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부제가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되어 있는데 잠 못들 정도로까지 재미있지는 않았고…… 복부 비만이 신경 쓰여서, 그리고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에 있기에 읽었다. 하루에 체중 1kg당 단백질 1g을 먹어야 하는데 달걀 1개에 단백질이 10g 들어 있다고 한다. 단백질과 당분이 결합한 최종당화산물이라는 물질 때문에 피부 노화가 일어나니 당질 섭취를 피하고, 단백질이라고 볶거나 굽는 방식 대신 삶거나 찌는 요리를 택하라고 한다.


작가 후기를 읽다가 소설 쓰기보다 이 에세이 쓰기가 더 어려웠다는 말에, 쓰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얘기에 놀랐다. 너무 ‘술술’ 잘 읽히는데, 가라앉지도 들뜨지도 않은 이 차분하면서 유려한 속도가 딱 좋은데, 하며 읽었기 때문. 내가 전통술에 빠지게 될 것 같지는 않고 그건 내 신체 특성 때문이지만, 김혜나 작가의 에세이는 앞으로 반드시 읽는다. 물론 전통술에 대한 관심은 좀 생겼다.


그리스 신화의 몇몇 에피소드들을 존재하지 않는 기술에 대한 고대인들의 SF라는 관점에서 풀이한다. 탈로스와 갈라테아, 판도라는 로봇이나 인공생명체이며, 다이달로스와 메데이아, 프로메테우스는 테크놀로지를 오남용해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 엔지니어다. 중국이나 인도 신화도 곁들여진다.


스파이 소설로서의 짜릿한 재미, 그리고 ‘어쩌면 진짜로…’ 하는 설득력은 물론 일정 부분 더글러스 케네디의 필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케네디는 이야기와 설정을 극적으로 잘 조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작가가 아니다. 나는 케네디가 탁월한 심리학자를 안에 품은 이야기꾼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마음속에 심리학자뿐 아니라 실력 있는 사회학자가 있다는 사실도 이 작품을 읽으며 깨달았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시즌 2-5회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북토크 모객에 대해 써봤습니다. 저도 2명 앞에서 강연한 적 있어요. ^^
#소설가라는이상한직업 #북토크모객
https://tobe.aladin.co.kr/n/289406


부모님 댁에서 2박 3일간 머무는 동안 내게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가볍게 감기에 걸린 것 같은 상태가 되었고 피부에도 발진이 일었다. 특히 새롱이를 껴안고 있던 팔의 피부가 벌겋게 되었다. 앞으로도 내가 개를 키우지는 못하겠구나 싶었다.
부모님 댁에서 머문 마지막 날에는 낮에 HJ와 점심을 먹고 공원을 산책하다가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이자 1인 출판사인 송송책방에 갔다. 송송책방 대표와 나는 두 번 만난 적이 있다. 처음은 그녀가 내가 진행하는 독서 팟캐스트에 나왔을 때였다. 두 번째 만남은 〈한겨레21〉의 한국 소설가 특집 기획에서 외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서였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몰랐는데, 두 번째 만남에서 그녀가 내 책들을 전부 다 읽은 팬임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한겨레21〉의 기사가 무척 정확하고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 약간 빚을 진 것 같은 기분이 줄곧 들었다. 서점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제대로 지키지 못해 더 그러했다.
그런데 이번 방문은 아무 예고 없이 즉흥적으로 한 것이었다. 마침 책방에 다른 손님이 한 사람도 없어서, 송송책방 대표와 HJ, 나는 차를 마시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송송책방 대표가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를 읽고 도지코인을 샀는데 곧바로 일론 머스크가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코인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모두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국 문학과 출판계 가십을 이야기하다가 서점에서 나왔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새롱이는 얌전히 내 품에 안겨 있었다. 송송책방 대표가 여러 번 감탄했을 정도였다. 송송책방 대표의 어머니가 쓴 신작 에세이를 샀다. 『한국 소설이 좋아서』 2편을 낼 때 글을 청탁할 테니 받아달라는 요청도 했다.
노트북 자판이 고장 나서 HP 서비스센터를 찾아갔다. 그런데 수리비가 예상보다 너무 비싸서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외장 키보드를 이용하다가 다른 곳도 고장이 나면 새 노트북을 사려 한다.
내가 HP 서비스센터에서 허탕을 치고 온 날 HJ는 가좌역 근처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면접을 보고 왔다. 그리고 몸살에 걸렸다. 그녀는 그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 근처의 여성 전용 고시원에서 살겠다고 고집했다.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박하며 네이버지도에서 원룸 월세를 찾았다.
그러다가 그 회사가 경의선숲길 옆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회사 바로 옆이 홍제천이었고, 그 개천을 건너면 경의선숲길 서쪽 말단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HJ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녀는 집이나 직장 근처에 공원이 있는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다 경의선숲길 공원을 좋아한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허리띠가 끊어진 반바지를 수선했다. 그리고 마이셀 바이스 알코올프리 맥주를 마셨다. 알코올프리라지만 사실 이 맥주에는 아주 낮은 농도로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다. 사실 그래서 맛있다. 맛을 본 HJ는 자신이 마셔본 무알코올 맥주 중 가장 낫다고 말했고 나도 같은 의견이었다.
반바지를 수선하며
면접 중인 회사 주소를 뒤적이며
한가한 듯 초조했던 봄
비가 자주 왔다. HJ는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단지 몇 곳을 눈 여겨 보고 있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임장 계획을 여러 번 취소했다. 그렇게 임장을 가지 않은 날 동네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옆에 있는 하와이 음식 전문점에 갔다. 포케를 처음으로 먹어 봤는데 아주 맛있었고 값도 적당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젊은 남녀가 아마도 부부 같았는데, 메뉴뿐 아니라 가게 구석구석에 신경을 쓴 티가 났다.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이 몇 점 있었고, 이런 문구가 적힌 액자도 있었다. ‘아스파라거스와 새우가 들어간 이 집의 포케는 죽음과도 바꿀 만한 천상의 맛이다.’
다니엘 슈라이버의 『어느 애주가의 고백』을 읽었다. 책장을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 어떤 대목들은 그대로 내 음주 습관에 대한 묘사이기도 했다. 나는 지금 내리막길에 있는 걸까, 균형 상태에 있는 걸까. 그 균형 상태는 안정적인 건가, 몹시 아슬아슬한 걸까. 부제에는 ‘술 취하지 않는 행복’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한때 윌리엄 깁슨은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단어와 동의어였고,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말 이 크롬빛 매력을 잃으면서 깁슨에 대한 열광도 시들해졌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와 상관없이 깁슨이 초일류의 ‘월드 빌더(world builder)’임을 이 작품을 통해 재확인한다. 그는 낯설지만 그럴듯한 세계를 정교하게 만들고, 독자를 그 한복판에 던져 그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시간여행, 가상현실, 평행우주, 아바타를 딱딱 들어맞게 혼합해서,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야카와쇼보에서 <재수사>의 일본어판 제목을 <벌과 죄>로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SNS에서 검색했을 때 수사 용어가 나오지 않고 딱 이 책 제목 만 나오게 하고 싶고, 도스토옙스키 소설들의 오마주임을 알리고 싶다는 출판사의 고민이 담겼습니다.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계속 듣다 보니 ‘어, 좋은데?’ 싶네요.
출간되면 저의 네 번째 일본어판 소설이 됩니다. <산 자들>도 일본에서는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어요. <벌과 죄>라는 제목이 재미있어서 그냥 써봤습니다. ^^
#벌과죄 #재수사 #일본어판 #한국에서는못이룬한권짜리벽돌책의꿈을이룰수도
![[세트] 재수사 1~2 - 전2권](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82/34/cover150/k942838349_1.jpg)
![[세트] 재수사 1~2 - 전2권](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82/34/cover150/k942838349_1.jpg)
스파이 소설로서의 짜릿한 재미, 그리고 ‘어쩌면 진짜로…’ 하는 설득력은 물론 일정 부분 더글러스 케네디의 필력에서 나온다. 그런데 케네디는 이야기와 설정을 극적으로 잘 조리하는 수준에 그치는 작가가 아니다. 나는 케네디가 탁월한 심리학자를 안에 품은 이야기꾼이라 생각했는데, 그의 마음속에 심리학자뿐 아니라 실력 있는 사회학자가 있다는 사실도 이 작품을 읽으며 깨달았다.


더 글렌리벳이 후원하고 《보그》에서 술을 주제로 기획한 미니픽션 앤솔러지. 전문은 《보그》와 인터넷에서 읽을 수 있고, 단행본도 비매 품으로 나왔다. 청탁 받은 아이템은 ‘술’이었지만 다들 위스키를 소재로 썼다. 가볍게 읽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