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빈센트는 보이지 않는 반쪽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레티파크 19p, <석탄>,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어머니가 죽었을 때 빈센트가 죽음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고 물어봤노라고 빈센트 아버지가 우리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따.
레티파크 20p, <석탄>,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우리는 빈센트가 작고 꼬질꼬질한 두 손에서 석탄을 받았다. 마치 성체처럼.
레티파크 20p, <석탄>,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감상이 많이 늦었지만, 앞에서부터 읽어보겠습니다. <석탄> 4살에서 5살로 가는 아이 빈센트는 어른들의 유치한 비버 이야기에 짜증을 낼 정도로 조숙한 듯합니다. 반면에 어머니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여 '죽음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고 묻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어리광을 부리고 할 나이에 이미 어머니의 부재가 현실이 되고, 세상의 진실 일부를 너무도 빨리 알아버린 아이 같기도 합니다. 반면에 사람의 삶에 '최종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같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이야기해주는 문장이 "빈센트는 보이지 않는 반쪽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19)라는 문장으로 멋지게 표현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실과 이별의 모습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주 오래도록 손을, 손목을, 다시 손을 그리고 얼굴을 씻고 나서, 재킷을 벗고 나서 거실로 간다.
레티파크 95p, <종이비행기>,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사실 책의 표지사진 때문에 <종이 비행기>를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궁금해서요^^ 우선 독일 작가의 이야기인데, 소설 속 싱글망의 두 아이의 이름이 영어식인 것도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과도하게 의미부여를 하면 안 될 것 같지만, 소설 속에서 서구적 경제 질서 구조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엄마인 테스가 복지원의 위기 개입 센터에 면접을 보려는 상황에서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권력 혹은 공공 서비스가 시스템이 야기한 사람들의 위기 상황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든 구조, 면접에서 공허한 언어이지만 자신의 쓸모 있음을 증명하려 애쓰는 모습에서 저의 기억과 제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집에 집에 있었고 다시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테스와 같은 상황이 있어서 그 마음에 공감이 갔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닉의 도움으로, 테스가 면접을 보고 장을 본 후 늦은 오후에 집에 돌아왔을 때 했던 행동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이 장면은 상당히 상징적인 인상을 주었습니다. 집 밖으로 나서면서 작동하는 개개인의 페르소나를, 귀가 후에 벗어버리는 하나의 의식 같이 느껴졌거든요. '안식처'로서의 집에 들어와야 비로소 '나'자신으로 돌아올 수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랄까요. 왠지 모르게 특히 싱글맘으로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가 써야할 페르소나의 얼굴이 매우 두껍고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가장으로서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자 노력하는 한 인간의 모습에 눈길이 한동안 머물었습니다. 또한 면접에서 무엇을 말했느냐는 닉의 물음에, 그녀가 '진실'이라고 대답하죠. 그리고 다소 절박하게 "나는 오랫동안 집에 있었고, 이제 다시 나가고 싶다고."(97)말합니다. 그러고보니 제 경험으로는 면접에서 '진실'을 이야기했던 경우 합격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네요.(면접에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 번역가 신동화님은 옮긴이의 말에서 소설 속의 반짝 빛나는 순간으로 몇 가지를 언급합니다. <종이비행기>에서는 모두 함께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이 장면이 참 뭉클합니다. 제게 소설 속 반짝 빛나는 장면을 꼽으라면, 테스가 면접할 때 면접관 스탠의 책상에 붙어 있던 엽서를 언급했는데, 닉이 묻고 대화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스탠의 엽서에 뭐라고 적혀 있지, 닉이 묻는다. 이 말에 두 사람은 웃을 수밖에 없다."(99) 이 부분이 제게는 반짝 빛나는 장면으로 꼽고 싶습니다. ^^ 테스가 착하고 믿음직한 닉에게 마음이 없지는 않을 텐데, 싱글맘으로서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책임감때문일까요, 보다 과감하게 닉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듯한 모습이 안쓰럽다(?) 혹은 짠하다(?)는 감정을 일으키네요. 그래도 서로를 위하며 연결된 느낌을 주는 이 대목이 좋았습니다. 끝으로 표지 사진에 대해. 저는 소설을 읽고 나서 이 사진의 장면이 마치 집에서 테스의 두 아이를 돌봐주면서 면접을 하러 나가는 테스를 바라보는 시각처럼 느껴졌습니다. 혹은 면접에 붙어서 근무하러 나가는 첫 날 아이를 돌봐줄 닉과 아이들이 날린 종이비행기가 닉의 시선에 들어온 장면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까, 닉과 테스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갈 수 있을까하는 어떤 모호한 '예감'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보였달까요. 아무튼 표지 사진을 보면서 <종이비행기>를 읽으니 다양한 공상(?)과 멍때리기를 함께 했던 이야기입니다.
저도 이 두 사람이 함께 웃는 장면이 참 좋았어요!
밤에 그들 모두는 열린 창가에 함께 서 있다. 테스는 새미를 팔에 안고 있다. (...) 그가 말한다. 만약에 네가 빨리 던지면, 만약에 네가-바로 던지면, 너는 중력을 잠시 극복할 수 있어. 삼 초 동안 활공. 그다음엔 바람을 타고 쭉 날아야 해.
레티파크 99p, <종이비행기>,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종이비행기'가 날아갈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공기 때문이죠. 바로 이 공기라는 유령이 있기에 우리는 잠시나마 이 '중력' 속에서 활동해나갈 수 있겠지요. 제게는 '테스'라는 비행기가 싱글맘으로서, 가장으로서의 책임이라는 중력을 버티며 날아갈 수 있으려면 필요한 것이 바로 '유대감'이라는 공기가 아닐까하는....엉뚱한 생각도 해보았어요. 부실한 가장으로서 저 역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답을 모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버티려면 때론 아는 척도 해야하구요. 가족을 서로 묶어주고 버티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이런 연결됨의 감정이 아닐까 싶은 구절입니다.
@호디에 @윈도우 @realgrey @ICE9 여러분들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모두 정독했습니다. 이 작품을 편집 과정에서 여러 번 읽고 출간 후에도 수시로 읽지만, 여러분들이 나누어주신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 재독했을 때보다 훨씬 풍성하고 풍요롭네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모두 기쁜 성탄 연휴 보내셨지요? 연말이라 분주하신데도 독서모임에 함께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실. 나는 그 사람들한테 진실을 말했어, 달리 뭘 말하겠어? 나는 아이가 둘 있다고, 싱글맘이라고, 정신 병동 경험이 있다고 말했어. 나는 이렇게 표현했어. 나는 오랫동안 집에 있었고 이제 다시 나가고 싶다고. 일을 하고 싶다고. 나는 말했어. 저는 씩씩해요, 저는 투지가 있어요, 저는 낙관적이에요. 저는 안정적인 사람이고 평정심을 가졌어요. 그러면서 나는 다리를 꼬았고, 우유와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를 마셨고, 고개를 흔들거리지 않았어. 또 궁금한 거 있어? _종이비행기_
레티파크 p.97-98,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테스가 면접에서 했다는 위의 말이 닉에게 하고픈 말인 것 같았고, 세상에 대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은 말인 것 같았고, 테스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인 것 같았어요. 조금 서투르지만 용기를 내고싶은 그런 마음. 저도 종종 그러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긴 경력단절 끝에 취업했다가 창업을 하고..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서인지 <종이비행기> 편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었어요. 조금 서툴지만 용기 내고 싶은 마음.. 저도 그런 마음으로 창업하고 일을 (겨우겨우) 계속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표님!! <레티파크> 정말 좋아요!! 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용기내셨으니 조금더 힘내서 좋은 책 많이 만들어 주세요 >< 응원합니다!!!! 아자!!!
@Kiara 따뜻한 격려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립된 곳이자 안전지대.... 저도 곰곰이 머물러 생각해보고 싶어요.. 저도 <제도>에서 가까운 사이였지만 점점 멀어져 나중엔 인사를 하고 지나가고, 더 후엔 그냥 지나쳐 가는 장면을 보며 제 곁에 머물다 간 사람들을 생각해봤더랬어요.. 쓸쓸하지만 자연스러운 삶의 광경을 이렇게 담담하게 사실적으로 묘사했네요 작가가..;_; <-- 이건 <제도>가 아니라 <꿈> 이야기네요😭... 제가 혼동했나봐요!
주차별 진행 순서에 따라서 하루에 한 편씩 읽고 있어요. [꿈]을 읽고 나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겠습니다!! >_<
그녀는 두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펼치고 손끝을 조심스레 관자놀이에 얹는다. 그리고 조금 누른다. 그러고 나서 두 손을 다시 내린다. 그녀가 말한다. 가끔 나는 모든 걸 다시 분해했다가 새로 조립하고 싶어.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말이 아냐. 하지만 이미 있는 걸 가지고 다른 걸 만든다? 글쎄, 그건 안 돼. 새미랑 루크를 봐. 나는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 _종이비행기_
레티파크 p.99,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어떤 기억들> 그레타는 ‘보트를 뒤쫓아 헤엄친 건장한 남자, 어린 남자애의 아버지’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보트가 떠내려가는 걸 봤을 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처음엔 예의 소설적 의심병이 들어 분명 그 안에 말해지지 않은 숨겨진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추론을 해본다. 세상의 모든 일엔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하므로. 첫번째 추론은 그레타가 그 가족의 구성원이었다는 것이었다. 즉 그레타의 가족에게서 그런 사고가 일어난 것이고 그는 마치 남 얘기처럼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그는 물가에 있었고 ‘물 속에 한 가족이 서있었죠’라고 언급하는 것을 보면 그의 가족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다른 추론은 그레타가 그 가족 중 남편 또는 아내에 대한 어떤 원한이나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남편 또는 아버지의 내연녀였거나 아내 또는 어머니와 어떤 심각한 갈등 상태에 놓여 있었고, 어느정도 나쁜 결과를 예상하면서도 그 가족의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을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나의 추론은 아무 이유도 없었음으로 다가간다. 세상에 모든 일엔 반드시 특정되는 이유나 원인이 있어야만 한다는 믿음에 반대하면서. 그는 단지 ‘캄파리를 마시고 책을 보고 잠을 자고 햇빛을 쬐고’ 있었을 뿐이고 다른 가족의 사고는 그와 무관하게 저 쪽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단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고. 그런데 정작 또 궁금해지는 건 왜 그레타가 이 이야기를 모드에게 했을까 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정말이지 기묘한 일들이 다시 떠오르곤 해요, 순간순간“이라고 하면서
@윈도우 오 저도 궁금해요 왜 그 이야길 했을까... 그리고 왜 보트가 떠내려가는데도 말하지 않았을까... 인생의 불가해함 이해할 수 없음을 또다시 생각케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ㅠ
다시 한번 그녀는 이 모든 걸 달리 보려 노력한다. 매춘부, 가건물, 뚱뚱한 여자, 빛, 야생 포도 그리고 이 아침 전체를 다시 한번 달리 보려 노력한다. 그녀는 사실 그게 가능하다는 걸 안다. 세상 모든 건 거의 항상 이렇게 혹은 저렇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그녀는 그걸 해내지 못한. 그걸 해내지 못한다.
레티파크 p197 / <동쪽>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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