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이 키건 신작 함께 읽기

D-29
펄롱을 괴롭힌 것은 아이가 석탄 광에 갇혀 있었다는 것도, 수녀원장의 태도도 아니었다. 펄롱이 거기에 있는 동안, 그 아이가 받은 취급을 보고만 있었고 그애의 아기에 관해 묻지도 않았고 수녀원장이 준 돈을 받았고 텅빈 식탁에 앉은 아이를 작은 카디건 아래에서 젖이 새서 블라우스에 얼룩이 지는 채로 내버려두고 나와 위선자처럼 미사를 보러 갔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99,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종교의 진실된 말씀을 따르고 싶은데,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는 수녀를 보면서 그 자리에서 필요한 말과 행동을 하지 못한 스스로를 상당히 객관적으로 직시한 장면이었습니다. 어쩌면 펄롱의 이런 자기반성을 통해서 대부분의 펄롱처럼 행동할 우리를 반성하게 하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펄롱의 시선을 따라서 이 책을 읽었지만, 한 번쯤 아일린의 입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아일린이 살아온 배경이 책 속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펄롱과는 다르게 무난한 삶을 살았을 거라 추측할 수 있는 부분들이 초반부에 나왔는데요. 불우한 가정형편을 이겨내기 위한 주위의 선함을 펄롱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받았을테고, 가정 내에서 사랑을 더 받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펄롱이 아이를 도와줬다거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얘기했을 때, 그들보다 내 가족을 더 먼저 챙기려는 모습을 보인 게 아닐까요. 자라온 환경이 모든 것을 보여주진 않지만, 아일린을 통해서 무엇을 우선으로 하는지 대조시켜 준 점 또한 소설 내에서 좋은 장치라고 봤습니다.
작가의 전작 <맡겨진 소녀>의 인상적인 독서경험에 자연스레 이 책으로 관심이 넘어와서 함께 합니다. 이제 책을 받게 되어 얼른 읽고 나눔에 동참해야겠습니다^^
전작 만큼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맛이 있더군요! <맡겨진 소녀>가 개인적으로 짠했다면,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아렸습니다. 좋은 책과 함께 좋은 독서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
늘 그러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 둘 다를 끌어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103,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우리 대부분은 크리스마스를 즐겁게(혹은 일을 하는 안타까움도 섞여있지만) 보내지요. 하지만 이런 기쁜 날들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날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이니까요.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p.119,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이 시절이 지금보다 더 잘살았다거나, 더 살기 좋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더 따듯하지 않았을까요. 멀리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돕기엔 더 쉬워진 세상이지만 가까운 이웃에게는 한없이 냉담해진 게 현재가 아닌가 싶습니다.
He found himself asking was there any point in being alive without helping one another? Was it possible to carry on along through all the years, the decades, through an entire life, without once being brave enough to go against what was there and yet call yourself a Christian, and face yourself in the mirror?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원서로도 읽으신 건가요? 멋지십니다!
The worst was yet to come, he knew. Alreay he could feel a world of trouble waiting for im behind the next door, but the worst that could have happened was also already behind hin; the thing not done, which could have been - which he would have had to live with for the rest of his life.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앞으로 용기를 내야할 때 힘이 될 문장이네요. 새해에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후회를 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어보려구요.
얇아서 다들 완독을 마무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님의 작품이 계속해서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영포자라서 원서는 엄두도 못내겠네요 ㅋㅋ) 빠르게 읽는 편은 아니지만, 클레어 키건의 작품은 희안하게도 자연스럽게 천천히 읽어지는 것 같습니다. 추천사에 적힌대로 한편의 시 같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요즘 소설들은 대체로 호흡이 짧고 가벼워서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멀리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네요
편안하고 아늑한, 바깥의 추위로부터 보호하는 사랑스러운 가정. 그것과 정확하게 반대되는 불편하고 음험한, 더럽고 추운 수녀원. 1. 공간의 대비와 상황의 대비가 사진처럼 돋보여서 몰입이 더 잘된 소설이었습니다. 2. 정말 평범한 주인공, 그러나 본인이 어린 시절 받았던 선의로부터 시작해서 또다른 아이에게 선의를 건네주는 그 연결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소소한 호의가 아니라, 어쩌면 그 사회 공동체 내에서,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그 시절에 일자리를 잃거나 최악의 경우 다 잃어버릴 수도 있을 텐데 4. 그런 미래를 걱정하기 보다 지금 당장의 추운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는 게 대단했고 5. 오늘날 (국제까진 어려울지라도) 한국사회에서, 추운 길거리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나 가난한 사람들과 어떤 식으로 나는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시위를 같이? 후원을? 지지서명? 봉사활동? -안하는 것보다야 뭐든 낫겠지만 그 효과는 정말 미미할 테니까요..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바꾸는 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텐데 -> 이렇게 재고있는 것부터 펄롱과는 다른 선택이지만요. 6. 더불어 참 근대에도, 심지어 지금까지도 약자에 대한 착취는 어느 곳에서나 만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다른 나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도대체 인간이란 뭘까 싶기도 했습니다. 막달레나 수녀원, 형제복지원 등 국가의 묵인 하의 폭력 뿐만 아니라 + 너무나 평범한 기업에서의 노동자 착취, 일상적인 한국의 성적 착취까지 매일 기사가 뜨니까요.
가까이 있는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기가 정말 힘든 일이지요. 나의 작은 손길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싶다가도, 이런 작은 손길마저도 없어진다면 정말로 삭막해져버릴 것만 같고... 작은 도움이 모여도 큰 변화로 다가오는 게 많지 않다보니 선뜻 도움을 내미는 것에도 주저함이 생기는 게 아닌가도 싶습니다. 저 또한 이런 생각으로 작은 손길을 못내미니까요. 막달레나 수녀원을 듣는 순간 저도 형제복지원이 생각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는 건 우연이 아닌 인간사의 필연인 걸까요ㅎㅎ
잔뜩 기대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늦게서야 읽게 되었네요. 한번 읽고 여기서 다른 분들 의견을 듣고 다시 읽으며 음미해보려 했는데 아쉽네요. 일단 후기를 남기고 천천히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크리스마스 시기로 설정한 게,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라는 제목이 이렇게 절묘할 수 있을까 감탄이 나왔습니다. 읽으며 펄롱의 심정에 계속 공감이 갔고, 마지막 펄롱의 행동에 힘을 받았습니다.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행동하지 않기보다 일단 현재의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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