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귀환>을 읽었습니다. 습관적으로 슬픔과 공황에 빠지고, 타인의 말에 경청할 줄 모르는 건 그렇다치더라도 상대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말을 해대는 리코를 보면서 그를 넘어선 현대인의 외로움과 불안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소설이 크게 와닿는 것은 아마 우리가 전지구적 역병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한경쟁 시대에서 어쩔 수 없이 삭막해져가는 세태 때문이리라 짐작합니다. 거창한 사랑과 우정이 아니더라도 시선을 맞추고 밥 한 끼, 차 한 잔 나눌 사람이 절실해지는 시대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와 친구의 집에서 하룻밤 머무는 리코의 모습이 편안해 보여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호디에 맞아요 리코가 마침내 “귀환”을 해서 너무 다행이에요~ 리코라는 인물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쓰럽던 이유가 호디에 님 말처럼 현대인의(우리의) 고독과 불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어서였던 것 같아요...!
우리는 다른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별에 대해. 질병에 대해. 장례식에 대해. 마르타가 만취하면 매번 나한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내 무덤가에 서 있는 상상을 자꾸만 할 수밖에 없다고. 내가 죽었고 그녀가 내 장례식에 가야 하는 상상을 한다고. 그리고 그 장면을 묘사하면서 그녀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 _제도_
레티파크 p.105,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제도]라는 단어의 어떤 의미를 제목으로 취한걸까 궁금해서 [Inseln]을 검색해 보았더니 [Insel]의 복수형으로 나오네요. 여성형 명사로 섬, 도서(島嶼), 고립된 곳, (거리의) 안전 지대.. 이런 뜻이 있었어요. 사람들은 각자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잖아요. 함께 이면서도 홀로 일 수 밖에 없는 걸 제목으로 표현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특이한 건 "고립된 곳"이라는 의미와 "안전 지대"라는 의미가 함께 있다는 거에요. 곰곰이 머물러 봅니다.
아!! [제도]를 읽으면서 조각조각 난 제 과거의 기억들이 문득문득 떠올랐어요. 제가 어딘 가로 가 버릴까 봐 울던 친구는 지금 간간이만 만나고 있는 그 정도의 사이가 되어버린 것도 이리스와 마르타 같기도 했고요....
필리프는 옆에 앉아서 그녀를 지켜본다. 그녀가 적절한 표현을 찾고 두 손을 비비고 결혼반지를 돌리는 모습을, 몹시 난처한 상태에 있는 한 여자를. 하지만 그녀가 말하기로 마음먹은 문장들은 평소 그녀가 늘어놓곤 하는 복잡한 이론들과는 정반대다.(...) 그에게 그녀는 놀랄 만큼 그리고 완전히 낯설어 보인다. 그녀는 발에 아무것도 신지 않았고, 그는 그녀의 맨발을 유심히 본다. 그는 그녀가 갈망이란 단어를 발음하는 방식을, 그 단어를 어떻게 길게 끌며 말하는지를 주의 깊게 따라가며 듣는다. 그는 세 사람을 위해 차린 식탁을 상상한다. 식탁 위에 비치는, 옆에서 식탁 위로 쏟아지는 빛, 눈부시게 하얀 식탁보.
레티파크 <뇌> 148-149p.,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그는 데보라가 물 한 컵을 아이의 두 손에 들려 주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아이가 물을 마시는 동안 그녀가 그에게 던지는 시선에서 그는 자신들이 경계에 이르렀음을,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본다. 이 분기점에서 그는 놀랍게도 또다시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를 받을 것이다. 비록 그는 진실을 말했지만.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이유에서.
레티파크 <뇌> 158p.,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석탄>을 읽었습니다. 빈센트의 어머니는 사람이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녀는 사람이 부서진 마음 때문에 죽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산 증거였고, 그녀는 사랑 때문에 자기 안에 틀어박혔다. 그것이 빈센트의 평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하니 이상야릇했다. 빈센트의 어머니가 병에 걸려 마을사람들이 병동을 찾아갔을때 그녀는 이미 앞이 안 보였는데, 자신의 눈이 안 보이는 것보다 그들의 예쁜 얼굴을 볼 수 없어 너무 아쉽다는 말을 자꾸만 했다고.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그랬다. 그런 그녀가 낳은 빈센트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보이지 않는 반쪽이 결여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그의 몸에 가득 차 있어서) 몸 주위로 반쪽의 후광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빈센트도 어머니처럼 사랑 때문에 죽을 수도 있는 사람일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빈센트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빈센트의 작은 두 손 안에 있는 석탄이 마치 성체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지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알고보니 그냥 포플러 꽃가루였다. 포플러 씨앗의 희고 가벼운 솜털 눈이 바람에 의해 마당 구석으로 눌려서, 꼬리 둘 달린 켄타우로스 뒤로 눌려서 자연 발화한 것이다.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그게 다였다. 소방대가 다시 물러갔을 때 부엌에서는 젖은 흙냄새가, 연기와 여름 냄새가 났다. (...) 셀마는 포플러 꽃가루가 있던 그날 밤을 이따금 생각한다. 자연 발화라는 말, 그 전문 용어를 생각한다. 그녀는 사랑이란 자연 발화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 또한 영속적인 것은 아니고, 그녀는 그 생각을 다시 버린다. _포플러 꽃가루_
레티파크 _p.123-124_,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꽃가루에 기름 성분이 있어서 화재에 주의 해야 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세상에!!! - [포플러 꽃가루] 인연과 관계, 또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는데요, 다 읽고 나니까 저는 왠지 모르게 후각적인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아요. "젖은 흙냄새, 연기와 여름 냄새"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나봐요.
<교차로>를 읽었습니다. 패트리샤가 갖는 도덕적 딜레마. 이 딜레마가 과연 개인의 몫인지,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패트리샤가 열여섯 살 소년 스티븐 곤살레스가 한때는 똑똑한 아이였다는 걸 알았다는 문장에서 이게 왜 개인의 문제가 아닌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네요.
나는 그들을 이웃으로 두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것도 원치 않아.
레티파크 p325 / <교차로>에서,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어머니>를 읽었습니다. 가족(모녀) 간의 애증도 느껴졌고, 돌봄의 사회화에 대해서도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 연인, 이웃 등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우리는 어디까지 나눌 수 있고, 나눠야하는 지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
@호디에 호디에 님은 다 읽으셨군요! 👏 어느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부디 즐거운 독서가 되셨길 바라요🥹
@마라카스 <페티시> <포플러 꽃가루> <어떤 기억들> <귀환> <교차로> 가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보통의 우리 삶의 궤적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그런 것 같아요. 실린 단편들이 모두 와닿았습니다. 작가의 서술이나 표현이 격하지 않음에도 읽는 제 마음은 많이 출렁거렸더랬습니다.
책을 조금 빨리 읽는 편인데요. 레티파크는 굉장히 천천히 읽게 되요. 이상해요..
@realgrey 오 정말.. 이상하죠..🤔
책을 읽나요, 그레타는 물었다. 그녀는 모드를 보지 않으면서 지나가듯 그리고 오히려 무심하게 물었다. 만나는 사람과 어떤 복잡한 정신병리학적 관계를 맺고 있어서 여기서 문을 쾅 닫는다든지 울면서 내 부엌 식탁에 앉아 있는다든지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나요. 무슨 일을 해요, 일을 하긴 하나요? 노인과 관계를 맺어 본 적이 있나요? 마약을 하나요. 동아시아의 명상이라든지 뭐 그런 걸 하나요. 저녁 식사 전에 손을 씻나요? 인생을 즐기나요. 본인이 가진 것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나요? 본인의 인생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나요? _어떤 기억들_
레티파크 _p.129-130_,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어떤 기억들]의 위의 질문을 읽으면서 연말 연초에 어울리지 않나 싶었어요. 무심한 듯 이상한 듯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일상이 담겨 있는 질문이고 내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이잖아요!! 차근히 속으로 대답했답니다. 왠지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부끄러울 것 같기도 했어요. >_<
우리가 이 아이를 데려갈게요, 필리프가 저녁에 고아원 원장에게 말한다. 완전히 확신이 섰어요, 아이를 데려가고 싶어요. 원장은 말없이 이 정보를 서류에 기록하고 이 말없음은 필리프한테 올바르게, 적절하게 여겨진다. _뇌_
레티파크 _p.155_,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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