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신작 함께 읽기

D-29
마음 속 잔잔한 울림이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두번 읽으면 느낌이 새롭게 다가온다고 하는것 같던데, 연휴에 재독하고 여유가 되면 원서로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저도 영어만 된다면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은데요. 이렇게 울림이 있는 책은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원서는 어떤 느낌일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네요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위험을 동반하는 선한 신념 / 침묵이 제공하는 안락함 우리는 과연 전자를 쉽게 선택할 수 있을까요? 범죄유무는 있지만 펄롱의 갈등이, 아이히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저 시키는대로 했다는 아이히만, '우리'를 위해 침묵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여러분들이 펄롱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저는 펄롱의 갈등을 보면서 어슐러 르 귄의 단편소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유명한 소설이라 이미 읽으신 분들이 많으실지도 모르겠네요) 오멜라스라는 가상의 유토피아가 있는데, 이 사회는 행복은 공공건물의 한 지하실에 감금되어 비참하게 고통받는 한 아이의 희생에 의해서만 성립된다는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많은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나서도 외면하는 편을 택하고, 소수의 사람들은 오멜라스를 떠나는 선택을 합니다. 읽고나서 절대 다수의 행복과 소수의 희생의 대비가 너무도 충격적이라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내가 펄롱의 처지가 되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제 마음의 정답은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서 펄롱의 선택이 설득력을 갖고 독자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것은 작가가 이전 챕터에서 견고하게 쌓아올린 펄롱의 과거와 현재 상황(아버지를 모르고, 어머니를 잃고, 타인의 선의에 의해 살아온, 다섯 명의 딸이 있는)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펄롱의 선택에는 그의 삶 자체가 녹아들어 있지요. 자신의 아이들이 위험하거나 불이익을 당할 수 있음에도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내 아일린의 의견도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보다 내 가족에 우선 순위를 두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본능이니까요.
이야기가 전개되는 짧은 성탄절 기간 동안에 펄롱은 수녀원의 어두운 면을 목격한 일을 계기로 새삼 자신의 과거를 회상합니다. 아내는 펄롱의 은인 미시즈 윌슨의 선행을 여유있는 사람의 특권 정도로 치부하지만, 펄롱은 어린시절 사소한 기억들을 회상하며 미시즈 윌슨과 네드의 선행과 세심한 배려가 어린 자신에겐 거대한 구원이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펄롱의 용기있는 결단으로 한 소녀가 구원받고 소녀가 자라 훗날의 성탄절에 펄롱의 선행과 세심한 배려를 새삼 느끼게 될 날엔 또 다른 어린 존재에게 구원이 찾아 오리라 상상합니다. 광장에 장식된 마리아와 요셉, 동방박사와 아기예수 그리고 당나귀 중 소녀는 당나귀의 눈을 털어주는데 이 장면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이토록 사소한 존재에 손길과 애정을 줄 수 있는 마음이 학대받은 소녀에게 남아있다는 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자 펄롱에게도 축복일 것입니다.
일그니 님의 얘기 잘 읽었습니다! 제가 놓쳤던 부분들을 캐치해서 잘 설명해주셨네요! 혹시 마지막 소녀가 당나귀의 눈을 털어주는 장면이 몇쪽인지 알 수 있을까요? 저는 못본 것 같은데 다시봐도 찾기가 힘드네요ㅠㅠ
끝부분 p.119 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감사합니다! 그 페이지에 툴러를 붙여놓고는 어딘지 찾고 있었던ㅠㅠㅋㅋㅋㅋ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99,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종교의 진실된 말씀을 따르고 싶은데,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수녀를 보면서 그 자리에서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하지 못한 스스로를 상당히 객관적으로 직시한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면 펄롱의 이런 자기반성을 통해서 대부분의 펄롱처럼 행동할 우리를 반성하게 하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펄롱의 시선을 따라서 이 책을 읽었지만, 한 번쯤 아일린의 입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일린이 살아온 배경이 책 속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펄롱과는 다르게 무난한 삶을 살았을 거라 추측할 수 있는 부분들이 초반부에 나왔는데요. 불우한 가정형편을 이겨내기 위한 주위의 선함을 펄롱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받았을테고, 가정 내에서 사랑을 더 받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펄롱이 아이를 도와줬다거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을 때, 그들보다 내 가족을 더 먼저 챙기려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닐까요. 자라온 환경이 모든 것을 보여주진 않지만, 아일린을 통해서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 대조시켜 준 점 또한 소설 내에서 좋은 장치라고 봤습니다.
작가의 전작 <맡겨진 소녀>의 인상적인 독서경험에 자연스레 이 책으로 관심이 넘어와서 함께 합니다. 이제 책을 받게 되어 얼른 읽고 나눔에 동참해야겠습니다^^
전작 만큼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있더군요! <맡겨진 소녀>가 개인적으로 짠했다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렸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좋은 독서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 둘 다를 끌어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103,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우리 대부분은 크리스마스를 즐겁게(혹은 일을 하는 안타까움도 섞여있지만) 보내지요. 하지만 이런 기쁜 날들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날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니까요.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119,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이 시절이 지금보다 더 잘살았다거나, 더 살기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요. 멀리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돕기엔 더 쉬워진 세상이지만 가까운 이웃에게는 한없이 냉담해진 게 현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He found himself asking was there any point in being alive without helping one another? Was it possible to carry on along through all the years, the decades, through an entire life, without once being brave enough to go against what was there and yet call yourself a Christian, and face yourself in the mirror?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원서로도 읽으신 건가요?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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