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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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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1971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한 심리학자가 학교 건물 지하실을 빌려 실험을 벌인다. 가짜 교도소를 만들고 남학생들이 각각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맡아 2주간 생활하는 것. 교도소 환경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실험은 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한다. ‘교도관’들이 가혹 행위를 벌였고, ‘죄수’들의 심리 상태가 위험한 지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다. 『루시퍼 이펙트』는 실험을 기획한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당시 상황을 세세히 서술한 책이다.

얼마 전 이 실험에 대한 조작 논란이 일었다. 실험 운영진이 교도관 역할 학생들의 잔악한 행동을 유도했다거나 정신착란을 보인 학생이 실은 제정신이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그런데 심리학 실험으로서는 애초부터 결격이었고, 연구진의 과한 개입이나 특정 학생의 연기 가능성은 책에 다 나오는 내용이다.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당시 상황을 기록한 르포문학으로 받아들인다면 조작 논란은 독서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험 참가자들이 부끄러운 체험을 4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정직하게 말하는 건지도 의문이고.

르포르타주로서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이 주어진 역할에 얼마나 끔찍하도록 충실해지는지, 가해자건 피해자건 그런 허구 앞에서 얼마나 금방 무너지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연구진이 교도관역 학생들을 부추겼다 해도 충격과 불쾌함은 그대로다. 연구진 역시 ‘교도행정 관리’라는 역할에 몰입한 것처럼 보일뿐이다.

학생들을 찾아온 가족들마저 ‘수감자 면회’라는 상황에 지독히 충실했다. 모든 것이 미쳐 돌아갈 때 이 역할극의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당장 걷어치우라고 목소리를 높인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얼마나 무섭고 우스꽝스러운가.

그러고 보면 우리를 둘러싼 허구는 참으로 많다. 장남이라든가 신참이라든가 졸업반이라든가 하는 사회적 위치, 성(性)에 얽힌 고정관념, 조직의 명예, 더 큰 진보, 민족중흥의 사명……. 그런 것들이 때로는 눈앞에 살아 있는 인간의 고통을 가리고 우리가 ‘루시퍼’가 되도록 만드는 건 아닐까.

『루시퍼 이펙트』는 미국에서 출간된 지 8개월 만에 한국에도 소개됐고, 나오자마자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가 됐다. 원고를 맡았던 최윤경 편집자는 “200자 원고지로 4000매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워낙 속도감 있게 읽혀서 분권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 말대로 734쪽짜리 책이 잡으면 금방이다.


루시퍼 이펙트
루시퍼 이펙트
675, 676. 개선문 1, 2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역시 인생 책 중 한 권. 『서부전선 이상 없다』도 쓰고 『개선문』도 쓰고, 레마르크 정말 부럽다. 게다가 상당한 미남이었고, 인세로 돈도 많이 벌었고, 마를레네 디트리히, 그레타 가르보와 실로 영화 같은 연애까지 했다. 『개선문』의 여배우 모델이 마를레네 디트리히라고 한다.

개선문 1
개선문 1
674.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인생 책 중 한 권이다. 묘사들이 너무 생생하고 또 너무 참혹해서 내가 다 PTSD에 걸릴 지경이었다. 구덩이에서 프랑스 군인을 죽이는 장면과 주인공의 감정 묘사를 읽는 내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은 모두 반전주의자가 되리라 확신한다. 누가 문학에 힘이 없다고 하는가.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
673.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마르코)

개발자라는 직군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는데 참 흥미로운 업계로구나 싶은 일화들이 있었다. 기회는 많지만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먼저 보는 미래 노동시장의 모습 같기도 했다.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인문학도, 개발자되다
672.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 쓰기, 책쓰기를 합니다 (남낙현)

독서 모임에서 책 쓰기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읽다 보니 납득됐다. 독서 모임이 어른들의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저자가 허세 없이 성실한 사람이라는 게 전해진다.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쓰기,책쓰기를 합니다 - 독자에서 저자로 성장해가는 3단계 독서모임 활용법
우리는 독서모임에서 읽기,쓰기,책쓰기를 합니다 - 독자에서 저자로 성장해가는 3단계 독서모임 활용법
671. 이창호의 부득탐승 (이창호)

표정 없는 신산(神算)은 동생과 아내, 팬들에게 고마워하는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돌부처라고 불린 이창호 9단은 자신을 믿지 않았고, ‘목숨 걸고 둔다’는 열혈 조치훈 9단에게는 깊은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 자신의 기풍 변화에 대한 분석, 아내와의 만남 이야기 등이 재미있다.

이창호의 부득탐승
이창호의 부득탐승
670. 고갱의 타히티 기행 (폴 고갱)

서머싯 몸이 서문을 썼다. 『달과 6펜스』를 좋아하지만 고갱은 여러 모로 황당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고갱 본인의 문장은 책임감 없는 좋은 단어들 위주로 되어 있다. ‘삶과 행복의 기술’이니 ‘심오한 진리’니 ‘신비로운 세계’ 같은 말들. 여러 원주민 소녀들을 애인으로 삼으며 성병을 옮겼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없다. 고갱이 매독에 걸렸던 게 아니라는 주장도 최근 나온 모양이더라만.

고갱의 타히티 기행
고갱의 타히티 기행
669.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노마드로 살아가는 게 가능해진 근본 이유는 플랫폼 경제나 사회가 구축한 복지 시스템 덕분일까? ‘연기해야 한다면, 대본은 내가 쓴다’는 문구가 마음에 들어 기록해두었다. 야생에서의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다 소꿉놀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조금 있다. 등장인물 중 개인적으로 아는 이들이 있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 누구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20. 촘스키, 사상의 향연 (노암 촘스키)

방송이나 신문에서 이른바 ‘온갖 문제 전문가’들을 본다. 어제는 정치사회를 논하고 오늘은 대중문화를 이야기하고 내일은 과학기술을 경고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도 그 중 하나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싶어 부끄럽기도 하고 알량한 밑천이 드러날까 두렵기도 하다.

다만 내 자격 여부와는 별도로, 통찰력 있게 사회를 비판하고 위험을 경고하는 전방위 지식인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데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손에만 맡기기에는 영향력이 막대한 사안이 너무나 많다.

우리 시대에 그런 비판적 지성의 이상형을 찾는다면 아마 노엄 촘스키 아닐까. 936쪽 짜리 책 『촘스키, 사상의 향연』은 촘스키가 그렇게 온갖 문제 전문가로 나서 발언한 강연 원고와 인터뷰, 에세이 모음집이다. 베트남전에서부터 대학 개혁, 지식인의 역할, 과학, 국제질서, 포스트모더니즘, 페미니즘, 문법교육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촘스키가 강연과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라면 ‘현대사회가 언론, 교육, 마케팅과 같은 도구를 활용해 어떻게 시민을 세뇌하는가’다. 물론 그것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이지만, 내게 더 재미있었던 부분은 실은 ‘지적인 수다’에 해당하는 곁가지들이었다. 자유의지 논쟁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다고 추측하거나, 전공인 언어학이 글쓰기 프로그램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거라며 쓴웃음을 짓는 등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불리는 그이지만 정작 급진적 행동주의자들에 대해서는 ‘지적 성실성이 모자란다’고 일침을 놓는다. 사회과학 종사자에 대해서는 ‘과학적 개념이 흐릿하다’고 지적한다. 자신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엉뚱한 해석에 황당해 하는 솔직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일반인을 향한 글이므로, 책 두께가 무색하게 술술 읽힌다.

책을 펴낸 시대의창 출판사는 촘스키 때문에 정체성이 바뀐 사연이 있다. 원래 경영서, 자기계발서를 주로 내다가 2002년 발간한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가 40만 부 가까이 팔리면서 사회과학 출판사로 변신한 것. 국내 출판사 중 촘스키의 저작을 가장 많이 펴낸 곳이기도 하다. 개정판과 세트를 제외하고 모두 17종을 냈는데, 그 중 가장 두꺼운 단행본이 바로 『촘스키, 사상의 향연』이라고.


촘스키 사상의 향연
촘스키 사상의 향연
668. 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미래를 바꿀까? (김하영)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술 혁신을 통한 노동 해방’이 가능한 일일까? 출판사는 노동자연대라는 좌파 단체이고 저자는 그 운영위원인데 뜻밖에도 책의 주장 상당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다. 나도 신기술이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 누가 그걸 통제할 것인지를 핵심 문제로 본다.

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미래를 바꿀까?
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미래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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