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 11. <이 별이 마음에 들어> 읽고 상상해요

D-29
2-1 니나와 굴보의 사랑이야기가 좋았어요. 1970년대 노동 현장 한가운데 있는 니나와 니나의 지구인들을 통해 당대 사회가 피부로 와 닿았구요. 굴보의 표현에 의하면, ‘괴이하게 미친 년’(p.109)인 니나가 지구인으로서의 삶을 온 몸으로 살아내는 1979년이어서 그들을 응원하며 읽었습니다.
2-1. 2부는 특정인물이 흥미롭거나 하는 건 없었어요. 당시 서민, 특히 노동자들 삶의 애환이 느껴지는 거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1부에서는 부럽기만 하던 나나의 능력이 정작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노동자에게 그 능력은 그리 실력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네요.
야학 선생님 석이 니나와의 로맨스 주인공일줄 알았는데, 2부 시작과 동시에 반전! '굴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상을 빗나가는 인물이었어요. 1부가 공장에서의 하루하루들이 천천히 그려지는 느낌이었다면, 2부는 니나가 지구에서 적응하고 살아가는 나날들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니나가 굴보와 함께한 시간이 여러해처럼 아주 길게 느껴진 이유가 뭘까요.. (워낙 많은 사건들이 일어나서 그런걸까요.)
니나의 주변엔 따뜻한 사람이 많았는데 하필이면 그 시점에 지구에 와서 겪지 않아도 될 일을 제대로 겪어버린 점이 참 안타깝네요. 라면 하나에 소주 한 잔 그리고 청국장찌개에 계란찜 소박하고 단촐하지만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음식들과 함께 마음이 찡해지는 이야기를 함께 했네요. 굴보도 석이도 나성도 모두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몇몇 분들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5번 시다가 계속 마음속에 남아요. 그 당시에는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아픔을 당했을 것 같고요. 어떻게 하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했던. 심지어 모두가 고향에 내려가는 그 민족의 대이동, 명절에요... 5번시다는 니나에게 언니라고 불렀었는데...
1979년은 많이 아프고 슬프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챙기는 정과 온기가 비빔밥처럼 섞여 많이 울컥했습니다. 특히나 니나가 여러가지 사건을 겪고 보면서 불의에 맞써 싸우는 자신이 점점 인간다워지는 것에 자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계인인 니나가 지구인이 되면서 오감의 기쁨을 서서히 깨닫게 되고, 어느 시대 어느 남녀의 만남이 그렇듯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며 썸을 타는구나 하는 생각에 웃으면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난위에 쌓아올린 얇팍한 행복은 쉽게 무너져 버려 너무도 든든하고 기댈 수 있었던 굴보아재가 쉽게 무너지는 결말이 너무 슬펐습니다. 1979년은 정치상황 못지 않게 노동환경에서도 격변의 시기였고, 그 한 가운데 외계인 니나가 전사가 되어 싸우는 상황이었네요.
2-1. 굴보의 손가락 절단 사고와 죽음, 나성의 죽음, 그 이후 니나의 변화하는 모습 등 예상 못했던 전개에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작은 사건과 사고를 계기로도 인생이 쉽 게 바뀌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1. 1979년의 니나의 삶은 너무 거칠고 힘듭니다. 제가 생각나는 하나는 '왜 작가님은 니나라는 외계인을 1979년 한국에 불시착시켰을까?'였습니다. 소설 속에서 너무 힘든 일들이 줄줄이 일어나는 것을 보며, '1979년 대한민국의 소시민의 삶은 감정이 없는 외계인 니나에게 조차 저렇게 처절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예전 그 시대를 오롯이 지내온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도대체 어떻게 저런 '야만의 시대'를 지나 왔을까라는 상상이 안되네요. 흥미로웠던 인물은 굴보와 굴보의 가여운 아이입니다. 전 굴보보다는석과의 로맨스를 예상했는데 굴보와의 혼인이라니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굴보도 고모에게 맡겨졌던 굴보의 아이도 너무 슬프기만 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며 기대야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음... 요즘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제가 왠지 부끄러워지는 시대의 모습입니다. 니나가 큰맘 먹고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비극이 연달아 일어나는 이야기도 무슨 심령소설을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공장에서 여공들한테 보름달빵이 지급되기도 하고 여직공들은 이 빵조차도 가족들에게 보내고자 달방계를 했다는 내용도 짠했습니다. 어렸을 때 이웃집 어떤 자매가 보름달빵을 들고 함지박만한 웃음을 띠며 신나서 뛰어다니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당시 보름달빵이 그런 의미였나봐요.
의류공장이라는 배경을 1부에서 유쾌하게 그렸다면, 2부는 그곳의 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을 보여준다. 니나의 사랑은 빛났지만 너무 짧았다. 지구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자들의 치열함. 처절함.
나성의 오욕칠정 강의를 실생활에서 배워가는 니나의 몸과 마음이 안쓰러워 혼났습니다. 비효율을 체득해가며 지구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때론 흐뭇하다가도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는 노래가사처럼 가슴 아프게 흘러가서 내내 먹먹했습니다. 초코렛을 쥐약으로 오해해서 인질극을 벌이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모성이 만든 분노와 고통과 또 배워내야할 것들..
2-1. 가면 갈수록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제발 제가 상상하는 대로 되지 말기를 바랐지만, 이미 일어난 일들이기에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된 것처럼 니나와 주변의 삶도 비극으로 치달아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리고 거친 남자(겉모습만)로 변모한 석이 씨가 짠 하고 나타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2-1. 2부 1979년은 '지구인' 니나의 삶이 그려졌습니다. 굴보아저씨와 아들과의 만남, 특히 가족사진에 얽힌 이야기와 헤어짐. 일상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효율 이상의 어떤 것을 알아가고 그것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니나의 시간을 응원하면서도 정말로 이 시간을 살았던 누군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 아프기도 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2-2. 2부에서 좋았던 문장을 적어주세요.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니나의 마음속에 분노와 슬픔, 미움 그리고 상실감이 깃들었다. 그 감정들은 너무 처절해서 절대 잊힐 거 같지 않았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99쪽, 김하율 지음
인간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베이스에 두 개의 감정이 있고 그 위에 작은 느낌들이 토핑되어 있다. 오죽하면 시원섭섭하다, 웃프다, 애증, 달콤쌉싸름 같은 단어들이 있겠나.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47쪽, 김하율 지음
2-2 이유도 모르고 당했던 폭력들, 그 후로 일년도 더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이라는 종에, 지구라는 곳의 룰에 적응이 된 것일까.
말하지 않아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눈빛에서 읽혔다.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오욕칠정이다. 나성의 말처럼 인간을 가동 시키는 원동력은 감정이었다. 그것은 효율과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136, 김하율 지음
니나의 행성에서는 기본적으로 나 이외의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서 뭐가 생긴단 말인가. - 중략 - 왜 저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거지. 실질적으로 해주는 건 없으면서 말로 압박감을 주었다. 그렇게 엄마들에게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비효율을 극대화했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지구인을 움직이는 원동력 중 하나는 연모의 감정이다. 인간은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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