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8.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with 마름모출판사

D-29
저는 소설 쓰는 작가들을 거의 신 취급하는데... 소설 쓰기를 부끄러워한다거나 소설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충격적이어요... 정아은 작가님 원고를 읽으면서도 소설 읽기를 시간 낭비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구절에서 사실 고개를 갸우뚱했거든요. 제가 살면서 그런 사람을 겪어보지 못했나봐요.
정식으로 데뷔하기 전 기자실에서 노트북으로 소설을 쓰다 옆 자리 기자에게 들킨 적이 두 번 있었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그게 대학원 숙제 같은 거였으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요. 그러고 보니 소설공모전 응모 원고를 우체국에 접수할 때에도 처음에는 우체국 직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어라라? 기자실에서 기사는 안 쓰시고 소설을 쓰셨단 말이시죠? 실망입니다? 작가님? 농담이고요. 저는 올해 처음으로 소설을 쓰고 공모전에 응모해 봤는데, 겉봉투에 붉은 글씨로 응모 부문과 작품 편수를 쓰라는 제출 방식 덕분에 진땀을 흘렸죠. 저도 우체국 직원분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실패했습니다. 머쓱해서 씩 웃어 보였어요(헷).
기자실에서 소설 쓴 시간보다 엎드려 잔 시간이 더 길 거예요... ^^;;; 저는 처음 원고 응모할 때는 무인우체국을 찾아가기도 하고 직접 언론사에 가서 로비에서 접수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그냥 누가 보면 어때, 소설 응모하는 게 부끄러울 일인가, 하고 우체국 대면 창구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 마음가짐 변화도 어떤 발전이었던 듯해요.
와... 무인우체국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작가님처럼 거물(이 표현은 제가 자주 가는 책방 사장님이 장작가님을 지칭할 때 자주 쓰시는 표현...)작가님도 이런 경험이 있으시군요! 음, 근데 저는 소설을 응모하는 게 부끄러웠다기 보다는요. 우체국 직원의 표정과 눈빛이 뭐랄까, 그... '너 따위가?'라고 눈으로 말씀하는 것만 같아서(제 기분 탓일 거라 믿어요), '그래, 나 따위가 감히 소설을 쓰겠다고...'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쭈구리가 되어 터덜터덜 우체국을 나섰다죠. 그래도 제출은 했답니다(하하...).
비소설이 우리에게 '말'로써 방향성을 제시해준다면, 소설은 '삶'으로써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저도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저는 그 동안 주로 소설만 읽어왔는데, 앞으로 누가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소설을 읽는가 라고 물으면 이 문장을 인용해서 답하려 합니다.
이처럼 사람의 외양과 말, 행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소설이 가진 힘이다. 구체적으로 묘사된 인물의 인생을 들여다보면서 독자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을 거울에 비추듯 들여다보게 된다. 만나보지 못했던 종류의 사람의 내면에 들어가본다. 낯설기만 했던 타인의 감정에 이입해 들어가면서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나의 심정, 주변 사람의 심정,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타인의 심정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학교를 졸업하고 얼마전까지도 비소설을 주로 읽어왔습니다. 무언가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해서 삶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왔거든요. 그런데 그믐에서는 소설 모임이 많아서 처음으로 소설들을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신기했어요. 영상매체나 비소설과는 다른 독자를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훅' 잡아끌어서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더라구요. 그 속에서 예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생각이나 감정들도 느꼈구요.오랫만에 느낀 이 감정이 무얼까 했는데 이번에 정아은 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설명하기가 아니라 소설의 '보여주기' 때문이라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소설가분들은 펜으로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서 그곳으로 독자들을 훅 밀어넣고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창조자같은 능력이 있으신거군요. ^^
의심을 품고 의문을 던지는 이 의례는 소설을 쓰는 내내 반복해야 한다. 소설에 '개연성'과 '연결성'을 불어넣어주는 데 그보다 더 중요한 키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초고를 쓴 다음에는 그 내용이 머릿속에 떠다닌다. 세수할 때, 밥을 먹을 때, 회사에서 상사와 대화를 주고받을 때, 친구와 통화할 때, 써놓은 초고 속의 내용이 둥둥 뜬 상태로 따라다닌다. 그것이 초고의 위력이며, 초고를 이른 시기에 토해놓아야 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저는 논문을 쓸 때 게을러서 미루고 미루다가 초고를 겨우 완성해서는 퇴고도 별로 못 하고 공저자들에게 보내거나 학술지에 투고하곤 했습니다. 석사논문, 박사논문 모두 제출기한 직전까지 작성을 했습니다. ㅠㅠ @정아은 작가님께서는 초고를 빨리 완성하시는 비법 같은게 있을까요? 아마도 ‘그냥 쓰면 되는거를…’ 이라고 생각이 드시더라도 불쌍한 중생을 위해 가르침을 주시면…
☾열여덟 번째 오프라인 그믐밤 공지 -언제 : 1월 10일 수요일 (음력 그믐날) 저녁 7시 29분 -어디서 : 북카페 디어라이프(마포구 서교동) https://naver.me/5pNENBuZ -진행 방식 : 1부: 정아은 작가님 북토크 / 사회: 장강명 작가님 (45분) 2부: 참가하신 분들과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44분) -참가 비용 : 10,000원 (디어라이프에서 도서 구입시 10퍼센트 할인됩니다) -신청 방법 : https://forms.gle/zKNEFNok4FJ68SX49
결국 에세이는 ‘거리 두기’의 예술이라는 것. 내게 일어난 일을 기술하되, 그 일을 어느 정도까지 드러낼지, 어떤 톤으로 드러낼지를 저울질하는 기예라는 것.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102쪽, 정아은 지음
2장에 대한 다른 분들의 답변을 차근차근 읽다가 갑자기 궁금한 것이 생겼습니다. 1장에서 작가님이 "사람은 평소 제 안에 집어넣었던 것들을 밖으로 꺼내 놓게 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것은 매우 단순한 원리에 기반해 있었다. 내가 평소 즐겨 보던 것이 무엇이었느냐의 문제였다. 평소 내가 즐겨 읽는 것은 장편소설과 장편 에세이였다.", "단편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가 했던 인터뷰를 보면 그 사람이 어릴 때부터 단편소설을 많이 읽어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생각해 보니까 저는 소설(읽기)을 가장 좋아하고, 쓰고 싶은 장로도 (단편)소설이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혹시 비슷하신지 궁금해졌어요. 내가 쓰고 싶은 장르를 내가 가장 많이 읽고 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장르에 자꾸 손이 가는지? 뜬금없는 예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닮아가게 되는 심리처럼요.
저의 케이스로만 답변 드리자면 저는 소설(읽기)을 가장 좋아하지만 한 번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어요. 저는 에세이를 가장 써 보고 싶고요, 서평, 칼럼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분야이지만 fiction 이라고 할까요?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창작해 쓰는 것에는 이상하리만치 관심이 생기질 않네요. 그렇다고 nonfiction 에 관심이 있냐하면....관심은 있지만 자료 조사부터 시작해서 너무 손이 많이 가는 장르라 엄두가 안 나네요. 이것도 사람마다 참 다양한 것 같아요. ^^
앗, 대표님! 답변 감사합니다. 소설을 가장 좋아하시는군요! 그럼에도 에세이를 가장 써 보고 싶으시다니. 좋아하는 것을 계속 경험하다 보면, 결국은 닮아가고야 만다는 것처럼 저는 독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마다 참 다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과는 살짝 벗어난 이야기지만, 그믐에 최근 올라온 대표님의 인터뷰 영상을 봤답니다. 그믐을 만드신 계기에 대한 부분을 특별히 더 인상 깊게 봤어요. 인터넷에서도 진솔하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으셨다는 말씀처럼, 저희가 이 공간에서 나누고 있는 대화도 진정성이 잘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책을 찾는 법은 좋은 삶을 사는 방법과 비슷하다."라고 하셨던 말씀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데, 책을 중심으로 밀도 있고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가는 이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와 쓰고 싶은 분야는 너무나 다양하지만, 결국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새삼 든든하게 여겨집니다.
많이 읽는 것은 쓰는 것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소설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소설따위 뭔 소용이람’ 이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소설을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에세이, 논픽션, 서평 등과 다르게 소설은 축복받은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고, 그래서 예술 아닐까요? 대부분 배우면 운전을 할 수 있고, 익숙해지면 고속도로를 타고 출퇴근을 할 수 있지만 F1대회에 드라이버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소설을 주로 읽지만, 주로 쓰고 있는 건 논문이고(쓰기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쓰고 싶은 건 에세이 입니다. 에세이를 잘 읽지도 않으면서요…
"많이 읽는 것은 쓰는 것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다"는 문장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소설은 축복받은 재능을 가진 사람만이 쓸 수 있다는 말씀도 공감합니다. 소설은 성실함 외에 다른 요소가 필요한 것 같다는, 다른 글쓰기 능력이랑 결이 다른 것 같다는 장작가님 말씀처럼요. 챠우챠우님은 주로 읽는 장르와 쓰는 장르, 쓰고 싶은 장르가 다 다르시군요! 에세이를 잘 읽지도 않으면서요...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살짝 웃음이 났어요. 쓰기만 하면 되는 다섯 편의 논문과 죄책감을 담은 댓글도 잘 읽었답니다(하하). 근데 위에서 김새섬님도 말씀하셨지만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실 수 있기를 응원 드리고 싶어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그믐클래식] 1월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그믐클래식 2025] 5월, 월든[그믐클래식 2025] 6월, 마담 보바리 [그믐클래식 2025] 7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7월 23일 그믐밤 낭독은 <리어 왕>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수북탐독의 재미, 다시 한 번 더!
[📚수북플러스] 3. 깊은숨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2.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수북플러스] 1. 두리안의 맛_수림문학상 작가와 함께 읽어요
우리가 몰랐던 냉전의 시대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4. <소련 붕괴의 순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3. <냉전>[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6. <마오주의>
바쁘지만 책은 읽고 싶어 by Oncoazim
올해 가을엔 산에 가야지 머리는 차갑게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 비트코인과 달러, 같이 공부해요!
『트럼프 시대의 비트코인과 지정학』 함께 읽기 (비트코인, 그리고 달러의 지정학의 개정판)책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읽기 모임
극과 극은 통한다!
[도서증정][김세진 일러스트레이터+박숭현 과학자와 함께 읽는]<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9. <호라이즌>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리북 클럽> 두 번째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여름호(18호) 혼돈 그리고 그 너머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문풍북클럽의 뒷북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7월의 책 <혼모노>, 성해나, 창비[문풍북클럽] 6월 : 한 달간 시집 한 권 읽기 [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5월의 책 <죽이고 싶은 아이 1,2권>[문풍북클럽] 뒷BOOK읽기 : 4월의 책 <예술도둑>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