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1. <사람을 위한 경제학>

D-29
참, 이 케인스가 그래도 천재라고 인정했던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나 봐요. 바로 자기보다 여섯 살 어린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제1차 세계 대전 전쟁터에서 복귀한 후 자기에게 주어진 막대한 유산을 모조리 누나 등에게 나눠주고, 자신은 시골 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가(좋은 교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1929년에 케임브리지 친구들(러셀, 램지 등)의 강력한 요청으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이 유명한 철학자를 보려고 기차역에 사람들이 모여서 부산 떠는 모습을 보면서 케인스가 자기 아내 리디아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답니다. "신이 강림하셨으니. 나는 그 사람을 5시 15분 기차에서 만났어."
후일 슘페터는 자기가 당시에 사회당 프로젝트에 관여할 마음을 먹은 것에 대해 “누가 자살을 해야겠다면, 의사가 옆에 있는 편이 낫다.”라는 말로 정당화하기도 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6장 인류 최후의 나날: 빈의 슘페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자기합리화도 이쯤 되면 탄복하게 되네요.
싸움이 한창이었을 때, 의사당 앞 큰길에서 경찰이 타고 있던 말이 총에 맞았다. 죽은 말이 거리에 쓰러져 있을 때, 굶주린 군중이 사체를 갈가리 찢어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들을 가져갔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6장 인류 최후의 나날: 빈의 슘페터,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슘페터 나오고 부터는 책 읽는 시간보다 이 기이한 천재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그의 삶을 ott 드라마로 재구성해보는 (대체 왜?) 시간이 더 많이 걸리네요 ㅠㅠ 슘페터의 허영-속물근성-자만-천재성-야망-열정-난잡한 사생활, 거기에 더해 오스트리아판 맹모삼천지교 실현하는 엄마와 무늬만 귀족인 전 부인과 본인의 이중 페르소나 (공적/사적) - 드라마로 각색하면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시즌 3개 이상 거뜬히 나올 재료 아닙니까! 카이로, 런던, 빈, 그라츠, 체르니우치 등 여러 도시 나오니깐 배경 그림도 번듯하게 나갈테고, 게다가 “창조적 파괴의 영원한 돌풍“, ”끊임없는 혁신“,”기업가 정신“ —> 바로 21세기가 원하는 키워드죠. (요즘 시청자 낚기 좋다는 뜻) 첫 장면은 대영박물관 도서열람실 7G 자리: 마르크스가 앉아 있다가 일어서서 나가고, 승마바지입고 한껏 멋부린 슘페터 들어와 앉는다. 아래 깔리는 자막—> “1883년” (YG님이 올리신 메시지 참조): ”굴같은 마르크스가 떠나자 미꾸라지같은 슘페터가 탄생했다” 5장에 나온 “체르니우치는 슘페터의 등대로 밝혀졌다”, 이 문장에 홀딱 반해서 체르니우치의 위치를 찾아봤더니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이더라구요. 1914년 오스트리아와 2024년 우크라이나 대비시키면서 반전메시지 던지는 드라마도 가능..(고만해!) 슘페터의 천재성은 알프레드 마셜이나 비어트리스 웨브의 천재성과는 완전히 다른 재질의 천재성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 느낌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YG님이 올려주신 슘페터 책 중에 <혁신의 예언자>가 무척 끌리는데, 900페이지가 넘는군요. 기이한 천재성에 대한 답을 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저도 슘페터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매우 사회화되어 있고 자기 인생을 철저히 기획해서 그에 따라 산다는(살려고 했다는) 점이 다르게 다가오는 걸까요? 굉장히 유능한 소시오패스 CEO 느낌? 다른 천재들은 (써도 되는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약간 서번트 증후군 같은 느낌도 드는데요.
똑같은 예는 아니지만, 같은 카탈루냐 지방 출신의 두 천재 - 안토니 가우디와 살바도르 달리-를 나란히 두고 봤을 때 느낌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가우디에 비하면 달리는 그야말로 광기어린 천재잖아요. 이 책의 다른 천재들과 슘페터는 분명 다르고, 슘페터 챕터를 읽으면서 경고등 깜박깜박 켜지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지금 케인즈 읽고 있는데 마침 슘페터와 케인즈를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 나왔어요.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둘 다 징집이 되었는데, 이 동일한 사건에 두 명의 서로 다른 대처방식이 나와요. (전자책으로 읽으니 이쪽 저쪽 페이지 왔다갔다 하기가 매우 힘들군요;;). 케인즈의 경우는 그래도 이해할만한 범주의 행동과 반응이었는데 (몸 사리며 머리굴리는 모습은 있지만 뭐, 인간이니깐..), 슘페터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병역면제 신청하면서 면제신청 사유가 “내가 그라츠 대학에 단 한 명 있는 경제학 교수다”라니.. 세상 뻔뻔. 이상해요, 이상해..
저도 지금 그 대목읽고 있었는데...케인즈 병역기피사유도 조목조목 구분해서 오 똑똑해...라고생각했어요.
케인스가 여러 가지로 흥미로운 인물이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섹스 일기장(...)까지 쓴 줄은 몰랐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 사기 치는 일"을 하며 사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지를 않나... 이쪽은 이쪽대로 범상치 않네요. -_-;;;
저는 그 부분은 유별나게 기록광들이 많은 앵글로 색슨족/게르만족 종특으로 이해하긴 했으나..케인스도 만만치 않은 인간인 것 같습니다. 슘페터 하나만도 힘든데, 이런 인간들 여러 명 튀어나오니 지쳐요 ㅜㅜ 케인스는 요즘 살았으면 자기 기록 모두 파이썬에 때려 넣고 돌려서 빅테이터 분석했을 인간으로 보여요.
아 혼자 막 웃고있습니다. 이거 이 책 안읽는 다른사람한테 설명할 길도 없고.. 허허.. 그 드라마 성공한다에 한표요. ㅎㅎ 슘페터는 첨 접했을때부터 왜인지 모르게 이름조차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들어서(연속된 파열음? future와 발음이 비슷한 느낌적 느낌?! '슘'에서 발산되는 모던함?-세슘 등 원소 이름을 연상시키는.., ) 창조적 파괴, 기업가정신 이렇게 키워드 외울때 좋았었지 말입니다. ㅎㅎ
이 드라마 성공하려면...잘생긴 배우를 캐스팅 해야할것 같아요. 슘페터 옆모습 사진만 봐서는 음...그냥 그런가 했는데, 단체사진속의 작은 사진으로 봐도 외모가 달리네요. 멋을내고 어쩌고 해도 안될것 같은. ^^;;; 이런 피씨하지 못한 외모평가 죄송합니다.
오오, 저도 슘페터 이름에 꽂혀서 Schum + Peter 두 개의 결합인가? 하면서 영어 발음을 Forvo 사이트에서 검색해봤어요, “슈움피러” 아니고 “슈움페이러”라고 발음하더군요 (독일어발음은 슘페터)
6장은 빈과 슘페터의 몰락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천재는 천재인데 너무 머리를 많이 굴려서 망했나봐요. 시대를 잘못 만난것 같기도 하고요. 그 혼란의 시대에 암살당하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 대학에 있다가 은행장으로 가다니 그게 더 놀랍다 생각했습니다. (제가 너무 스릴러를 많이 본겁니까. "세 영혼" 씩이나 가졌으면 암살당했을것 같은데...)
진정 독창적인 사상가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상을 내놓는 것은 서른 살이 되기 전이라는 확신, 그리고 자기가 계획한 학문적 출세의 첫 관문을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겠다는 결심을 품고 있던 스물두 살의 슘페터는 혼자 정해놓은 데드라인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사람을 위한 경제학 - 기아, 전쟁, 불황을 이겨낸 경제학 천재들의 이야기 5장. 창조적 파괴, 실비아 나사르 지음, 김정아 옮김
책이 와서 보는 중에 몇 가지 질문 드립니다. 서문 14p에 경제학을 정신장치 apparatus of the mind라고 케인즈가 말했다는데 apparatus of the society or system 아니고 mind요? 철학 아니구요? & 27p 밀이 사회주의자라구요? 샌델은 말하자면 공리주의와 구분된 질적 자유주의자라고 했던 것 같은데요; 아닌가 ㅜ
아, 뒤의 질문부터 어쭙잖게 답해드리자면 거기서 말하는 19세기 맥락의 '사회주의자'는 오늘날의 우리가 사용하는 사회주의자와는 다른 어감이죠. 빈부 격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공동체 구성원이 노력하고,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자기 역량을 발휘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실제로 밀도 공공연하게 자신을 (마르크스와 엥겔스와는 다른 맥락에서) '사회주의자'라고 자칭했던 것으로 나오고, 자기가 생각하는 사회주의에 대한 글도 썼어요. 얼른 찾아보니까 서병훈 선생님이 추려서 번역한 『존 스튜어트 밀 선집』(책세상)에 실린 글 중에도 「사회주의론」이 있네요. 이런 밀의 문제의식이 3장부터 자주 등장하는 비어트리스 웨브-시드니 웨브 부부의 페이비언 사회주의로 이어지고, 조지 오웰의 '민주적 사회주의' 같은 것과도 통하고, 현실의 사회민주주의 국가, 복지 국가 프로젝트가 그 불충분한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존 스튜어트 밀 선집‘19세기 대표 지성’ 존 스튜어트 밀의 정치·사회 저작을 엮은 선집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자유론》 등 개별 저술은 여러 차례 출간되었지만, 밀의 핵심 저작이 한 권으로 묶여 나온 것은 국내 처음이다. 번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밀 권위자인 서병훈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가 맡았다.
아 페이비언 사회주의 복지의 기원 공부할 때 들어봤던 것 같기도 하네요~ 사민주의 말고도 민주적 사회주의가 있군요^^ 둘의 방점은 전자는 민주주의에 후자는 사회주의에 두고 혹은 그 사회가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고 어떤 그냥 일반 사회, 공동체를 말하는 것일까요? 그냥 둘 다 그나물에 그밥일까요 ㅎㅎ 조지오웰은 빅브라더만 주창한게 아니라 저런 이론적 입장을 견고히 갖고 있었다니ㆍㆍ세상엔 역시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이러다 인생이 또 훅~ 갈 것만 같다;;고 한다면 아이고 ㅎ
@소피아 @장맥주 @바나나 슘페터의 몰락은 여기서 끝이 아니랍니다.
창조적으로 파괴되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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