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우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당면했을 때 언제나 이런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지요"라는 작가님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저도 지금 제가 순수하게 좋아서 하는 것들에 당위성이 더해진다면 온몸으로 거부할 것 같거든요(반골 기질이 충만합니다). 다만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전제가 있으면 좋아하는 일은 결국 하게 되더라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해내고 나면 커다란 효용을 선사하니까요. 글쓰기뿐만 아니라 행복도 그런 것 같아요. 단순히 욕구를 충족하는 쾌락적인 행복보다 조금 더 고차원적인 것을 이루어냈을 때 찾아오는 행복이 더 뭉근하게 오래가더라고요. 물론 그걸 시작할 때는 약간(과연 약간일까)의 각오와 고통이 수반되지만요. 제 경우는 운동과 청소가 하고 나면 굉장히 좋지만, 시작하기 전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복잡하게 이루어낸 것 안에서의 성취감이 더 오래가고 충만할 때가 많고요. 다만 말씀하신 것처럼 "잘쓰지 않겠다"의 부담은 톡톡 털어내고 시작하겠습니다.
작가님 답글이 너무 좋아서 제 답글이 아니지만 또 씁니다. ^^ 글쓰기 뿐만 아니라 노력해서 이루어내야 하는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가 동반된다는 말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 일수록 해내고 나면 충만감이 크다는 말이 참 와닿네요... 죄송스럽게도 정작가님을 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읽는데 문장이 너무 친근하고 재미있어서 신나게 읽게 되었는데 읽을 때마다 그냥 재미있는게 아니라 핵심을 콕콕 잘 전달되도록 쓰신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음... 문제를 바라볼 때 왠지 그 판의 전체를 꿰뜷어보는 듯한... ) 예를 들자면 오랫동안 아파서 고생하던 중 어느날 동네에 큰 대학병원에서 원장으로 계시던 분이 화려하게 개업한 병원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곳으로 진료를 1년 동안 열심히 다녔는데도 병이 낫지 않아서 속상해 하던 중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네를 지나가는데 동네에서 예전부터 종종 보았던 친근한 인상의 의사선생님을 만나요. 그분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고 친숙해서 대화 중 병으로 고생하던 이야기를 하니 3일치 몇알의 알약만 건네주며 한번 먹어보라고 하죠. 반신반의 하며 집에 가져와서 먹었는데 1년 이상 못 고쳤던 병이 그 친숙하고 재미있는 의사선생님의 약을 먹고 3일만에 낫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 (그 친근하고 재미있던 의사선생님의 정체는 무엇이지??) 책에서 소개되던 <엄마의 독서>도 재미있어 보여서(엄마라는 역할과 어떤 책을 읽으시길래 이런 시야와 소통능력을 가지셨는지 궁금해서 ^^) 주말에 대출했는데 그믐밤까지는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와... @거북별85 님 병원 비유가 너무 찰떡인데요. 저도 정아은 작가님 글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 정말 많았거든요! 덕분에 구입한 책이 온통 플래그잇과 형광펜으로 난리가 났습니다(허허). 지난번 글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어쩜 이렇게 적확한 단어들을 적절하게 구사하시는 걸까 했어요. 개인적으로 임경선 작가님의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정아은 작가님의 말씀도 비슷한 결로 배우고 싶은 점들이 많았어요.
ㅎㅎ @연해님의 책의 상태도 궁금하네요~~^^ 전 형광펜은 안썼지만 플래그잇은~~~^^;; 정아은 작가님 책을 읽다보니 제 책은 플래그잇으로 책상위를 쓱삭쓱삭 청소가능할만큼 빗자루로 변신(?) 중입니다~~저도 끄덕끄덕하며 책을 읽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김새섬님도 추천하신 <잠실동 사람들>도 궁금합니다~~~^^
정성스럽 답변에 감동 받았습니다. 부담없이 글쓴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군요. 작가님의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 글쓰기의 부담감에서 충만함의 기쁨을 느껴보기로 다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1. 이런저런 거절을 숱하게 받아왔지만, 아직까지 남아있는 건 학벌로 인한 거절입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다가 전일제 대학원 박사과정에 진학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꽤 어려웠지만 원하는대로 연구가 잘 되지 않아서 여러모로 힘들었어요. 2년차때였던가 학과사무실에서 모교 학부로 홍보를 하러 갈 사람을모집한다는 메일이 왔고, 저는 별 생각없이 가겠다고 지원을 했죠. 그런데 며칠 뒤 메일이 와서 (맨날 다른 대학하고 서로 2등이라고 싸우는 모 대학 출신) 담당교수님이 ‘서울의 대형병원과 지방국립대 병원에만 홍보할 계획이다. 그 학교병원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양해를 구하더군요. 그럴거면 애초에 전체메일을 보내지 말던가… 아님 아예 ‘지잡대 지원금지’라고 대학원 입시요강에 박아 놓던가. 제가 엄청 운이 좋게도 졸업하고 취업하고 직장을 옮기는 동안 한 번도 그런일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다행히 아직 비슷한 일은 겪어본 적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 화가 나네요. 2. 저는 대한민국의 과학발전과 인류의 건강증진을 위해 논문을 쓴다…… 면 거짓말이고 입신양명을 위해 씁니다. 쓰면 사람들 만났을 때 덜 부끄럽고, 얼마간의 인센티브도 주기도 하고요. 가끔 정말 재미로 쓰는 논문도 있는데 그런건 오히려 더 게재승인 받는게 더 어렵더라고요. 그믐이나 SNS에 가끔 쓰는 글도 글이라고 쳐 주신다면 그런 잡문은 기분을 풀기 위해서 씁니다. 가끔 이렇게 풀어내고 나면 기분이조크든요.
쓰신 글 보고 같이 열 받은 일인입니다. 얼마 전 정아은 작가님이 배려 또한 지성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 있어야 배려도 가능하니까요. 저는 학벌 학벌 하는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무식한 사람들 같아요. ㅠㅠ 사실 이런 경험들은 대한민국 1퍼센트 말고는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일이고(1퍼센트는 또 0.1퍼센트와 비교당하겠지만),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에 사는 누구나 이런 분노와 스트레스와 때론 절망감을 느낀다는 뜻... 그렇게 정신이 아득해지려는데, "가끔 이렇게 풀어내고 나면 기분이 조크든요"라는 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거절 사유도 사유지만, 그걸 그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헐...
1. 스스로 꽤 눈높이를 낮췄다고 생각하면서 지원한 곳에 입사할 수 없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내가 적임자라 생각했는데 면접 때 첫 번째 지원자의 답을 들으면서 ‘어라? 나 쉽지 않겠는데?’ 싶었어요. 그러자 떨리기 시작하면서 동문서답을 하게 되었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덕분에 객관적으로 나 자신을 평가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청소년인 두 아이에게 강렬하게 거절당한 일도 떠오릅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비장하게 싫!어!요! 라고 말했는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런 순간을 기다려왔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논리적으로 따박 따박 반박하는 너희를 기다렸다! 이런 기분이었지요. 그러고 보니 거절이 깨달음을 주기도 하네요. 앞으로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통제하거나 부모라는 권위로 억압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꺄악, 수은등님 아이들 너무 귀.여.워.요!! 무려 '비장하게' 싫!어!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막 쓰담쓰담해주고픈 마음이... 저는 아이가 없어서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알아챈 수은등 님이 마치 어머니 현자처럼 느껴집니다. 뭔가 너무 멋진 아우라가 뿜뿜.............
1번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돌아보니 저도 참 많은 거절을 겪었네요. 애인으로부터, 회사로부터, 아끼는 사람으로부터. 대략 한 해 전에 존경하는 선생님과 책 작업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대학 때부터 따르던 은사님이었는데, 작업을 하면서 서로 의견이 달랐어요. 저는 학술서에 가까운 이 책을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어보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수정을 거쳤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선생님에게 상처를 주게 되었어요. 수습이 쉽지 않았고 선생님은 결국 저와의 작업을 접기로 마음먹으셨죠. 그 이후로는 연락조차 끊겨버렸어요. 무려 20년의 인연이었는데... 아직도 문득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러면 마음이 아파요. 편집자로서 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하지만 그리 긴 인연도 이리 쉽게 끊어질 수 있구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져요...
"그리 긴 인연도 이리 쉽게 끊어질 수 있구나 싶어 마음이 복잡해져요..."라는 문장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도 관계라는 건 아무리 오랫동안 봐왔던 사이라도, 작은 균열을 시작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갈 때가 꽤 있더라고요. 가족도 마찬가지고요. 이건 뭔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영역인가 싶어 무력해지기도 하는데 마음과 마음이 다르니 정말 어려웠어요. 분명 우리는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서로 벽을 보며 대화하는 것 같았죠. 제 경우, 작년에 14년 지기 친구들과 관계를 다 끊었습니다. 대학생 때 만난 친구들인데, 직장인이 되고 난 뒤에도 관계를 이어갔죠. 해마다 휴가를 맞춰 여기저기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서로의 근황을 자주 살피곤 했는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다 같지가 않아서 참 어렵더라고요. 저도 그 일 덕분에(?) 저라는 사람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음이 넘 아픕니다. ㅠㅠ 저도 학창시절 친구들과는 인연이 점점 끊어져가는 것 같아요. 사는 곳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그러니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져서 서로 공감대가 사라져가더라고요. 점점 나이가 들어보니 끊어지리라고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단단한 인연들도 끊어질 수 있구나 깨닫게 되어요. 그러고 보면 시절인연이 아닌 것이 없는 건가 싶구요...
어릴 때는 평생 친구라는 말도 빈번하게 쓰곤 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더라고요. 말씀하신 시절인연처럼, 일정 기간 마음이 닿아 급속도로 친해졌다가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관계도 있고, 오래 알았다고 해서 그 인연이 반드시 견고하리란 법도 없는 것 같아요. 삶에도 죽음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듯이, 어떤 의미로는 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앗. 3장 이야기에 들어갔지만 2장에 있는 이야기를 하나만 더 쓰면... 저는 논픽션 챕터가 참 좋았고 공감도 많이 했습니다. ‘모든 문장에 주석을 달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해야 한다’는 출판사 대표님 말씀에 놀라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문과 내의 이과 과목처럼 여겨졌다’는 말씀이나 ‘동료가 없다’는 대목에서도 격하게 동의했어요.
오, 저도 '문과 내~' 이 문장 인상깊어서 밑줄 그었습니다. 논픽션이 블루오션이라는 말씀에 솔깃했고, '세상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덤벼들자'는 문장에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여러모로 재미있게 읽었던 파트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논픽션 독자가 많은 거 같지는 않습니다. 에세이 시장보다 훨씬 작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쓰는데 품은 훨씬 많이 드는데. ^^;;;
아앗... 논픽션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요즘인데,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ㅠㅠ.
그리고 130쪽 SNS 책 서평을 통한 댓글 교유는 부럽기도 하고, 그믐이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랜선을 통한 미니 공부 모임’이라니... 저는 SNS의 들뜨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점점 더 피곤하게 느껴지고, 모르는 사람이 저에게 말을 거는 게 부담스럽고, 요즘은 무섭다는 생각도 들어서 되도록 멀리했거든요. 그런데 이 시대에는 뭘 하든 대중 상대로 하는 업계 종사자는 SNS를 하고 개인 브랜딩, 개인 마케팅도 해야 한다, 이건 그게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들과의 화면상 문답 과정을 통해, 인식하지 못했던 내 안의 생각을 발견하고 사고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130쪽, 정아은 지음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텍스티] 텍스티의 히든카드🔥 『당신의 잘린, 손』같이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의 재미, 다시 한 번 더!
[📚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바쁘지만 책은 읽고 싶어 by Oncoazim
올해 가을엔 산에 가야지 머리는 차갑게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 비트코인과 달러, 같이 공부해요!
『트럼프 시대의 비트코인과 지정학』 함께 읽기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의 개정판)책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읽기 모임
극과 극은 통한다!
[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