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르헤스 읽기] 『불한당들의 세계사』 같이 읽어요

D-29
저는 보글이 있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특별해질 수 있었다고 봐요. 보글은 오턴이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무구한 시선을 파악하고, 그를 활용해서 걸맞은 사실을 조합해서 사람들이 보고자 하는 거짓말을 현실에 대어주고 있습니다. 죽은 티치본의 어머니는 아들이 명백히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14년째 광고면에 아들을 찾는 기사를 냈고, 보글은 그것을 보고 나서야 오턴을 아들로 둔갑시키기에 이르니까요. 어찌보면 이미 어느 정도 거짓을 요구하고 있던 현실을 보글이 간파하고 거짓을 제공한 것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보글과 오턴의 관계는 마치 소설가와 현실의 관계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설가와 현실의 관계라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14년째 사람을 찾고 있었다면, 그 사이에 얼마나 수많은 사기꾼들이 있었는데 다들 실패하고 이들은 성공했나를 상상하게 되더군요. 저는 제게 딱 맞는 어떤 책이 어디엔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도서관에서 책들을 빌리거든요. 그래서 책을 열 때마다 빨려들어갈 기대를 하는데 대부분 그만큼은 아닌 실망을 얻습니다. 그런데 이상적인 책의 내용이 무엇일지는 저도 모르고, 제가 상상하는 형태와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큼 다를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말씀하신대로 보글이 그 기사를 보고, 티치본과 정말 닮은 누군가를 찾아 나서지 않은게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네요.
보르헤스가 낸 첫 번째 소설집인데, 어째서 이런 악당들에게 관심이 끌려 이런 글을 쓰게 되었나 궁금해지는 두 번째 소설이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두 가지 정도, 하나는 전혀 진짜처럼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진짜라고 받아들여지는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와 미래로부터 닥쳐올 불행을 과거에 미리 인지해서 생겨나는 습관이었습니다. 책 날개에서는 [픽션들]과 [알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했다고 써져 있는데 그렇다면 [불한당들의 세계사]는 그리 인기가 없었고 나중에 발굴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불한당의 세계사가 인기가 없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늘날 보르헤스적인 스타일이 더 돋보이는 것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소설집인 '픽션들'과 '알레프'인 것 같습니다. 특별히 어느 책이 인기가 없었다기보다는 '픽션들'과 '알레프 쪽이 좀더 원숙한 스타일을 보여주기 때문에 유명한 게 아닌가 합니다. '불한당의 세계사'에서 얼핏얼핏 드러나는 소재와 공통적으로 천착하는 주제가 뒤에 나오는 단편집에서 좀더 명료하게 드러나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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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무계한 사기꾼 톰 카스트로] 이 소설은 가본이 진본을 대체하는 과정으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턴과 보글 일당이 죽은 티치본을 굳이 따라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 그리하여 죽은 티치본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 오히려 티치본의 증거로 활용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지속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보글은 꾀를 내어 당시 영국인들의 반카톨릭적인 정서를 활용합니다. 카톨릭 인사들로 하여금 오턴이 티치본을 흉내내고 있으며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공표하게 함으로써 역으로 영국인들이 오턴의 말을 믿게끔 만든 것입니다. 이를 보면, 현실에서 진실을 다투는 일이 얼마나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는 주변 상황과 정치로써 결정되는 일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고 소송이 오가는 와중에 죽어버린 진짜 로처 찰스 티치본은 이름만 남은 상징이 되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도 재밌는 점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진짜 거짓말쟁이는 모두가 자신의 입에서 거짓이 나오리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진실을 말함으로써 진실마저 모종의 거짓으로 만들어버리고, 진실과 거짓의 구도를 의도적으로 흩뜨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런 우여곡절의 끝에 보글을 잃은 톰 카스트로의 거짓이 탄로나고, 감옥을 나와서 자기 인생을 진솔하게 고백하는 강연을 하면서 오래도록 살았다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렇게 190일이 지났다. 약 100여 명의 증인들이 피고가 티치본에 틀림없다는 서약을 했다. 그 중에는 티치본이 소속해 있던 제6용병 연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네 명의 동료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지지자들은 만일 그가 사기꾼이라면 위장의 모델로서 티치본의 젊은 시절 초상화를 흉내내려고 했을 터인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되풀이해 말했다. 게다가 티치본 부인이 그를 알아보았고, 어머니가 실수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36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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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적 과부 칭~] 이번에는 독살당한 남편을 대신해서 해적들을 규합해서 동맹을 형성하고, 남부 바다를 13년 간 노략했던 과부 칭이 등장합니다. 해적두목인 칭이 독살되는 과정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여러 번 읽었는데 제대로 읽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황제가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를 불린 해적 두목에게 관직을 하사하면서 포섭하려고 들자, 그것을 미리 간파한 해적들이 그들의 두목을 독살했고, 남겨진 과부 칭이 해적들을 규합하여 다시 해적질을 일삼았다는 내용으로 이해하기는 했습니다.
태양은 서두르지 않고 흔들거리는 갈대밭 위에 떴다가 지곤 했다. 사람들과 병장기들은 잠을 자지 못하고 밤을 세우곤 했다. 그러나 정오는 밤보다 강대했다. 사람들과 병장기들은 끝없는 낮잠에 빠져들었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45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휴, 저만 이해가 안 간 게 아니었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딱딱 맞아 떨어지네요. 보르헤스는 중국에서도 여성이 남성의 성을 가져다 쓴다고 생각한 걸까요? 라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정을의 아내 정일수였군요. 기사도 있고 위키피디아도 있네요. 한국어 기사들에는 보르헤스의 글에 나온다는 말이 없다는게 흥미롭습니다. http://www.atla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6 https://zh.wikipedia.org/wiki/鄭一嫂 야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여해적 과부 칭'이 남편이 사망하자 아들과 결혼해서 선단을 장악했다고 나오는데 그 이야기가 쏙 빠져있군요. 다른 하나는 선단의 사람들이 동성애자였다는 이야기가 외국 책에 실려 있었는데 그것도 빠졌네요. (말년에 <진정한 가르침의 빛>이란 사람과 결혼했다는 것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張保仔인데 그런 뜻은 아닌 것 같고요.) 이 쪽은 실제 내려오는 야사가 보르헤스 버전보다 더 흥미롭네요. (딱히 이렇게 읽을 생각은 없었는데...)
스페인어에 조예가 없어서 원문은 어떨지 가늠이 잘 안 되긴합니다. 하지만 번역의 질을 논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실 이 책도 몇 가지 맞춤법이 현재 용례와 다르기도 하고, 특유의 번역투나 비문이 의심되는 문장이 종종 보이긴 합니다만 저에게는 특별히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현존하는 번역서의 질을 논하는 사람은 늘 있고, 이 책도 예외는 아닌 걸로 압니다. 노파심에 먼저 말씀드리자면 저는 스페인어를 모르고, 감히 번역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실력이 없습니다. 다만 보르헤스를 읽는 일이 보르헤스를 오해한 번역가의 글을 한 번 더 오해하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가치가 없으리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한편 야사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특별히 야사를 모르더라도 책의 내용은 현실과 무관하게 한 편의 이야기로 보아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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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해적 과부 칭] 해적 칭은 황제가 파병한 2차 원정대와 전투를 앞두고 황국 선단에서 쏘아보낸 용 모양의 연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용과 여우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를 떠올리는데, 그 내용이란 "여우가 계속해서 배은망덕한 행위를 하고 끝없이 나쁜 짓만 하고 돌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우를 보호했던 용에 대한 재미없고 아리송한 전설"입니다. 그 전설을 곱씹은 해적 칭은 결국 항복하기에 이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사면초가도 떠올랐습니다. 초나라의 패왕 항우가 한나라의 유방과 싸우다가 한나라와 휴전협정을 하고 돌아가는 길에 협정을 위반한 명장 한신의 군사들에게 포위당합니다. 한신은 군사들을 동원하여 포위당한 초나라 군사들에게 초나라 고향의 애가를 불러서 그들의 사기를 크게 꺾고, 항우를 패퇴시키기에 이릅니다. 결국 그 노래에 담겨 있던 것도 어떤 이야기이며, 그 안에 담겨 있는 상징입니다. 앞서 다룬 이야기에도 적용되는 말인데 이야기는 객관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믿고자 하는 것이나 붙들고자 하는 신념 따위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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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상인 몽크 이스트맨~] 이번에는 뉴욕 갱단의 우두머리였던 몽크 이스트맨의 삶과 그 최후를 다룹니다. 보르헤스는 갱의 삶을 다룬 연극으로 시작해서, 이스트맨을 설명하는 중간중간 헐리웃 영화도 언급합니다. 헐리웃 영화의 주인공이 몽크 이스트맨의 모방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그 가게에 혈통이 좋은 백 마리의 고양이와 사백 마리가 넘는 비둘기들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그것들은 팔려고 들여놓은 것이 아니었다. 단지 개인적으로 그 동물들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팔에 행복하게 안겨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뒤를 따르는 다른 고양이 한 마리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뒤를 따르는 다른 고양이들을 거느린 채 동네를 거닐곤 했다. 그는 황폐한 유적지나 기념탑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목은 마치 황소의 목처럼 짧았고, 가슴은 마치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단단했다. 그는 길고 싸움을 고대하는 듯한 팔과 부러진 코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몸에 난 상처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얼굴 또한 상처 투성이로 얽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마치 옛 기사나 선원들처럼 안짱다리의 소유자였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51쪽,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읽고나서 보니 저랑 동일한 부분을 줄 그으셔서 반가웠습니다. 저는 고양이 부분까지만. 이 챕터의 마지막 구절도 이 구절과 연결되며 마음에 남더군요. '죽음에 대해 무지하고 무심한, 평범한 고양이 한 마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딴 생각이지만 400마리의 비둘기는 닭장이나 그게 아니더라도 새장 같은 것에 갖혀 모여 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고양이 100마리는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었을지 상상이 안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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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한 상인 몽크 이스트맨] 읽으면서 정말 실존하는 사람이 아닌가 했습니다.몽크 이스트맨은 뉴욕 갱단의 우두머리였다가 이웃한 갱단과 싸움에 휘말린 끝에 권투 경기를 벌이고, 끝내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나와서 다시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그런 범죄를 무마하기 위해서 자원 입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군대에 입대하고서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입니다. 포로의 억류를 반대하고, 부당한 관례에 항의하고, 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 군병원을 탈출하고, 전투에서 성과를 보입니다. 나아가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 생활과 그곳에서의 전쟁이 실제 전쟁보다 더 야만적임을 폭로합니다. 일견 몽크 이스트맨은 군입대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보르헤스는 몽크 이스트맨이 변화한 과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그의 삶과 최후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헐리웃 영화에서 볼 법한 드라마가 없고 연극이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이유 때문에 몽크 이스트맨이 더 현실에 있을법한 인물처럼 부각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연극을 배제함으로써, 드라마와 연극이 없는 현실이 부각되고 있는 셈입니다. 약간 딴 얘기를 하자면, 극이나 드라마에서 연기자가 현실에서 말하듯이 대사를 읊으면 사람들이 오히려 몰입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드라마나 연극에서는 연기자들이 구사하는 특유의 톤이 있고, 관객들은 자기도 인식하지 못하는 채로 연기자가 구사하는 드라마적인 톤을 들으면서 극에 몰입한다는 것입니다. 연극이나 드라마는 관객이 합의하지 않은 무수한 합의로 이뤄진 인위이고, 그러한 인위가 반대로 현실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드라마가 현실을 단순히 모사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현실의 어떤 요소를 배제함으로써 드라마를 확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은 현실 감각이 없다기보다는, 드라마적인 삶이 현실에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드라마는 삶에 달라 붙으려고 하지만 정작 삶은 드라마를 비껴 흐르는 것이죠. *13,14일 주말은 놀다가 오겠습니다, 안뇽!
Monk Eastman으로 검색하면 이 사람의 삶에 대한 영문글들이 나오는데 대부분 보르헤스가 쓴 내용과 일치합니다. (저는 영어를 잘 못 읽어 구글 번역으로 읽었습니다만.) 보르헤스가 같은 존재와 같은 소재를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르게 쓰는지도 읽어볼만 했네요. 반려동물 가게가 한 군데가 아니라 여러 군데였던 것 같으니 100마리는 각각 쪼개져서 길러지고 다 합해서 100마리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비망록 속에서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될 사진들 속에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백의 영웅들. 담배와 술로 찌들린 수백의 영웅들, 울긋불긋한 허리띠를 차고 머리에 밀짚모자를 쓴 수백의 영웅들. 누가 덜하고 더하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충치나 호흡기 질환, 그리고 신장염 같은 부끄러운 질병을 가진 수백의 영웅들. 정말로 형편 없거나, 또는 트로이나 후닌 전투에서의 영웅들처럼 빛나는 수백의 영웅들이 이 어두운 무력 충돌의 결말을 고가철도의 아치들이 드리우는 그림자에 위탁했다.
불한당들의 세계사 54p,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한국에서 한참 깡패 영화들이 전성기이다 못해 가족코믹영화로 군림할 때 저는 그 영화들을 증오했었고 지금도 그렇게까지 다르진 않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실세계는 추잡하고 더럽고 지질할 것인데 그 이미지를 둔갑시켜 흥미롭고 멋지며 결국에는 재미있는 척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가치 판단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지만 이 구절을 읽으며 관점이 휘청이는 멀미끼가 있었네요. 잘 알려진 국가 단위의 충돌에서 일어난 비극은 소설이나 비망록, 그리고 국가의 기념관 등에 이름 한 줄 남기게 되는데 범죄자 집단의 충돌에서도 그 정도의 사망자가 나올지언정 그림자 아래로 사라지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요. 둘 다 허망하게 죽었지만 후자의 죽음은 어디에. (그 수많은 영화에서도 머리들이야 멋지게 나오지만 그 아래 분별도 안 되는 팔 다리들은 가족도 이름도 없이 치워지는데...)
저는 갱이 나오는 몇몇 유명한 느와르 영화를 즐겨 보고 좋아하기도 합니다만, 그 취향 차는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갱과 한국의 조직폭력배, 일본의 야쿠자 같은 조직들도 그 문화적 배경에 따라서 조금씩 양상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자세하게 다루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다만 갱(소위 조폭)을 소재로 다룬 영화와 갱을 미화하는 영화를 두부 자르듯이 구분할 수는 없으므로 그 서사의 소재만 가지고 세목을 비판하기보다는 왜 그런 서사가 각광받았는지 얘기해보는 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불황기나 초기 산업 사회에서 불안했던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제 생각에 저를 포함한 관객들은, 암울한 현실에서 초법적인 권력을 체현하는 (것처럼 묘사되는) 갱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또 금기를 타고 넘어가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기존 질서로는 묘사되지 않는 것들을 묘사할 수 있기도 하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냉혹한 살인자 빌 해리건~] 서부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미국 내 멕시코인들의 역사를 알면 이 이야기를 좀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지만 모른다고 해도 읽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빌 해리건이 빌리 더 키드가 된 데에는 그가 어렸을 적부터 보았던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연극과 서부 영화의 공이 큽니다. "그 당시 미국 사회 전체가 서부를 향한 유혹의 열병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언급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린 시절부터 접해왔던 서사에 큰 영향을 받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 서사를 삶 속에서 실현하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자는 앞으로 펼쳐질 빌리 더 키드의 삶을 괄호 속에서 친절하게 서술해주고 있는데요, 이 부분은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대한 플래시포워드처럼 기능합니다. ("그는 그것[카우보이를 다룬 멜로드라마]이 자신의 운명의 상징이며 징표라는 것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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