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꺄악, 수은등님 아이들 너무 귀.여.워.요!! 무려 '비장하게' 싫!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막 쓰담쓰담해주고픈 마음이... 저는 아이가 없어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알아챈 수은등 님이 마치 어머니 현자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너무 멋진 아우라가 뿜뿜.............
1번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돌아보니 저도 참 많은 거절을 겪었네요. 애인으로부터, 회사로부터, 아끼는 사람으로부터. 대략 한 해 전에 존경하는 선생님과 책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대학 때부터 따르던 은사님이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서로 의견이 달랐어요. 저는 학술서에 가까운 이 책을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정을 거쳤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선생님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어요. 수습이 쉽지 않았고 선생님은 결국 저와의 작업을 접기로 마음먹으셨죠. 그 이후로는 연락조차 끊겨버렸어요. 무려 20년의 인연이었는데... 아직도 문득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러면 마음이 아파요. 편집자로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하지만 그리 긴 인연도 이리 쉽게 끊어질 수 있구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져요...
"그리 긴 인연도 이리 쉽게 끊어질 수 있구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져요..."라는 문장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관계라는 건 아무리 오랫동안 봐왔던 사이라도, 작은 균열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갈 때가 꽤 있더라고요.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뭔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인가 싶어 무력해지기도 하는데 마음과 마음이 다르니 정말 어려웠어요. 분명 우리는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서로 벽을 보며 대화하는 것 같았죠. 제 경우, 작년에 14년 지기 친구들과 관계를 다 끊었습니다. 대학생 때 만난 친구들인데, 직장인이 되고 난 뒤에도 관계를 이어갔죠. 해마다 휴가를 맞춰 여기저기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의 근황을 자주 살피곤 했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같지가 않아서 참 어렵더라고요. 저도 그 일 덕분에(?) 저라는 사람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음이 넘 아픕니다. ㅠㅠ 저도 학창시절 친구들과는 인연이 점점 끊어져가는 것 같아요.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그러니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져서 서로 공감대가 사라져가더라고요. 점점 나이가 들어보니 끊어지리라고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단단한 인연들도 끊어질 수 있구나 깨닫게 되어요. 그러고 보면 시절인연이 아닌 것이 없는 건가 싶구요...
어릴 때는 평생 친구라는 말도 빈번하게 쓰곤 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더라고요. 말씀하신 시절인연처럼, 일정 기간 마음이 닿아 급속도로 친해졌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도 있고, 오래 알았다고 해서 그 인연이 반드시 견고하리란 법도 없는 것 같아요. 삶에도 죽음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듯이, 어떤 의미로는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앗. 3장 이야기에 들어갔지만 2장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만 더 쓰면... 저는 논픽션 챕터가 참 좋았고 공감도 많이 했습니다. ‘모든 문장에 주석을 달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출판사 대표님 말씀에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문과 내의 이과 과목처럼 여겨졌다’는 말씀이나 ‘동료가 없다’는 대목에서도 격하게 동의했어요.
오, 저도 '문과 내~' 이 문장 인상깊어서 밑줄 그었습니다. 논픽션이 블루오션이라는 말씀에 솔깃했고,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덤벼들자'는 문장에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었던 파트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논픽션 독자가 많은 거 같지는 않습니다. 에세이 시장보다 훨씬 작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쓰는데 품은 훨씬 많이 드는데. ^^;;;
아앗... 논픽션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요즘인데,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ㅠㅠ.
그리고 130쪽 SNS 책 서평을 통한 댓글 교유는 부럽기도 하고, 그믐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랜선을 통한 미니 공부 모임’이라니... 저는 SNS의 들뜨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점점 더 피곤하게 느껴지고,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말을 거는 게 부담스럽고, 요즘은 무섭다는 생각도 들어서 되도록 멀리했거든요. 그런데 이 시대에는 뭘 하든 대중 상대로 하는 업계 종사자는 SNS를 하고 개인 브랜딩, 개인 마케팅도 해야 한다, 이건 그게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들과의 화면상 문답 과정을 통해, 인식하지 못했던 내 안의 생각을 발견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130쪽, 정아은 지음
133쪽, “책 보는 건 좋은데 소설책은 절대 보지 마라”라는 사람은 사실 저는 여태까지 거의 못 만나 봤어요. “소설은 안 읽는다”는 분은 몇 분 뵈었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당신 손해지 뭐, 혹은 저마다 각자 좋아하는 거 하면 되겠지,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 상대의 주장을 가리켜 “소설 쓰고 있다”는 비난을 하는 건 종종 들었죠. 한데 저는 그 말도 이상하게 타격이 없는데... 되게 기분 나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어느 문학단체에서 성명을 내기도 했던 걸로 압니다. 작가님은 혹시 저 말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설 쓰고 있다, 는 말은 소설의 무용함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말인 것 같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는 우리의 의식주 충당에 없어도 되는, 매우 '쓸데없는' 존재일 수 있죠. 그러나 그 무용함 때문에 또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유용하기도 하고요. 어떤 일이든 모두 양가적인 측면이 있기 마련이라, '소설 쓰고 있다'는 말이 특별히 기분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작가님과 비슷한 마음일 듯요^^
(그다지 불쾌하지 않은데) 특정 직업군에 대한 비하 발언이 될 수 있으니까 불쾌해져야 하는 걸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
저는 굉장히 자주 들은 말이었습니다. 그런 분들이 대부분 전공 책이나 재테크, 경제 관련 책만 보시더라고요. 거기에다가 한 때는 제가 책을 읽는다고 하면 여성잡지나 보고 있겠지~라는 말도 몇 번 듣기도 했습니다. 무슨 책 읽어~라고 접근해서 소설이면 아~ (그럼 그렇지~쯧쯧 하는 듯한 표정으로) 소설~ 이런 반응도 자주 만났고요. 그래서 더!!!! 남들 앞에서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ㅎㅎㅎ 최근에는 들은 적이 없긴 하지만, 소설 독서모임에 가면 처음 오시는 분 중에 문학이 안 읽어져서 오신다는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전 그게 더 신기했고요. 그 재미있는 게 왜 안 읽어질까~ 하고요 ^^
하하. 정작 작가님들은 타격감이 없으신데, 저는 되게 속상하더라고요. @hyeyum32 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군요. 읽으면서 폭풍 공감했습니다(속상해, 정말). 뭔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아 그거?"라는 듯한 특유의 말투와 표정 같은 거죠. 내가 좋아하는걸, 타당한 이유로 비판하는 건 그래 뭐 그럴 수 있다 쳐. 근데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되지도 않는 논리를 끌어와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건 정말이지... 너무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소설을 제대로 읽어보기는 했고? 알기나 하고?'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겁이 많아 차마 말은 못 하고 혼자 속상해서 애꿎은 책상만 내려다보며 입을 꾹 닫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근데 저도 독서모임에 가면 유독 그런 분들을 더 만나요. 말씀하신 실용서나 재테크, 자기계발서, 경제 관련 서적들을 가져오셔서는 부동산이나 주식 이야기만 잔뜩 설파하시고... 인생은 한방이라는 둥, 돈을 악착같이 모아야 한다는 둥, 어느 동네가, 어느 땅이 좋다더라, 어떤 주식을 사야 한다더라 등등 이게 무슨 독서모임인가, 재테크 모임인가 싶을 때도 있었죠. 저는 비슷한 맥락으로 자기계발서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데(지극히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 성공의 신화에 도취되어 있는 것만 같고, 구조적인 문제를 자꾸 개인적인 문제로 끌고 와 한심하다는 듯 탓하는 게 싫었던 것 같아요. 에세이의 솔직함과 디테일에 대한 부분에서 "이제야 인류는 한 명의 영웅을 세우기 위해 많은 이들의 존재를 지워버리기보다 살아 숨 쉬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다."라는 정아은 작가님의 말씀처럼요. 에고, 근데 쓰고 보니까 너무 장황한 답글을 썼네요. 뭔가 답글을 가장한 저의 성토 같기도 하고(머쓱). @hyeyum32 님의 글이 너무 공감되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격렬해졌네요. 눈에 피로감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연해님 독서모임에는 실용서나 재테크 부동산이나 주식이야기를 잔뜩 하시는 분들이 계셨군요??^^;; 다행히 전 아직 없었습니다 저도 재테크나 실용서도 즐겨읽기도 하지만 인생은 한방!! 이라는 주장은 정말 좋아하지 않아서~~ㅜㅜ 제 모임에서는 조곤조곤 이런저런 자신이 읽었던 책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소심함으로 점철된 제 사회성을 상승시켜준 곳이 독서모임이었어요~~~^^
격하게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자기 계발서를 선호하지 않고(저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다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싶다면 데일 카네기 시리즈만 읽으면 된다 정도?? 하핫~) 표면적으로 딱딱 정리된 글을 읽고 책값에 비례하는 정보와 지식을 얻는 걸 목적으로 책을 읽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물론 안 읽는 것보다야 훨씬 낫긴 하지만 자신의 방식이 무조건 옳다고 하니까 문제긴 하죠 ㅎㅎ 어제 읽은 <싯다르타>에 "지식은 전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할 수 없다"는 문장을 보면서 결국엔 지혜를 스스로 찾아내기 위해서 문학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말이 길어졌네요 ㅎㅎㅎ
오, 저는 아직 <싯다르타>를 읽어보지 않았는데, "지식은 전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할 수 없다"라니! 너무 멋진 문장이네요(메모 메모). @hyeyum32 님만의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도 열렬히 응원합니다. 밑에 남겨주신 글 중에 인정욕구에 대해 말씀해 주신 부분도 인상 깊었어요. 일기장은 인정욕을 실현해 주지 않지만, 에세이는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해준다는 말씀이요. 하지만 무엇보다 "좋아합니다. 읽고 쓰는 걸. 돈이 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일이 아니어도 그냥 좋아서 합니다"라는 문장이 가장 감동적이에요.
아방가르드한 시나 소설보다는 교양서가 더 수월하게 읽히기는 하는데요... 소설이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서 안 읽는 분들은 그러면 영화나 드라마, 만화도 안 보시는지 문득 궁금하네요. 쓸모없기는 다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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