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로 써 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저는 지금 현기영 선생님의 <제주도우다>도 같이 읽고 있는데 확실히 제주방언이 전달해주는 지방 특색과 감정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제주방언이 진짜 낯설게 느껴졌는데 요근래 드라마에서도 접해서 그런지 더 반갑고 정겨웠습니다. 좌승주 형사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지만 제주어가 많이 쓰인 것이 좋아서라도 좌승주 형사이야기를 더 찾아 읽게될 것 같습니다. ㅎㅎ
예전에 한동안 추리소설을 몰아서 많이 읽었었는데... 오랜만에 추리소설 게다가 형사이야기를 읽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시리즈도 생각나고 재밌었습니다.
[책증정][박소해의 장르살롱] 8.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17회
D-29
게으른독서쟁이

박소해
@게으른독서쟁이 님
별명을 잘못 지으신 것 같습니다. ‘부지런한 독서쟁이’로 바꾸셔야 할 것 같습니다.
길고 정성어린 댓글을 여러 개 남겨주셔서 도대체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게으른독서쟁이님의 관심과 열의에 보답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답이 늦어졌습니다.
우선 제가 존경하는 히가시고 게이고 작가님의 가가 형사 시리즈가 생각났다고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가가 형사는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좌승주 형사는 일반적인 제주남자와 다르고 육지남자와도 다릅니다. 제주남자답게 무뚝뚝한 편이지만 과묵한 표정 뒤에 날카로운 지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요. 키와 덩치가 커서 피지컬이 훌륭한 편이지만 주먹파 형사가 아니고 머리를 쓰는 형사입니다. 오죽하면 서에서 별명이 ‘좌갈공명’입니다. 정의롭고 선량하고 신중하고 지혜로운데... 키 크고 몸도 좋고... 외모도 적당히 단정한 편이면... 너무 완벽한 아이콘을 그린 게 아니냐고요? 그런데 이 거의 완벽해 보이는 남자가 단점이 있습니다. 여자한테 약해요. 연애 경험이 적어서 그 분야만큼은 소년 같이 순수한 사람입니다. 단짝이자 후배 형사인 양주혁 형사가 항상 그 점을 놀려먹지요.
제가 좌승주 시리즈에 제주어를 쓰는 이유는 위에 단 댓글을 참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동할 따름입니다. 좌승주 단편을 매번 탈고할 때마다 1차는 제주 괸당 감수, 2차는 나비클럽 교정교열 선생님과 이영은 대표님의 감수를 받습니다. 보통 이렇게 2단계를 거쳐 제주어를 감수 받는데 이번 <해녀의 아들>은 1차 제주 괸당, 2차 또다른 제주 괸당, 3차 나비클럽 이렇게 3단계를 거쳤으니 입에 찰떡처럼 붙는 자연스러운 제주어를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속한 보배살롱 회원들이 제주어에 상당히 익숙하신데 모두 입을 모아 <해녀의 아들>을 읽는 내내 어느 한 곳도 사투리가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감수를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습니다. 할망들의 대화에서는 제주어를 많이 살려주고 형사들끼리의 대화나 내용 전개상 중요한 대화는 표준어를 주로 사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기억의 목소리>도 정말 좋은 책이지만 사진집이다보니 역사 자료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래에 생각나는 책 몇 권을 더 소개하려고 해요. 살펴보시고 마음에 동하는 책이 있다면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4.3을 스스로 알아나가려는 분이 있으면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네요. 제주 4.3과 <해녀의 아들>에 관심을 보여주시고 이렇게 긴 의견을 남겨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
<해녀의 아들>을 퇴고하고 나서도 일주일 이상 투고를 망설이고 있었는데... 게으른독서쟁이님 같은 독자분을 만나니 투고하길 잘했다 생각하게 되네요.
게으른독서쟁이
와~ 작가님 칭찬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광입니다.ㅎㅎ 4.3 사건과 관련하여 이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어떤 건 읽었고 어떤 건 읽으려고 빌려놓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모르는 책들이어서 이번 기회에 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읽고 우리집 아이에게 잘 가르쳐주려고요.ㅎㅎㅎ
인터넷 검색을 통해 좌승주 형사의 기원에 대해 적으신 글도 봤는데...ㅎㅎㅎ 좌승주 형사 너무 완벽하고 매력적이네요.
이지적인 사람이 흔치 않은 방언을 잘 쓰니까 더 매력적인거 같아요.
그리고 제주 자연에는 역시 제주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생각하면 그냥 스토리가 생각나는게 아니라 좌승주 형사를 비롯해 등장인물들을 생각할때도 그렇고 바람불고 파도치는 제주 바다, 해변가와 현무암석들에, 정방폭포 등의 제주 자연과 제주방언으로 나누는 대화들이 막 떠다니며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감각적으로 다같이 눈앞에 펼쳐지거든요. 중요하고 가슴아픈 사건을 다루신만큼 고민도 많이 하시고 많이 힘드셨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작품 잘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히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이야기꾼
@게으른독서쟁이 박소해 작가님께서 제주어 감수에 많은 공을 들이시는 것 같습니다. 제주어를 어느 정도나 넣어야 가독성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도 편집자로서 상당히 고민이 되는 부분입니다. (사실 《계간 미스터리》 출판과 관련된 어떤 분도 제주 출신이시라는 것은 안 비밀입니다^^)
게으른독서쟁이
확실히 제주라는 장소와 제주방언이 만나면 시너지가 있어서 저는 정말 좋았는데... 고민이 많이 되실 것 같긴 하네요. 해설까지 제주어로 되어 있으면 읽기 정말 힘들 것 같은데 대화들은 읽는게 아니라 저도 같이 입을 오물오물 거리며 말하고 있으니까 뭔말인지 알겠는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요?ㅎㅎ 재밌었어요. 자꾸 대본읽는 것처럼 제대로 된 억양을 알지도 못하면서 자꾸 억양을 넣어서 중얼중얼거리게 되더라고요.
제주어뿐만 아니라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쓰인 작품들도 저는 눈으로 읽기도 하지만 꼭 말로도 뱉게 되더라고요. 말맛이 있어서 좋아요. 재밌기도 하고 내가 그 인물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이렇게 작품을 통해 사라져가는 우리 나라 방언들이 잘 살아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나비클럽마케터
아 유품에 대한 사연을 담은 사진집이라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자료조사 하시는 것 자체가 아픔과 계속 직면해야 하는 일이라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박소해
그래서 <해녀의 아들>을 쓰는 동안 수십 번 넘게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완고를 쓴 이후에도 한참이나 투고를 망설였고요...
<기억의 목소리>는 마케터 님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아름답게 잘 만들어진 사진집이자 슬픈 기억을 정면으로 응시한 기록입니다. 덮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져요.
게으른독서쟁이
읽어야하는 목록에 올려두겠습니다. 근데 보기 넘 힘들 것 같아 조금 겁이 나네요. 천천히라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써 주시고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금현
어떤 자료를 주로 참고해 쓰셨을까 궁금했는데, 사진집에 영감을 받으셨군요. 사진집 외에 참고한 책들도 주루룩 공개해주셔서 놀라웠습니다. 2년 간의 자료 조사 족적이 정말 방대하네요! 해녀들의 삶과 제주 4.3항쟁을 죽 살필 수 있는 참고 문헌들을 소개해주셔서 너무 좋습니다ㅎㅎ

나비클럽마케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나비클럽의 마케터 김소망입니다.
오늘부터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17회>(줄여서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으로 부를까요?) 모임이 시작되는데요.
모임지기를 맡아주신 한이 계간 미스터리 편집장님이 주말에 몸이 많이 안좋아지셔서 부득이하게 제가 초기 며칠 동안만 대신 진행을 맡게 되었습니다.
편집장님의 진행을 기다리셨을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리며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모임은 오늘부터 21일간 진행될 예정이며 수록작이 7편이니 3일에 한 작품씩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오늘부터 3일간(19일~20일) 이야기 나눌 작품은 황금펜상 수상작인 박소해 작가님의 <해녀의 아들> 입니다.
이 방의 원래(!!) 주인이신 거 모두 알고 계시죠?:)
다들 어떻게 읽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박소해 작가님과의 라이브채팅은 2024. 1.5(금) 저녁 8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작가님께 궁금하신 점들은 그때 직접 여쭤보시길 바라요.

나비클럽마케터
아무래도 모임 첫째 날은 참여율이 저조할 때가 있으니 각 작품별 나눔 일정은 나눔 내용에 따라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박소해
@나비클럽마케터 님
안녕하세요.
편집장님 얼른 완쾌하시길요.
마케터님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드려요.
저는 어제 제주도에 잘 돌아왔어요. 수상작품집은 제주도에 전부 잘 도착했습니다. :-) 챙겨주시느라 애쓰셨습니다.

예스마담
도착한거 훑어 보니 반은 읽은거 반은 안읽거 그러네요^^

박소해
@예스마담 님
반갑습니다. 아마 계간에 실린 단편들은 읽어보셨을 거고, 계간 외에 다른 책에 실렸던 단편은 처음 보실 거예요. ^^
게으른독서쟁이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시작이라 오늘 좀 더 천천히 한작품 한작품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저는 4.3 사건을 몇 년전 뉴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 4.3기념일 행사에 정치인들이 가니마니 하는 뉴스들을 듣긴 했었지만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어요. 주로 5.18 민주화 운동이나 6월 항쟁을 다룬 소설과 영화를 더 많이 접하던 때였습니다. 근데 <순이삼촌>이라는 책이 4.3사건을 다루었고 그 작가가족이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사실에 어쩌면 진짜 사실을 자세히 알 수 있겠다 싶어 읽었는데...너무 괴로웠습니다. 책에 서술된 그 매일매일이 상상조차 되지 않았어요.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전에 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를 읽을 때와 비슷한 몸과 생각의 반응들이었습니다. 심장이 옥죄는 듯하고, 답답하고,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너무 죄송하고.... 책장 하나하나를 넘기는 것이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을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일이구나. 이제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에게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이 4.3 사건을 가지고 추리소설이라...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유족들간의 갈등에서 사건이 시작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제주 성씨의 주인공인데 경찰이고 엄마는 해녀야. 그리고 해녀삼촌들과 제주방언까지... 출발부터가 굉장히 제주스럽구했습니다. 역시 방언이 주는 사실감이라던가 현장감이라던가 정감이라는게 있는 것 같아요. 방언으로 적혀있으면 왠지 눈으로 읽지만 사실 머릿속으로는 사투리 억양 장착하고 막 사투리로 말하고 있잖아요. 그로 인해 좀 천천히 찬찬히 읽게 되는 경향도 있고요. 뭐가 내가 진짜 그 지방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읽다보면 점점 빨리 말하게 되고 이해도 수월해지고. 제주방언으로 표현된 대화들이 참 좋았습니다.

나비클럽마케터
오 저처럼 머릿속으로 사투리 대사를 읽으셨군요ㅎㅎ
좌승주 형사 시리즈는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소설집인데 이번 편의 제주 방언은 저도 느낌이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제주 방언으로 쓰인 소설 읽는 매력을 훅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아~ 좌승주 형사 시리즈이군요...어쩐지...
사실 이야기를 읽으면서 '홍이서와 좌승주와의 로맨스가 왜 필요한가... 그리고 좌승주가 잊지 못하는 그녀 '해..'는 왜 등장하는 걸까...?? 분명 어떤 다른 이야기가 있는건데...'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박소해 작가님의 작품을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너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가독성이 좋더라고요. 박소해 작가님을 파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좌승주 형사 시리즈라고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좌승주 형사를 본격적으로 파야겠네요. ㅎㅎ
좌승주 형사라고 인터넷에 쳤더니 박소해 작가님께서 그 기원을 잘 알려주셨네요..ㅎㅎㅎ 잘 즐겨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으른독서쟁이
사실 시대의 아픔은 개인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특정 상황에서 정치적 문제로 인한 국민 개인 모두의 아픔이잖아요. 그래서 임계장님도 이해가 되고, 승주 아버지도 이해가 되는데 고영순 할머니는 좀 밉더라고요.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그렇게 밀고를 하고 거짓말을 할 수 있나....?? 밀고를 하면 숨은 사람들이 어떻게 될 지 알면서...그렇게 할 수 있나...?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사랑인가....?? 거부감이 들어서. 고영순 할머니가 임계장님을 일부러 안 좋은 집에 보내려고 작정하고 보낸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살리려고 보낸 거 알고, 임계장님의 살해를 정당화하고 싶진 않지만 고영순 할머니가 미운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게으른독서쟁이
마지막엔 승주아버지께서 고모님을 그리며 쓴 편지를 읽는데... 승주처럼 제 눈에도 눈물이 고이더라고요. 가엾고 안쓰러운 아버지. 생선을 먹지 못하는 그 마음. 감히 그 마음 이해한다고 말할 수 는 없고 그래도 털끝정도는 조금 이해가 되어서.... 고모님의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말이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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