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애-이승우

D-29
배려는 이기심을 넘지 못한다. 배려보다 이기심이 더 큰 사랑의 증거로 간주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수사가 이 세계에서 위선과 변명의 표현으로 인식되는 이유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는 사람은 사랑하기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자기는 물론 연인(사랑하는 '사람')의 파멸조차 감내하는 극한의 이기심을 사랑은 요구한다. 그, 또는 그녀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사랑이 이기적인 것이다.
사랑의 생애 255-256쪽., 이승우 지음
사랑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단죄한 두려움이나 연민도 사랑으로 가는 길이 된다. 길들 가운데 하나가 된다. 두려움이나 연민이 곧 사랑이라는 뜻은 아니다. 사랑이 두려움이 아니고 연민과도 다르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그것들이 사랑으로 가는 길일 수는 있다. 사랑 아닌 것이 사랑으로 가는 길이 된다. 강력한 것도 길이 되지만, 보잘것없는 것도 길이 된다. 보잘것없는 것은, 보잘것없기 때문에 더 길이 된다. 형배는 그 사실을 몰랐고, 몰랐으므로 신중하지 못했다.
사랑의 생애 264쪽., 이승우 지음
사랑의 신비 속에서는, 우월하지 않은 것이 더 우월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몰랐고, 어느 것이 더 우월한지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아예 우월함이 분류의 항목에 들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몰랐고, 몰랐으므로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다.
사랑의 생애 265쪽., 이승우 지음
영석에게 달려가는 일이 시급했기 때문에 그녀는 형배를 방면했다. 형벌보다 구제가 중요하다. 벌을 주는 일은 누군가를 구제 하는 일에 우선할 수 없다.
사랑의 생애 270쪽., 이승우 지음
우리는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의 사랑을 돕거나 방해한다.
사랑의 생애 271쪽., 이승우 지음
진정으로 살지 않는 자가 삶이 무엇인지 묻는다. 참으로 사랑하지 않는 자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자 한다.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삶을 하고' 사랑을 하는 것이다.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그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어떻게 해도 정의되지 않는 것이 신이고 삶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형배는 자기가 물속으로는 들어가지 않고 물 밖에서 물의 성분과 성질을 따지는 연구자와 진배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희와 영석은 물 안에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사랑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행하는 이들이라는 사실이 깨달아졌다. 물속에 들어가 물의 파동에 몸을 맡긴 사람은 물 밖의 조건들과 상태에 연연하지 않는다.
사랑의 생애 285쪽., 이승우 지음
사랑이 그처럼 불완전하고 모순된 것은 사랑을 하는 인간이 그처럼 불완전하고 모순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식했다.
사랑의 생애 288쪽., 이승우 지음
세상에 완벽한 사랑은 없어. 완벽한 사람도 없듯이.
삶은 결국 사랑인가 싶다가도, 사랑이 사치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사랑은 남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나에게는 먼 이야기 같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이 책과 연이 닿아 읽게 되었다. 같은 책이라도 어느 때는 한 단어, 한 문장 한 구절이 깊이 이해가 되고 문장을 넘어 통찰하게 되는 경우가 있고, 어느 때는 검은 것은 글씨요 흰 것은 종이다 할 때가 있다. 같은 페이지를 읽어도 그러니 그것은 책의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이겠지. 막상 나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은데 답답하기도. 이제는 어떻게든 애쓰기보다는 흐르는대로 가려 한다. 읽히면 읽히는대로, 안 읽히면 안 읽히는대로. '이 시간이 아닌가보다, 이 타이밍이 아닌가보다' 때로는 '이 책이 내겐 아닌가보다'하면서. 책을 한 권 내리 읽는 습성에 반하게 한참을 덮어두었다 펼치고, 또 덮어두었다 펼쳤다. 책을 펼치고 얼마 안 있어 노잼 시기와 사랑이 밥 먹여주니 시기(?)를 맞이했기 때문에 깊은 감동 없이 읽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밑줄 그은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꽤 있는 걸 깨닫고나니 다른 어플에 준 이 책 별점이 너무 박했나 재고하게 된다. 내가 사랑을 하는게 아니라 사랑이 내 안에 들어와 생애를 시작하는 개념이 신박하게 다가왔고, 사랑에 대한 여러 고찰과 통찰이 깊은 책이었다. 비슷한 류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있다는데 그것도 사놓았지만 아직 인연이 안 닿음. 언젠간 읽어봐야지. 다른 책으로 넘어가서 이 책을 완전히 덮기 전에, 그믐에 쓴 문장을 한번 더 곱씹어봐야겠다. 사랑을 기다리며. (그나저나 그믐 완전 짱. 혼자 읽기 해 놓으니까 그냥 빈 모임으로 끝나는 게 영 마음에 걸려서 밑줄 친 것 쓰게 되고, 결국 생각도 쓰게 된다.)
아니, 나 이 책 무표정으로 마지못해 읽었는데, 그믐에 밑줄 문장 옮기며 문장 곱씹고 생각 확장하니 재밌게 읽었네ㅎㅎㅎ언젠가 재독 기회가 오길 바라며, 고마웠어!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증정] 정재승, 김경일 추천 도서『집단 망상』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비공개 PDF 제공] 미출간 신간 <슈퍼 아웃풋 공부법> 먼저 읽고 이야기 나눠요! [도서증정][번역가와 함께 읽기] <전차 B의 혼잡>[도서증정] [발행편집인과 함께 읽기] 《일본의 조선 강점, 1868-1910》[도서 증정] 논픽션 <두려움이란 말 따위>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 (동아시아)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꼭 읽게 해 드리겠습니다!
2026년 새해 첫 책은 코스모스!
내 맘대로 골라보는《최고의 책》
[그믐밤] 42. 당신이 고른 21세기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요? [그믐밤] 17. 내 맘대로 올해의 책 @북티크
🎨책과 함께 떠나는 미술관 여행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웅진지식북클럽] 1.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함께 읽어요[책증정] 미술을 보는 다양한 방법, <그림을 삼킨 개>를 작가와 함께 읽어요.[도서 증정] 저자이자 도슨트인 유승연과 함께 읽는 <내셔널 갤러리에서 보낸 500일>
그믐 앤솔러지 클럽에서 읽고 있습니다
[그믐앤솔러지클럽] 3. [책증정] 일곱 빛깔로 길어올린 일곱 가지 이야기, 『한강』[그믐앤솔러지클럽] 2. [책증정] 6인 6색 신개념 고전 호러 『귀신새 우는 소리』[그믐앤솔러지클럽] 1. [책증정] 무모하고 맹렬한 처음 이야기, 『처음이라는 도파민』[그믐미술클럽 혹은 앤솔러지클럽_베타 버전] [책증정] 마티스와 스릴러의 결합이라니?!
듣고 이야기했어요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
⏰ 그믐 라이브 채팅 : 최구실 작가와 함께한 시간 ~
103살 차이를 극복하는 연상연하 로맨스🫧 『남의 타임슬립』같이 읽어요💓
매달 다른 시인의 릴레이가 어느덧 12달을 채웠어요.
[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 12월] '오늘부터 일일'[날 수를 세는 책 읽기ㅡ11월] '물끄러미' 〔날 수를 세는 책 읽기- 10월 ‘핸드백에 술을 숨긴 적이 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셰익스피어를 읽었어요
[그믐밤] 35.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1탄 <햄릿> [그믐밤] 36.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2탄 <맥베스> [그믐밤] 37.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3탄 <리어 왕> [그믐밤] 38. 달밤에 낭독, 셰익스피어 4탄 <오셀로>
독서모임에 이어 북토크까지
[책증정][1938 타이완 여행기] 12월 11일 오프라인 북토크 예정!스토리 수련회 : 첫번째 수련회 <호러의 모든 것> (with 김봉석)[책증정] 저자와 함께 읽기 <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오프라인북토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자에게 “위로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이희영
[도서 증정] 『안의 크기』의 저자 이희영 작가님,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책 증정] 이희영 장편소설 『BU 케어 보험』 함께 읽어요![선착순 마감 완료] 이희영 작가와 함께 신간 장편소설 《테스터》 읽기
한 해의 마지막 달에 만나는 철학자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9. <미셸 푸코, 1926~1984>[책걸상 함께 읽기] #52. <어떻게 살 것인가: 삶의 철학자 몽테뉴에게 인생을 묻다>[도서 증정] 순수이성비판 길잡이 <괘씸한 철학 번역> 함께 읽어요![다산북스/책증정]《너를 위해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니체가 말했다》 저자&편집자와 읽어요!
<피프티 피플> 인물 탐구
피프티피플-이기윤피프티피플-권혜정피프티피플-송수정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