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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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주인공들(케인스, 슘페터, 하이에크 등)과 또 주변 인물(비트겐슈타인, 폴라니 등)을 놓고서는 좋은 평전(나사르도 참고한 평전)과 좋은 관점의 해설서가 국내에 많이 나와 있어요. 로버트 스키델스키의 『존 메이너드 케인스』(후마니타스)는 케인스 평전의 결정판으로 소문난 책이고요. 고세훈 선생님 번역도 좋습니다. 토머스 매크로의 슘페터 평전 『혁신의 예언자』(글항아리)도 결정판 대접을 받는 책입니다. 개러스 데일의 폴라니 평전 『칼 폴라니:왼편의 삶』(마농지)은 폴라니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살필 수 있어서 저는 좋았고, 감동도 있었어요. 마이너리티의 삶과 시각에서 2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케인스와 슘페터,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비교하면서 좋은 관점을 제시해주는 책도 덧붙입니다. 두 책 가운데 한국의 케인스 전문가 박종현 선생님의 『시장 경제를 위한 진실 게임: 케인스 & 하이에크』(김영사)는 최고입니다. 비트겐슈타인 평전의 결정판으로 꼽히는 레이 몽크의 책도 국내에 번역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볼프람 아일렌베르거의 『철학, 마법사의 시대』(파우제) 같은 색다른 책도 추천하고 싶어요. 에른스트 키시러(1874년생), 비트겐슈타인(1889년생), 하이데거(1889년생), 벤야민(1892년생)의 집단 평전인데요.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1920년대에 이 네 명의 철학자의 삶을 따라가면서 그 시대상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 - 경제학자.철학자.정치가, 개정판불황에 더욱 빛났던, 그래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케인스. 이제, 이 이상의 케인스 전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역사가 로버트 스키델스키는 무려 30년 동안 케인스의 삶과 사상을 추적한 끝에 이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케인스 경제사상의 논리적 핵심뿐만 아니라, 그것이 위치해 있는 역사적 맥락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혁신의 예언자 - 우리가 경제학자 슘페터에게 오해하고 있었던 모든 것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 전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간파하면서 혁신, 기업가정신, 창조적 파괴 등의 개념을 역설했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생애를 당대의 정치사.경제사.사회문화사.지성사적 맥락에서 해부하고 있다.
칼 폴라니 : 왼편의 삶경이로운 한 인간의 역사이자, 균열과 격변의 시대사이며, 그에 응전했던 지성과 사상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유대계 망명 지식인으로서 격변의 시대와 상호작용하며 인격과 사상을 직조해나간 폴라니의 여정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케인스 vs 슘페터 - 현실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두 경제학 거장의 현실 경제 이야기를 담은 책. 세계 대공황이라는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정책의 방향을 제시한 케인스와 자본주의의 본질을 예리하게 분석한 슘페터. 일본 경제재정자문회의의 민간위원으로 일본 경제정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도쿄대학의 요시카와 히로시 교수가 케인스와 슘페터의 생애와 사상을 짚어나간다.
케인즈 & 하이에크 :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시장에 대한 믿음만큼 시장의 폭주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같은 시대를 살며 전혀 다른 주장으로 시장경제를 옹호했던 케인즈와 하이에크, 두 경제학자의 사상을 통해 올바른 시장경제의 모습은 무엇이며 현재 우리 사회의 시장경제는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비트겐슈타인 평전 (리커버 개정판) - 천재의 의무20세기 최고의 천재 철학자로 평가되는 비트겐슈타인 전기의 결정판,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이 비트겐슈타인 탄생 130주년을 기념하여 <리커버 개정판>으로 다시 출간됐다. 난해한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 흐름 속에서 꼼꼼히 재구성해낸 전기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철학, 마법사의 시대베냐민, 카시러, 하이데거 그리고 비트겐슈타인까지, 위대한 철학자 4인의 삶과 그들이 살아간 시대상을 펼쳐낸 책이다.
* 늦게 시작하신 분들이 뒤이어 올려주시는 포스팅 읽으니까 시간차 복습이 되고 좋네요. 반복 학습의 효과! 어빙 피셔는 오늘날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하는 일의 근간을 마련한 사람이군요. <변화의 세기> 에서 중세 가톨릭 신자들은 ‘시간’을 하느님의 것이라 여겨서 이자 장사 하기를 꺼려했다는 이야기를 읽었는데, 19세기 말에는 어빙 피셔같은 인물이 나와서 이자율에 대한 학설까지 만들어낸걸 보니 예기치않게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4장에서 웨브 부부가 미국 여행 중에 시어도어 루즈벨트, 앤드류 카네기, 헨리 프릭을 만나고, 어빙 피셔가 생애의 상당 기간동안 반복되는 공황을 경험했던 부분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은 결국 시대가 만들어낸 천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으랴 싶기도 합니다)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에서 윤년이 드는 해마다 쇼스타코비치의 삶이 요동쳤던 것처럼, 어빙 피셔의 삶은 미국 불황 시기와 맞물리면서 솟구치기도 내려앉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경제학 분야에서는 무슨 일을 하며 이 학문이 왜 필요한지를 어설프게나마 배우고 있는 중인데, 19세기 말 미국 대선의 쟁점이 금본위제 vs 은본위제 였다는 사실도 - 미국 역사상 은본위제가 고려 대상이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 신기하더라구요.
@소피아 따로 언급하시니 재미있는 뒷얘기도 하나 들려드릴게요. 당시 금본위제를 반대하던 지식인(기자) 가운데 한 명이 이걸 비판하는 동화를 써야겠다 마음먹고 작품 속에 여러 상징을 녹여내서 책을 한 권 써요. 네, 그 책이 바로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입니다. :)
그 해석이 궁금해지네요^^
제가 일을 엄청 열심히 할 때, 『작은 아씨들』(1868) 『오즈의 마법사』(1900) 『빨강 머리 앤』(1908) 등을 놓고서 소설 속 등장 인물(조, 도로시, 앤)을 등장시켜서 가상 대화로 기사를 쓴 적이 있었어요. 그 한 대목입니다. (아래 가상 대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로 프랭크 바움은 아주 강한 금본위제 반대자였어요. 그래서 소설 속의 노란 벽돌 길은 금본위제, 그리고 그 노란 벽돌 길을 따라 가는 길은 기득권과 허상을 옹호하는 일, 악인(동쪽 마녀, 서쪽 마녀)은 금본위제 옹호자(정확히 말하면, 기득권 옹호자) 등을 염두에 뒀다는 적극적인 해석이 있어요.) * 도로시 : 지난 100년간 『오즈의 마법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환상 소설처럼 인식되었고, 또 영화,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어요. 하지만 언론인이었던 프랭크 바움 할아버지가 이 소설을 쓸 때는 당대의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요소가 곳곳에 있었거든요. 『오즈의 마법사』가 나온 1900년이 어떤 시점인가요? 마크 트웨인이 『도금 시대(The Gilded Age)』(1873)라고 불렀던 시대(1865~1901년)의 끝물이었어요. 이 시대에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모든 사람을 탐욕의 화신으로 만들었고, 미국이 바로 그 무대였습니다. 그 시대의 가장 성공한 탐욕가들이 바로 우리가 자본주의 정신의 원형이라고 묘사하는 카네기, 록펠러, 모건 같은 이들이고요.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 바로 이런 미친 시대를 꼬집는 상징으로 가득해요. 예를 들자면, 허수아비는 급속한 산업화로 그 입지가 좁아진 농민을, 양철 나무꾼은 노동자를 상징합니다. 겁쟁이 사자는 미국-스페인 전쟁(1895~1898), 미국-필리핀 전쟁(1899~1902)에 반대한 평화주의자 혹은 백인과는 다른 모습의 아프리카,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뜻하지요. 오즈를 지배하는 '오즈의 마법사'는 기득권을 가진 이들의 편에 선 당대의 대통령들이었습니다. '도금 시대'의 미국을 상징하는 에메랄드 성은 어떤가요? 사실은 초록색 안경을 벗으면 환상이 깨지는 곳에 불과했잖아요. 바움 할아버지는 평범한 미국인을 상징하는 도로시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와 '더불어 함께'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이 허상을 깨는 과정을 그린 거예요. 조 : 그 역시 당대 미국인의 미덕으로 여겨졌던 '경쟁' 대신에 '연대'를 강조한 것이니 이단적이었지. 실제로 바움 할아버지가 사회주의적인 유토피아를 동경하였고,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시어도어 루스벨트 같은 진보적 정치인을 지지했던 사실을 염두에 두면 그런 해석이 무리한 것도 아니고. 그러고 보면, 지난 100년간 미국을 대표하는 『작은 아씨들』이나 『오즈의 마법사』가 당대의 반골들에 의해서 창조된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네. 사실 여성 해방, 노동 해방, 농민 해방을 역설한 '빨간책'이었는데 말이야! 도로시 : 바움 할아버지는 『오즈의 마법사』 후편을 쓸 생각이 없었는데, 역시 독자의 요청으로 계속해서 오즈 연대기를 쓸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총 열네 권의 방대한 오즈 연대기가 탄생했지요.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의 뒷얘기가 궁금한 독자 입장에서야 즐거운 일이었겠지만, 그 뒤편은 애초 『오즈의 마법사』에 담긴 이런 전복적인 상징이 많이 약해졌죠. 조 : 당연하지. 바움 할아버지도 돈맛을 안 거지. (웃음)
크리스마스 캐럴 은 맬서스에 대한 비판이었고! 오즈의 마법사 는 금 본위제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 독서 모임 하다가 머리를 여러 번 얻어맞습니다. 머리 얻어맞는 느낌을 느낌표로 표현해봤습니다. 정말 그저 신기할 뿐... ^^;;;
크리스마스 캐럴이 으뜨케 맬서스에 대한 비판이 될 수가 있을까요 ㅠ 잠시 맬서스가 아버지에 대한 반대로 극악한 표현들을 인구학에서 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그냥 혼자 ㅋ 가진 적이 있었는데 말입니다~
YG님 글을 두 번 정독 후 좀 찾아보니, 역사학자들이 <오즈의 마법사>의 정치적 알레고리에 대해 제각각 해석을 내놓은 것 같은데 프랭크 바움 본인 생각도 좀 궁금하고요 (음흉한 할아버지 같으니!) 오즈(Oz)가 금이나 은의 무게 단위 ounce 약어라는 대목 @.@ 에메랄드 성은 달러 지폐 배춧잎 색깔이랑 비슷해서 설정한 거라고.@.@ 노란 벽돌길은 금본위제, 실버 구두는 은본위제를 상징한다는데 다시 한 번 기절초풍하고 갑니다. 앞으로는 올드팝 goodbye yellow brick road만 들어도 금본위제를 떠올릴 판입니다. 하아- 순수한 마음은 이제 안녕~
Over the rainbow는 앞으로 어떻게 들어야 하나요... 기실 가짜였음이 밝혀지는 믿었던 마법사는 공화당의 클리블랜드 대통령이라고 하네요. ㅠ.ㅠ
이 얘기 전에 한번 YG님이 해주신거 같은데...다시 읽어도 재밌고, YG님은 대체 모르시는게 뭔가요. 매일매일 놀라는 중. 이제 그만 놀랄때도 된거같은데 말이죠.ㅎㅎㅎ
저는 운전을 못합니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듣고요; (맨날 욕먹어요.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1년 정도 살면서 정말 최고로 욕 많이 먹었어요.)
그렇군요!
백년 전에 ㅋ 복지정책 공부할 때 북유럽 사민주의 social democracy와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이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극단적인? 사회주의의 연대적 측면을 가져와서 어떤 온건한 공동체를 만들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되는건가 했는데요. 역시 하지 말라셔서 ㅋ 못했었는데 나중에 혼쟈^^ 샌델을 파다가 그가 말하는 공동체주의가 그런 지향점을 가지는 건가? 둘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했지만 스승이 없어 진전은 못봤네요; 그나저나 <오즈의 마법사>는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당연한 결론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해쥬는게 아니었고;; 저리 심오한 이론적 싸움들이 있었다니요! 😭
해석 잘 물어봐주셨네요 오즈의 마법사가 그런내용이었다니 @YG 설명 감사합니다
헉, 이 무슨 동심파괴 모먼트입니까? 제가 <오즈의 마법사>를 안 읽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크한 어른들의 세계가 있던 이야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전 도로시가 동네방네 친구들 모아 어디론가 가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어린이용 로드 무비인줄;;;; 아래 보니, 14권이요? 프랭크 바움 (이 분 이름도 몰랐음)은 20세기의 조앤 롤링이었나요? 지금 놀라서 기절 중인데, 정신줄 다시 챙긴후 아래 길게 쓰신 글 정독해보겠습니다.
새삼스러운 말씀이지만 어떻게 이런 책들 다 아시고 읽으시는지 매번 신기합니다. 존경심이 절로 듭니다. ^^
정말 근본 없는 책읽기죠; 심지어 요즘엔 읽은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막연한 인상만 남아 있어요. 『철학, 마법사의 시대』 같은 책은 작가님도 좋아하실 듯!
근본 있는 독서란 뭘까, 하고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왠지 무섭게 들리는데요! ^^) 『철학, 마법사의 시대』도 제목을 처음 들어보는 책인데 책 소개를 보니 재미있을 거 같아서 마음 속 읽어야 할 책 목록에 올려놨습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어려서 좀 더 체계적인 독서, 공부를 했더라면 지금 사는 꼴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이렇게 망상해보는 거죠. (그런데 저는 엉덩이가 가벼워서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들지 못하겠더군요;) 『재수사』 같은 작품을 시간과 공을 들여서 쓰시는 작가님이 존경스러울 뿐이죠.
저도 제대로 어떤 학문을 공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기자라는 과거 직업도 그렇고, 작가라는 현재 직업도 그렇고, 뭘 잡다하게 읽기는 하는데 그게 체계적인 지식은 아니지요. 20년을 그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가 알거나 배웠던 것들은 다 낡아졌고요. 소설가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는 유학을 가볼까 하는 고민도 잠시 했었어요. 당시에 배워보고 싶었던 학문은 경제학이었는데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거기에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이제 평균 수명도 늘어나고 MOOC 같은 것도 생겼는데 나이가 들면 뭘 제대로 공부를 해볼까요. 바둑? 기타? 도덕철학? 기술사회학? 이런저런 공상을 해봅니다. 제 엉덩이도 정말 가벼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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