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21세기 자본』이 한창 화제였을 때 800쪽이 넘는 분량이 부담스러워서 어떤 작가인가 가늠해보려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도표와 수치가 계속해서 나오고, 그에 대한 해석과 분석이 이어졌다. 길지 않고 주장이 어려운 것 같지도 않은데 너무 딱딱해서 읽는 맛은 거의 없었고 『21세기 자본』도 찾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도전할지는 모르겠다.


『미세 좌절의 시대』와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이 몇몇 매체에 소개되었습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
● 기자 출신 작가들, 발품 팔아 `지금, 여기`를 쓴다
-(이데일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8/0005750769?sid=103
● 그 사람이 떠오른다, 나도 그럴까…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
- (SBS 북적북적)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5/0001158114?sid=102
● 먹고사니즘에 빠진 보통 사람들의 밥벌이 현장
- (경남신문)
https://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432854
● [오늘의책] 5/27 미세 좌절의 시대
-(KNN)
https://news.knn.co.kr/news/article/157696
#미세좌절의시대 #월급사실주의 #월급사실주의2024


『역사의 종말』과 이 책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두 책은 논의의 층위가 완전히 다르다.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꽤 있겠지만 『역사의 종말』이 훨씬 더 깊이 있다. 9.11 테러 이후 “후쿠야마는 틀렸고 헌팅턴이 옳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많았는데 그 또한 책 안 읽고 하는 소리.


20대에 굉장히 감탄하며 읽었고, 나는 여전히 이 책이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식 교수가 책 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갑자기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후쿠야마가 너무 순발력이 좋았고, 센세이셔널한 방식으로 말한 탓도 있었으리라. 많은 이들이 후쿠야마를 관종 취급했었다. 실제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엄청나게 날카롭고 음울하게 비판하는 책이다.


존 브록만과 그 아들 맥스 브록만이 기획한 책들은 믿고 본다. 이번에는 “옳은데 위험한 생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석학 110명이 답하는 구성이다. 질문을 던진 이는 스티븐 핑커이고, 답 한 사람들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브라이언 그린, 리처드 도킨스, V. S. 라마찬드란, 케빈 켈리 등이 있다(핑커 본인도 답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투쟁은 패배했다’거나 ‘익명성은 통제돼야 한다’처럼 듣자마자 알 수 있는 이야기도 있고 ‘태아 성별검사를 합법화하라’처럼 궤변 같은데 찬찬히 들어보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도 있다.


한때 사이코패스에 관한 책들은 닥치는 대로 찾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 관심이 식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 캐릭터는 픽션에서 반짝 인기를 누렸지만 잘 생각해보면 타인에게 공감 못하는 가해자보다 공감하는 가해자가 훨씬 더 무섭다. 『표백』에서 이 책 한 대목을 인용했다.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 진화에 대한 좋은 과학 교양서를 계속 펴내는 데, 기묘하게 생긴 캄브리아기의 동물 이름을 따서 ‘오파비니아 시리즈’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출판사 이름도, 시리즈명도 호감이 가는데 막상 읽어본 책은 이 책 한 권뿐. 지구에 있었던 다섯 번의 대멸종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페름기 대멸종을 다룬다. 지질학의 역사와 지질학자들이 겪은 일화들도 곁들여진다.


어이없게 끝난 각종 열풍과 러시 사례를 통해 ‘합리적 개인과 효율적 시장’이라는 환상을 비판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서도 한 챕터가 할애되어 있다. 나온 지 10년이 넘은 책이지만 비이성적인 과열이나 이분법적 사고는 그 사이 조금도 줄지 않았고 앞으로 줄 거라는 기대도 거의 들지 않는다.


일본의 물 요괴인 캇파는 한국의 도깨비와 비슷하게, 대체로 무서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사악하지는 않고 장난기가 있으며, 간혹 사람들을 도와주거 나 같이 놀기도 한다. 그 캇파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 와서 폐허가 경복궁 경회루에 터를 잡았다면? 패전의 책임과 콤플렉스 속에 혼자 괴로워하는 임금이 캇파를 만난다면? 암군 선조가 정감 있게 묘사되어 개인적으로는 약간 찜찜했지만 그것만 제외하면 아주 흐뭇한 기분으로 잘 읽었다.


재미있다. 캐릭터는 만화적이고 소재는 사실적인데 안 어울릴 것 같은 그 두 가지가 위화감 없이 화학적으로 잘 결합한다. 캐릭터들은 애정이 가고 각자의 사연에도 관심이 생긴다. 사건들은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날 법한 것들이라 더 몰입된다. 트릭은 억지 부리지 않으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주인공의 과거로 인한 서스펜스도 전체 이야기 속에서 조화롭게 역할을 해낸다. 시리즈로 이어지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