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북클럽 1기] 『올리브 키터리지』 함께 읽기

D-29
관성에서, 자기자신에서 진정으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든 자신만의 패턴을 반복하며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헨리 키터리지도 그렇다. 흰머리가 나고, 시대가 바뀌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줄어든 현재도 그 대상이 데니즈에서 데이지로 바뀌었을 뿐, 패턴은 같다. 올리브도 또 다른 짐을 찾아냈을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예외성을 믿는다. 올리브는 남자들은 자기 엄마 같은 여자와 결혼한다고 말하면서도 남편인 헨리는 예외라고 한다. 그건 헨리를 위한 위안이면서도 올리브 자신을 위한 위안이다. 자신은 인간 본연의 습성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 종교에 대한 믿음만큼이나 강한 믿음이다. 그러나 거짓일 가능성이 다분한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인물을 나타내는 은근한 방식과 주변인물이 중심인물과 연결되도록 하는 설계가 인상 깊었다. 서로 다른 사람에게 끌리면서도 바로 그렇기 때문에 유지되는 부부 사이 욕망, 자신을 지배하는 습성, 종교, 사회 풍조(심지어는 제리에게서 나타난 가부장제까지)에 의한 움직임들. 시간에 따라 바뀌는 사회와 고정된 패턴. 사람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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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약국」의 중심인물 데니즈는 큰 비극을 한차례 겪고 (위에서 제가 수집한 54쪽 문장에서 볼 수 있듯) 삶의 우선순위가 변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작년 한 해를 돌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2023년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 Top3를 꼽아 본다면?)
화제로 지정된 대화
1-3. 「밀물」을 읽으며 좋았던 문장과 그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면도날로 제 몸을 죽죽 긋는 것이 정신병자다. 허벅지와 팔을. 완전히 미친 클라라처럼.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76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새로운 곳에 갈 때마다 그곳엔 희망이 있어 보였다. 모든 곳이 처음에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좋았어. 여기라면 살 수 있을 거야. 여기서라면 쉴 수 있을 거야. 어울릴 수 있을 거야.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79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하지만 어디나 그랬듯, 변화는 언제나 똑같이 희망을 주었지만 … 새로운 곳들은 모두 언젠가는 케빈에게 이렇게 저렇게, 사실은 그가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확신만을 안겨주었다.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80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결국 상처를 딛고 그 다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곳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고향으로의 회귀가 정답이라는 걸, '밀물'처럼 다시 뭍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걸 이 소설이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케빈은 이 나라에서 장작불이 타는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81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희망은 마음의 암이었다. 그는 희망을 원치 않았다. … 다리에서 뛰어내렸다가 죽지 못하고 살아난 남자의 끔찍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남자는 누군가 금문교 위에서 한 시간 동안 울며 서성대던 그를 막고 왜 우느냐고 물었더라면 뛰어내리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84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여기서 나오는 남자는 케빈 자신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연히 차에 탄 키터리지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감정("어머니가 그리웠다."(82쪽))과 마주하게 되죠. 어쩌면 「밀물」은 케빈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이야기이자 같은 아픔을 겪은 누군가의 공감을 통해 희망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성은 변하지 않아. 정신의 상태는 변하지만."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하지만 입천장과 지붕을 통과한 다음엔, 그다음엔 얼마나 멀리 갈까?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그 순간 케빈은 방금 전 그 느낌은 희망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입니다."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널 놓지 않을게.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하는지.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저도 이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살고 싶어하고 붙잡고 싶어하는 존재가 그녀 그리고 케빈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살고 싶어하지 않았고 붙잡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패티는 케빈을 붙잡고 살고 싶어합니다. 케빈은 여기서 희열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좀 더 붙잡고 싶어지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좋다.......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고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이라니. 절망의 끝에서도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니. 마음의 암이라고 할만 하다. 이 단편 역시도 패티 하우가 이야기 줄기에 개입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삶이라는 게 이렇지 싶기도 하고. 각자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나'밖에는 알 수 없는 우리가 각자의 길을 걷다가도 문득 문득 나무 뿌리처럼 튀어나온 서로에게 놀라는 일들은 필연적이다. 낯선 사람이 와서 닿기도 하고 익숙한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비좁은 차 안에서만 진행되는 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 단편의 정확히 어떤 점이 그런 효과를 가져오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중간 중간 개입하는 존 베리먼의 시가 좋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긴장시키면서도 케빈의 변덕스러운 의식을 잘 보여준다. 첫 단편에서 나왔던, 남자들은 어머니를 닮은 여자에게 끌린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하는 듯 보인다. 케빈의 어머니와 미친 클라라. 사람은 이전에 의지하던 이의 모습이 보이는 상대에게만 마음을 옮길 수 있는 걸까. 익숙한 것에 대한 끌림. 정신의 상태는 변하지만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사람 때문에 죽으려고 하지만, 다시 사람 때문에 살아갈 수 있는 게 인생이고, 삶이라는 걸 아름답게 보여주는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더불어 오늘 모임에서 추천 받은 책과 영화도 공유합니다. 모두 이 소설의 주제의식과 얼마간 맞닿아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로리 오코너가 25년간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자살의 심리, 원인, 오해, 예방책 등 자살에 관한 정보를 총망라한 종합 안내서다.
당신의 생명을 집어삼켜야만 했던 소망이 너무도 간절하고 급박했기에 어머니는 부엌 싱크대 벽면 전체에 육신의 잔해를 흩뿌리고 말았다.
올리브 키터리지 「밀물」, 62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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