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을 읽으면서, 아 이 책을 따라 읽길 잘했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본 케인스가 어떤 이론을 펼친 사람인지, 승수개념이란 것이 대체 뭔지, 뿌옇고 흐릿하게나마 더듬더듬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사르 씨는 이 책의 타겟 독자층을 누구라고 생각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제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이 책이 너무 밍숭맹숭 할 거 같고,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싶기도 할 것 같거든요. 그러면 저와 같은 경알못들의 입문서용인데 - 게다가 나사르 씨 문장들 너무 내 취향-, 어떤 경알못이 맛배기 시식용으로 이런 벽돌책을 선뜻 집어들 수 있을까요. 경제학 교양만화면 모를까..
그건 그렇고, 10장에 나오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한 명의 천재도 아니고 두 명이나 - 케인스와 피셔- 경제자문으로 곁에 두다니.. 좌청룡 우백호 급 아닙니까! 흥미로운 것은, 케인스 자문 내용의 골자는 “불황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인 것 같은데, 제아무리 케인스라 해도, 또 제아무리 루스벨트라 해도, 연방정부의 힘이 커지는 것에 대한 태생적인 거부감?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 미국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싶었습니다. (더더군다나 케인스는 영국인) 대공황이란 엄청난 위기때문에 케인스를 덥석 받은 건가 싶기도 했구요.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소피아

YG
@소피아 사실, 루스벨트는 케인스의 조언을 듣고서 자신의 최측근인 노동부 장관 프랜시스 퍼킨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 친구 케인스를 만났습니다. 길고 복잡한 수치를 한아름 남겨 놓았어요. 정치경제학자가 아니라 영락없는 수학자예요."
현실 감각(정치 감각) 없는 지식인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당시만 하더라도 균형 재정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때고요. "정부가 돈을 빌릴 수 있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말을 그 교수(케인스)에게 꼭 전해 주세요."
결과적으로, 루스벨트는 케인스의 말을 듣지 않았고, 책에도 나오지만 케인스가 말한 바를 정확히 이행한 곳은 나치 독일,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의 미국이었죠;
(프랜시스 퍼킨스는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을 사실상 주도했던 실세 여성 지식인/운동가입니다. 퍼킨스가 얼마나 위대했는지는 다음 책(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의 2장('게으른 소녀에서 뉴딜의 막후 조력자로')을 살펴보세요.)

인간의 품격 -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추천도서<보보스>의 저자 데이비드 브룩스는 우리가 겸손, 절제, 헌신으로 대변되는 '리틀 미'의 가치를 회복할 때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리틀 미'의 가치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내적 성장이라고 말한다. 내적 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직면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의 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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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루스벨트 상황이라면,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로서 당장 표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말 저렇게 말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유주의자였던 케인스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주장한 게 특이하다고 생각했구요,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 얼마큼의 개입까지 (경제적으로 리스크없이) 가능하며 또 정치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느꼈어요.
프랜시스 퍼킨스 - 또 하나 배워가네요. 감사합니다.

소피아
막 11장 끝냈는데, 조앤 로빈슨, 하아- 이 분에 대해선 할 말이 또 많습니다만.. 한 마디로 하자면, 현실세계에서 만날까봐 무서운 캐릭터? 내 행동반경에 나타난다면 뒷걸음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100m이상 유지할 것 같습니다.
거침없는 대장부 스타일이면서 은근 세부계획에도 치밀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이라 험한 말 자제합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자신이 그려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미리 그려둔!) 전략 보드에 놓인 장기말로 알더군요. 가까이 하다간 부지불식 중에 내가 그녀의 장기말(중에서 ‘졸’)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장맥주 님이 말하신 스타워즈 레아 공주 사진 - 이제야 봤는데 쌍둥이급 입니다. 그리고 로빈슨 유형이 더 궁금하시다면 아쉬운 대로(?) 넷플릭스 더 크라운 시즌 4 & 5 에서 커밀라 파커 여사도 (아주 똑같진 않더라도) 대충 참조 가능합니다.

장맥주
가스라이팅의 대가 이신데 머리도 엄청나게 좋고 말도 잘하는... 야심도 큰... "표백" 소설 같은 데 나와야 할 거 같은 캐릭터이신 거 같아요.

소피아
하하하 저 표백 읽었는데 왜 기억이 하나도 안 날까요.. (저는 “현수동 빵집 삼국지”를 좋아합니다! - 후다닥 마무리)

장맥주
커밀라 파커... 찰스 왕의 부인 맞지요? 저는 막연하게 "다이애나 비 때문에 너무 과하게 욕을 먹은 여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캐릭터였단 말입니까? 띠용...

소피아
다음 날 저녁, 케인스는 뉴욕의 뉴스쿨 사회과학대학원 만찬에 참석했다. 피셔와 슘페터도 함께였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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