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158쪽, 비어트리스 포터의 말. 경제학과는 상관없는 문장이지만 마음에 와 닿아 적어봅니다.
비어트리스 포터가 일기장에 쓴 말들이 다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나는 우리 안에 갇힌 동물 같은 심정이다. 내 지위에 수반되는 사치와 안락과 체면이라는 우리.”라니.
“이 한심한 개구리야, 왜 그렇게 전문직이 되겠다고 몸을 부풀리고 있는 거니? 뭔가를 해내고 싶다는 그 못된 욕심을 버리면 좋은데…….”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3장 포터 양의 일과 사랑: 웨브와 복지국가,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사교계에서 ‘독똑한 남자들’을 만나 떠드는 것은 함정이고 착각이다. [……] 차라리 그들이 쓴 책을 읽는 편이 낫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3장 포터 양의 일과 사랑: 웨브와 복지국가,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비어트리스 포터의 일기 문장들이 참 좋은데, 자기 일기가 이렇게 공개된 것을 당사자는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5살 생일부터 죽는 날까지 일기를 썼다고요. 저는 만 13살부터 일기를 써서 40대 중반까지 썼고 그 기록들을 아직 갖고 있기는 한데, 제가 죽고 나면 아무도 보는 일 없이 다 소각되거나 폐기되었으면 좋겠어요. 유서에도 그렇게 썼고요.
그러면서도 혹시 비어트리스 포터의 일기는 출간되지 않았나 하고 잠깐 검색해봤습니다. 한국어 번역서는 없나 보네요. ^^
3장은 정말 순식간에 읽었습니다. 정말 멋진 사람이고 충만한 인생이네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구상으로 들뜬 당시 진보 지식인 사회의 분위기도 흥겹습니다. 그런가 하면 비어트리스 웨브가 단순하지 않은, 모순된 인물이어서 더 매력적인 거 같아요. 체임벌린과의 ‘썸’ 부분도 아주 흥미진진했습니다.
여담인데 저는 이 비어트리스가 피터 래빗의 원작자인 비어트리스 포터라고 오해했어요. 그래서 3장 읽는 내내 와, 이런 멋진 일들을 하면서 피터 래빗도 쓴 거야? 하고 생각했습니다.
완전히 헷갈리셨군요. :) Beatrix Potter와 Beatrice Potter. Beatrice Potter가 1866년에 태어났고 Beatrice Potter가 1858년에 태어났으니 비슷한 시기를 살았네요. (둘 다 1943년에 세상을 떴습니다.)
아! 심지어 이름이 같은 것도 아니군요. 비어트리스와 베아트'릭'스... 아이고, 감사합니다. (땀 삐질삐질) 두 사람이 같은 해에 세상을 뜬 것도 신기하네요.
저도 포터라니 영화 🎥 미스포터를 절로 떠올렸네요^^;
뒷담화 하나 덧붙이면, 정작 비어트리스와 썸을 탔었던 조지프 체임벌린은 총리가 되는 데에 실패했어요. 반면, 그가 비어트리스와 썸을 타기 전에 낳았던 두 아들 가운데 차남 네빌 체임벌린은 총리가 되었죠. 이름 귀에 익지 않으세요? 네, 히틀러의 전쟁 의지를 얕보고 뮌헨 협정(1938년 9월 30일)으로 전쟁을 회피해 보려고 하다가 (처칠과 반대로) 역사의 오명을 뒤집어쓴 그 정치인 체임벌린이 조지프의 둘째 아들입니다.
아니, 이거야말로 그냥 동성이인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자 관계였다니... 헐!
이 책에 조연으로 나온, 혹은 이름이라도 한 번 언급된 사람들로 인명 사전을 만들면 고스란히 20세기 정치사, 지성사 사전이 될 수 있을 정도니까요. :)
그렇겠네요! 경제학자들의 일대기가 나오는 책에서 디킨스, 발자크, 샬럿 브론테 등등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20세기 소설가들도 나오는지 기대하며 뒷부분 읽어보렵니다.
아 그 🎥 뮌헨에서 아직 이렇다할 세력을 얻지 못한 나치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제레미 아이언스가 분한 체임벌린 총리로군요!
불과 3장만에 실비아 나사르 씨의 능수능란한 글솜씨에 휘둘리다가 지쳐 쓰러진 독자가 되었습니다. (3장 이후 다른 책만 읽고 있습니다) 시작은, 1장에서 돈에 쪼들여서 전전긍긍하는 마르크스 사정을 심각하게 읽어나가던 중이었습니다. 예고없이 갑자기 훅 들어오던 한 문장이 있었으니..“다행히도 마르크스는 모래알을 진주로 만드는 굴같은 사람이었다.“ - 네? 굴이요? 하고 빵 터졌습니다. 오호, 나사르 씨 한 유머 하시는데? 이제 저에게 마르크스는 ‘대영 박물관 도서열람실 7G자리의 굴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굴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난 주 2장 읽는 중에 YG님께서 3장 재미있다고 몇 번 반복하신 것을 떠올리며, 그때 3장 중후반까지 계속 읽게 되었습니다. 3장에 들어서고 나니 멈출 수가 없는데 너어무 길어….비어트리스의 심경변화를 따라가면서 (”언니, 정신차려!” “그러지 마아아-”) 왜 내가 초조하지? 왜 내가 걱정되는 거지? 손톱이라도 물어 뜯을 기세.. 진취적인 비어트리스가 체임벌린에게 덜컥 먼저 결혼하자고 할까봐 왜 내가 심장 쫄깃쫄깃해지고 스트레스 받냐고요. 이 책의 장르가 서스펜스/스릴러물이었습니까? 한꺼번에 너무 많은 분량을 읽다가 지쳐서, 비어트리스 포터가 비어트리스 체임벌린으로 바뀌게 되는 지 알게 될 때까지만 읽자, 하게 되었죠. 그.런.데. 우리의 저자 나시르 씨는 독자와 밀당도 하는 고수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체임벌린, 스펜서 이렇게 라스트 네임 또는 풀 네임으로 쓰면서, 비어트리스는 이 퍼스트 네임으로만 계속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서술트릭도 쓰셔. 절대 힌트를 안줘. 중간에 비어트리스 라스트 네임이 뭔지 검색해볼까, 하는 충동을 억누르고, ”설마 비어트리스가 네빌 체임벌린의 친엄마 되심?“ 막 이러면서 핸드폰을 멀리 두고 계속 계속 읽었습니다 (라고 쓰지만 질질 끌려 갔습니다) 와아 정말이지, 결정적 순간까지 절대 비어트리스 라스트네임 안 까시는 나사르 씨 때문에 과도한 독서로 심신 건강을 해칠 뻔 했습니다. 지난 주에 YG님이 3장 공지 메시지에 비어트리스 웨브라고 떡하니 쓰셔서, 헉 스포일러 투척하시는 겁니까? 하고 울부짖으려다가, 벽돌책 모임 회원들의 스트레스 방지를 위한 YG님의 큰 그림인가 싶어 조용히 있었답니다. ^^ 암튼 비어트리스-시드니 웨브 부부, 이 파워 커플의 활약상에 여러 번 놀랐고, 비어트리스 웨브, 이 천재 이름을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비어트리스 언니, 아무리 예쁘고 잘났어도 경험많고 지혜로운 누군가가 커리어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하면 쫌 귀 기울여 듣지 그러셨어요오오. 마셜 이야기대로 여성 노동자 연구를 했으면 그게 또 얼마나 걸작이었겠으며, 클라우디아 골딘이 21세기의 비어트리스 웨브라고 불렸을텐데요…많이 아쉽네요.
아! 그런 서술 트릭이 있었네요. 그리고 공지에 스포일러(?)도 있었군요. (하지만 재혼하면서 성이 바뀔 수도 있는 거니까 아주 치명적인 스포일러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 저도 넘어가면 안 돼요 비어트리스 누님! (누님은 아닌가...?) 이런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네? 재혼이요? (<재수사>쓰신 분답게 여러 경우의 수를 던지시는군요^^) 저는 일개 독자로서 평소에는 작가가 의도하는대로 요리하는 대로 “날 잡아잡쒀요”하고 따라가는 편인데, 이 책은 끝까지 가기도 전에 난도질 당할 것 같아 몸사리는 중입니다. 호칭에 대해서는, 비어트리스 할머니보다는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더 친근하지 않을까요?
아, 저는 저 당시 비어트리스의 나이가 너무 젊어서 제가 누님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런 고민도 젊을 때만 할 수 있는 거고... 분명 한참 먼저 태어나신 분이기는 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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