삶도 바꾸기를 바란다. 이 책을 써 준 작가와, 이 책을 내 준 정미소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263.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마이크 비킹)

휘게는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아늑함, 따뜻함, 안락함을 의미하는 단어이며, 저자는 코펜하겐에 있는 행복연구소 소장이다.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결국 ‘적당히 체념하고 안분지족해라’라는 말에서 멀지 않은 개념 아닌가 의심도 든다. 아니면 그 ‘이것저것’이 핵심일까?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 덴마크 행복의 원천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 - 덴마크 행복의 원천
262. 백미러 속의 우주 (데이브 골드버그)

‘대칭’이라는 키워드로 상대성이론, 반물질, 블랙홀, 힉스 입자를 설명한다. 좋은 책인데 저자가 가끔 개그 욕심이 너무 지나쳐서 읽는 데 도리어 방해가 된다.

백미러 속의 우주
백미러 속의 우주
261.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아와 나오코, 조이스 캐롤 오츠, 존 업다이크, 마이클 커닝햄 등)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단편소설집. 슬프고 무섭고 매혹적이다. 조이스 캐롤 오츠, 존 업다이크, 셜리 잭슨, 닐 게이먼 등 참여 작가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한 ‘다시 쓰기’는 아님.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260. 인생 (위화)

빠르게 읽었는데 책장을 덮을 때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난 듯한 이상한 기분. 정말 한 인생을 살고 난 듯했다. 허삼관네 가족을 만나면 같이 밥을 먹으며 시끌벅적하게 어울리고 싶은데, 푸구이 노인을 만나면 옆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논밭을 내려다 볼 것 같다.


인생
인생
259. 허삼관 매혈기 (위화)

웃고 울며 읽었다. 어느 누가 허삼관네 가족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고두고 다시 읽고픈 명장면도 많다. 소설이 현대사의 비극들에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구나 놀라기도 했다.


허삼관 매혈기
허삼관 매혈기
258.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 (유승훈)

부산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는 민속학자가 쓴 부산 이야기. 부산을 끊임없이 외부 문화가 들어와 서로 섞이는 ‘문화 용광로’라고 규정한다. 책을 읽다 문득 깡깡이 아지매들, 마도로스, 박을룡 경찰관 같은 이들의 삶을 상상해 본다.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부산
257. 양의 탈을 쓴 가치 (미하엘 마리)

분명 어떤 가치는 다른 가치와 충돌하고, 악행의 명분이 되고, 그걸 입에 올리는 사람들 중 제대로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하지만 그게 가치의 무가치함을 의미할까.


양의 탈을 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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