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북클럽 1기] 『올리브 키터리지』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1-5. 「피아노 연주자」를 읽으며 좋았던 문장과 그에 대한 감상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가장 무서운 순간은 사람들이 정말로 귀를 기울이는 처음 몇 소절이었다. 피아노 선율로 실내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다. 그런 책임감 때문에 두려웠다.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91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뭐든 처음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연주 뿐만 아니라, 발표나 글쓰기 같은 것도 마찬가지겠지요. 소설 초반에 인물이 가진 두려움이 느껴지면 더 잘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공된 인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두려움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유한 특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나 로봇은 두려움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앤지는 그후 몇 년 동안 음악학교를 머릿속에 그렸다. …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던 소리, 밤이면 앤지의 귀를 틀어막게 만들고 집을 뛰쳐나가 교회로 가서 피아노를 치게 만들던 소리도 없을 것이다.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101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대학교 1, 2학년 때 유독 학교 가기 싫은 날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도망치듯 들어가던 서점이 생각납니다. 서점이 버스 타고 통학하던 길에 위치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서점으로 가서 책을 읽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앤지만큼 견디기 힘들 정도였는가 하면… 그건 아니지만요.
다른 감정이 찾아오면서 그 감정은 결국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조그맣게 찌그러들어 크리스마스트리의 은색 술 장식처럼 마음 한구석에 매달려 있었다.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102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어떤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작게나마 자리 잡는 것 같습니다. 아주 가끔 긍정적인 것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요.
그녀는 곡조를 잊어버렸으면서도 <O Come All Ye Faithful>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곡에 깊이 가 닿는 듯했다. 때로 그녀는 연주를 하다보면 자신이 조각가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사랑스럽고 두꺼운 찰흙을 만지작거리는 것 같았다.
올리브 키터리지 「피아노 연주자」, 104쪽,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피아노 연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감각적으로 드러나는 대목. 이런 묘사는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녀는 <We Shall Overcome>을 연주했다. 천천히, 두 번이나 웅장하게 연주하고, 월터가 그녀를 향해 미소 짓던 바를 건너다 보았다. 그가 주먹을 쥐고 허공에 올려 보았다.
올리브 키터리지 P. 106,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피아노 연주자’에는 종종 노래 이름이 등장한다. 다양하게 바뀌는 노래 제목들을 보는 것도 이 이야기의 재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We shall overcome>이라는 노래는 두 번 등장하기도 하고 이야기에서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이 노래는 승리는 우리에게라는 노래로 인권과 인종의 평등, 참된 자유를 구하는 공민권 운동의 테마 송이라고 한다. 노래의 의미를 모르더라도 뭔가 극복하고 싶어하는 앤지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녀가 표현하는 방법은 피아노뿐이기 때문에 자신의 갈망을 곡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 같다.
오! 이 노래가 두 번 등장하는 건 몰랐네요. 듣기에도 좋고... 앤지가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져서 이 소설이 좋았습니다. 피아노를 사랑하는 진정한 예술가로 느껴지기도 하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1-6. 「피아노 연주자」의 앤지에게 피아노 연주는 생계 수단이자 어린 시절로부터의 도피처입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피아노를 칠 때 떠올리는 기억과 감각을 보면 피아노 연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가 느껴지는데요, 여러분에게 도피처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도망치고 싶을 때, 힐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있나요?
내 삶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의 삶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도피한다. 다른 사람 특히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수록 더 좋다. 다른 사람의 삶으로 도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을 읽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타인의 삶에 몰입할 수 있다. 특히 책은 보다 심도있게 타인의 삶으로 들어가는 방법이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고3 때 처음으로 해리포터를 읽었다. 어렸을 때 남들이 추천하고 읽으라고 할 때는 죽어도 읽지 않았다. 판타지 장르를 선호하지 않았다. 그런데 1권 마법사의 돌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었다. 자습 시간에 자이스토리 사이에 껴서 감독 선생님 몰래 읽었다. 그렇게 시리즈 전권을 모두 읽었다. 반복되는 모의고사를 풀고 있는 나와 마법학교에 다니며 주문을 외우는 해리포터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해리포터의 삶에 몰입함으로써 지겨운 수험 생활로부터 도망쳤다.
연주를 마쳤을 때, 앤지는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저질렀다. 나중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새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을 계획했던가 생각했다. 맬컴이 "나는 항상 당신 생각뿐이야"라는 말을 언제부터 하지 않게 되었는지 결코 돌이켜보지 않았던 것처럼.
올리브 키터리지 p.96,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그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색색의 전구들이 몹시도 밝았다. 잠시 그녀는 사람들이 나무에 이런 짓을 한다는 게, 나무를 그렇게 번쩍거리도록 장식한다는 게 당혹스러웠다.
올리브 키터리지 p.98,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책의 감상과는 조금 다를수도 있지만. 하루종일 에어컨 실외기 바람을 쐬고 있던 화단의 풀, 아파트 도색 작업에 의해 페인트로 덮인 잎사귀, 조명의 빛과 열기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진 나무를 보며 책의 구절 같은 생각을 했다.
... 다른 사람들 역시 이런 위안을 필요로 하리라는 걸 알았다. 맬컴이 윌터 돌턴을 한심한 호모라고 부르면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이런 자양분은 묽은 우유와 같다.
올리브 키터리지 p.106,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이런 위안을 묽은 우유라고 하다니. 사이다 마신 것 같은 비유
앤지의 이런 단단한 내면이 좋았습니다. 오늘 다른 회원님도 좋았다고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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