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 함께 읽기] 백래쉬

D-29
계속 비슷한 상황들의 연속인데 아무래도 반동이 다 거기서 거기라서 저자로서도 억울하면서도 사실인게 ㅠㅡ. 저는 슬슬 체념을 넘어선 다른 단계에 도달하고 있네요.
7장, [인형 옷 입히기]를 읽었습니다. 1980년대 직장으로 약진하는 여성들에게 정장을 계속 안 팔고 다른 옷을 파려고 그렇게 노력하다가 적자나는 이야기들이 반복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크릿을 (그 당시) 남성이 그렇게 많이 사는지도 새롭게 느꼈습니다. 다른 지인들에게 빅토리아 시크릿 쇼가 2019년 폐지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것들이 달라지고 있긴 하구나 싶었습니다.
8장, [미용 산업과 생명을 얻은 마네킹]을 읽었습니다. 미용이라고 해서 화장품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올지 알았는데, 성형수술과 향수 이야기가 꽤 큰 비중을 차지해서 내용이 생각보다 달랐습니다. 1980년대에 미용 산업은 과학과 손을 잡고 과거와는 달리 과학적인 생체시계 돌리기를 주장하는 시류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때쯤 성형 의학이 시작되는 분위기를 마네킹의 조형 변화로 시작하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내용들은 너무 익숙했습니다.
9장,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를 읽었습니다. 우익 여성 활동가들이 실질적으로는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하면서도 주장에서는 그걸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날카롭게 취재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8장까지 사실 너무 졸면서 봤어요.T T 재밌지만 비슷한 미디어, 언론, 영화계에 미친 백래시 현상이 계속 반복되서 지치기도 했습니다. 그 것들을 기록한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9장이 시작되니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집니다. '반동의 기원'이라니!!! 진짜 기원이 밝혀지려나? 흥미진진하게 읽기 시작! 반격의 움직임이 일어날 때마다 매번 선호하는 희생양이 있었다. 미국보호협회에게는 천주교 신자들이 그런 조건에 부합했고, 코올린 목사의 ‘사회정의’ 운동엔 유대인들이 그러했으며, 당연히 KKK 단에게는 흑인들이 그랬다. 그리고 뉴라이트에게 주적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이었다. (364쪽) 주적은....페미니스트
한국도 비슷하게 가고 있나봅니다. 결국 '선명성'을 얻기 위해서는 그것에 반대하는지 이야기하고 결집할 대상이 필요하니까. 이런 부분을 읽으면서 어디서든 다들 있었던 '반동'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대체 어디까지 반동이 가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뉴라이트 남성들이 미국 정치에 진입하면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마녀사냥도 함께 끌고 들어갔다. (366쪽) 이런 미국 뉴라이트의 역사를 그대로 한국정치에 끌어들인 사람이 있죠. 대선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하더니 이번 선거에서는 얼마나 써먹을까요. 기계적 평등론으로 역차별을 논하고, 페미니스트를 남성으로 만들며 혐오의 정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작금의 한국정치와 너무 흡사해서 우울해졌어요.
여성들이 새롭게 획득한 출산에 대한 권리에 반대하면서 여기에 “생명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여성들이 새롭게 포용한 성적 자유에 반대하면서 여기에 “순결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대대적인 직업 시장 진출에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여기에 “모성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여성의 권리 신장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퇴행적이고 부정적인 태도에 “가족 친화적”이라는 표현을 갖다 붙였다. (373쪽)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저도 여기에 줄 그었는데 옮기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pro-life가 나오고 결국 미국에서 최근의 승리(?)를 얻어내게 되었나 싶었습니다.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가 떠오르더군요.
미국을걱정하는여성모임의 우익 활동가들이 평범한 진보 성향의 직장 여성에 비해 자신의 해방에 따르는 ‘대가’에 대해 별로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쩌면 이 뉴라이트 여성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들이 속한 세상에서 저항에 더 적게 직면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 여성들이 목청을 높이는 게 오직 도덕적다수의 노선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위해서라면, 이들이 집안일을 반씩 나눠서 하는 게 오직 남녀평등법안에 맞서 싸울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뉴라이트 남성 지도자들(과 뉴라이트 남편들)은 기꺼이 아내들의 가짜 ‘독립’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격려했다. 여성들은 항상 남성들이 정한 원칙을 따랐고, 그 덕에 자신들이 만든 하위문화에서 존경과 축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반면 이들보다 더 진정한 의미에서 독립적인 주류의 직장 여성과 싱글 여성 들에게는 이들의 기분을 띄워 줄 응원단이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비꼬듯이 흉내 내고, 이들의 선택에 동정과 조소를 날리고, 이들의 페미니즘적 ‘실수’를 질책하는 대중문화로부터 매일같이 굴욕당했다.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뉴라이트가 벌이는 원한의 정치,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원통하군요.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을 "정상",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든 원흉이 여기에 있었네요. 언어를 발명한 것! 그것이 훌륭한 마케팅이 되었군요.
이런 폭격에 가장 의기소침해진 건 당연하게도 가장 근거리에 있던 여성들이었다. 그래서 전미여성연맹의 중서 지역 대회에 참석한 평균적인 미국 여성들이 만반의 준비를 완료한 그때 워싱턴의 많은 여성 지도자들은 잽싸게 몸을 숨겼던 것이다. (429쪽, 10장 여자 사람 스미스 씨 워싱턴을 떠나다.)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새벽 세시가 넘었지만 멈출 수가 없어요. 10장을 읽으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슬픔이 40여 년 전의 것이 아니라 마치 2023년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죠. 풀뿌리 여성들은 준비가 되었지만 워싱턴의 많은 여성 지도자들은 잽싸게 몸을 숨겼다는 마지막 구절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하지만 『두 번째 단계』에는 그 모든 배신 선언 중에서 페미니즘에 가장 해로운 잠재력이 있었다. (중략) 하지만 20년 뒤 그녀는 “페미니즘의 신비”를 공격했고 여성운동이 “이름 없는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485쪽)
하지만 『두 번째 단계』에는 그 모든 배신 선언 중에서 페미니즘에 가장 해로운 잠재력이 있었다. (중략) 하지만 20년 뒤 그녀는 “페미니즘의 신비”를 공격했고 여성운동이 “이름 없는 새로운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485쪽)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현재 11장까지 읽었는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나머지를 집에서 천천히 읽어보려 합니다. 사실 12장부터는 반격의 결과들이라서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뿐일거라는 생각이 들어 익히 읽히지 않았는데요. 어제 조금 읽어보니 역시나 만만치않은 내용들일 것 같았습니다. 모두들 두꺼운 책 함께 읽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심지어 대략 40년 전의 책에다 내용도 즐겁거나 기쁜 내용인 책도 아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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