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밖에도

이름을 바꾸다 (상)

by 김새섬2023-10-06 09: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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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김혜정. 부모님 아니, 할아버지인가? 위 세대 중 누군가가 지어 주신 이 이름으로 사십 년 넘게 잘 살아왔다.

내 친구들의 이름은 선영, 희진, 미정.

우리 엄마들의 이름은 은숙, 현옥, 영숙.

나와 내 친구들의 이름은 우리의 엄마들이 당시 나름 예쁘고 세련되다고 생각했던 이름을 고르고 고른 것일 터다. 70년대엔 혜정, 미진이 요즘의 서윤, 하율이었다.


‘김혜정’은 무난하기 그지없고 어느 무리에서든 튀기 싫어하는 나에겐 찰떡이었다. 누구도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묻어가기 좋은 이 평범한 이름이 마뜩잖아지기 시작한 것은 내가 ‘그믐’이라는 독서모임 플랫폼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인터뷰를 비롯 그믐을 알리고자 하는 모든 활동에서 나의 이름은 실로 존재감이 없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내 이름은 그 어떤 인상도 남기지 못한다. 뒤돌아서면 0.5초안에 까먹게 되는 이름이랄까?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많은 혜정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역시나 이름 때문인지 딱히 도드라지게 기억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전원일기에 오랫동안 출연한 배우 한 분 정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한 게 분명한 김민정 시인은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이름을 김민쟁으로 바꿨다. 위트있게 '정'을 '쟁'으로 살짝 바꿈으로써 뇌리에 박히는 이름이 되었고 '쟁이'라는 발음을 통해 전문가 적인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나도 김혜쟁? 흠. ㅖ와 ㅐ가 발음이 비슷하여 민쟁처럼 귀엽게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바꿨다간 그냥 따라’쟁이’라고 놀림만 받을 것 같다. 


새하얀 A4지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름을 네임펜(!)으로 적어보았다. 유명인의 이름을 흉내도 내보고 어렸을 적에 예쁘다고 동경했던 이름도 떠올려 보았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쓸 법한 힙한 이름들을 적어보니 쇼미더머니 다음 시즌 참가자명 같은 것들이 몇 개 나왔다. 세 글자 이름은 평범하니 외자 이름이나 네 글자 이름은 어떨까? 성이 김이라 너무 흔하니 아예 성을 바꾸고도 싶다.

좋은 이름을 생각해 내기 위한 시작한 브레인스토밍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온갖 잡념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정신 차리고 A4지를 보니 이름 후보에 김치와 김밥까지 올랐다.


오늘은 이만 하자. 


저는 제 이름이 늘 싫었어요. 아빠가 지으신 이름이라 뜻은 알겠는데 역사에 좋게든 안 좋게든 등장하는 이름이라서요 학창시절 놀림도 받았고요. 인터넷을 하면서 닉네임을 쓰기 시작했는데 초창기에는 아이엠스피킹이었어요. '접니다'라는 뜻도 되고 '저 말하고 있거든요' 뜻도 되고요. 그러다 이 닉네임이 조금 긴 건 같아 고민하다 스마일씨를 쓰게 됐어요. 일단, 제가 지금은 인상이 좀 바뀌었지만 ㅎㅎ 어릴 땐 웃상이라며 인상 좋단 말을 가끔 들었거든요. ㅎㅎ 그리고 스마일이라고 말할 때 입꼬리가 반강제적으로 올라가게 되니 억지로라도 미소를 짓게 되잖아요. 그래서 스마일씨로 짓게 되었지요. 요새는 오프라인에서도 닉네임을 쓰는 모임들이 있어서 왠지 제 실명보다는 더 익숙한 느낌이에요. 적당히 익명성도 갖는 기분이고요. ㅎㅎ 암튼, 제 이름은 중성적이고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아 별로였는데 대표님은 또 너무 흔하고 묻혀지는 기분이라 고민이 되셨군요. 블로그에 댓글 기능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에서야 발견하고 댓글답니다. 😁 앗 댓글도 알림이 있나요?
댓글 알림 있어요. 나눠주신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저는 중성적인 이름들이 그렇게 멋있더라고요. 그게 아니라면 여성이면 아예 반대로 남성같은 이름, 또 남성인데 여성스러운 이름들은 반전 매력이 있고요. (그 분들은 그 분들 나름대로 관공서 등에서 매번 반대 성에 저절로 표기되는 불편을 겪긴 하겠지만) '아이엠스피킹'은 좀 길긴 하네요. ^^ 보통 닉네임이라 해도 서너 자 정도인거 같아요. 저는 인터넷 처음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지은 이메일 주소같은 게 오랫동안 따라다녀서 좀 싫기도 했어요. 이럴 거면 고심해서 지을 걸 하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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