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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 그믐

생각나면 쓰는 부주의한 기록 / https://blog.naver.com/gibbs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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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한 세기 뒤

문장 속에 혁명의 기개가 넘쳐 흘려서 기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종 속에 살고 거짓말 속에 죽기를 권유하며 사회를 억눌러온 위선‘ 같은 명문은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번역 된 문장이 이정도라면 원문의 힘은 어떨까.


라틴 아메리카에 떠오른 무지개가 대한민국에서도 떠오르길 바란다. 사랑은 강하고 아름답고 반짝인다는 프로파간다를 담은 미디어를 꿀떡꿀떡 퍼먹으며 자란 아이들이 가족과 사회의 눈총을 두려워하며 어둠으로 숨어드는 일이 사라지길 바란다. 아이들이 사랑을 꿈꾸게 만들었다면 마음껏 그 사랑을 발산할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사회의 의무다. 오색빛깔 찬란한 사랑을 보여주고 그 빛을 발산할 사회를 만들어야지. 그것이 시민의 의무다.

순종
순종
딱히 이번이라고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희망할 근거는 없었다.

제인 오스틴 특유의 산뜻하게 비꼬는 어투가 더 도드라지는 노생거 사원. 오만과 편견 이전에 쓰인 작품답게 문장은 조금 더 어질하고 주인공은 평범할정도로만 모자라다. 1부 34페이지까지 주인공에게서 리지양의 면모는 보이지않고, 되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떠드는 화자에서 그의 잔상이 보인다.


아무튼간에 소설의 맥락과 관계 없이 쉼없이 떠들면 이루어진다는 문장이 맘에 들어 기록한다. 내 삶도 이렇게 풀렸음 싶어서.

그러나
그러나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어느 여성도 셰익스피어의 비범한 재능을 갖지 못했을 거예요.

Paris paloma 패리스 팔로마의 노래 ‘labour'의 가사로 오늘의 기록을 대신합니다.


All day, every day, therapist, mother, maid

하루, 그리고 평생, 상담사, 어머니, 하녀

Nymph then a virgin, nurse then a servant

창녀 그리고 처녀, 간호사 그러곤 고용인

Just an appendage, live to attend him

딸려오는 1+1, 섬기기 위해 사는 삶

So that he never lifts a finger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놈의

24∕7, baby machine

끝없는 임신 출산 양육

So he can live out his picket fence dreams

평범한 가정이란 프로파간다 바깥의 삶

It's not an act of love if you make her

아무도 원하지 않는 기만적 사랑

You make me do too much labour

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인 끝없는 노동


-


1세계의 여성이, 또 한국의 여성이 글을 배울 권리를 갖게 된지 얼마나 되었을까요. 그리고 그동안 그들이, 또 우리가 써내린 글은 얼마나 될까요. 마음껏 떠들고 기록해야 합니다. 후대의 여성이 21세기의 여성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기쁨과 괴로움으로 살았는지 알 수 있어야합니다. 왜 위인전에 여성 위인은 없냐는 질문을 했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야 합니다.

셰익스
셰익스
세상 그 어떤 힘도 제게서 5백 파운드를 빼앗을 수 없어요.

자본주의 사회의 편리함과 안락함을 몸소 느끼기 위해서는 돈이 필수적이다. 아무도 이 문장을 부정할 수 없다. 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가 곧 돈이니까.


‘자기만의 방‘이 가진 명성에 비해 미사여구 풍부한 서론의 장대함에 질려가고 있던 찰나에

오늘 이 문단에서 무릎을 쳤다. 증오를 버리고 아첨을 버리는 것. 이 두 단계가 여성이 자본주의 사회,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 받고 자리잡는 단계구나.


나의 노동에 대한 대가를 소유할 수 없으니 자연스레 여성은 자본 획득을 위한 노동에 무지하거나 무관심 할 수 밖에 없던 시기를 지나, 노동의 대가로 나를 지킬 수 있는 시대다. 다만,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이루어지지 않은 지금은 증오를 버리기에도 이른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음식과
음식과
환상이라 절대 존재하지 않음을 내가 보여주고 확인시켜줄 것이다.

올해 가을 즈음에 친구에게 빌려주었던 책이 새 책이 되어서 돌아왔다. 책갈피에 누린 자국이 너무 심해서 새 책으로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너무 좋았다. 그 사람의 섬세함과 다정함을 닮은 사람이야 세상 어딘가에 한 명 정도 있겠지만, 그 사람을 대신할 사람은 내 생애를 다 통틀어서 결코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이 문장이 자기 증명적 예언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은 남성을 욕망하는 여성(들)의 환상을 짓밟고 싶어하던 화자가 스스로가 만들어낸 환상에 취하는 비극적인 전개가 매력적이다. 그의 몰락에 너무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1회독을 끝내고나서 나는 나의 목표점을 ‘나‘로 수정했다.

나는
나는
횡설수설하는 사람들은 그녀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되고 싶은 문학 속 주인공이야 있을 리가 없지만 (걔네들 인생은 다 나 보다 기구하기에) 닮고 싶은 문학 속 등장인물을 많다. ‘모래사나이‘의 클라라도 그 중 한명이다. 오만과 편겨의 엘리자베스 베넷양 만큼 솔직하지만 그보단 더 서울 깍쟁이 같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리지 베넷양이 소리 없이 빙글빙글 웃는다면 클라라는 꺄르르 웃을 것만 같은 인상이다.


차갑고 산문적이나 천진난만한 사람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또 어디있을까? 이성적이나 낭만적이고 침착하지만 깔깔 웃을 때는 또 폭죽처럼 팡팡 터진다는 말 같아서 언제나 클라라를 묘사하는 저 문단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쉽게 대척점에 있다고 보는 두 개념을 한몸에 품고 있는 사람만크 매력적인 사람은 없다. 될 수 있다면 나도 그러고 싶다. 심각하고 진지하며 천진하고 느슨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요, 지루하고 따분해요!

러시아 문학은 왠지 러시아 철학을 모르고 읽으면 완독을 해도 수박 겉핥기만 했단 허무함만 든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피로해져서 잠도 잘 온다. 바냐 아저씨를 다 읽고 한 30분을 책상머리에 앉아 졸았다.


극 중 거의 모든 젊은 남성이 엘레나를 선망한다. 젊은 나이에 늙은 교수와 결혼한 엘레나.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아름답게 떠다니기만하는 엘레나. 비난하는건지 경외로워하는건지 알 수 없는 말로 떠들다가 엘레나와 단 둘이 남으면 너를 사랑한다고 저절하게 고백한다. 노동하지 않는 상태를 향한 모순적인 인간의 태도를 보여주는거라 짐작하지만 동시에... 당신들이 그러니 엘레나가 늙은 교수와 결혼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늙은 남자는 점잖은 척이라도 했으니까. 물론 엘레나도 그런 점잖음을 바라볼 때 느낀 안정감이 사랑이 아님을 진즉에 깨닫고 불행해하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불행이니 어쩔 수 없다. 적어도 엘레나는 소냐처럼 노동할 필요도 없고 바냐 처럼 25년간 빚을 상환하고도 손에 한 푼도 남지 않은 무력한 패배감을 경험할 필요는 없다. 구역질날만큼 잔인한 현실이다.

곧 정
곧 정
나는 그 후에도 그것 비슷한 조바심을 하고 나들이를 나서는 일이 잦았다.

단편 '지렁이 울음소리'는 "행복이라는 권태에 갇힌 사람의 비극적 해프닝"이라고 마무리 짓기에는 어딘가 아쉬운 구석이 있다. 그건 아마, 잘 나가는 은행 지점장 남편과 알토란 같은 삼남매를 두고 바깥에서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이라 추앙 받는 화자의 소위 행복이라는 것이 온전히 화자의 것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오는 아쉬움일 것이다.


사회가 화자를 행복한 여성이라고 인지하게 하는 조건은 죄다 남편이 만든 것이다. 그래서 반쪽 행복이고 자유보다는 족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은행 지점장 월급에 더불어 매달 월세 받는 꼬마빌딩이 있어 경제적으로 안락하고, 술담배 않는 남편의 유일한 취미는 드라마 보며 단 것만 쪽쪽 빨아 먹는 그 안락한 삶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전부 그 탓이다. 남편이 돈을 잘 벌어오고 문제적 취미활동을 즐기지 않는 것을 행복이라 부르기에는 모자란 것이다.


화자는 이 갑갑함의 이유를 찾지 못하고, 되려 이 행복을 깨부셔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소소한 파괴적 일탈을 염원한다. 아들이 남편과 대학 진학 문제로 다투길 원하는 대목은 그래서 안타깝게 웃기다. 아들이 차라리 미대 진학을 밀어붙여 남편이 방방 뛰기를 바라는데, 아들은 아버지의 몇 마디로 미대 진학을 아예 포기한다. 화자는 이 일로 '그럴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입에 붙는다.


화자는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었을까? 내가 줄 수 있는 처방은 그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는 말 밖에 없다. 그게 21세기의 여성관을 온몸으로 흡수한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다.

느닷없
느닷없
아이는 해변에 이질감 없이 섞여 있었다.

하모니북 매일 글쓰기 모임 22기 웰커 기프트로 받은 책. 모임이 끝난 오늘에서야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단박에 작가이자 화자가 내가 꺼려하는 안전추구형 4050세대임을 알 수 있었다.


수집한 문단은 본다이 비치에서 화자는 속옷이라고 생각하는 끈나시만 입고 산책하겠다며 돌발선언한 막내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는 시퀀스다. 화자는 대뜸 그런 발언을 한 자녀에게도, 그리고 그를 거리낌 없이 허락한 남편도 떨떠름하다. 그러다가 이국의 풍경에 이질감 없이 섞이는 자녀를 보고 ‘아, 저 아이는 나와 다르구나!‘라고 깨달음을 얻는 장면이다. 그야말로... 어디에나 있는 모두의 엄마 같은 모습이다.


호텔로 돌아간 화자는 남편과 자녀의 ‘끈나시 산책‘ 에피소드를 되새기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나만의 룰에 갇혀있었음을 인정하고 산책을 허락하길 잘했다는 말로 글을 마무리한다.


기회만 된다면 해외여행을 다니는 우리 엄마도, 화자처럼 극심한 안정추구형의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셀프 체크인 키오스크 기계처럼, 새로운 경험은 설렘보다 두려움을 안겨주니 이미 경험해본 안전함에 머무르려는 습관과 같다. 화자의 이런 안전추구형 습관은 식습관에서도 도드라진다. 낯선 이국의 소스는 도전하지 않고 스테이크와 야채만 먹는다거나하는 식으로. 이런 방어적 태도를 소극적이라고, 답답하다고 쏘아붙이고 싶다가도 머뭇거는 이유는 나도 삶의 어떠한 부분엔 이렇게나 겁먹은 고슴도치처럼 군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써 숨기고 싶은 나의 부분을 타인의 행동으로 마주하게 되니 그야말로 버튼 눌린 것 처럼 잔소리를 발사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부끄럽다.

어느
어느
저는 르네한테로 발길을 돌리려고 했었습니다.

어제는 화가 너무 나서 바깥으로 허겁지겁 나갔다. 기모 후드에 코트까지 잘 챙겨입고 빠른 걸음으로 오랫동안 안 찾던 카페로 향했다. 제일 단 쿠키와 화이트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해서 제일 현실과 동떨어진 일을 했다. 세계사 연표와 한국사 연표를 병치하고 받아쓰고...


오늘은 좀 났다. 나는 페니스 뒤에 숨으려는 사람은 모두가 싫다. 그것이 대부분 남성이고 아주 드문 경우 여성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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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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