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멈춰서서 가만히 함께 읽어요 :)

D-29
그해는 1346년에 만들어진 청양 장곡사의 약사불상藥師佛像을 꼭 전시장에 모셔오고 싶었다. 살면서 피할 수 없는 병마나 어려움을 견뎌야 할 때 고통의 시간을 함께해주고 치유해주던 약사불상이 더 많은 이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고려시대 최고의 약사불이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였지만, 귀한 발원문이 불상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도 각별했다. 상을 조성하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이 10미터가 넘는 비단에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한 명 한 명 세보니 1000명도 넘는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장곡사 불상 발원문, 정명희 지음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도착한 발원문을 전시를 위해 펼쳤을 때 우리는 아직 먹이 마르지 않았던 과거의 한순간을 마주했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장곡사 불상 발원문, 정명희 지음
별거 없을 줄 알면서도 힘껏 뛰어야 할 때가 있으니, 그래서 뛰고 있는 거지.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172쪽, 정명희 지음
이 작은 물건은 누군가를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매개체였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204쪽, 정명희 지음
한때 누군가의 자랑이었던 작은 연적 안에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담았으면 좋겠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235쪽, 정명희 지음
도자기를 만들고 굽던 그 오랜 시간과 도공의 손길은 완전한 형태의 도자기가 아닌 조각편에서 더 강하게 전해지는 경우도 있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253쪽, 정명희 지음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박물관을 찾는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277쪽, 정명희 지음
내게 닿는 느낌을 공유하고, 상대에게도 좋은지를 묻는 건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가깝다.
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278쪽, 정명희 지음
책을 읽으며 잊고 지내던 시간들이 많이 생각났어요. 인사동 골목도. 낙원상가 서당도. 국중박 수요일 저녁 두근거리며 큐레이터를 기다리던 시간도. 박물관 지하에서 깨진 토기 맞추던 일도... 시간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끝까지 못간 길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했나봐요. 참 소개된 유물 중 경주박물관에 소장중인 얼굴무늬 토기 복제품을 꼭 가지고 싶어요. 탐납니다. 흙으로 만들어야할까요? ㅎㅎ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큐레이터로서의 일에 관한 이야기나, 책을 읽지 않으면 몰랐을 개별 유물에 얽힌 부분이 재미있더라구요.장곡사 약사불상 발원문이나, 청자베개 등이 이제까지 읽은 것중에 마음을 끌었습니다. 서양 유물이나 그림보다 우리것에 대해 제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하게되었어요. 이런책은 그믐에서 보지 못했다면 있는지도 모르게 지나갔을텐데 읽게되어 기뻐요. 이후에 우리 예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 읽어가보려고 아래 책들 챙겨놓았어요. 언제 다 읽나...
[세트] 국토박물관 순례 1~2 세트 - 전2권우리 시대 ‘문화 전도사’ 유홍준이 새로운 시리즈의 첫 삽을 떴다. 우리 역사를 시대순으로 살펴보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지역과 문화유산을 만나는 『국토박물관 순례』 시리즈다.
조선 미술관 -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로 만나는 문화 절정기 조선의 특별한 순간들문화 절정기 조선의 풍속화와 궁중기록화를 한 권에 담아낸 책이다. 신윤복, 정선, 김홍도를 비롯한 조선의 천재 화가들 7인의 작품과 더불어 태평성대를 누린 숙종과 영조대의 기록화첩도 소개하고 있어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되는 특별한 미술책이다.
알고 보면 반할 민화 - 생활의 단면 유쾌한 미학, 오천 년 K-민화의 모든 것민화계의 거목 윤열수가 소개하는 오천 년 K-민화의 모든 것이다. ‘민화란 무엇인가’부터 시작해 민화의 역사, 종류, 구성과 색채, 그리고 그림 각각에 담긴 의미까지, 흥미진진한 민화 이야기를 140여 컷의 생생한 도판과 함께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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