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우선 <한국의 독자들에게> 부터 와닿는 문장을 만났어요. 삶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고 붙들 수 없는 느낌인데… 그럼에도 무언가 제 등 뒤에 있는 그 느낌. 밤이고 낮이고 절 따라 다니고 꿈에도 등장하고 맨정신에도 나타나는 그 느낌. 작가님께서 섬세하게 그 느낌을 포착해서 문자로 시각화하여 제게 전달해 주셨어요. +_+
참 책표지를 분리해서 펼쳐보면 안에 레티파크 사진이 인쇄되어 있어요. 책 정말 아름답게 만들었네요. 그리고 각각의 단편들 제목 페이지들 편집도 정말 멋져요!
첫 번째 이야기 <석탄>을 다 읽었어요. 다섯 살이 된 빈센트에게, 사랑 때문에 죽은 어머니를 둔 빈센트에게, 어른들과 함께 석탄을 나르는 빈센트에게 펼쳐질 삶들이 조금은 다정했으면 좋겠어요…
@우주먼지밍 책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석탄>을 다 읽으셨군요..! 네 살이 아니라 열다섯 살인 것처럼 빈센트가 서 있었다는 문장을 보고, 이렇게 나이에 걸맞지 않게 커버린 것은 사랑 때문에 병들어버린 어머니의 영향 아닐까 생각하고 조금 슬펐는데요.. 그래서 우주먼지밍 님 바람에 더 공감이 가네요. 빈센트에게 펼쳐질 나날이 좀 더 다정했으면, 7톤 정도의 석탄이면 (어떤 겨울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곱 겨울도 충분하다 예견했듯 빈센트가 성체처럼 받아든 애정을 갖고 앞으로 닥쳐올 자기 삶의 겨울을 잘 지날 수 있게 됨 좋겠다.. 바라게 됩니다. 빈센트도 그렇고.. 저도 그랬음 좋겠고요.. ☺️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 그것이 빈센트의 평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야릇했다. 우리는 빈센트의 작고 꼬질꼬질한 두 손에서 석탄을 받았다. 마치 성체처럼.
레티파크 20페이지,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짐작건대 중요한 건 내가 그를 위해 조각 케이크를 샀고, 내가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대체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그가 병들기 전에 자두 케이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었다. 이 모든 게 중요했고, 그중에서 분명 또 완전히 다른 무언가가 중요했다.
레티파크 p60 / <시詩> 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시>에서 단 한 번도 아버지 역할을 해줄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딸의 연민과 사랑이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애증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가장 든든해야 할 아버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유년 시절의 딸, 사랑하는 딸에게 미처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그 복잡한 마음을 알 것 같았습니다.
@호디에 <시>는 헤르만이 실제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라고 해요. 저도 이 작품에서 아버지를 향한 복잡한 마음이 느껴졌는데요, 이게 부모 자식 간 실제 감정의 결과도 아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겹겹이 쌓여 있는 마음들... 그래서 읽을 때마다 감회가 다르더라고요. 대개는 좀 슬펐어요..💧왜 슬픈지 모르겠는 슬픔이랄까요;_;
@마라카스 맞아요. 저도 얇은 슬픔과 서운함이 번갈아가며 쌓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작가의 실제 경험이었군요... .
<종이비행기>를 읽었습니다. 두 아이가 있고 정신병동 경험이 있는 싱글맘 테스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사회 생활이 어렵거나 워킹맘으로 고충을 겪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희망적이라 좋으네요.
저도 엄마로서 테스에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가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지만 아이들을 보고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라고 말하는 장면. 정말 저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지라ㅠ.ㅠ..
<포플러 꽃가루>를 읽었습니다.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보야나는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요.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떠난 남편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는데요, 로베르트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끝낸 것인지... 많은 부분을 침묵하고 있어서 독자는 그저 단편적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와 수십 년을 맞춰가며 산다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
이 모든 걸 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직 자신에게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로베르트가 왜 떠났는지를. 그녀가 사실상 거의 평생을,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낸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를 이해할 시간이.
레티파크 p124 / 포플러 꽃가루,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https://www.instagram.com/stories/glara_lara/3262753840596081090?igsh=MTF5cG8xcm9zNmtvZA== 시작이 조금 늦었습니다!! 서문 읽었는데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
@Kiara 환영합니다 키아라님~ 😊
<어떤 기억들>을 읽었습니다. 그레타는 세입자 면접에서 자질구레한 여러 질문의 끝에 모드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인생은요? 인생은 어떻죠." 그리고 그레타는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모드에게 자신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삶의 완성은 죽음이라는 어느 문장이 떠오릅니다. 누가 정답을 알까요, 인생이 무엇인지. 개개인의 가슴에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서사들이 담겨있을까요. 그 서사가 켜켜이 쌓여 역사가 되는 거겠죠.. .
짧은 단편들이라 좀 편하게 쉬엄쉬엄 읽을 요량이었더랍니다. 그런데 첫 한 두 작품을 읽고나서는 금방 알게 되었지요. 짧지만 한 편의 글을 읽고나면 내 생각과 감정과 느낌을 정리하기엔 꽤 많은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겠다 것을요. 이미 읽기는 맨 마지막 <어머니>에 이르렀지만 머리는 아직 <시>와 <레티파크>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복잡다단한 감정과 이해관계는 설명하기에도 이해하기에도 그 갈래가 너무 많아 당혹스러울 때가 많은데요, 저는 다음의 구절에서 아버지와 딸을 같이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시를 견디는 연습을 했다. 그는 시를 읽으면서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그에게 몹시,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말해야겠다. 우리는 함께 그걸 연습했다. 그 병원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 일은 그것 외에 많지가 않았으니까”
<석탄> 어머니가 죽었을 때 '죽음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고' 물어봤다는, 네 살이 아니라 열다섯 살인 것처럼. 자전거에 그대로 앉아 팔짱을 끼고 운전대에 몸을 기댄 빈센트를 떠올려 봅니다. 어머니를 잃은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의 생존 본능으로 '반쪽이 결여되었지만,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아이. 정말 대단한 '인물 보여주기'라고 생각했어요. <증인들> 줄 친 구절이 유난이 많습니다. 이혼을 앞둔 화자가 남편의 이혼 후 모습을 상상하며 말해요. "나는 내가 그를 다시 알아보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나는 새로운 삶을 사는 이보를 다시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게 가능하다는 걸, 우리가 그렇다는 걸 안다." 이 글귀가 왜 저에게 힘이 되었나 모르겠어요. 가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드는데요. 그냥 저렇게 덤덤하게, 다른 삶을 살지도 모르는 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 저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 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정말 독보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평안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지금은 사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시간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모든 걸 잘 극복했다.
레티파크 p167 / <편지>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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