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책이 궁금합니다

D-29
에세이 중에 보면 마루야마 겐지 - 소설가의 각오 입니다. 고등학교 때 소설가가 되는 방법을 혼자서 찾다가 읽었는데 번개처럼 강렬했고 절망했습니다. 김훈 소설가가 말한 것처럼 마루야마 소설가는 '맹수' 같습니다.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놓고, 소설 쓰는 데만 몰입하는 삶은 꿈꿀수는 있지만 현실에서는 나아갈 수 없는 무서움이 가득합니다. 그 무서움이 그립습니다
최근에 인생책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던 차에 반가운 글입니다. 저는 여러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취향을 제법 잘 파악하고 있어서, 웬만하면 고른 책에서 실패를 맛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단 펼치면 대부분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그렇다 보니 재미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기존의 내 세계에 균열을 낸 책, (읽을 때는 몰랐어도) 자꾸 생각나며 이후 판단의 준거가 되는 책, 전과 다른 시야를 갖게 해준 책"을 인생책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막상 이런 인생책들을 읽었을 때를 돌이켜보면 다른 책들에 비해 특별히 압도적인 재미를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나와 다른 사람의 몰랐던 세계를 더 잘 들여다 보려 노력하고, 타인이 내는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를 더 잘 들으려 노력해야 하다 보니 읽는 데 좀 더 시간이 걸리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왜 이렇게 말했을까? 고민하며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제 것으로 소화하는 데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서두가 길었지만 제 인생책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핍 윌리엄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엘리. 김원영.김초엽, 《사이보그가 되다》, 사계절.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위고.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마티. 김수정, 《여성복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공사.
저에게 인생책은 가장 인상깊게 남은 책이에요. 1년 전 우연히 sns에서 구의 증명이 재밌다고 추천한다는 게시물을 보고서는 언젠가 봐야지 생각했는데 도서관에 가니 그 책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읽게 되었는데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첫 문장부터 이해가 되지 않고 갈수록 이게 비유적 표현인가? 진짜인가? 도대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거지? 저 글 위에 동그란 표시는 뭐지? 하면서 계속 읽게 되더라고요. 짧은 책임에도 문장을 하나하나 곱씹어 보느라 남들에 2배는 걸려서 다 읽었을 정도로 저에게 있어 충격적이고 인상 깊었던 소설책이에요. 꼭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크호스' 내용을 거칠게 요약해 보면요, 예를 들어 자동차가 일반화 된 세상에 마차를 너무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있습니다. 마차라니 언제적 이동수단이냐, 마부가 될 셈이냐, 그런 직업은 사라졌다 라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마차를 너무 좋아하는 이 아이는 마차를 진심으로 너무나 사랑하고 마차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다가 결국 세상 최고의 마차 전문가가 되고, 그럼 뭐 엄청난 부자까지는 못 되어도 적어도 그 아이가 살아갈 만한 정도의 부는 누릴 수 있다. 세상에 마차 전문가 한 사람 정도는 먹여 살릴 일자리가 있다. (마차박물관도 있고, 뭐 연구 기관 등도 있겠죠. 소수겠지만) 무엇보다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스스로의 삶을 충만하게 이끌어나간다는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런 주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만약 마차가 아니라 그 아이가 수소차나 전기차 등에 관심이 있었다면 정말이지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는 것을 꿈꿔 볼 수 도 있겠지만,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때로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마차’가 무엇인지 제대로 발견하고 알아갈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알아도 평생 휘발유 자동차를 좋아하는 척 흉내 내면서 살아가거나요.
설명 너무 흥미롭게 해주셔서 책을 읽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도 관심이 가게 만드셨어요. 궁금해졌어요! 묘한 편견 같은 걸 갖고 있었는데 다크호스 정말 제대로 읽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믐의 대부분 모임들이 특정 책인데 @개구리 님이 열어주신 이 모임은 ‘인생책’이라는 어쩌면 다소 모호한 주제였는데요, 덕분에 저도 여러 사람의 인생책에 대해 알아가고, 인생책의 정의 자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책을 좋아한다는 것만 비슷하지, 정말 다양한 기준이 나와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상상도 하지 않던 관점들이 마구 튀어나와서요. 재밌었습니다. 보니까 제일 큰 수혜자는 저인 것 같네요.. 새로운 책 많이 알아갑니다. 이 주제는 굉장히 넓고 두루뭉술해서 순전히 여러분 덕분에 모임이 굴러갔어요. 참여하고 기꺼이 좋아하는 책 공유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저는 굳이 인생책을 찾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냥 누가 물어보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말해줘도 괜찮을 것 같아요! ㅎㅎ.. 풍족한 29일이었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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