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실지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요. <꽃은 알고 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은 이번 작품들 중에 저는 이 작품에 제일 무서웠어요.
제목부터가 <꽃은 알고 있다>는 게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가 떠오르더라고요. 꽃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은 다 지켜보고 알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처음부터 좀 으스스하더라고요.
브루그만시아라는 나무의 꽃을 탐욕스럽게 생겼다고 하고 징그럽다고 묘사되어 있어서 이 집에 어떤 일이 생기든지 간에 보통일은 아니겠구나 싶어 너무 궁금했습니다.
언제부터 마을에 숨어 있었는지 모르게 마을 여기저기로 퍼져 나간 양귀비의 모습에서 직접적으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마약과 그 폐해들이 보였고, 상징적으로는 아주 조용히 우리 사회를 좀먹는 이기적인 마음 혹은 의심하는 마음과 같은 것의 모습으로도 보였습니다. 의심하는 마음은 아주 빠른 시간에 널리 널리 사회로 퍼져 작은 의혹에서 작은 균열을 만들고 급기야 수습할 수 없을 광기를 불러오니까요. 서서히 무너져가는 개인의 모습에서 사회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무서웠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섬뜩,섬찟, 무서움, 공포'라는 단어들이 계속 저를 따라다녔는데 작가의 말에서 '섬뜩함'이라는 단어가 이야기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보고 역시나 하는 만족감과 함께 소름이 돋았습니다.
작품을 한 세번 읽었는데요. 읽을수록 의심이 되더라고요. 엄마가 진짜 죽었던 건 맞았을까? 모든 것을 바로 보지 못하고 환상과 환영에 갇힌 주인공의 모습에 주인공이 봤던 모든 것,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요즘 사건 사고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 몰락되어 가는 것 같아 무서운데 제발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붕괴되는 일이 없기를... 서로가 서로를 지킬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여실지 작가님...저..식물 좋아하는데... 들판의 식물들도 화분으로 키우는 것도 좋아하는데... 왠지 꽃이 피는 식물이 좀 꺼려질라 그래요...ㅋㅋㅋ 크고 화려한 꽃일수록 <꽃은 알고 있다>가 더 생각날 것 같아요. ㅎㅎ 그래도 의미심장한 스릴러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책증정][박소해의 장르살롱] 8.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2023 제17회
D-29
게으른독서쟁이

이야기꾼
"언제부터 마을에 숨어 있었는지 모르게 마을 여기저기로 퍼져 나간 양귀비의 모습에서 직접적으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마약과 그 폐해들이 보였고, 상징적으로는 아주 조용히 우리 사회를 좀먹는 이기적인 마음 혹은 의심하는 마음과 같은 것의 모습으로도 보였습니다. 의심하는 마음은 아주 빠른 시간에 널리 널리 사회로 퍼져 작은 의혹에서 작은 균열을 만들고 급기야 수습할 수 없을 광기를 불러오니까요. 서서히 무너져가는 개인의 모습에서 사회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무서웠습니다."
여실지 작가님이 쓰시고 싶었던 부분을 정말 정확하게 포착한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실지 작가님, 뿌듯하시 겠어요~^^

여실지
네네, 정말 뿌듯하기도 하고 기쁘고 감사하고 ... 마음이 벅차오르고 그러네요. 감사합니다.

여실지
오... 이렇게 세심하고 정성스러운 감상평 감사합니다. 제가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잘 받아주신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고.. 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게으른 독서쟁이님,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
게으른독서쟁이
홍선주 작가님의 <연모> 잘 읽었습니다.
저 아주 잘 속았습니다. ㅋㅋ
아니 연모가 戀慕가 아니라 淵謨일 줄이야....
전 깊은 계략, 계책이라는 뜻의 '연모'라는 단어가 있는 줄 몰랐거든요. 무지한 덕에 반전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ㅎㅎ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 초반에 민우의 엄마가 언급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 얘기가 왜 나와?'하며 다소 의아했지만 '성격좋은 마마보이임을 보여주려나 보다. 다정한 엄마한테서 사람을 대하는 여러 자세들을 배워서 소형을 감싸안을 수 있는 사람이 됐나보네~'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6장을 읽는데... 이상하더라고요. 민우 얘긴데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얘기가 왜 나와? 민우 얘기 맞나? 소형이 아니라? 그리고 맞은 반전....ㅋㅋ
첨엔 좀 어이 없었어요. "뭐야~" 소리가 그냥 막 입밖으로 튀어 나오더라고요. ㅋㅋ 갑자기 '그래서 나는 소형이 나를 가지고 싶어 하도록 만들었다.'니.... 그리고 마지막 장 하단의 연모의 뜻을 보고 '와우...대박...나 완전 속았네...' 싶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다시 앞부분을 보니 '응, 나도 매일 엄마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어. 이것도 다 엄마가 알려준 방법이거든.'이라는 구절이 왜 있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재밌었습니다. ㅎㅎ
비슷한 사람이 서로를 원했고 서로의 계략대로 서로를 얻었으니 "HAPPILY EVER AFTER"일까요?? ㅎㅎ

이야기꾼
미스터리 작가가 독자를 잘 속였다면, 최고죠 ㅎㅎ 저도 연모에 깊은 계책이란 뜻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홍선주aka쥬한량
저도 몰랐습니다. 적당한 제목을 찾아 사전을 열심히 뒤지다 ‘유레카~’한 것이지요 ㅎㅎ
게으른독서쟁이
아~ 그러신가요?? 그렇다면 이야기의 결말까지 다 마무리가 된 상태에서 알맞은 제목을 찾아 헤매신건가요? 아님 원래 제못이 있었는데 새로운 '연모'를 발견하고 제목을 바꾸신 건가요?
연모의 뜻을 몰랐는데 어떻게 이렇게 찰떡같은 단어를 찾으실 수 있었던 건지 놀랍네요~ 역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건가요~ ㅎㅎ

홍선주aka쥬한량
저는 일단 제목을 잡고 쓰기 시작하는 편이라, 처음엔 <내가 사랑한 사이코패스> 였습니다 ㅋ ㅋㅋ

무경
홍선주 작가님의 <연모>를 읽으면서, 홍선주 작가님이 글을 티내지 않고도 참 잘 쓰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읽기 편하면서도 내용을 전달함에 부족함이 없고 작가의 의도와 개성까지 담아내는 좋은 글이었어요.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성 역시 작가님의 의도를 잘 담아내는 안정감이 있었고요. 중간중간 위화감을 자아내는 부분들이 마지막 챕터에서 그 진짜 의미를 부여받는 구성은, 많은 이들이 써 왔지만 잘 쓰지는 못하는 구성이기도 하잖습니까? 이런 안정감 있는 글쓰기는 저도 참 가지고픈 스킬이기도 합니다. 무척 부럽습니다.
이 작품에서 마지막 챕터에서 어? 라는 감정을 느끼고 마지막 단어 설명 하나가 주는 반전이 마치 망치로 한 대 맞는 듯한 충격이 되었...어야 했을 터입니다. 그런데 제가 덕후이다 보니, 이 충격을 덜 받아버린 듯합니다. 일본 만화 가운데 '카구야 님은 고백 받고 싶어 ~ 천재들의 연애 두뇌전'이라는 작품이 얼마 전 유행했었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을 보며 그 러브코미디물의 사이코패스 버전이라는 생각을 해버렸거든요. 이 '어디서 본 듯한'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설정? 캐릭터성?
<연모>를 보면서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생각을 했고, 그만큼 제가 지금 쓰는 글을 다시금 돌아보았습니다. 홍선주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이야기꾼
그러고 보니 <카쿠야 님은 고백 받고 싶어>가 좀 비슷한 설정인 것도 같네요.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무경 작가님은 리뷰를 참 잘 쓰시는군요^^

무경
과찬이십니다. 제 감상을 쓸 때 작가님 보시기에 껄끄러울 이야기도 굳이 쓰는 건 작가님이 그 점을 보완하시면 더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제 글을 똑같이 평가받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어서기도 하고요. 뭐, 솔직히 제 흠은 못 봐도 남의 흠은 잘 보는 사람의 성향 탓이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그러합니다.^^

이야기꾼
작가들 대부분이 열렬한 독자였다가 혹은 마니아였다가 창작에 뛰어든 경우가 많아서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이 더 뛰어나죠^^ 뭐든지 '일'이 되면 힘든 것 같습니다.

홍선주aka쥬한량
제가 좀 창의력이 부족한데, 다행히 온갖 것들을 많이 본 건 있어서 이리저리 짜집기 신공으로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능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작품은 안 읽어봤습니다만, 아마 그 작품이 영감을 받았을 과거의 어떤 작품을 본 게 제 안에 남아있다가 녹아들어갔을 거예요. 저는 제가 쓰는 모든 이야기가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단은 뭐..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는 세상인지라 ㅎ

무경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는 말은 저도 늘 글을 쓸 때마다 곱씹곤 합니다. 제가 쓰는 글이 어딘가에서 본 것, 누군가에게 들은 것의 짜깁기인 거 같다는 그런 생각이... 홍선주 작가님이 진지하게 써 주신 말씀을 보면서, 다른 작가님들도 같은 고민을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안심이 됩니다(?). <연모>는 제가 너무 덕후라서 위에 적은 것 같은 그런 방향으로 본 탓도 분명히 있을 터입니다. 그런 요소를 제외하고 봐도 좋은 글이었거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짱구뽀빠이
<연모> 평범하지 않은 사회적 성향의 고등학교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고 안타까운 마음과 사랑하는 감정으로 연모하는 것. 집요함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죠. 흥미 있게 읽었고 반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성도 자연스러웠구요. 하지만 결말에서는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능하 나, 소영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을 사랑을 얻기 위해 각본을 만들어 간다는 것. 연모라기보다는 집요함. 사랑이라기보다는 소유욕이겠죠. 그래서 소시오패스인가 싶기도 하네요.

이야기꾼
미스터리 장르로 들어오면 사랑이란 보편적인 감정도 예사롭지 않게 바뀌죠^^ 홍선주 작가님이 잘 비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정기
여실지 작가님 작품은 전에 계간 그믐 때도 말씀드렸지만 싸이코 심리 스릴러라는 제 취향에 이상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비밀 가득한 도입부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마약 때문이라는 원인은 앞서 유추되나 그게 핵심이 아니기에 아주 만족스럽게 즐겼습니다.

이야기꾼
홍정기 작가님 다음 작품은 싸이코 심리 스릴러? ^^

여실지
작가님.. 감개무량합니다. ^^ 작가님, 작품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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