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를 저지하려는 의도

D-29
@ 스마일씨 맞아요. 정형화된 사진에서 탈피한 것인데.... 한편으로는 페렉이 대머리 였다는 것을 또한 알게되었습니다. 아닌가요? 담배 연기에 현혹된 것일까요?
1974년 10월 18일 금요일 오후 3시 20분 : 이번에는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짐작한 것들은 '오후의 거리에는 주로 노인, 우체부, 아이들이 있구나', '1974년 10월 프랑스 파리는 숄을 두르고 귀덮개를 할 정도로 제법 쌀쌀했구나' 였어요. 그런데 페렉은 모금함을 들고 카페에 들어온 노부인의 나이가 83세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전에 말을 나눠본 사람이었을까요? 이런 궁금증들도 소소하게 재밌습니다. 그리고 그냥 스치듯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을 발견하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아니었을까요?)은 저도 간혹 느끼는 감정이라 공감했더랬습니다.
@호디에 정말 꼼꼼이 독서하고 계시군요. 페렉이 이 글을 쓸 때는 자신의 눈에 들어온 것을 빠르게 적어야 했기에 어떤 것의 인과관계나전후 사정을 생략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는 분이었을 지도 아니면 옷에 어떤 표식이 있었을지도, 아니면 그냥 눈대중 이었을 수도...이 책을 읽다 보면 @호디에 님이 가졌을 궁금증이 간혹 보이는데 예컨데 60p에 폴 비릴리오가 급히 지나가는데 그가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보러 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이러한 것이 한편으로는 이 글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서사 없이 단문으로 일상의 일상적인 것들이 나열되는 것. 그것에 깃든 어떤 것.
@임막걸 쓰신 답글을 읽다가 문득 '직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어쩐지 위대한 개츠비를 보러 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제가 답사 여행을 갈 때면 종종 왠지 방향이 같을 것만 같은, 터만 남은 빈 땅을 보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물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지만 그저 저 혼자만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호디에 틀리고, 맞고하는... 이 책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직관적으로 읽으면 직관적으로 읽히고 달리 보면 또 다르게 읽힙니다. 그래서 여기서 책 수다 하는거구요.^^
1974년 10월 18일 금요일 오후 5시 10분 : 페렉이 살짝 지친듯 보입니다(혹은 지루하거나?). 사이사이 변명하듯 자기가 뭘했는지 짧게 쓰는가하면, 버스를 왜 세고 있는지에 대한 변을 주절거리듯 쓰는데요, 조금 귀엽기까지 합니다. ㅎㅎ 48쪽의 '빛이 변함'이라는 문구에서 '빛'은 어떤 빛을 말하는 것일까, 생각해봤습니다. 거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들이 전조등을 켜거나 건물에 불이 들어오기 때문에 바뀌는 거리의 물리적인 불빛? 아니면 피곤해지는 늦은 오후시간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정서적 색깔? 오후 6시 45분, '어느 도시든 어느 시대든 퇴근시간의 교통 정체는 어쩔 수 없군' 이라는 우리의 일상도 떠올려지더군요. / 여기까지가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든 잡다한 생각이었습니다. 마치 페렉의 옆 테이블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도 들면서 재밌네요. 저도 시도해보고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 밖을.... 일상의 그런 것. 사소한 것들을 무심히 바라보시다 한번 유심히 바라보시고...눈여겨지지 않았던 것들이 눈여겨질까요?
@임막걸 아무래도 그렇겠죠? :) 어떤 대상에 시선을 주는(혹은 눈맞춤) 순간부터 의미가 달라진다는 신영복 선생의 말씀에 동의하는데요, 아마 저는 사물이든 사람이든 관찰하면 생각이 길어져서 페렉처럼 곧바로 써내려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ㅎㅎ
xx동 스타벅스에서 이 동네를 전복시키려는시도로 기록을 해봤는데요. 힘들어요! 한 문장 적기도 전에 상황이 끝나버리고..꼼꼼하게 절대 안 되네요. 페렉이 존경스러울 지경🤣 노트북으로 보면서 자판치면 좀 더 나을 것 같은데 필기는 힘드네요. 그리고 생각이고 뭐고 없어요. 그냥 직관적으로 쓰게 돼요. 왜? 보이는 장면을 캡쳐해서 쓰는게 아니니깐요. 결국 손도 저리고 정신없어서 10분 안 돼 포기요 🥲
@스마일씨 아... 해보셨군요. 저는 바쁜 일이 끝나면 함 해보려고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쉽지 않아서 페렉도 정말 빨리 써내려가느라 많은 부분이 생략되었나봅니다. 꼭 해보고 싶어지네요. :)
@전복시키려는 시도라 ㅎㅎ 창 밖이 전혀 낯설지 않습니다.
@스마일씨 @호디에 비오는 오후.두 분 정말 존경합니다!
짧은 글이지만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냥 흘려보냈을 생각들을 모임에 적어야겠다고 생각하니 정리하게 되어서 좋아요. ^^ 옮긴이의 시도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저는 ‘소진’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 정말 좋아요. 퍼내기는 지나치게 역동적인 느낌이 들고, 고갈은 이미 그러한 상태에 대한 묘사 같아서요. 점진적으로 닳아가는 과정에 딱 적합한 단어라 생각합니다. 페렉이 관찰한 것들은 결국 그 실체가 아닌 상호작용이나 관계를 통한 인식이 되니, 소진되는 것은 페렉이 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결국은 이야기도 작가의 주관적 의도와 텍스트의 객관 의미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니 페렉이 하나의 글쓰기 방식으로 이런 시도를 한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후설이나 사르트르의 현존, 베르그송의 지속을 연관시키면 더 깊은 사유가 될 것 같아요.
아...'소진'이란 단어에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점을 딱! 집어주셔서 기쁩니다😁 이 책에 대한 단상이나 의견 더 기다려집니다.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는 사실 단순한 전제를 지닌 매우 심플한 책입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바로 '그것'을 묘사하는 것이죠. 여기서 '그것'은 @호디에 님의 문장 수집에서 알 수 있듯이 '보통은 언급하지 않는 것들, 주목하지 않는 것들, 중요하지 않은 것들' 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의미를 조금 더 되새기면 '일상의 사소한 것, 하 찮은 것' 을 기술하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에 가깝습니다. 이 책에 대한 해외 평가를 보면 '좋은 글쓰기의 예' 라고 하는 반응이 있는데, 만약 독자가 이 책의 저자가 조르주 페렉이란 걸 모른채 이 평가의 정보를 먼저 접하고 독서한다면 이런 짧은 단문들과 개연성 없어 보이는 문장들에 의해 '낚였다'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이 책이 '좋은 글쓰기의 모범'이라는 평가는 글쓰기에 앞서 아마 페렉이 강조하는 '응시'에 방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페렉에게 '보는 것'은 역설적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보는 방법'을 위해 '관심 없는 것', 가장 '흔한 것', '무색한 것'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결국에는 그것을 치열하게 적어 보는 것입니다. 일종의 관찰과 글쓰기 훈련 같은 거겠죠. 그럼에도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대게 우리가 읽는 소설은 서사나 사건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이 표현됩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의 하루를 이루는 것은 대부분 시시한 일상 그리고 규칙, 반복과 같은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삶으로 전진합니다. 소설과 같은 서사나 사건의 발생은 굳이 도량 하자면 개인의 일생에 있어서는 '쌀알' 정도겠죠. 하지만 시람의 일생은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한 것들이 뭉쳐진 시간입니다. 그런 것들을 눈 여겨 봐야 한다는 거겠죠. - 이상 저의 생각이었습니다 -
물론, 이 책에는 어떤 특정할 수 있는 줄거리가 없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더 많은 상상과 서사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풍부하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시 '파리의 한 공간'을 실황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마치 제가 그곳에 앉아 멍 때리며 앉아 있듯이....문득 이 책의 일본어판 제목을 번역하면 "파리의 한 구석을 실황 중계하려는 시도" 였던 것을 보고 실소 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 .제목은 확실히 저희 것이 멋진 듯 합니다. <다시 검색해보니 일본번역서의 제목은 "파리의 한 모퉁이를 생중계하려는 시도: 일상의 인류학(소설의 즐거움)" 였습니다.>
페렉은 다음날 비슷한 시각, 같은 장소에서 어제의 기억을 되짚으며 차이를 비교합니다. 저는 어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보다 과연 어제에 대한 기억이 실제 일어났던 사실(페렉의 눈을 관통한)과 '얼마나 일치할까'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기억과 기록. 여기에 기록의 유의미성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7장에서는 페렉의 생각들이 더 많이 개입하는 느낌입니다. 기록한 요일이 아니더라도 글 전체에서 주말이라는 분위기가 풍깁니다. 결혼식을 비롯한 공원의 풍경, 저녁 시간이 아님에도 영화를 보러 가는 남자 등. 전 이 짧은 글에서 생뚱맞게 학창시절이 떠오르네요. 글(지문)을 통해 독자가 유추할 수 있는 것들? (이래서 문제풀이 교육이 무섭습니다. ㅜㅜ)
@호디에 님이 이렇게 정리해주니, 다시 페이지를 들여다보며 행간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글이 작성된 것은 주말이 맞습니다. 저런 풍경이 그렇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8, 9장에서는 비내리는 일요일의 한가로움이 느껴집니다. 페렉은 '무료한 순간들'이라고 썼는데요, 저는 어쩐지 쓸쓸함으로 읽혔습니다. 이것으로써 완독입니다. 처음 모임지기 님의 글이 아니었다면 아마 한번에 쓱 읽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장수집에 올렸던 15쪽의 글이 와닿아 천천히 읽기도 했지만, 지기님의 글이 즐겁게 읽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려요. 성탄절이 지나면 바쁜 일이 끝나서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길텐데, 페렉의 시도를 저도 한 번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
밤이고, 겨울. 즉, 행인들의 비현실적 모습.
파리의 한 장소를 소진시키려는 시도 p51, 조르주 페렉 지음, 김용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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