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를 저지하려는 의도

D-29
https://www.youtube.com/watch?v=w46RU0fQZyA&t=435s 한 낮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한다면, 호주 출신의 Pablo's Eye 의 2020년 작 tentative d'epuisement d'un lieu parisien 감상해보세요. 거의 19분에 달하는데 11 분 03초 부터 한번 들어보세요. 더 무료할까요?
저는 읽으면서 자신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는 언어와 감정이 개입된 언어의 차이를 생각해 봤어요. 페릭은 분명 보는것과 쓰는 것을 동시기술하는식으로 나열했거든요. 감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디에님 말씀처럼 시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는 이부분이 굉장히 흥미롭네요.
@스마일씨 영문판을 처음 접한 뒤 판권 계약 후 원서가 왔을 때는 저 역시 왠지 '산문시' 적인 요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편집이 된 원서의 글을 보면 제가 감지 못하는 어떤 불어만의 운율이나 이런 것이 함포되어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제가 불어를 모르기 때문에 ... '시' 적인 요소가 있을지 모른다는 여지와 의문을 일단은 갖고 있기로 했습니다. 어느 누군가가 연구해서 밝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날 좋은 곳에서 읽고 싶어 먼 곳 오는 김에 가지고 왔어요. 머무르는? 움직이지 않는? 이가 관찰하는, 반복되는 일상과 풍경이 어떤 느낌일지 아직은 알쏭달쏭합니다.
1974년 10월 18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 : 페렉은 세세하게 메모를 합니다. 검색하니 1974년 10월 18일이 금요일이더라고요. 1974년 10월 금요일의 오전 풍경이 이랬구나... 하면서 읽었습니다. 버스들이 분주하게 제 갈 길을 달리고, 버스 외에는 대체로 회사 차량들이더군요. 물품을 운송하는 트럭들, 보관이사업체 차량, 사설 보안회사 차량, 예술품 복원 회사 차량. 당시 파리 시민들의 출근 시간이 몇 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손에 쥔 것들을 보니 이미 출근 시간은 비켜간 것 같습니다(시간상으로도...). 어! 하고 눈에 들어온 단어는 '보관이사업체 차량'이었습니다. '파리에는 1974년에 이미 보관이사업체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고요. 무엇보다 페렉은 관광버스에서 일본 여성이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담는다고 추측했는데, 그는 그녀가 일본인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 당시 프랑스를 관광하는 아시아인은 대부분 일본인이었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페렉이 쉬었듯 저도 잠시 덮고 오후에 다시 펼쳐보겠습니다.
@Eins 그 먼 곳이 Paris 였으면...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이 작업을 하면서 어떤 분이 프랑스 출장 당시의 사진을 몇 장 동료에게 자랑하듯 보내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장소가 saint-sulpice 광장의 카페 드 라 메리였습니다. 그 출장길에 오르신 분은 우리가 이 책을 편집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직접 대면하지 않은 채 맞이한 '우연한 만남' 이었습니다.
파리만큼 기대한 곳이기는 했어요. :) 읽는 동안 내내 이방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더라구요. 기억한다는 건 뭘까, 스치는 인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건 박제된 표본과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분이 리뷰에 이 텍스트의 목적을 '일시적인 것을 기록함으로써 종이에 3 일의 시간을 박제' 시키는 것 표현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페렉이 관찰한 것들은 동시다발적 이므로 스치는 것 조차 선택해야만 했을 것 같아요. 이분은 이것을 '채집' 한 목록이라고 설명하네요.
@호디에 이 책을 작업하면서 처음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거의 모든 생소한 고유명사 혹은 낱말 에 각주나 혹은 미주를 첨부하고자 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사진으로 보았는데, 이를테면 페렉이 보았던 것을 ...그의 눈을 관통했던 것을 확인해서 보는 것은 확실히 흥미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음미하듯 잔잔하게 읽는 것은 굉장히 매력이 있습니다. 책에 묘사된 어떤 것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 많은 것들이 책에 묘사되듯 그대로 인 것도 있습니다. 1974년 '보관이사업체 차량'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현재 작업 중인 책을 보면 파리는 1910년대에 이미 2층 버스가 등장하고 채식주의자 전용 식당이 있었고 등등...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이 상용화되어 있었습니다.
@임막걸 오... 그렇군요. 채식주의자 전용 식당도 놀랍네요.
@서정 저는 같은 시간대에 몇 몇의 사람들과 함께 서울의 여러 장소에서 이런 식의 묘사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중의 하나는 페렉의 이런 시도는 '일종의 퍼포먼스' 같기도 합니다. 확실히 이후에 라디오버전으로 발표한 '마비용 프로젝트'는 더더욱 그런 생각을 들게 합니다.
이런 종류의 글쓰기 시도가 갖는 명백한 한계 상황. 즉 응시한다는 유일한 목표에 집중하고 있더라도, 내 바로 옆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지 못한다는 것. 예를 들면, 나는 자동차들이 주차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p35, 조르주 페렉 지음, 김용석 옮김
무엇이 이러한 군집 비행을 촉발하나. 외부의 자극과 관련된 것 같지도 않고 특별한 동기가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것은 완전히 아무런 이유도 없는 무언가와 닮아 있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p36, 조르주 페렉 지음, 김용석 옮김
1974년 10월 18일 금요일 오후 12시 40분 : 페렉은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을 나열하듯 써내려갑니다. 관찰 과정에 있어서 그의 감정 혹은 판단이나 짐작 등의 생각이 들어간 문장이 있는지 읽으면서 숨은 그림 찾기하듯 찾아봤습니다. '아주 예민한 보행자가 아니면 이 사실을 알아채기는 힘들 것이다. 보행자들 대부분이 카네트 거리로 가거나 아니면 그 방향에서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에." (p29) '젊은 남자인데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안정적이다.' (p30)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이나?' (p32) '광장이 거의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p37)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페렉이 이미 지나간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구체적으로 말이죠. '이미 보았던 몇 사람이 (무작위)로 돌아온다. 즉 손에 작은 비닐봉지를 들고 감색 후드가 달린 옷을 입은 한 소년이 카페 앞을 다시 지나간다.' (p29) 이런 점에서 저는 페렉의 관찰이 단순한 관찰,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렉이 지나간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 는 것. 읽으면서 제가 감지하지 못한 부분이었네요.
혹시, @이불 님 과 @위버m 님은 책을 수령하셨는지...응답 부탁드려요.
네 잘 받았습니다 표지부터 아름다워서 반했어요 ㅎㅎ 서둘러 읽어보고 대화에 참여하겠습니다! ^^
잠깐, 이 책 본문사진 한 장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Tentative d'epuisement d'un lieu parisien' 을 조르주 페렉이 집필할 당시 사진은 현재 두 장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한국판의 본문에도 게재된 좌측의 사진(하단 첨부)은 '카페 드 라 메리'의 유리창 너머 조르주 페렉을 촬영한 것이고 가운데 사진은 지금은 사라진 카페 '퐁텐 생-쉴필스' 안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페렉을 도촬(?)한 것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 누구나 그렇듯 책의 표지를 어떤 식으로 제작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가는 중에 우연히 왼쪽의 사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표지에 사진을 게재하는 것을 꺼리는 편인데 하지만,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웹을 통해 '카페 드 라 메리'의 창 너머에 앉아 있는 조르주 페렉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었기에 이 책의 편집자에게 사진을 보여주었고 역시 표지에 대해 고민 중이던 편집자는 단번에 이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사진 속 페렉의 외계(?)스러운 얼굴이 인상적이었고, 바로 이 책의 집필을 위한 역사적 광경이었기 때문에 저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바로 사진의 저작권을 구매하기 위해 기관에 문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사진을 촬영한 피에르 제츌레르 (Pierre Getzler)라는 작가를 관리하고 있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그의 사진을 관리하는 에이전시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이럴 경우 전적으로 사진의 저작권은 작가 본인이 직접 관리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혹시 모를 작가의 흔적을 SNS상에서 찾았습니다. 마침내 작가를 찾았는데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였습니다. 작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50 여 년 전에 페렉의 사진을 촬영한 그가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계정에는 노년인 된 그가 언론과 인터뷰하는 듯한 사진이 업로드 되어 있었고 제가 표지로 쓰고픈 페렉의 사진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사진 저작권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세지를 보내고 답변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답은 없었고 그런 상태로 두 달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그의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접어졌고 다른 이미지 사용을 결정 한 상태에서 디자인 작업이 들어갔습니다. 그 즈음 기다려도 답이 없던 피에르, 아니 그의 딸인 안느 제츌레르 (Anne Getzler)라는 분에게서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내용은 답변이 너무 늦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는 뇌졸증으로 쓰려져 병상에서 재활 중이며 자신이 아버지를 대신해 계정관리와 저작권을 대행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표지의 디자인 작업이 끝난 상태여서 피에르의 사진을 왜 사용할 수 없는 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당시 페렉과 동행했던 피에르의 기억에 기대어 그의 딸로서 혹여 들었을지도 모를 '그날' 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메일로 적어 보냈습니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답을 전해왔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카페 드 라 메리'에서의 사진에 대한 작가의 기억이었습니다. 페렉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실행하기에 앞서 친구인 피에르에게 계획을 설명하면서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었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철저히 자신의 의도대로 촬영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날 페렉은 'Tentative d'epuisement d'un lieu parisien'의 프로젝트에 대해 피에르에게 설명을 했지만 동행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피에르는 역으로 자신이 페렉에게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했고 결국 현장에 도착해서 온전히 자신이 찍고 싶은 데로 페렉을 담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그에게 이례적이었던 겁니다. 그날에 대한 이야기를 피에르의 딸에게 전해 듣자 다시 어떤 식으로든 이 사진을 책과 연관 시켜 게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러자 안느는 다른 사진 한 장에 대한 정보를 주었는데 그것이 바로 '퐁텐 생-쉴필스' 안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페렉 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둥에 가려진 이 사진이 너무 답답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결국 '카페 드 라 메리'에 있는 장난 어린 페렉의 얼굴과 모습을 한국어 판에 옮겼고 사진가의 간단한 기억을 곁들였습니다. 이후 책이 출판된 후 우연히 검색을 하다 '퐁텐 생-쉴필스'안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페렉의 사진이 이탈리아판의 표지인 것을 알아냈습니다.(첨부 사진 오른쪽 끝) 이 사진은 그대로 쓰여지기 보다는 원본을 트리밍 해서 사용되었는데 책이 출간된 후 살펴보니 꽤 멋진 사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에서 " 나는 왜 원본을 마사지(?)해서 사용 할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꽤 많이 드네요. 여튼...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흥미 차원에서 독백 하듯이 적어보았습니다.
올려주신 비하인드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임막걸 님은 '외계스러운 얼굴'이 인상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 좀 다르게 인정적이었어요. 본문 들어가기 전에 배치된 사진을 보고 전 페렉의 웃음이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천진한 미소를 짓다니, 이 순간을 포착했다니... 했답니다. 올려주신 두 사진 모두 마음에 듭니다. 두 사진의 분위기가 참 달라요. :)
하.. 저도 트리밍된 기둥에 가려진 사진이 더 좋아보이긴 하네요. 페렉이 시도하려는 '의도성'의 분위기도 풍겨집니다. 페렉이 워낙 익살스러운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어 첫 사진은 꽤 익숙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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