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슘페터는 생산력을 높이는 "산업활동과 상업활동"의 세 가지 국지적 요소는 혁신, 기업가, 신용이라고 했다. 슘페터가 보았을 때, 자본주의의 특징은 "끊임없는 혁신", 곧 그 유명한 "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돌풍"이었다. [……] 그가 보았을 때 "혁신"이란 발명 그 자체가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들의 유익한 적용이었으며, 혁신에는 새로운 제품, 새로운 생산공정, 새로운 공급원, 새로운 시장, 새로운 조직형태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변화가 포함될 수 있었다. [……] 슘페터는 파괴적이고 불연속적인 획기적 비약을 강조했다. "우편마차를 아무리 이어붙인들, 거기서 철도가 생겨나지는 않는다. [……] 경제적 발전의 핵심은 기존의 노동 및 토지의 용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계와 방식은 글로벌 이전이 가능하고 실제로 글로벌 이전이 행해졌으므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만 가지고는 왜 어떤 경제는 발전하고 어떤 경제는 발전하지 않는지를 설명할 수 없었다. [……] 슘페터는 인적 요소에 초점을 두었다. 슘페터가 보았을 때, 발전은 일차적으로 기업가정신에 좌우되었다. 19세기 후반의 독일 문화가 가지고 있었던 리더십 강박증이 슘페터에게도 있었다. [……] 슘페터의 내러티브에서 중심적 인물은 비전 있는 리더였다. 기업가의 역할은 "발명을 활용함으로써, 또는 좀 더 일반적으로, 아직 시험되지 않은 테크놀로지의 가능성을 활용함으로써, 생산의 패턴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자동차나 전화 같은 새로운 제품일 수도 있고, 남아프리카에서 금을 채굴할 때 시안화물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공정일 수도 있고, 트러스트 같은 새로운 조직일 수도 있고, 궤도차와 조면기계를 수입하는 이집트 같은 새로운 시장일 수도 있고, 면화를 수출하는 인도 같은 새로운 공급원일 수도 있었다. [……] 기업가는 "오래된 사고 및 행동 패턴을 파괴"하고 기존의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치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혁신이란 장애, 타성, 저항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했다. 예외적 능력과 예외적 인물이 필요했다. 슘페터는 "새로운 계획을 실행하는 것과 인습적 계획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길을 내는 것과 길을 따라 걷는 것의 차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 슘페터가 줄기차게 지적했던 것은 "가장 '부르주아적인'경제학자들의 다수가 그렇게도 완강하게 간과하는, 사업가 계층의 창의적 역할"이었다. 그가 보았을 때, 과학과 테크놀로지는 독자적인 작용력이 아니라, "사업 그 자체"와 마찬가지로 "부르주아 문화의 산물"이었다. 많은 기업가가 부자가 되기는 했지만, 기업가야말로 어떤 정부나 자선단체보다 가난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했다. 기업가가 아무리 에너지나 비전이나 지배 성향을 지녔다고 해도, 기업가가 번창하는 데는 일정한 환경이 필수적이었다. 재산권, 자유무역, 안정된 통화도 물론 중요했지만, 그의 생존의 핵심열쇠는 값싸고 풍부한 신용이었다. 슘페터의 주장에 따르면, 기업가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토지, 노동, 기계의 용도를 자신이 계획한 새로운 용도로 전용해야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은행업자를 비롯한 금융 중개인, 곧 저축을 굴리고 계획을 평가하고 위험을 관리하고 경영자를 감독하고 설비를 취득하거나 자원의 이동경로를 바꾸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금융부문은 특히 자신감과 신뢰도에 크게 좌우되는 탓에 공황과 물가폭락에 취약했다. 그러나 경제가 혁신에 필요한 저금리와 풍부한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원활하게 작동되는 신용시장과 튼튼한 은행제도가 필수적이었다. 성공한 경제의 특징은, 위기와 불황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위기와 불황에서 잃은 것을 투자 호황기에 메우고도 남는다는 것이었다. [……] 경제이론이 "본질적으로 발전하지 않은 체계"를 위해 만들어진 이론임을 밝힌 슘페터는 기존의 이론을 기반으로 삼는 한편으로, 역동적 체계를 위한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p. 294-297 ch. 5장 창조적 파괴 : 슘페터와 경제적 진화,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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