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

D-29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를 제작하면서 '조르나타'라고 하는 '하루의 일'이라는 개념에 따라 작업한 과정을 되집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어요. 12장 뒷부분에 나온 퀼트를 짜는 과정과 비슷하게 하나하나의 조르나타가 모여서 거대한 천장을 채운 거라는게 실감이 안 나면서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거장 미켈란젤로, 어떤 사명감이나 열정 신앙심 등등의 단어들로 무장된 예술가였으리나 상상했었죠. 의외로 대작업을 맡았을때의 당혹감, 작업의 수월치 않음에서 오는 짜증들을 엿보게되니 인간적으로 다가오네요.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미켈란젤로도 작품성을 위한 것도 있지만 인간적인 면모로서 힘듬을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합니다. 돈도 명예도 일이 되어버리면 달갑지 않은게 사실이니까요. 후대에 남은 작품에 작가의 솔직한 인터뷰가 담긴 영상이 남겨져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지어졌어요.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며 작가의 마음이 점점 회복되어 가는 것 같아 내 마음도 편안해 집니다. 두 명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경비원의 삶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일이 훨씬 힘들다고 고백하는 글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네요. 다시 일터로 가서도 아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현실에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는 작가의 결단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육아를 하는 동안 작가의 마음에 대한 솔직한 글들이 제 시선을 잡습니다. "그 장면과는 대조적으로 내 품에서 꿈틀거리는 이 동물은 원하는 게 많고, 무례하고, 터무니없다."-p.260 "불공평 해!.. 후환이 두려워 몇 분 더 그 자세를 유지한다."-p.260 "노동이 너무 고단해서 그 결실을 음미할 여유조차 없는 느낌 말이다."-p.261 모성애를 강요하는 문화에서 감히 저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러 하는 브링리. 메트 일보다 더 힘들다고 하는게 어느 나라나 육아는 힘들구나 생각했어요. 아이의 성격은 우연히 얻어걸리는 것이라는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위대한 작품의 완성 이전 끝없는 습작들, 크로키들을 모아놓은 미술관의 이야기 메트 브로이어에 대한 이야기 11장과 수도자와 같이 시스티나성당의 천정화를 그렸던 미켈란젤로의 크로키 이야기들은 모두 인생에서 대단한 경험 이전에 쌓기 시작해야 하는 첫 벽돌 같은 이야기였고, 두 아이를 키우며 변화하는 작가의 삶이 형에 대한 애도를 끝내고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준비가 아니었을까 생각되었습니다. 끝으로 메트 브로이어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단순히 1.2년 하고 말았을거라고 생각했는데 7년을 넘게 했다는 사실이 놀랍네요. 생각보다 더 진중한 마음으로 경비원을 시작했다는게 인상깊어요.
미술관에서 처음 일했던 때의 브링리는 긴 시간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보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온갖 생각들로 가득차 뭔가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부분이 인상깊네요. 슬픔에서도 회복되어 가고 이제는 아이들이 생겨 그 슬픔속에 있으려야 있을 수 없을 만큼 육아는 고단하고 바쁘니까요. 한 아이를 어른으로 키워내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경이로운 일 중 하나 인 것 같습니다.
6-1. 11장에서 육아의 고군분투가 생생히 느껴져 문장마다에서 웃음과 진땀이 느껴졌습니다. 12장의 미켈란젤로와 지스 벤드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11장의 육아도 겹쳐 느낀 예술과 인생과 브링리, 평안에 이르러 이제 다시 어떤 것을 도모할 수도 있을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11장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패트릭의 모습이 현실적이고 재미있어 공감도 많이 되었습니다. 육아의 과정은 아름다운 성모와 아기예수의 따뜻하고 성스러운 그림과는 많이 다르지요. 하지만 이후 지독한 시간을 겪고 나면 그 성스러운 그림들처럼 기억은 변형되지요... 부모 노릇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수없이 많은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말에도 참 공감됐어요. 머리를 비우고 사소해 보이는 일들만 가득 반복하는 루틴은 정말 저와 맞지 않는 생활패턴이었는데 그래서 많이 힘들고 고생했던 과거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12장에서는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 엄청난 예술가가 항상 불만에 가득찼지만 근면와 성실로 그 여려움을 이겨내고 위대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게 신기했어요. 불후의 명작들은 왠지 예술가들의 원대한 포부와 의지로 이루어지고 이 과정을 예술가들도 뿌듯해 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80세 접어들어서 사소한 실수로 성 베드로 성당의완공이 늦어지는 일로 크게 자책했다는게 의외였어요...
11장에서 아이가 태어난 기쁨과 키우는 고단함 12장에서 미켈란젤로와 로레타 페트웨이 작품이 같이 나오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작가의 시선이 폭넓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에게 "중대하고 신비로우면서도 평범한 일"이 일어납니다. 결혼 5년만에 아이가 태어난 거죠. 아들 토머스를 돌보기 위한 육아 휴가 기간 동안의 전쟁이 실감나게 요약돼 있고요. 복귀 첫날 "정적을 음미할 시간"을 느끼면서 "무대 코앞의 객석만큼 떠들썩한 세계와 수도원처럼 고요한 세계" 사이에 걸친 이중 생활의 조화를 고민합니다. 2년 후 딸 루이스가 태어나면서 삶의 변화무쌍함에 직면하고 '성장'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떠올리는데요. 마침 미술관이 분관을 개설하고 "용기 있는 실패일지도 모를 전시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브링리는 "작품들이 탄생하는 과정에 들어간 고통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의 과정은 지나갑니다. 고통이 스며있었다 해도 그 과정은 언젠가 끝나게 돼 있고 다음 단계가 기다리는 거죠. 저자가 미술관 다음의 삶을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미술관의 전시와 함께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과정이 매끄러웠어요. 그가 전 직장 뉴요커를 허투루 다닌 건 아닌 모양입니다.
충만한 '생명력'에 경탄하는 모습이, 앞에서 애도하던모습과 대비되어 저자가 한걸음 더 나아간 것 같아 좋았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6-2. 읽으면서 함께 공유하고 싶은 문장을 적어주세요.
매일 아침 미켈란젤로와 그의 조수들은 새로 바른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날 완성해야 할 부분에 대한 밑작업을 했다. 이것을 이탈리아어로 ‘하루의 일’이라는 뜻의 조르나타giornata라고 하는데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는 사실 이렇게 작고 불규칙한 모양의 작은 성취들이 경계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자이크처럼 모여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모자이크처럼 하루 하루의 작업이 모여서 완성된 작품(p.280)인 시스티나 성당의 미란켈젤로의 천장화와 노력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 (p, 302) 만들어가는 지스밴드의 퀼트 작품을 함께 연결 시켜낸 작가의 안목이 흥미로운 장이었어요.
하지만 내가 뜻밖으로 느꼈던 것은 거장의 '지문'을 그토록 부자연스럽고, 일그러지고, 불완전하고, 초보적인 것에서 발견 했다는 사실이다. 완벽한 외양을 갖춘 완성품만으로는 예술에 대한 배움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품들이 탄생하 는 과정에 들어간 고통을 잊지 않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무언가 를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보는 데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 평생 처음으로 나도 뭔가를 만들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엄청나게 무질서하고 즉흥적인 과정을 밟으면서 두 명의 작은 인간과 그 들이 살아갔으면 하는 작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결 코 완벽하지도, 완성할 수도 없는 프로젝트겠지만 말이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p.275,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정의 그 자체로 보인다. 과분하게 아름다운 것.
이제는 더 이상 처음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처럼 단순한 목표만 바라 보지 않는다. 대신 살아 나가야 할 삶이 있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p.269,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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