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일제가 만주국을 설립하며 군국주의를 본격적으로 펼치던 1932년, 경주 서악동 고분군의 한 묘에서 미라 상태의 머리가 발견된다. 이게 혹시 김유신의 머리일까? 그와 함께 마을에 기괴한 사건들이 벌어지다가 급기야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그 정황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겹치는 듯하다. 서악동 고분군에 대한 자료를 계속 검색해가며 정신없이 읽었다. 김유신의 최후에 대한 가설이 정말 그럴듯했다.


보름쯤 뒤에 출간할 산문집 표지입니다. 예쁜가요? 제목도 괜찮은가요? ^^


파시즘이라는 단어는 명확히 정의내리기 어려운데, 그것은 파시즘이 본질적으로 논리 체계를 갖춘 이념이라기보다는 들끓는 정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늘날 파시스트라는 단어는 그저 정적에 대한 욕설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이 책은 파시즘이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이며, 그 프로젝트의 핵심에 역사를 다시 쓰는 작업이 있다고 풀이한다. 사실을 무시하고 그 자리에 일종의 신화를 대체한다는 것.


기술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걸까. 같은 주제를 다루는 신간들을 자주 본다. 이 책에서는 두 MIT 경제학자가 기술의 발전 방향은 공공선을 향할 수도 있고, 그 기술을 개발하거나 소유한 특정 계층의 이익을 향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기술 발전 방향을 둘러싸고 의제를 설정하고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중요한데, 저자들은 이를 ‘설득 권력’이라고 칭한다.


기존의 경제 성장에 한계가 왔으며, 신경생물학과 유전공학의 발전으로 인간 자체가 변화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발전 할 거라고 한다. 트랜스휴먼이라는 용어만 나오지 않았을 뿐 트랜스휴머니즘 초창기 서적이다. 물질적인 진보의 한계가 왔다는 주장의 근거로 임금과 생산성 정체를 드는데, 책이 나오고 몇 년 뒤 인터넷이 보급되었다.


저자는 글 잘 쓰는 물리학자. 도시를 선도 악도 아닌, 우리가 긍정해야 할 하나의 생태계라는 관점으로 보면서 현대 도시를 만든 과학적 발견과 기술을 소개한다. 도시를 떠받치는 근본 요소 는 재료, 에너지, 정보이며, 비둘기나 바퀴벌레 같은 동물은 도시 덕분에 번성했다. 궤도 엘리베이터, 우주 개척지 등 미래의 도시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콜린 윌슨 본인은 이 작품을 자신의 철학을 설명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자 서문이 무척 거창해서 좀 민망할 지경. 나는 산문과 비평을 흥미진진하게 잘 쓰는 사람도 소설을 재미있게 잘 쓰는 것은 아니라는 사례로 본다. 그리고 러브크래프트가 괜찮은 삶을 살았더라도 이런 소설을 썼을 것 같지는 않다.


정확히는 ‘우주의 역사’라기보다는 ‘천문학의 역사’라고 해야 할 책이고, 콜린 윌슨의 유사과학스러운 추측이나 자체연구 내용이 섞여 있어 이제 와서 교양서로 추천하기도 어렵다. 그런 추측 중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학계 밖에서 독학으로 공부한 똑똑한 사람들이 괴상한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콜린 윌슨도 거기에 해당한다.


독서가 중에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정도를 넘어, 혐오하거나 경멸해야 마땅하다고 믿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니다.
자기계발서 중에는 분명히 함량 미달인 물건도 많다. 하지만 그와 별도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세상살이의 지혜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그걸 책으로 엮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집안이나 마을의 어른이 그런 지혜를 가르쳤다.
로버트 그린의 920쪽짜리 책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은 어느 서점에서는 인문학 이론서로, 다른 서점에서는 교양심리 서적으로 분류돼 있다. 내 생각에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잇는 좋은 인간관계 분야 자기계발서이고, 실제로 어떤 서점에서는 해당 코너에 있다.
『인간관계론』처럼 『인간 본성의 법칙』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인간 심리의 비밀스럽고 어두운 구석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 나간다. 타인의 행동에 대처하는 법과 자기 마음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요령도 조언한다. 이것을 처세술이라고 깎아내려야 할까? 오히려 자식이 있다면 꼭 알려주고 싶은, 교과서에 없는 산 지식이라고 본다.
특히 『인간 본성의 법칙』은 80여 년 전에 나온 『인간관계론』에 비해 현대 사회생활에 더 다급하게 필요해진 지혜를 제시한다는 면에서 탁월하다. 한 가지 예만 들어본다. 수천, 수만 명과 연결되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타인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중국 문화혁명기의 끔찍한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집단 속에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유혹들을 열거한다. 녹아들고 싶은 욕구, 감정의 전염, 과잉 확신, 집단 문화에 대한 순종 같은 것들이다. 리더, 모사꾼, 말썽꾼, 광대처럼 집단에서 개인들에게 부여하는 역할을 설명하기도 한다.
출간 1년도 안 된 책이 5만 부가 넘게 팔리자 출판사에서는 두 권으로 나눈 블랙 에디션을 내놨다. 벽돌을 쪼갠 셈.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러운 젊은이가 있다면 13장(章)만이라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평생 직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 헌신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방법을 다룬 챕터다.


콜린 윌슨에게는 인간의 정신 능력에 대한 유사과학스러운 믿음이 있었고, 그런 믿음이 강하게 반영된 저술일수록 시시하거나 괴상하다. 아들과 함 께 쓴 이 책에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읽을거리로서 재미있고 역사 속 미스터리 같은 분야에서는 그럭저럭 합리성을 유지한다. 국내에는 ‘세계불가사의백과’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가 이후 현재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본인이 천재라고 믿은, 산문 잘 쓰는 오타쿠’가 콜린 윌슨의 정체 아니었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