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카스북클럽] 같이 읽기 <레티파크>

D-29
“그는 자신들이 경계에 이르렀음을, 길이 갈라지는 지점에 이르렀음을 본다...” 생각해보면 저에게도 이런 찰나가 몇몇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 어떤 선택을 하기도 하고, 아무 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윈도우 님 이야길 듣자니 <뇌>의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뒤늦게 <뇌>를 읽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되어버린 우리 나라에서도 여전히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부부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들에게는 입양이라는 것이 하나의 선택지가 되겠구요. 다시 생각해보면 얼만큼의 진실을 말해주는지 모르는 포트폴리오의 사진과 기록만으로, 그리고 '중개인'의 권고로 인연이 맺어지는 방식이 상당히 낯설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이의 러시아 이름인 알렉세이가 아론으로 바꾸었다는 정보는 아이가 유대계 러시아인이지 않을까하는 짐작을 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부부도? 아이를 입양함으로써 그토록 갈망하던 것이 이루어졌지만, 이전에는 부부사이에 사진가인 남편의 작업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시간이 줄고, 모든 생활의 중심이 아이에 맞추어지게 되었겠네요. 그럼으로써 잃어버리는 것들이 생기게 되고 하겠지요. 데보라는 원하던 아이를 얻었지만, 부부는 이전만큼의 친밀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잃게 되었습니다. 부부 사이의 간극을 아이는 민감하게 직감하지 않았을까요? 신중하게 물컵을 식탁에 도로 놓은 아이가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장면에서, 세 사람 사이의 공기에서 침묵이 주는 긴장감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이의 뇌 속에서는 무언가 이상하다, 잘못되었다. 혹은 나 때문인가라는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지 않았을까요. 필리프가 진심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어떤 결정을 할지 궁금해지네요.
부부 마음이 서서히 멀어지는 풍경을 정말 담백하게 담담하게 묘사한 것 같아요...!
코로나에 걸려 시간이 많이 지나가 버렸어요. 그래도 모임 마치기 전 최대한 많이 읽고 감상 올리겠습니다. 첫작품 석탄 부터 좋아요.
어머 그러셨군요! ㅜㅜ 고생하셨네요 몸은 괜찮아지셨나요? 후유증 없이 완쾌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당시 그는 시를 견디 는 연습을 했다. 그는 시를 읽으면서 무너져 내리지 않 으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그에게 몹시,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는 걸 말해야겠다. 우리는 함께 그걸 연습했 다. 그 병원에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을 일은 그것 외 에 많지가 않았으니까. 그는 두꺼운 시집 한 권을 도서 관에서 빌렸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나에게 읽어 달 라고 부탁했다. 어떤 날에는 단 한 줄도 그에게 버거웠 다. “갈매기들은 모두 에마라는 이름을 가진 듯 보인 다"*라는 행만 해도 견디지 못했고, "우리는 산사나무 밑에 앉아 있었다, 밤이 우리를 휩쓸어 갈 때까지"** 같은 행은 그를 죽였을 것이다. 결국 그는 포기하고 말았다.
레티파크 p.55-56,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만약 네가 정말로 상태가 안 좋다면, 지지리도 상태가 안 좋다면, 그러니까 내 말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통 막막하다면, 그 사람을 찾아가 보는 걸 추천해. (...) 그러고 얼마 후 테레자는 너무도 상태가 안 좋은 나머지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에피의 말마따나 지지리도 상태가 안 좋다. 그녀는 더 이상 신문을 읽을 수 없다. 교통 정보만 봐도 눈물이 터져 나온다. 늘어나는 난민 물결, 선박 참사, 지진 희생자, 가뭄 예측, 기후 정상 회담, 전염병, 대량 학살은 그녀를 불안에 빠뜨린다. 이 불안은 뭔가 불합리한 점이 있고 날마다 커진다. 그녀의 팔오금과 목과 얼굴에 가려움을 동반한 심한 발진이 생긴다. 그녀는 구급차 사이렌과 라디오와 뉴스를 견딜 수가 없다. 그녀는 새벽 세 시에 심하게 두근대는 가슴으로 잠에서 깨고 겨우 다시 잠들고 슬픔으로 거의 움직일 수가 없다. 그녀는 비몽사몽 간에 결석과 승강기 통로와 민달팽이 꿈을 꾼다. 날이 밝기도 전인데 벌써 울기 시작하던 어느 날 아침에 그녀는 굽타 박사에게 전화를 건다. 그녀는 11월 어느 오후에 처음으로 그의 상담실에 가고, 집에서 준비해 온 쪽지 하나를 책상 위로 그에게 들이민다. 그녀는 단 한 문장을 겨우 완성했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요. _꿈_
레티파크 _p.171-175_,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며칠 이래저래 생각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그래도 <레티파크> 단편 하나씩 읽으면서 왠지 모를 위로를 받았습니다. 유디트 헤르만 작가님의 담담한 문체가 저를 조금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눈이 많이 내리고 날도 급격히 추워지기를 반복하는, 좋으면서도 걱정이 많이 되는, 겨울이에요. 늘 건강 조심하세요!! +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들과 약자들을 기억할 수 있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ㅁ<
레티파크의 이야기들로 위로를 받으셨다니 좋아요. 오늘 많은 눈이 온다고 하는데요, Kiara님 말처럼 약한 존재들에게 너무 혹독한 겨울이 아니길 바랍니다.. 🙏 Kiara님도,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안전하고 평온한 하루 되시길요-
그는 쉼 없이 그리고 내일은 없는 것처럼 말한다. 그는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삶이 그를 위해 생각해 낸 이해할 수 없는, 믿을 수 없는 일들에 대해 말하는데, 그는 그 모든 걸 이야기해야 하고 그 와중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나 또한 이 세상에 존재하며 나 또한 나름의 삶이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도 언젠가 혹 내가 이야기하고 싶을지 모를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_귀환_
레티파크 _p.201_,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저는 말을 하는 쪽 보다는 듣는 쪽이에요. 그게 더 편하고,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으니까요. 가끔은 나도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며 집에 와서 조용히 중얼거리기도 합니다.
오 그러면 귀환의 ‘나’에 공감이 많이 되셨겠어요..! 저도 리코보다는 나 쪽입니다 ..☺️
저도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된 것. 그리고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난게 감사해요. 전 석탄이 유 독 기억에 남네요. 시도 좋았어요. 작가가 소설을 시처럼 쓴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다 말하지 않아서 전 좋더라고요. 전 모든 걸 다 말해버리는 소설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좋은 작가를 알게 해준 출판사와 그믐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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