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D-29
이 책은 내 타입이다. 나는 글이 마음에 들어 좀 읽다가 좋은 문구를 인테넷에 그대로 올린다. 여기서 나와 맞는 캐릭터는 신비롭고 미인인 시로다. 그녀의 모습과 행동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묘사할 때마다 내 호기심은 진동한다. 전형적인 게이샤 같은 일본 여자다.
소설이 전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도, 작가는 중간중간 쓰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툭툭 던진다. 이게 진짜 그가 하고 싶은 경우인 게 더 많다.
일본 여자들의 이런 패션을 좋아한다. 아주 골격이 작고 슬렌더한 여자인데 물론 허리가 무척 가늘고 그런 허리에 혁대 같은 것을 한 장식. 혁대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허리에 걸치는 장식.
사람은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다. 자기 일 하기도 벅차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 드라마는 주인공에게 엑스트라가 많이도 묻는다. 그건 현실하고 다른 모습이다. 누가 현실에서 남에게 그가 아무리 좋아도 그렇게 오래 많이 묻나? 그가 좋을 때도 잠시다. 상대를 사랑할 때. 그때만 잠시 그렇게 묻지 안 묻는다. 그에게 시들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거의 1/100만 만에게 관심 있고 나머지 99는 자신에 대한 신경이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구성하기 위해 현실과는 다른 억지가 많이 작용하는데, 그냥 그러려니 하고 본다. 현실과 부합하는 것은 허구의 한 20%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난 연예인이 쓴 책은 안 읽는다. 내가 읽는 책은 전업 작가가 쓴 책이다. 그들은 오로지 책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다. 연예인은 책이 부업이고 유명세로 책은 잘 팔릴지 모르지만 내용은 분명 한계가 있을 거라고 보고 안 사는 것이다. 같은 돈을 주고 나는 절대 그들의 책은 안 사고 오로지 작가의 책만 사서 본다.
좋아하고 맘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가 모임에서 아무리 구석에 가맘히 앉아 있고 드라마에게 화면에 잠깐 나오고 가장자리에 그냥 스치듯 나와도 그만 보인다. 그녀만 보이는 것이다. 그 사람은 그의 이상형인 것이다.
일본 드라마는 자살 같은 아주 심각한 것인데도 그것에 대해 살짝만 다루고 나머진 일상으로 치우고 금방 그리고 돌아간다. 그것에 대해 너무 감정 과잉을 벌이지 않는다. 자기의 심정을 말하는 게 아니라 남의 시선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아주 냉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동양이지만 일본은 한 개인보단 집단과 주변 공기를 더 중요시여겨 그런 것 같다. 아마도 나 한 개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그 많은 사람 중에 하나라는 것을 말해 그런 것 같다. 우리나라는 그것의 표현에 너무 깊이 들어간다. 신파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그 영향력은 무시 못 한다.
보면, 칭찬할 때 겉으로 풍기는 것을 보고 단순히 칭찬하는 게 있고 상대가 바라는 것을 보고, 아니 그게 보여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그가 원하는 것을 말해줄 때가 있다. 이건 그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을 캐치하고 한 말이다. 어떤 사람이 주운 물건을 경찰서에 갖다 줬다. 그러면 그 사람이 바라는 게 뭔가? 다른 건 없고, 대개 그것이 주인에게 돌아갔을 때 그 일부분을 돌려받는 것을 노려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자기가 한 좋은 일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이 인정을 안 해줄 때 그는 서운해 한다. 그래서 가장 좋은 말은 '고맙다'고 하는 것이다. 그가 바란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인간은 이렇게 모두가 인정을 항상 갈구한다.
하루키가 끊임없이 여자에 대해 다룬다. 물론 그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가 아니라 알면 알수록 수렁에 빠진다. 아무리 다가가도 신비로움으로 감싸여 있다. 왜냐면 나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여자들은 뭔가 깨끗하고 슬렌더한 게 다른 나라보다 더 신비감에 싸여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나이가 들수록 성욕은 떨어지고 실제 여자가 주어줘도 하지를 못한다. 그러나 관심과 호기심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못 하니 더 그게 커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엔 철도가 발달해 있다. 그래선지 드라마나 영하에서도 자주 철도가 등장하고(어릴 적 '은하철도 999'도 재밌게 봤다) 무슨 선이 그렇게 많은지 하여간 거미줄 같다. 일본엔 한국에 흔한 버스가 드물다. 시내버스는 물론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도 많지 않고 자주 다니지도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철도가 발달해 그런 것 같다. 일본은 하여간 철도 없이는 설명이 안 되는 나라 같다. 이건 다른 얘긴데, 그들은 시멘트 벽에도 어떤 특징이 있는 것 같다. 약간 검고 그 밀도가 조밀해서 보다 튼튼해 보인다. 어딜 가나 비슷하다. 그들이 강점기에 건설한 우리나라 한강 철교가 지금도 튼튼하게 남아 있는 걸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일본 건물은 밋밋하고 회색 계통이 주류를 이루는 있는 걸 보면 실용을 중시한다는 인상이 깊다. 반면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오색찬란하다.
일본은 이런 것 같다. AV를 보면 남자는 하나같이 찐따다. 오타쿠이고 뭔가 지저분하고 살이 찌고 배가 나왔다. 옷도 머리도 엉성하다. 그러나 여자는 그와 반대다. 전부 슬렌더하고 뭔가 비현실적인 비율에 남자의 로망이나 이상형으로 생겼다.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런 여자와 상대하니 남자들의 판타지를 만족하기에 최적이다. 이해는 간다. 남자들이 주로 보니까. 이런 경향은 남자 작가라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과 호시노 테츠로 같이. 하나는 비현실적으로 신비롭게 생겼고, 하나는 너무 못생겼다. 둘이 그래도 늘 붙어다닌다. 남자 작가의 환상을 그대로 표현한 것 같다.
작가도 자기 입장에서 말한다. 확실히 작가는 생각이 깊다. 그래서 일반인을 아마도 사람 취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그냥 각자 살게 둬야 한다. 일반인도 사는 거고, 작가도 깊은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다. 어쩌면 다 팔자다. 작가가 일반인처럼 살라라고 하면 못 살고 일반인이 작가처럼 책이나 파면서 살라고 하면 못 산다. 다 타도난 팔자이니 그것을 파며 그곳에서 행복하면 그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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