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동물권 변호사가 말하는 한국 사회의 동물권 현주소와 관련 법, 그리고 그의 체험들. 동물 학대 사건에서 외국에 비해 한국 법원이 무척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편이라고 한다. 헌법에 동물 보호를 국가의 의무로 넣자고 주장하는데, 그런 내용이 헌법에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집회를 벌이는 농민이나 어민들이 산 동물을 죽이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에피소드에서 할 말을 잃음.


남극 횡단을 떠났다가 난파당하고 믿기지 않는 사투 끝에 모두 살아서 돌아온 인듀어런 스 호 선원들과 어니스트 섀클턴 선장의 이야기. 아는 이야기인데도 탐사대원 중 한 사람이었던 프랭크 헐리의 사진이 풍성하게 곁들여지니 읽는 내내 몸서리가 처진다. 나는 어디쯤에서 포기했을까 생각하게 되고.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들이 한겨레신문에 ‘일하는 사람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일 이야기를 듣고 글로 전하는 내용입니다. 13회에서는 남궁인 작가님이 병원 이송반으로 일하는 이운회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8343.html
#일하는사람의초상 #월급사실주의 #남궁인작가님 #한겨레
<일하는 사람의 초상>
1회 ‘골때녀들’ 진심과 만난 프리랜서 축구 코치 (장강명 작가)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8835.html
2회 러시아 이모의 25년 인생이 담긴 ‘최루탄 라면’ (염기원 작가)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71658.html
3회 좋고 나쁜 사건이란 없다…그저 해결해야 할 사건뿐, 119 안전센터 구급대원 (최유안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72900.html
4회 하루 평균 100명 진료…소아과의사의 ‘감정 노동’ (한은형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74284.html
5회 계약이 끝이 아닌 동네사랑방 구실 ‘중개소’, 공인중개사 (정진영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76377.html
6회 화려하게 빛날 일 없는 급여 담당 다혜씨의 ‘당연한 하루’ (장강명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77457.html
7회 안부를 묻는 몸짓, 무탈을 바라는 마음, 필라테스 강사 (이정연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78636.html
8회 보름씩 사라져서 하는 일… 국평원 독학학위검정실 김지원씨 (지영 작가)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181426.html
9회 딸의 학원비를 위해, 낯선 핸들을 잡다, 발레파킹 기사 (주원규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2681.html
10회 막내가 70살, 모두의 공간을 깨끗이 하는 사람들, 아파트 환경미화원 (김의경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4905.html
11회 ‘편견의 라벨’ 떼며, 환자와 쌓아가는 신뢰 관계, HIV 치료기관 간호사 (서수진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86005.html
12회 현대판 ‘데이터 무속’, 기업 길흉화복 점치다, 데이터 애널리스트 (최영 작가)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1187150.html


알파고 이후 바둑계의 변화를 취재해서 논픽션을 쓰고 있습니다. 원고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는데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네요. 책을 발간하기 전에 LG전자와 티타임즈에서 홍보할 기회를 주셔서 나가서 바둑계와 AI 시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떠들고 왔습니다. 횡설수설 많이 했는데 티타임즈에서 잘 편집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bBaTc1JE42w
#알파고 #바둑 #AI #인공지능 #LG전자 #티타임즈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시즌 2> 12회를 올렸습니다. 이번 주제 는 ‘카페인과 노동요’입니다. ^^
https://tobe.aladin.co.kr/n/324546
덧붙임: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13회 주제는 ‘소설가의 독서’입니다. 혹시 ‘소설가라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는 책이 있을까요? ‘고전’, ‘모던 클래식’, ‘과학교양서’, ‘동료 작가들의 책’, ‘문학잡지’ 등 어떤 답도 좋습니다. 댓글로 달아주시면 13회 원고를 쓸 때 참고하겠습니다. 이유도 설명해주시면 더 감사합니다.


스티븐 핑커를 비롯한 하버드대 교수 열 사람이 자기 전문 분야를 소개하는데 내용이 상당히 알차다. 인권 개념의 철학적 기초를 다룬 마티어스 리스의 글이 좋았고, 그 외에 진화의 증거에 대한 부분도 볼만 했다. T. M. 스캔론의 ‘도덕이란 무엇인가?’는 두 번 읽었고, 앞으로도 한두 번은 더 읽을 것 같다.


제목이 좋고, 서문도 참 좋았다. 본문이 안 좋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림 잘 그리는 작가님이 글까지 잘 쓰시네. 오디세우스가 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처지를 왔다 갔다 했다거나, 홍종우와 김옥균의 관계를 인간이 언젠가 먹기 위해 가축을 돌보는 행위에 비유하는 등의 ‘인문학적’ 얘기들이 재미있었다.


윤리적인 소비라는 말은 아직 개념이 명확치 않아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구호도 많다. 그런 부분을 지적할 때는 날카롭다. 그런데 가끔 비약이 지나치다거나 초점이 안 맞을 때도 있어 보이고, 문제점을 지적할 때가 아니라 제안을 할 때에는 저자의 주장 역시 논리가 성긴 듯하다. 승마 예찬처럼 뜬금없는 대목도 있고. 근본적으로는 ‘개인들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사소한 실천’이 모든 문제의 답은 아닌 것 같다. 그런 개인적 실천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기후과학에 검증해야 할 부분 이 많고, 시뮬레이션이 정확하지도 않고, 연구 결과들이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되지도 않으며, 운동가들이 말하는 강령이 실현불가능한데도 과학계와 과학 저널리즘 분야에서 일종의 성역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물리학자. 문외한으로서 이런 책을 읽으면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알 수 없어 헷갈린다. 읽기에 비논리적인 주장이나 비약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새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삼성역 임장을 가기로 한 날 오전에 HJ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그 사이에 나는 블루클럽에 가서 머리를 깎았다. 이 동네는 미용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갈 엄두를 못 낸다. 그리고 이곳 블루클럽 미용사의 실력이 꽤 괜찮은 것 같다.
매년 늦가을부터 봄까지 비니를 쓰고 살다가 초여름이면 모자를 벗고 펌을 했다. 머리카락이 너무 억세서 가만히 놔두면 하늘로 치솟고, 아침마다 손질을 하는 게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머리를 깎고 보니 앞으로는 펌을 안 해도 될 거 같았다. 머리카락도 나이를 먹어 풀이 죽었다.
지하철을 타고 봉은사역에서 내려서 우리가 관심 있게 본 주상복합아파트로 갔다. 두 곳 중 한 곳을 먼저 살폈다. 영동대로에 들어설 예정인 공원 끝에 위치한 건물이었다. 지하철역에서 가깝지만 연결이 되어 있지는 않았다. 많이 시끄러울까? 집에서 공원이 내려다보일까? 옆 건물에서 안이 보이지는 않을까?
하지만 이 정도면 엄청나게 괜찮지 않은가. 어차피 우리 형편에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운 집을 구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브웨이 매장에 가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리고 탄천까지 걸어갔다.
의외로 탄천이 가깝지는 않구나. 그런데 여기가 공원으로 개발된다는 말이지. 정말 어마어마하게 근사하고 멋진 거리가 되겠는걸. 여길 왜 여태까지 주차장으로 내버려 둔 거야? 새로 지어지는 경기장에서는 한강을 보면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다는 말이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구장이 그래. 가보면 정말 아름다워.
연예인이 산다는 아파트, 입구를 철문으로 막은 아파트 단지들을 지나쳐 다른 주상복합아파트로 갔다. 그곳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근처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보이지 않았다. 가까이에 있는 사무실은 소장이 최근 정부 규제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몰랐다.
우리는 10분을 걸어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에 갔는데, 여기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제법 규모가 있는 곳으로 고급 인테리어를 쓰고 상담실까지 갖췄다. 우리를 맡은 젊은 직원은 컴퓨터 스크린을 능숙하게 조작하면서 우리의 투자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세인데 무슨 투자이익이냐고 되물을 뻔했다. 부동산 사무소에서 나와서는 선릉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탔다.
저녁에는 W와 함께 그믐을 준비하는 첫 회의를 했다. W가 퇴근하고 우리 집으로 왔다. W가 오는 시간에 맞춰 HJ가 나가서 피자를 사 왔다. 배달을 시키지 않고 직접 사 오면 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치즈를 먹지 못하는 나는 W와 HJ가 잡담을 나누는 동안 짜파게티를 끓여 왔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회의를 시작했다.
나는 W나 HJ가 그믐에 얼마나 진지한지 알지 못했기에 론칭 이후 6개월 동안 첫 단계에서 발전이 없거나, 1년 동안 두 번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냥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는 접자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소소하게 독서 토론을 벌이는 개인 블로그로 이용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HJ와 W가 한목소리로 반대해서 깜짝 놀랐다. 두 사람 다 6개월은 너무 짧지 않으냐, 좀 더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들 했다.
HJ와 W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그믐에 대한 믿음이나 의지가 강했다. HJ에게는 이것이 진짜 미션이었고, W에게는 진짜 비즈니스였다. 내게는 고작해야 부업일 따름이었다.
W는 그믐 사이트 개발에 드는 인력과 비용에 대해 설명해줬다. 정확히 수치를 말할 수는 없지만 몇백 만원 수준일 거라고 가늠했다. 법인 설립과 투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W는 개발 의뢰를 하려면 기능요구서를 만들어야 하며, 우리가 화면 기획도 할 수 있다면 좋다고 덧붙였다.
“이거 잘될지 안 될지 몰라. 회원이 3000명이 아니라 300명밖에 안 될 수도 있어.” 회의가 끝날 때쯤 내가 멋쩍게 말했다. HJ와 W가 너무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HJ가 대꾸했다. “괜찮아. 300명이 아니라 단 세 명이라도 내가 누군가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준다면 난 그걸로 족해.” 그 말을 듣고 나는 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
회의를 마치고 W를 1층까지 바래다주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W는 스타트업들이 세 번째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창업이 자신에게 세 번째 도전이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자전거를 탔고, 오전에는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았다. 이 처치를 비보험으로 받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3만 원이어서 계속 받을 만하다 싶었다. 아버지를 닮아 치아가 별로 안 좋다.
점심에는 샐러드와 구운 계란, 하루견과를, 저녁에는 편의점 도시락을 먹었다.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낮에 크롬바커 논 알코홀릭 바이젠을 마셨다. 부동산 가격 폭등을 주제로 중앙일보 칼럼 원고를 썼다. 살고 있는 전셋집에서 쫓겨나게 된 처지와 서울 중심부 슬럼 같은 동네에서 낮술을 마신 경험담을 적었다. 저녁에는 결국 버드와이저와 라이거 바이젠을 마셨다.
“단 세 사람이라도,”
그날 밤에 당신이 말했지
그래서 나도 결심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