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맥주의 블로그
제 독서 메모는 마음대로 퍼 가셔도 괜찮습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셔도 됩니다.『재수사』를 쓰면서 트롤리 딜레마를 다룬 교양도서 두 권을 읽었는데, 한 권이 토머스 캐스카트의 『누구를 구할 것인가?』이고, 다른 한 권이 이 책이다. 이 책을 보다 더 추천한다. ‘트롤리의 딜레마’가 꽤 최근에 제기된 문제이며, 이 주제에 도덕철학 외에도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신경생리학에서 모두 관심을 가져 이제는 작은 학문 분야가 됐다고.


트렌드 분석의 권위자로 시 나리오 플래닝 전문 컨설팅 회사의 창업자라는 저자 소개는 좀 떨떠름했지만 책 내용은 무척 흥미롭고 공감이 갔다. ‘두려워 말라’가 아니라 두려워해야 한다는 얘기다. 인공지능뿐 아니라 디지털 기술 전반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이모티콘은 인간관계를 약화할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정보는 집단 기억을 훼손할지도 모른다.


미국SF작가협회가 선정한 고전SF 단편선. 솔직히 ‘이게 왜? 작품이 그리 없나?’ 하고 의문이 드는 작품도 더러 있다. 20년 만에 재독한 〈전설의 밤〉이 여전히 최고이고, 〈차가운 방정식〉은 다시 봐도 억지스럽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비건이 되기 어려운 만큼, 육식 소비를 조금 줄이는 태도를 취하자며 ‘리듀스테리언’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리듀스테 리언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유혹적인 개념이라 책을 집어들었는데 정작 머리말 이후로는 리듀스테리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미국인들은 어떻게 지금처럼 고기를 많이 먹게 되었나’는 이야기를 주로 한다.
장안의 베스트셀러여서 읽었고, 요즘 청춘들이 어 떤 감성인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는 점에서는 유익했다. 그래도 항마력이 모자랐다고 해야 할까. 중년 남자에게는 많이 버겁구나. 인물, 이야기, 주제의 작위성과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덕분에, 책장은 시원시원 넘어간다.


언제나 부담 없이, 내용을 믿으면서 집어 드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 당연히 재미있고 공감되는데, 나 역시 적잖은 이들에게 ‘아무 래도 싫은 XX’일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 악연이라고 체념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까. 너무 뻔뻔한 걸까. 그런데 뭐 어쩌겠나.


나름 거장 소리 듣는 두 작가가 함께 쓴 책인데, 먹물들이 머리 굴려 짜낸 억지 유머들 같다는 감상이었다. 작가님들 똑똑 박식한 건 알겠다만, 수많은 패러디와 인용이 반갑긴 하다만(뭘 패러디하시는지는 저도 압니다), 안 웃긴데 어쩌라고……. 어떤 독자들에게는 맞겠지만 나하고는 코드가 안 맞는다고 해두자. 작가들은 쓰면서 분명 재미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작가에게는 천천히 읽을 때에만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 ‘슴슴함’이라고 해야 할까? 아주 뜨겁지도 그렇다고 차갑지도 고유한 온도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분류되지 않아 작가 로서 손해를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띠동갑 연하 손님과 불륜에 빠지는 패션잡지 에디터 출신 30대 미용실 원장, 이라고 쓰면 좀 개연성 없게 들리는데, 읽는 동안에는 무척 공감했다.


미국에서는 1962년 초판이 나온 이후로 개정을 거듭하며 출판사 직원들에게 널리 읽히는 책이라고 한다. 편집자와 저자가 어떻게 신뢰를 쌓고 틀어지는지에 대한 얘기들이 쏠쏠히 도움이 됐다. 문학 에이전트가 있는 미국 출판계 이야기라 한국 실정과 안 맞는 면도 있고, ‘유대교 출판의 비밀’처럼 특이한 챕터도 있다.


한쪽 극단에서 활동하다가 반대편 극단으로 넘어간 사람을 보는 느낌. 그래도 일리 있는 대목이 없지는 않았고, 일년생 곡물을 키우는 농업의 문제를 지적하는 대목도 좋았다. 거의 종교적인 열정으로 채식주의자를 비난하거나 애니미즘을 주장하는 부분까지 동의할 수는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는 좀 애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