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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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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시즌 2 10회를 올렸습니다. ^^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시즌 2> 10회를 올렸습니다. 이번 주제는 ‘어떤 행정편의주의’입니다. ^^

 

https://tobe.aladin.co.kr/n/316840

 


1172.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 (제임스 글릭)

시간여행이라는 개념은 등장한지 고작 100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제는 대중문화에서 익숙하다 못해 진부한 아이디어이고, 이 개념을 이용한 이야기 플롯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런데 몇몇 과학자와 철학자도 진지하게 이 개념을 고민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썼는데 대단한 통찰을 기대하지 않고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군, 이런 논쟁도 있었군’ 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괜찮다.

제임스 글릭의 타임트래블 - 과학과 철학, 문학과 영화를 뒤흔든 시간여행의 비밀
제임스 글릭의 타임트래블 - 과학과 철학, 문학과 영화를 뒤흔든 시간여행의 비밀
1171. 코드 브레이커 (월터 아이작슨)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개발 주역이자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의 평전. 『스티브 잡스』로 유명해진 월터 아이작슨이 썼다. 정작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제임스 왓슨이 나오는 대목들.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난 뒤 벌어진 논란에 대한 부분도 주의 깊게 읽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의 윤리에 대해서는 크리스퍼 연구자들의 고민도 그냥 막연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코드 브레이커 - 제니퍼 다우드나, 유전자 혁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
코드 브레이커 - 제니퍼 다우드나, 유전자 혁명 그리고 인류의 미래
1170.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존 브록만 엮음)

컴퓨터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노버트 위너는 1948년에 ‘사이버네틱스’라는 말을 지어냈고, 1950년에 이 개념을 대중적으로 풀이한 『인간의 인간적인 활용』이라는 책을 펴냈다. 70년이 지나 과학 편집자 존 브록만이 과학자, 공학자, 철학자, 예술가 등 25명에게 위너의 생각에 대한 논평을 써달라고 부탁했는데 필진이 엄청 화려하다. 스티븐 핑커, 대니얼 데닛, 맥스 테그마크 등등. 읽기 다소 딱딱하기는 하지만 기계가 만들어낼 미래에 대한 서로 다른 여러 전망을 비교할 수 있어 좋다. 벤키 라마크리슈난의 생각이 내가 논픽션에서 쓰려는 이야기와 많이 겹친다. 알렉스 ‘샌디’ 펜틀랜드와 피터 갤리슨의 글에도 밑줄을 여러 부분 그었다.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바라보는 석학 25인의 시선
인공지능은 무엇이 되려 하는가 -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바라보는 석학 25인의 시선
1169. 어떻게 먹을 것인가 (캐롤린 스틸)

음식을 먹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먹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라는 건지에 대해서는 ‘값을 올리면 될 거야’ 정도로 희미하고 막연하게 설명하고, 논지와 상관없는 배경을 길게 떠든다. 여러 책 인용해 가면서. 번역서 제목이기도 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충실하지 않다 보니 좋은 문장들이 공허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삶, 시간에 관하여
어떻게 먹을 것인가 - 우리가 잃어버린 음식과 삶, 시간에 관하여
근미래의 풍경 #8 디지털 제사

조선일보에 ‘근미래의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STS SF 초단편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8회는 ‘디지털 제사’ 이야기입니다. 원문 링크는 제일 아래 달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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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과학기술과 사회 연구) SF’라는 이름으로 소설을 써온 장강명 작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지도 모를 기묘한 풍경을 픽션으로 전달합니다.

 

근미래의 풍경 8회 #디지털 제사

 

한국의 대기업 네카팡이 내놓은 추모와 애도 서비스, 일명 ‘디지털 제사’는 세 가지 아이디어가 결합한 것이었다.

 

첫 번째는 물론 2020년대에 생긴 ‘데드봇’ 서비스였다. 고인이 살아 있을 때 쓴 글, 메일과 문자메시지 기록을 인공지능에게 학습시켜 마치 죽은 이와 직접 대화하는 것처럼 유족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챗봇 말이다. 영상과 음성까지 입력하면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지닌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 수도 있다. 이 서비스는 잠깐 유행하기는 했지만 결국 외면 받았다. 사람들은 망자가 살아 있는 사람처럼 웃고 떠드는 모습을 불편해 했다. 죽은 연인이나 자식의 디지털 환상을 붙들고 사는 사람,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부과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매우 나빴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부분적으로 그런 데드봇 서비스의 결과이기도 했다.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인터넷에 남긴 글이나 영상, 음성을 사후에 누군가 이용해 챗봇이나 아바타를 만든다는 생각에 치를 떠는 이들이 아주 많았다. 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 들 정도였다. 사람들은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면서도 망자가 산 자들의 세상을 활보하는 걸 원치는 않았다.

 

세 번째 아이디어가 결정적이었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예전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 증후군’이라는 업계 은어가 있었다. 평소 연락 없이 지내던 자식이 부모의 임종 직전 갑자기 나타나 떼를 쓰며 무리한 연명 의료를 요구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의 죄책감과 지불 능력은 임종 직후에 최고조가 된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는 죽은 자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최고급 수의와 관이 잘 팔린다.

 

네카팡은 이 세 가지 아이디어를 결합해 자신들이 가장 잘 하는 일을 했다. 관계자들의 실리를 엮고, 겉에 적절한 명분을 두르고, 그 위에 고대 철학을 조금 뿌린 상품을 만드는 것. 네카팡 이매리 의장은 자기 오빠가 암으로 사망하자 가장 비싼 옵션으로 장례를 치르며 네카팡의 추모와 애도 서비스를 세상에 선보였다.

 

먼저 시신은 6시간 만에 ‘재순환화’ 과정을 거쳐 곱고 향기로운 흙가루가 됐다. 과거에 마케팅 감각 없는 연구자들이 ‘인간 퇴비화’라고 불렀던 공정이었다. 이매리 의장은 한때 오빠의 육신이었던 그 흙으로 수목장추모공원에서 나무 묘목을 심었다. 나무의 DNA에 고인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짧은 코드로 삽입돼 있었다. 이매리 의장은 장례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에게 “겉으로는 다를 게 없지만 유족에게는 특별한, 단 한 그루뿐인 나무”라고 말했다.

 

그렇게 심은 나무 근처에 유족이 다가가면 홀로그램 묘비가 솟아올랐다. 고인의 얼굴과 간단한 이력, 추모의 글을 입체영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바닥에 설치돼 있었다. 홀로그램 묘비는 옷에 태그를 단 유족 앞에서만 나타나서, 수목장추모공원의 다른 구역을 걷는 건 그냥 조경이 잘된 수목원을 산책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명절 때, 그리고 기일 때 고인의 디지털 아바타가 활성화됩니다. 그때 나무 앞에 서면 떠난 이의 모습이 나타나 유족들과 대화할 수 있어요. 그렇게 고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딱 7일이에요. 그 7일은 미리 지정해놓는 거죠. 적절한 의식과 의무감이 있어야 추모의 마음이 제대로 생기죠.”

 

그렇게 지정한 7일도 요금을 내면 변경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이매리 의장은 거기까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네카팡의 디지털 아바타가 고인의 생전 모습 그대로를 복원한 게 아니라는 사실도 설명하지 않았다. 고인의 디지털 아바타는 좀 더 평화롭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래야 유족들이 더 만족할 테니까. 결국 이 모든 게 남은 자들을 위한 서비스 아니었던가?

 

대신 이매리 의장은 “고인의 디지털 유산은 저희가 책임지고 관리합니다”라고 말했다. 생전에 쓴 글이나 영상, 음성으로 유족의 허락 없이 망자를 복원하는 사람이나 기관이 있다면 네카팡이 대신 소송을 걸어준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네카팡에 법률 대리인 역할을 맡기는 비용은 한번에 지불할 수도 있고 구독료처럼 매달 낼 수도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온 딸이라면 거절하지 못할 서비스였다. 인터넷의 무뢰한들이 부모를 욕되게 하는 일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네카팡의 추모와 애도 서비스는 크게 히트했다. 가장 큰 수익은 디지털 차례 대행 서비스에서 나왔다. 명절에 사정이 생겨 수목장추모공원을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가족이 자기들의 디지털 아바타를 보내 고인의 무덤인 나무 앞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이다. 네카팡은 그렇게 산 자들의 디지털 아바타가 죽은 자의 디지털 아바타와 대화하는 모습을 짧은 동영상으로 제작해 유족에게 보냈다. 동영상 속에서는 모든 이가 평화롭고 화목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추모와 애도의 마음 아니겠는가.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5/02/04/C2WDG4YASRD5BCLS5LAWASUGQM/

 


1168.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19세기 조선이 서양인에게 어떻게 비쳤나 궁금해서 펼쳤는데 읽다가 언더우드 여사의 용기와 지성, 박애정신, 인간미, 글 솜씨에 푹 빠졌다. 호랑이와 콜레라, 여성 차별 같은 구한말의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대원군이나 동학운동에 대한 관찰이 날카롭다. 명성황후 민씨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눈길을 끈다.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1167. 하멜표류기 (헨드릭 하멜)

반나절이면 읽을 분량인데 하멜이 겪은 일들이 하도 기구해 울컥했다. 나중에 제주도에서 하멜이 도착했다는 장소들을 찾아가기도 했는데 그것도 정확하지는 않은 모양인지, 여러 동네가 하멜 표류지를 주장하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고독과 노역에 시달린 젊은 이방인의 얼굴을 상상해본다. 조선은 외침으로 두 번이나 망할 뻔했던 나라가 왜 그리 바깥에 관심이 없었을꼬.

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1166. 희망의 혁명 (에리히 프롬)

기술의 발전 방향이 인간성이나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다른 가치들을 훼손한다는 생각은 에리히 프롬의 시대에도 낯선 게 아니었다. ‘기술의 인간화’라는 결론은 새롭지도 않고 알맹이도 딱히 없어 보이지만 신념과 용기를 정의내리는 앞부분이 참 좋았다. 이데올로기를 ‘대중이 소비할 수 있도록 공식화된 아이디어’이자 ‘기성품으로 만들어져 나온 생각의 상품’으로 풀이하는 등의 통찰도 만날 수 있다.


희망의 혁명 - 인간적인 기술을 위하여
희망의 혁명 - 인간적인 기술을 위하여
1165. 이세돌의 일주일 (정아람)

저자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취재했던 중앙일보 기자. 본인이 프로기사를 꿈꾸기도 했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직후 이 9단이 형 이상훈 9단과 술을 마실 때 합석해서 특종 인터뷰를 따내기도 했을 정도로 바둑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취재 기자의 시선으로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당시 상황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세돌의 일주일 - 밀착 취재로 복기한 인간 이세돌과 그의 바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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